오늘의 작가상

1977년 1회 수상자 한수산을 시작으로 이문열, 정미경 등 한국문학의 거장의 탄생을 함께했고, 2차 개편으로 통해 구병모, 조남주 등의 젊은 작가를 주목한 <오늘의 작가상>이 부분 개편을 통해 오늘의 담보할 수 있는 젊은 작가에게 보다 너른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이는 한 작가의 문학 세계가 시작됨을 알리는 ‘첫’ 성과에 박수를 보냄으로써 시대의 정신을 예민하게 수렴하는 상의 취지를 분명히 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한국 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생애 첫 단행본에 수여하는 <오늘의 작가상>이 젊은 작가에게는 따뜻한 격려가 되고, 오늘의 독자에게는 겸허한 안내자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당선작: 『뱀과 물』 , 배수아 (문학동네, 2017)

뱀과 물 표지 (1)

 

 

새로 태어난 ‘오늘의 작가상’을 두고 지금 한국의 교양을 재편하는 상이라 생각해 왔다. 교양은 누구의 것인가. 언뜻 객관적으로 들리는 이 교양이라는 단어는 실은 한 사회의 헤게모니와 이데올로기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승인과 배제의 정치학이다. 지금 이 세계의 교양은 그간 무질서하고 비합리적이고 나쁜 취향이라 말해져 왔던 쪽으로 꺾이며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배제되어 왔던 그 자리는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놓여 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제 어제의 나쁜 취향이 오늘의 교양이 될 것이다. 배수아의 『뱀과 물』이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이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고 기쁘다. 여성 소설들은 이렇게 함께 계속 걸어 나갈 것이다.

강지희(문학평론가)


 

작가는 과감히 소설 속 “시곗바늘”을 떼어 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간들이 하나의 풍경이 되는 “회전목마” 위로 독자를 안착시킨다. 하여 이 기묘한 유원지 같은 소설은 순차적인 시간성을 거부함으로써 늘 비가시적으로 다뤄지던 여성의 유년 시절과 노년 시절을 드러내고, 곧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까지도 “피부 아래의 아득한 감각”으로 느끼게 만드는 데에 이른다. (……) 때로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낫다. 시간을 지우고, 사건을 지운 뒤 오롯이 남은 감각들은 입 밖에 내기 어렵고, 좀체 무어라 형용할 수가 없다. 이 비밀스러운 감각은 말해질 수 없기에 곧 모든 이야기가 되고,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박하빈(독자 심사위원)


 

너무 낯설다, 지나치게 독특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당황스러운 소설이다 등등의 오래 굳은 수수한 감정(鑑定)에 끝내 갇히지 않은 ‘배수아’가 되려 우리에게 ‘오늘의 독자’를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오늘의 작가’가 오늘만 빛나는 작가가 아닐진대, ‘배수아’를 오늘에야 빛을 본 작가처럼 말해선 안 될 것이다. ‘배수아’를 읽고 또 읽고, 처음 읽고 다시 읽는 독자들을 언제나 빛나게 해 주는 작가로서, 어제도 그랬듯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신뢰로써, 배수아는 2018년 오늘의 작가다.

백지은(문학평론가)


 

『딸에 대하여』가 현실 세계에서 살을 맞대고 사는 타인의 삶을 경험하게 하는 소설이라면, 『뱀과 물』은 이야기가 이끌어 내는 허구의 세상과 만나는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작품의 독해는 쉽지 않았다. 순차적인 서사 진행 방식도 없고, 단어에 담긴 의미가 해석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빠져들었다. 본능적으로 끌렸다. ‘홀렸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직관의 독서, 유희의 독서. 새로운 독서 경험의 확장이었다. 작가가 만든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즐거움을 알려 준 배수아 작가의 <오늘의 작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정지혜(책방 ‘사적인서점’ 대표)


 

배수아 작가의 『뱀과 물』은 인간이 어떤 존재나 자기 자신, 혹은 본질에 집중할 때 펼칠 수 있는 순수한 상상과 그 이상의 경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는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며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물음에 선명한 그림으로 답을 한 것이라고 보았다. (……) 우리의 오늘을 여실히 드러내며 그 안에서 나름의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 ‘오늘’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당선작은 『뱀과 물』로 결정되었다. 이는 <오늘의 작가상>의 ‘오늘’을 보다 넓은 의미로 바라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들이 내일로 이어지는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에 주목했다.

지은경 (잡지 《Chaeg》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