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작: 김초엽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한정현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스위밍꿀) 공동 수상

 

 

우리에게 도착한 ‘오늘’은 다양한 색과 의미로 빛나고 있었고, 그 어느 색깔이든 오늘에 값하는 것이었으므로 선택은 오히려 쉽지 않았다. 또 한 번의 개편을 통해 신인 작가의 첫 번째 작품(소설집 또는 장편소설)에 주어지는 상이 되었으니, 누구의 작품이든 대체로 어느 정도의 불안과 떨림을 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사 과정은 이 가운데 어떤 ‘오늘’을 호명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에 가까웠다.

그 오늘이란 이를테면 문목하 작가의 흥미로운 소재와 생생한 인물 및 스피디한 사건 전개와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었고, 송지현 작가의 다양한 인물 개성의 묘사와 아이러니로 넘치는 상황 전달이 될 수도 있었다. 한편 김세희 작가의 오늘은 현 시대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 전망 없음을 세련되고 정제된 작법으로 구사하여 남다른 완성도를 보인, 이를테면 좀 더 미학적 각도에서 접근했을 때 문학의 본령에 제일 근접해 있었으며 이 바닥없는 상실의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 모음이었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한정현 작가의 『줄리아나 도쿄』는, 나는 서로 전혀 다른 이유로 매력을 느꼈지만, 우연하게도 두 작품 공히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비롯하여 그들 사이의 관계 회복과 연대를 중점적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한쪽은 SF 세계관을 주요 무대로 삼아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기술에 매몰되지 않는 따뜻한 정서를 펼쳐 보이면서 지난 한 해 내내 독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은 단편집. 다른 쪽은 소수의 마니아 독자들에게 알려졌으며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소재로 과거의 노스탤지어가 현재의 관계 형성으로까지 이어지는, 리얼리즘에 가까운 장편소설. 미래의 문학이 갈 것 같은 길과 가야 할 길을 고려할 때 이중 어느 한쪽의 손만 들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공동 수상이 갖는 여러 위험성과 직무 유기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싶다. —구병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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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소설가의 훌륭한 첫 책들을 떠받치는 두 기둥은 열기와 용기다. 완강한 현실과 당당히 맞서는 뜨거움과 미래로 과감히 달려가는 용감함을 가진 작품은, 설사 충분한 완미함에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오히려 생생하고 싱싱해진다. 심사위원들은 신예들을 대상으로 한 상으로 거듭난 ‘오늘의 작가상’이 바로 그런 장점에 대한 유감없는 환호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공유하면서 나 역시 두 명의 젊은 작가, 김초엽과 한정현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하는 데 동의했다.

두 작가가 그들의 작품에서 보여 준 고민의 깊이와 실험의 넓이는 동시대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독자에게 선물하여 공동체의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는 데 기여한다. 내일을 상상하는 일은 오늘의 세태를 정밀 묘사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문학은 현실의 거울이기도 하지만 때로 환상의 스크린이 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들은 흥미로운 과학적 가설로 무장한 명석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의 진가는 너무도 인간적인 인물들의 자기 성찰과 자기 극복의 아름다움을 설득하는 데 있다. 상처와 실패를 딛고서도 기어코 어디론가 나아가고자 애쓰는 인간을 연민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김초엽의 소설에서 ‘우주먼지’로 태어났지만 그 이상의 삶을 꿈꾸는 독자는 응원과 위로를 얻는다. 그의 소설과 더불어 저 빛나는 별들의 기원이 사실 ‘우주먼지’라는 것을 우리가 오래도록 곱씹게 되기를 바란다.

한정현의 『줄리아나 도쿄』는 사랑이 만든 폐허를 폐허로서 정직하게 응시하면서도, 또 다시 사랑 안에서 구원받고자 하는 인간의 불가피한 소망을 지지하며 희망의 말을 건넨다. 연애서사라는 메인플롯에 사랑의 힘과 가능성을 상징하는 역사적 에피소드들을 병렬적으로 삽입함으로써, 동시대의 시간 축을 100여 년 전까지로 확장해 보려는 문헌학적 시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적의와 혐오가 만연하는 세계에서 연대의 방공호를 꾸리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같은 희망으로 연결되고 싶다는 갈망을 재확인한다. 이 상이 사람만이 사람에게 의지이자 기적이 될 수 있다는 이 소설의 전언에 대한 독자의 지지로 읽히면 좋겠다.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연대는 기만이거나 위선이라고 믿는 냉소적인 이들은 이 소설들에서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환상만을 볼지 모르겠지만, 미래는 언제나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환상을 좇는 이들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미래를 살고 싶다. 앞으로 우리는 ‘오늘의 작가상’을 통해 대안적 ‘오늘’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결국 이 상은 ‘미래의 작가상’이 될 것이다. —신샛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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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은 재밌었다. 다양한 설정이 섞이면서 증폭되는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재미가 상당했다.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대사도 장면도 좋았다. 처음 읽은 작가의 첫 책이 이런 즐거움을 줄 수 있다니 놀라웠다. 다음 소설이 보고 싶었고 『유령해마』를 주문했다. 『이를 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는 작가의 다채로운 빛깔의 글쓰기 스펙트럼을 보는 것 같았다. 감각과 표현, 이야기하는 방식의 다양함이 ‘읽기’를 재밌게 했고 동시에 ‘쓰기’에 대해, 그 새로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만한 나날』을 다 읽고 마음과 머리에 남은 하나의 감상은 ‘완성도’였다. 소설 한 편 한 편이 다 달랐지만 그것들을 일관되게 엮고 관통시키는 작의가 보였다. 소소하고 디테일한 ‘나의 일상’과 ‘우리 시대’의 김세희식 발견이 보였는데 그것이 좋았고 고마웠다. 『줄리아나 도쿄』는 이야기에 작가의 고유한 언어와 인식, 미학이 만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 주는 소설이었다. 이야기 그 이후, 혹은 그 너머를 보여 주고 시도하는 소설이었다. 이해하기에 앞서 느낌과 인식이 먼저 다가왔는데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어떤 좋음이 읽는 내내 기운처럼 전해졌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어쩌면 당분간 김초엽이라는 이름을 계속 듣고 전하게 될 거라는 예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상상과 근거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사람의 마음과 감정에 이르게 하는 소설이었다. 그 온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계속 생각했고 그 생각에 빠져 있는 상태가 좋았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좋음’과 ‘의미’를 갖추고 있는 소설들을 ‘더 좋음’ 과 ‘더 나음’의 기준으로는 순서를 정할 수가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오늘의 작가상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키워드는 ‘시대’ ‘시도’ ‘오늘’이었다. 나는 이 단어를 조합해 ‘자기만의 소설적 시도로 시대를 담아내는 오늘의 작가.’라는 의미와 기준을 정했다. 그 기준으로 다시 긴 대화를 나누었고 결과적으로 두 작품을 선정했다. 『줄리아나 도쿄』 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작가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다음 소설도 빨리 부지런히 써 달라는 부담도 안겨 주고 싶다. —정용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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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학, 문학의 오늘

“한국문학은 지금 축제와 같다.” 얼마 전 한국문학 관련 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추가 질의에 답하면서 “한국문학은 세대교체에 성공한 듯 보인다.” 비슷한 말도 했다. 세대교체. 축구 국가대표 관련 보도에서만 듣던 말을 입 밖으로 뱉고 나니, 무언가 생경했다. 하지만 정말 그렇지 않은가. 작가들의 ‘첫 책’을 대상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심사하면서 다시금 ‘세대교체의 성공’을 실감했다.

첫 책으로서의 시도

김초엽 작가는 첫 등장 이후부터 빠르게 주목받았다. 그의 첫 책인 SF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이 출간된 후부터는 마치 가속도가 붙은 듯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 닿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왜일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휴머니티(인간성)의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가 유토피아이든 디스토피아이든,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 작가는 잊지 않는다. 최근 김초엽 작가는 한 문예지의 작가소개에 다음과 같이 썼다.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 글을 쓰지만, 거의 항상 실패하는 것 같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이 작가가 앞으로 시도할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가 더 부풀어 올랐다.

한정현 작가의 책 『줄리아나 도쿄』는 젊은 작가의 첫 장편으로서는 드물게 묵직한 시도를 밀고 나간다. 한주와 유키노, 두 인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교감하고 연대하는 이야기가 역사적 배경과 엮이며 전달된다. 나는 이 책을 소설의 배경인 도쿄의 진보초와 긴자를 오가며 읽는 기회를 누렸다. 잡으면 깨질 듯, 녹아 내릴 듯 연약한 이들의 마음은 내가 감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이라 읽는 도중 허공에 눈길을 둔 시간이 잦고 길었다. 시끄럽고 화려한 도시, 도쿄와 부산에서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무게 추를 두고 소설을 끝까지 마치고야 만 한정현 작가에게 앞으로도 큰 지지를 보내고 싶다.

오늘이라는 시대

‘오늘의 작가상’은 ‘지금 바로 이 시대’를 말하는 작가와 작품에게 주어지는 게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책은 각각 현재보다는 과거(한정현)와 미래(김초엽)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심사 이후 깨달았다. 그럼에도 심사위원 전원은 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오늘을 발견했다고 할 수 있다. 심사 중 뽑아낸 ‘시대와 시도’라는 키워드에 우리는 힘을 실었고, 신중한 고민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의 오늘은 과거와 미래와 분리될 수 없기에, 이전의 아픔을 보듬고 미래의 가능성을 더 따듯한 온도로 점쳐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두 작가의 손을 함께 잡아본다. 지금 이 축제의 현장에서 두 작가에게 축하와 축복을 보낼 수 있어 영광이다. —차경희(서점 ‘고요서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