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거부로 이어진 자유와 치열한 양심의 시인 김수영을 기리기 위하여 1981년 제정된 김수영 문학상은,제1회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제2회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제3회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를 비롯하여, 최승호 <고슴도치의 마을>, 장정일 <햄버거에 대한 명상>, 그리고 1990년대의 유하 <세운 상가 키드의 사랑>, 나희덕 <그곳이 멀지 않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인들에게 활발한 시작 활동의 장을 열어주었다.2006년부터 김수영 문학상은 기성 시인은 물론 미등단의 예비 시인들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어놓기로 하였다. 넘치는 패기와 신선한 개성으로 한국 시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시인들의 관심과 응모를 바란다.
당선작: 「캣콜링」 외 54편, 이소호
이 시집에서 우리는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경진이의 탄생”을 목도한다. 가부장제의 지붕을 폭파할 듯이 경진이가 울어 젖힌다. 키득거리는 웃음의 파괴력도 만만치 않다. 스스로를 맹랑하게 조롱하면서 허위의 옷을 찢고, 날카로운 아이러니의 칼 속으로 투신하여 기꺼이 찔린다. 2018년산 ‘고백의 왕’은 성폭력의 유구한 전통과 끔찍한 일상성을 폭로하면서, 이 고백의 연출자이자 동시에 여러 명의 등장인물로서의 미적 주체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새로운 ‘고백의 왕’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김행숙(시인)
이 원고 뭉치에 실린 시들의 조직된 격정은 읽는 이의 망설임과 주저 속으로 단도직입적으로 밀고 들어와 읽기 전으로는 돌이킬 수 없을 충격을 일으키고 상흔을 남긴다. 그런 점에서 한편 몹시 폭력적이라 할 것인데, 이 폭력성은 시 속의 목소리가 이미 호되게 경험하고 다시 구성해 낸 것들이다. 그 공격적이고 거칠면서도 지적으로 배치된 시의 배면에서 꽝꽝 울리고 있는 목소리는 한국 시사 전체를 통틀어 그 누구보다도 김수영이, 신문과 시장에서 배운 언어로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화급한 격정을 냉정하게 조직하고 정확하게 배치하는 일이야말로 김수영의 이름 아래 한국 시가 얻은 ‘시적인 것’의 내용이니, 「캣콜링」 외 54편은 우리 문학에서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각인해 온 고백적이고도 극적이며, 격정적이고도 이지적인 시인의 계보를 이을 적자라고 판단했다.
정한아(시인)
시집을 꿰뚫고 있는 분명한 주제 의식이 이 세계가 은폐하고 있던 단단한 장막을 걷어 내고, 겹 화자 경진이가 토해 내는 고통과 저항과 폭로의 목소리는 폭력의 세계를 남김없이 드러내고,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거침없이 고발한다. 시인은 꾸밈과 수식을 제거한 얼음송곳과도 같은 문장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부수어 버리고 거침없이 직진하며, 다양한 화자-피해자-예술가의 입에서 나온 증언들과 고백, 폭로의 발화를 백지 위에 과감히 활보하게 하면서, 가차 없이 폭력의 중심부를 강타하고, 그 실체를 드러내고, 뿌리에 비판을 감행한다.
조재룡(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