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35호 (2022.4.~2022.5.)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4월 1일 | ISBN 97-7250-8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78x258 · 332쪽 |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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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커버스토리: 조용한 혁명
* 소설가 김연수 인터뷰
* 『나의 덴마크 선생님』 의 정혜선 X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의 심혜경 인터뷰
* 배우 이청아의 책 이야기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문학 세계

편집자 리뷰

Editor’s Note
영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는 2차세계대전 직전, 체코 영토를 두고 영국과 독일의 협정이 맺어졌던 일을 다룬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인물은 각 나라의 외교관으로 일하는 파울과 휴다. 두 청년은 과거 옥스포드 동창으로 시대와 정치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도 허물없이 나누던 사이였지만, 영국인인 휴가 독일인인 파울을 보기 위해 마지막으로 뮌헨에 왔을 때 파울이 히틀러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 이후 오래 만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나치의 잔인성을 깨달은 파울은 협정에 가리워진 히틀러의 진짜 목표를 알리고 그의 계획을 막고자 옛 친구 휴에게 접선을 요청한다. 두 청년은 삼엄한 감시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그 일을 수행한다. 그리고 모든 시도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파울은 히틀러와 독대할 순간을 기다린다. 재킷 안주머니에 총을 숨긴 채.

이것은 영화이지만, 두 청년이 모색한 일의 결과를 아마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파울은 히틀러를 쏘지 못했고, 2차세계대전은 일어났다. 그러나 거기에, 혁명은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혁명은 휴와 파울의 얼굴로 나타난다. 희망과 도취, 후회와 감내, 믿음과 불신, 망설임과 결심. 누군가는 이 사건을 실패한 혁명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혁명의 시작이라고 부를 것이다. 무수한 혁명의 역사를 까맣게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겪지 못한 혁명의 흔적까지 찾아내어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부류였나.

《릿터》 35호 커버스토리는 ‘오늘날의 혁명’을 다룬다. 비건의 삶을 지향하고 동물권 활동을 지속해 온 북 디자이너 유진아는 미래의 생태와 동물권에 대해 쓴다. 현재의 동물원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이 아닌 동물 본연의 모습대로 살아가게 하는 공간, 생추어리를 소개하며 동물원에서 생추어리로, 더 멀리는 생추어리마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한다. 지방의 경우는 어떨까? 청년 농부 서와는 당도할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농촌에 ‘있는’ 청년의 삶을 보여 준다. 기후 위기를 가장 생생하게 느끼고, 또 그 기후 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설 힘도 밭에 있음을, 밭에 다양한 품종을 심는 일은 지구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그리고 더 많은 청년들이 밭으로 오는 장면을 꿈꾼다.

초등학교 교사 하영은 그가 목격했고 시도한 학교의 혁명을 돌아본다. 학교에 대한 기억이 체벌과 그에 대한 공포뿐이던 예비 교사가 ‘스쿨미투’ 혁명을 만난 뒤, 학내 문화를 성찰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품게 되기까지. 학생들에게 ‘-님’이라고 부르고 존대하기부터 학급인권선언문 함께 쓰기까지. 익숙한 학급의 제도를 변화시키는 일, 그건 혁명이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생애문화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전희경은 현재의 돌봄 노동 제도에 요구되는 것들, 현실적 변화와 더불어 혁명적 마음에 대해 고민한다. 아픈 사람을 아픈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 노인들의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그들의 속도 자체로 지켜보는 마음 같은 것. 그리하여 특별한 몇몇이 아니라 모두가 평범하게 늙고 아프고 돌봄을 받기를 염원한다.

김사과, 이희주, 임현석 세 명의 소설가는 미래의 부동산, 관계, 일자리에 대한 상상을 펼친다. 아무도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 세계, 애착이든 집착이든 애정을 지닌 관계와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세계,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그려낸 소설들은 그 자체로 전복적이어서, 이 또한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상상해 낸 세계가 마냥 아름답게 여겨지지도, 깔끔하게 맺음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혁명을 닮았다.

연재 중인 에세이들 역시 혁명의 여러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첫 회를 시작하는 정헌목의 「SF와 인류학이 그리는 전복적 세계」는 현실을 바탕으로 가상의 세계를 건설하는 SF소설과 “우리가 왜 처음부터 정부와 감옥과 경찰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묻는 인류학을 함께 살핀다. 2회를 맞는 강덕구와 선승범의 「2010년대의 밤:밀레니얼의 심성 구조」는 밀레니얼의 눈으로 본 혁명가들과 혁명의 속성, 그리고 그 이후를 그린다. 반면 3회차에 접어든 정지음의 시트콤 소설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가늠하느라 얼마간 찌푸렸을지도 모를 우리의 미간을 펴 준다. 정지음의 소설을 읽는 동안은 ‘혁명’을 잊고 ‘쌀통’을 발음하며 웃게 될 것이다.

이번 호 작가 인터뷰의 주인공은 장편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을 통해 백석의 삶을 다시금 생생하게 그려낸 김연수 작가다. ‘시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시인을 쓰는 ‘소설을 쓰는 일이 너무 좋다’는 소설가. “백석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건 거의 30년 전이에요.”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실제로는 몇 시간일 뿐인데, 일곱 해보다 더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그 시간 안에 함께 있는 것이 행복했다.

스페셜 피처에서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조명한다. 1차세계대전의 참상과 이데올로기의 폭력을 고스란히 겪은 작가는 ‘가위 눌림’ 상태인 시대에 짓눌리지 않으려는 듯, 가까스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듯 시와 소설을 쓴다. 작가가 쓰는 것은 역사적 비극뿐만이 아니라, 비극의 삶까지 사랑하려는 실존의 아름다움이다. 단편소설 코너에는 정영수, 이서수 소설가가, 장편소설 코너에는 정대건 소설가가 신작을 발표한다. 각자의 고통에 대해 말하는 서로 다른 목소리, 타인의 고통을 듣고 어쩔 줄 모르는 서툰 인간에 대해 그리는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우리가 가진 마음의 모양에 대해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내부가 무너졌다가 재건되는 일도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번 호를 마감하며 내 손 안에는 멀고 허무하게만 여겨지던 혁명이라는 단어가 살며시 잡힌(혹은 잡힐 듯 가까워진)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심지어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라도) 일들을 조금이나마 감지해 보고자 하는 마음도 생겼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없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35호를 읽은 독자들의 손에는 어떤 단어가 쥐어져 있을지, 어떤 마음이 생겨났을지 궁금하다.

목차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조용한 혁명
Flash Fiction
11 — 14 김사과 소유의 종말
14 — 17 임현석 로봇 양이라도 키우면 어떻습니까, 바틀비 씨
17 — 20 이희주 왼쪽은 하나 오른쪽은 이다

Issue
24 — 27 전희경 아프고, 늙고, 돌보는 것이 ‘평범한 삶’인 사회
28 — 31 서와 땅을 일구는 사람들
32 — 35 유진아 동물을 위한 자리
36 — 40 하영 학교에 ‘혁명 그다음’은 없다

43 Special Feature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
44 — 47 이종현 고약한 꿈
48 — 52 한정원 풀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없듯
53 — 56 최종술 죽음을 이기는 삶

61 Essay
62 — 68 정헌목 SF와 인류학이 그리는 전복적 세계 1 회
69 — 74 김유진 구체적인 어린이 6회
75 — 78 김서라 광주 2순환도로 5회
79 — 87 박솔뫼 안은별 이상우 0시 0시+ 7시 5회
88 — 92 김지혜 해양쓰레기 탐사기 2회
93 — 99 강덕구 선승범 2010년대의 밤: 밀레니얼의 심성 구조 2회

105 Interview
106 — 119 김연수 X 소유정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120 — 131 이청아 X 허윤선 시절인연
132 — 142 심혜경 X 정혜선 X 이수희 잃어버린 길도 천천히, 씩씩하게

145 Fiction
146— 162 정영수 일몰을 걷는 일
164 —184 이서수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187 Sitcom Fiction
188 — 194 정지음 언러키 스타트업 3회

199 Poem
200 — 203 김경미 취급이라면 외 1편
204 — 208 김려 이런 사치스러운 사람 외 1편
209 — 214 김종연 영원향방감각 외 1편
215 — 232 최재원 X 외 1편

235 Review
236 — 240 오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41 — 244 김희선 『미래로부터의 탈출』
245 — 249 김희진 『짐을 끄는 짐승들』
250 — 253 김세영 『숨을 참다』
254 — 258 정기현 『산책하기 좋은 날』
259 — 262 김지현 『밀회』

265 Novel
266 — 327 정대건 급류

328 — 329 Epilogue

작가 소개

민음사 편집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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