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거부로 이어진 자유와 치열한 양심의 시인 김수영을 기리기 위하여 1981년 제정된 김수영 문학상은,제1회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제2회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제3회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비롯하여, 최승호 <고슴도치의 마을>, 장정일 <햄버거에 대한 명상>, 그리고 1990년대의 유하 <세운 상가 키드의 사랑>, 나희덕 <그곳이 멀지 않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인들에게 활발한 시작 활동의 장을 열어주었다.2006년부터 김수영 문학상은 기성 시인은 물론 미등단의 예비 시인들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어놓기로 하였다. 넘치는 패기와 신선한 개성으로 한국 시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시인들의 관심과 응모를 바란다.
당선작: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백주은 시집
프란츠 카프카는 이렇게 말했다. <대상이 없는 곳에서 언어의 도끼는 헛돈다.> 백주은이 다루는 시의 대상은 어두운 현실이다. 한국의 현실, 세기말의 현실, 지리멸렬하고 절망적인, 타락했으나 아무런 구원의 희망이 없는, 기분 나쁜 꿈 같은 현실, 그렇지만 견뎌 내야 하는 현실에 그는 언어를 들이 댄다. 그 언어는 무시무시한 도끼가 아니라 날개 달린 도끼, 혹은 부리 뾰족한 새를 닮았다. 산문적인 느낌을 주는 가벼운 언어들로 그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쪼아 댄다. 물어뜯지 않고 쪼아 대기, 쪼아 대면서 절망의 두께 확인하기, 그리고 유머와 농담과 비아냥거림으로 지저귀기, 그의 시는 재미있게 읽힌다. 그는 뛰어난 화술을 갖고 있다. 화술이 그의 시를 움직이는 커다란 날개이다.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