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상

1977년 1회 수상자 한수산을 시작으로 이문열, 정미경 등 한국문학의 거장의 탄생을 함께했고, 2차 개편으로 통해 구병모, 조남주 등의 젊은 작가를 주목한 <오늘의 작가상>이 부분 개편을 통해 오늘의 담보할 수 있는 젊은 작가에게 보다 너른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이는 한 작가의 문학 세계가 시작됨을 알리는 ‘첫’ 성과에 박수를 보냄으로써 시대의 정신을 예민하게 수렴하는 상의 취지를 분명히 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한국 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생애 첫 단행본에 수여하는 <오늘의 작가상>이 젊은 작가에게는 따뜻한 격려가 되고, 오늘의 독자에게는 겸허한 안내자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당선작 : 구병모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길』(문학과지성사, 2015)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구병모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길』은 작품집이다. 상상적 허구의 세계와 표독스러운 현실을 엮어내는 구병모 작가의 특징과 개성, 장점이 모두 담겨 있다. 있을 법한 상상적 사건이 현실을 파고들 때, 그녀의 소설제목인 식우처럼 일상의 견고함이 부식되고 무너진다. 구병모 소설의 힘도 그러하다. 어느 새 젖고, 녹아든다.-강유정(문학평론가) 


현실과 일상이라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 된 걷기 쉬운 길이 아닙니다. 단단한 현실인줄 알고 발을 딛는 순간 현실과 일상이라는 괴물은 무너져버리고 질퍽한 콘크리트 반죽으로 바뀝니다. 조금만 멈칫거리면 어느새 굳어가는 콘크리트에 발목이 잡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립니다.
환상과 은유 쪽에 발을 딛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은 안개가 자욱하고 발밑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길입니다. 무게 중심을 조금만 그쪽으로 기울이다 보면 환상이 주는 안락함에 미혹 돼 다시는 현실로 발을 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병모는 길을 잃지 않고 현실과 환상이라는 두 갈래의 길을 모아 씩씩하게 뚜벅뚜벅 자기 길을 걸어 나갑니다. 그 애처로움이 그 많은 비명 속에서 조금 더 아프고 힘들다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제가 그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언젠가 그가 그 끝에 도달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그를 지지합니다. -박대일(편집인)


이 소설집의 매력은 단편 「이창」에 집약되어 있다. 흔히들 소설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묻곤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을 모방하는 것이며 훔쳐보는 것이라고. 구병모 작가의 능수능란함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며, 사람들을 만나며,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런데 그것은 진실일까? 혹여 주관적인 기준으로 객관을 평가하지는 않을까. ‘근사(近似)하다’라는 말을 우리는 ‘멋지다’라는 말과 동일시하는데 사실 뜻은 ‘그럴싸하게 괜찮다’이다. 소설이란 게 있을 법한 허구의 이야기라면 그야말로 근사한 게 된다. 구병모 작가는 정말이지 근사한 소설을 쓴다. 그것이 동화를 이용한 이야기이든, 폭력과 삶에 관한 이야기이든.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정말이지 삶에 대한 근사한 이야기다.-박성원(소설가)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일상이 되어버린 디스토피아를 살아가는 자들이 삶에 대처하는 방식을 독특한 언어로 그려낸다. ‘환상보다 참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는 굴욕의 시간을 죽자고 견디거나, 외면하거나, 옆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거나, 심지어는 다른 종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얼핏 환상성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벽화의 틈으로 종적을 감추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덩어리의 괴물이 집 안에 머물거나 사람이 덩굴식물로 변하는 등의 섬광 같은 환상 옆에서 펼쳐지는 일상은 징그러우리만치 현실적일 뿐이어서 더 두렵다.
이 소설집에서 집요하고 차진 언어는 가열찬 오븐처럼 작동한다. 환상과 욕망과 현실을 특유의 레시피로 버무려 넣고 타이머를 맞추어두면 처음보다 더 생생하게 복원된 현실을 토해내는. 구병모는 이 위에 점성이 있는 초록의 액체를 한 국자 끼얹어 섬뜩하도록 차가운 요리를 완성해 내었다.-정미경(소설가)


그것이 나만이 아니기를』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세 시간이 넘는 긴 심사였지만 결정되고 보니, 새롭게 출발하는 <오늘의 작가상>에 잘 어울리는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사포처럼 쏟아 내는 긴 호흡의 문장은 구병모 소설이 세상으로부터 포착한 징후일 것이다. 그 집합적인 목소리들의 징후 사이로 이야기를 직조하고 뿜어내는 힘은 정말 거침이 없다. 개인 서사의 축소가 한 경향이 되어가는 시대에 구병모의 소설은 주목할 만한 새로운 가능성의 도착이 아닐까 한다. 수상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정홍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