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47호 (2024.4.~2024.5.)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4년 4월 1일 | ISBN 25-083-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78x258 · 268쪽 |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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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커버스토리: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까?

* 장강명, 예소연 신작 단편소설

* 권혜영 경장편 소설

* 시인 이제니, 코미디언 문상훈 인터뷰

* 이수희 만화

 

편집자 리뷰

■ 보통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

‘정치 참여’라는 말은 신기루 같다. 있는 건 확실하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점에서. 불안정한 대기와 굴절된 빛이 왜곡을 만들어내듯 제각기 굽은 미디어와 믿을 수 없는 정보는 정치 참여라는 단어를 한껏 오염시킨다. 그럼에도 정치 참여에 대한 관심은 놓을 수 없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문학의 영역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인식에서 시작해 해결로 나아가야 한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숱한 이슈들이 들불처럼 번지는 지금, 정치 참여에 대한 당장의 질문과 근원적 질문들에 답해 본다.

포문을 여는 것은 ‘청년 정치’다. ‘청년 정치인’은 끔찍한 혼종으로 취급받는다. 비평가 강덕구는 1986년생 강의석을 소환한다. 2004년, 종교의 자유를 외치며 재학 중이던 고등학교의 채플 수업을 거부한 채 단식투쟁을 이어간 그는 이후에도 몇몇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다 오늘날 제도 정치에서는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됐다. 강덕구는 사람들 눈에 ‘별종’으로 각인된 그의 ‘개인적인’ 정치 참여에서 오늘날 청년 정치인의 원형을 발견한다. 자기 자신을 정치적 의제의 간판이자 투쟁 현장으로 만드는 ‘나르시시즘적 태도’가 그것이다. 자신을 정치적 스펙으로 만드는 청년 정치인의 난립은 이념과 괴리된 정치에서 자산이라고는 진정성뿐인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 청년 정치인들에게 면면이 이어지고 있는 20년 전 강의석의 나르시시즘은 이념에 기반하지 않는 오늘날의 정치가 맞닥뜨린 정치 현상이기도 하다.

청년 정치의 정반대 모습은 ‘정치 낭인’과 ‘여의도 2시 청년’에 있다. 입사에 비유하면 정치인 되기는 그야말로 ‘깜깜이취업’에 가깝다. 정치인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기란 불가능처럼 보인다. 근로 소득자로 회사에 소속된 채 정치에 참여했다 깊이 상처받고 돌아온 김금비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실 감각 있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일의 중요성, 국회의원에 가려진 다양한 정치 참여자의 역할을 소개한다.

선거는 유권자인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제대로 된 요구를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나의 정치적 욕구와 입장’이다. 『우리 회사 헌법 만들기』의 저자 조현익은 자신의 정치적 욕구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짜증’이라는 감정에 주목한다. 순간적이고 사소한 감정으로 여겨지는 짜증에는 불편함과 불합리함이라는 사안의 본질과 그 개선을 위한 실마리가 있다. 행정학 연구자 이도현은 정치인과 유권자의 관계를 뒤집어 본다. 지금의 정치인을 만든 건 유권자라는 사실에 주목해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유권자가 어떻게 ‘괴물’ 정치인을 만드는지 투시하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정치를 외면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이제는 입법 시민이 되어야 할 때다. 전직 국회 보좌관이자 『법 짓는 마음』의 저자 이보라는 지금이야말로 ‘준법 시민’만이 아니라 ‘입법 시민’으로 거듭날 적기라고 강조한다. 국회 재직 시절 청와대 국민 청원을 중심으로 이뤄진 국회법의 대대적 개편과 ‘n번방 방지법’은 이미 ‘입법 시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한편, 그것이 교과서에만 나오는 비현실적 사례가 아님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은 입법을 현실화하는 데 꼭 필요한 힘이다. 야생동물 재활관리사 김봉균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야생동물의 삶을 지켜보고 끊임없이 공론화한 시민들 덕분에 지속적인 연구와 실질적 변화가 이뤄졌던 경험을 들려준다.

함께하는 방식에도 역동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인권운동가 미류는 미래로 유예된 화두인 기후, 젠더, 가족 등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8개 시민단체를 ‘체제 전환 운동’으로 모았던 경험에서 성찰의 단서를 발췌해 보인다. 다른 고민을 품은 이들이 모여 탄생한 뜻밖의 교차점이 공동체의 살아 있는 움직임을 만든다. 그 움직임에서 정치 참여란 말을 신기루로부터 지켜주는 힘이 나올 거라는 데에 희망을 걸어 본다.

 

■ 장강명, 예소연, 권혜영 신작 소설

이번 호 《릿터》는 어느 때보다 더 ‘소설 독자’들의 취향에 맞춤하다. 「알바생 자르기」, 「현수동 빵집 삼국지」 등 그간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소설 속 장면들로 생생하게 기록해 온 작가 장강명이 신작 단편소설 「센터」를 발표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남성의 목소리로 문과생 “찐따 흙수저”의 스타트업 체험기를 들려주는 「센터」는 혁신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이상’한 노동 현장을 통해 고용 현실의 단면을 풍자한다. 예소연 단편소설 「그 얼굴을 마주하고」는 스스로 낙오를 선택했던 “아주 사소한 시절” 속의 ‘나’를 회상한다. 서로를 염오하며 끔찍한 생활을 반복하던 10대 무렵의 차가운 방황에는 아직 삶을 열망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청춘들의 비밀스러운 기억이 은밀하게 꿈틀거린다. 권혜영 경장편소설 「소금과 설탕의 낙원」은 “모두가 평등하게 시간을 써서 노동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세부적인 규칙들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감호소 치하의 나라에서 혁명을 꿈꾸는 자들이 미래를 벌이는 소설이다. 첫 소설집 『사랑 파먹기』에서 누운 채로도 살 수 있는 방법에 골몰하며 새로운 삶의 질서를 발명하려 하려던 인물들이 이번엔 ‘느긋한 도발’의 인믈들로 등장하는 듯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이들의 혁명이 독자들을 새로운 혼란으로 초대한다.

 

■ 새벽과 음악의 시인 이제니 인터뷰

지난 1월, 첫 산문집 『새벽과 음악』을 출간한 시인 이제니를 거제도에서 만났다. 거제도는 이제니 시인이 사는 곳으로, 인터뷰는 시인이 종종 낯선 감각을 필요로 할 때 찾는다는 카페 ‘외도널서리’에서 이뤄졌다. 산문의 테마인 음악과 침묵, 새벽에 관한 이야기는 화제가 바뀐다는 기척도 없이 시에 대한 이야기로, 새벽 거리를 혼자 거닐며 시를 쓰곤 했던 10대 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거제도 곳곳을 탐험하듯 다니며 어둑하고 모호한 새벽 풍경을 경험하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언어에 대한 불안, 언어의 허물어짐을 의식하는 자의 글쓰기, 생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경험 등 어느 때보다 리듬감 있는 대화가 섬의 운율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 코미디언 문상훈 인터뷰

한국지리 일타강사 문 쌤, 푸바오 소식을 전하며 눈물을 터뜨리는 기자 문상, 아이돌 강하, 브이로그 찍는 문 이병……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프론트맨 문상훈에서 「D.P.」「닭강정」「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배우 문상훈까지, 시를 좋아하고 시집을 선물하는 독자 문상훈에서 에세이집을 출간한 저자 문상훈까지, 코미디언 문상훈이 꿈의 지평을 넓혀 가는 과정엔 언제나 책이 함께했다. 진은영 시집, 김승옥 단편소설, 김중식 시에 대한 대화에서 비춰지는 문상훈은 낮과 밤 사이, 울음과 웃음 사이의 균형감을 누구보다 잘 유지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지망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문상훈과의 대화에는 ‘되어 가는 사람’의 감수성이 사라지지 않을 진행형으로 자리한다.

 

■ 이수희 만화 연재 시작

만화 연재가 시작된다. ‘첫 책을 내는 기분’에서 인터뷰어로 활약한 만화가 이수희의 신작 만화「인형의 시대」다. 가짜에게도 진짜와 같은 생명과 자아가 생긴다면 어떨까? 인형이 살아 숨 쉬는 인형의 시대를 매회 다른 인물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사랑스러운 그림과 재치 있는 대화 뒤로 깔린 농담 같은 상상이 은근히 가려진 진실들을 하나둘 풀어낸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목차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까?

10 — 14 강덕구 ‘청년 정치’라는 고약한 농담 – 나르시시즘의 시대, 정직하게 정치하기?

15 — 22 김금비 여의도 서사 – 정치 참여의 현실과 환상

23 — 28 조현익 짜증이 올라오는 곳에서 정치하자

29 — 33 이도현 선거를 잘하는 방법

36 — 40 이보라 준법 시민만 하지 말고 입법 시민이 되자

41 — 46 김봉균 비인간 생명체를 위한 정치

47 — 52 미 류 ‘우리’가 되어 가기, 새로운 정치의 시작

 

55 Essay

56 — 60 정은귀 나의 에밀리 10회

61 — 64 서이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회

65 — 71 조무원 국가를 감상하는 법 4회

 

81 Interview

74 — 88 이제니 X 강보원 목소리를 위한 침묵들

90 — 100 문상훈 X 이은선 웃음과 밤의 온도 차

 

105 Short Story

106 — 137 장강명 센터

138 — 157 예소연 그 얼굴을 마주하고

 

159 Novel

160 — 214 권혜영 소금과 설탕의 낙원

 

219 Poem

220 — 222 이지아 미학성

223 — 223 박판식 마음의 편지

224 — 225 장혜령 도시의 역사

226 — 226 윤의섭 곡예

 

229 Review

230 — 235 김희선 『제네시스』『세포의 노래』

236 — 239 심진경 『파쇄』

240 — 243 김지현 『이처럼 사소한 것들』

 

245 Comics

246 — 262 이수희 인형의 시대 1회

 

264 — 265 Epilogue

작가 소개

민음사 편집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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