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원제 私語辭典 : A Private Glossary

유미리 | 옮김 김난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4월 24일 | ISBN 89-374-0340-4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184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남자, 비밀, 헤어짐, 욕망, 은밀한 기억, 스쳐간 삶과 사랑을 고백하는 유미리의 에세이.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 풍부하게 묘사되어 있는 특별한 사전이다. 47가지의 낱말에 얽힌 이야기를 모은 이 에세이집에 작가 유미리의 지난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집자 리뷰

작년 연말 만삭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당히 미혼모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지난 1월 아들을 낳아 다시 한 번 매스컴의 주목을 끌었던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의 에세이『훔치다 도망치다 타다』가 출간되었다.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는 44개의 장에, 47개의 낱말에 얽힌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빠찡코 지배인이었던 아버지, 술집에 나가며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났던 어머니, 포르노 배우가 된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 친구들에게 이지메을 당했던 이야기들, 가출과 자살 기도를 일삼았던 학창 시절, 성에 눈떠 가던 사춘기의 기억, 남자들이 건네주는 열쇠를 받아 이 집 저 집 전전했던 날들, 남자들과의 사랑과 헤어짐, 자기가 바라보는 소설가로서의 유미리 등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재미있는 테마들과 엮어 진솔하게 써나간 에세이들이다.
유미리는 1968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났다.(유미리의 외할아버지 양임덕은 손기정과 함께 한국 육상계를 대표했던 중장거리 선수였다.) 파탄이 난 가정(그녀의 어머니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 아버지에게 건네주었고 아버지는 도장을 찍지 않은 채 아직도 그 서류를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에서 성장하며 방황하던 중 위스키를 마시고 겨울 바닷가 낭떠러지에서 투신 자살을 기도한 뒤부터 거듭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하던 중에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부모의 별거에 따른 불행했던 유년 시절과 재일 한국인으로서 살며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은 이후 유미리의 문학적 작업에 무한한 소재를 제공하게 된다.
그는 고등학교 중퇴 후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하다가 1993년 희곡 「물고기 축제」로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최연소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1996년에는 장편소설 『풀하우스』로 이즈미 쿄카상과 노마문예 신인상을 연달아 수상했으며, 1997년에 『가족 시네마』로 재일교포 작가로는 세번째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박철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던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가족 시네마』는 어긋나고 깨어진 가족들 사이의 관계를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주며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물었던 작품이다.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후 계획되었던 \’저자 사인회\’ 등의 행사가 유미리가 재일교포임을 트집잡은 일본 극우파들의 테러 협박 때문에 무산되는 일이 벌어져 \’일본의 루시디\’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1999년에는 14세 소년이 연쇄 살인을 저질러 충격을 주었던 고베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골드러시』가 베스트셀러가 되며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올초 출산을 한 이후로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집필 생활을 하고 있다.  유미리의 기타 주요 작품으로는 『타일』, 『골드러시』, 『가족 시네마』, 『이지메의 시간』, 『물가의 요람』, 『풀하우스』, 『창이 있는 서점에서』 등이 번역되어 있다.
유미리는 진지한 노력가로 알려져 있다. 여섯 살 때부터 밤에 묘지를 찾아가 죽은 자들과 대화하며 문학세계를 닦았다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그는 고전, 현대, 추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며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는 도스토예프스키를 꼽는다.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 죽음과 구원을 가장 훌륭히 형상화한 작가이므로.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는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에 연재했던 에세이들을 모은 책인데 히라가나 순 44개의 장으로 꾸민 사전(glossary) 형식의 책이다.
유미리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글을 쓰는 인간으로서 나는 나만의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기묘한 정열을 품고 있다. 예컨대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네살짜리 꼬마도 알아듣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마음\’, \’이성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피를 흘릴 만큼 타자에 관여하는 일\’은 아닐까.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어서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사랑이라는 말의 전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사전 속의 언어는 항상 생의 총체 속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삶으로 나만의 사전을 만들기로 하였다.\”
 여자, 남자, 둘, 헤어짐, 성욕, 도망치다, 거짓말, 망상, 술, 속물 근성 등 유미리가 뽑은 47가지 낱말들, 무릎을 치게 하는 풀이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때로는 애틋하고 슬프고 때로는 유쾌하기 그지없다.
\”어떤 유의 남자들은 여자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착각. 아내가 남편의 주머니 안에서 발견했을 때는 혼란\”은 어떤 낱말에 대한 설명일까? 답은 보조 열쇠. \”없이는 살기 어려운 인생의 향신료. 때로는 흉기로 화하고 때로는 진상으로 화하여 제멋대로 활보한다\”는 것은? 거짓말과 소문. \’술\’은 \”마시지 않는 사람은 한 가지 이상의 인생을 살 수 없다. 너무 마시는 사람은 또 하나의 비참한 인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결혼\’은 \”붕괴해 가는 공동 환상의 하나. 이혼이 쉬워진 까닭에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은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다\”라고 풀이된다. 그럼 이 책에 \’유미리\’라는 항목을 넣는다면? 작가는 \”어리지만 몸 속에 인생을 지나칠 정도로 채워넣기 위해, 토해 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행한(작가가 된 것만은 복받은 일이다.)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알몸」「먹다」「아내」「유방」 같은 장에서의 극히 사적인 이야기에서부터 「라면」「황태자」「야구」 등에서 보이는 시사적인 풍자들,  「고양이」「훔치다」「타다」「둘」「면회」「헤어짐」 등이 보여주는 삶의 아기자기한 의미 찾기에 이르기까지 유미리의 번득이는 재치는 끝없이 이어진다. 글을 쓰며 워드 프로세서 부수기를 밥먹듯이 하는 특이한 집필 습관, 집에 전화를 두지 않기, 모자에 대한 기이한 집착, 지금은 아기 엄마가 되었지만 \’아이\’와 \’결혼\’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던 상처들을 마주하다 보면 유미리라는 재능있고 매력적인 작가와 밀월을 즐기고 난 감흥을 얻게 될 것이다.

목차

1. 보조 열쇠2. 인도3. 전화4. 여자.남자5. 둘6. 애완동물 기르기7. 먹다8. 성욕9. 거짓말.소문10. 고양이11. 알몸12. 점쟁이13. 훔치다14. 도망치다15. 타다16. 이름17. 유방18. 황태자19. 술20. 비밀21. 결혼22. 기자.교사23. 무일푼24. 아내25. 속물 근성26. 야구27. 담28. 망상29. 욕망30. 눈31. 귀32. 이33. 구두34. 복도35. 수치심36. 동성애37. 부랑자38. 리(利.離)39. 라면40. 모자41. 영(靈)42. 면회43. 폐막44. 헤어짐작가 후기

작가 소개

유미리

빠징코 기술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로 실어증, 어머니의 호스테스 생활, 별거, 자살기도, 퇴학 등으로 힘들고 비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던 유미리는 학교에 다니면서 특별한 문학수업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가벼운 자폐증을 보일 정도로 온통 동물 기르기, 책 읽기 등 혼자 하는 취미에만 빠져 있었던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구구단조차 잘 외우지 못했다. 그러나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집안으로 시집가기를 간절히 원하던 어머니의 덕분으로 명문 중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결국 고등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퇴학 후 집에서 2년여 동안 칩거하면서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빠졌다. 읽으면서 좋은 문장이 있으면 노트에 옮겨 적는 일을 반복했는데 도스토예스프키의 『죄와 벌』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옮겨 적기도 했다.

그의 작품 주인공들은 대부분 재일동포들이지만, 재일동포 문제를 다룬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출신이 한국일 뿐, 보편적 인간으로서, 혹은 일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인간적, 실존적 문제들이 그가 추구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귀화할 생각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도쿄 시내 시부야에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전화는 절대로 받지 않고 외부와의 연락은 팩스가 대신하고 있다. 그는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지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일생 혼자이고 싶으며, 소설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왔으나 2000년 미혼모로 아들을 낳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2년 3월 마라토너였던 외할아버지의 운명을 좇아 ‘동아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 42.195킬로미터를 4시간 54분 22초라는 극적인 시간대에 완주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동시 연재소설(동아일보-아사히 신문) 「8월의 저편」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김난주 옮김

 

1987년 쇼와 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오오쓰마 여자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일본 문학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타일』, 『티티새』,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하얀 강 밤배』, 『슬픈 예감』, 『아르헨티나 할머니』, 『왕국』, 『해피 해피 스마일』 등과 『겐지 이야기』, 『훔치다 도망치다 타다』, 『가족 스케치』, 『천국이 내려오다』, 『모래의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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