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릿터2호: 재현/리얼리즘

기획 민음사 편집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2월 7일 | ISBN 978-89-374-6903-9

패키지 변형판 126x234 · 244쪽 | 가격 14,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거기에 재현된 세계가 우리의 세계다”

본격 비평‧리뷰 무크지 《크릿터》2호 발간!

특집: 재현/리얼리즘

신간 도서 리뷰 29편과 은희경/조해진 작가론 수록

편집자 리뷰

□ 《크릿터》 2호 발간!

 

2019년 초, 비평 무크지라는 이름으로 닻을 올린 《크릿터》가 그 두 번째 책을 내놓는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오는문학잡지 《릿터》를 연상시키는 《크릿터》라는 제호에서 비평을 뜻하는 ‘크리틱’의 상징성과 동시에 《릿터》와의 연계성 또한 엿볼 수 있다. 본격적이고 깊이 있는 문학평론과 한국문학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도서 리뷰, 그리고 작가론으로 ‘비평 무크지’라는 실험을 지속한다. 그 실험에 문학 독자의 자리가 넓고 편안하기를 기대한다.

 

 

□ 거기에 재현된 세계가 우리의 세계다

 

한국 작가가 쓴 한국 소설을 읽는 일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문학이 재현하는 진실을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 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차라리 모르고 사는 쪽이 정신과 육체에 두루 나을 수 있다. 예컨대 만주에서 일본군 성노예로 착취당하던 어떤 여성은 같은 민족에 의해서 혐오와 질시를 받고 결국 배척되어 고국이라는 공동체로 귀향하지 못했다. 또는 귀향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토록 꿈꾸던 민족 공동체에서 어떤 여성은 바로 그 국가에 의해 앞서의 여성과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미군의 성노예가 되기도 했다. 문학은 엄연한 사실을 재현하여 언어의 틀 안에 진실을 부려놓는다. 이야기를 읽는 우리는 진실의 망을 벗어날 길이 없다. 참혹을 목격하고 참담을 기꺼워해야 한다. 쓰는 자의 몫과 읽는 자의 몫이 외따로 있는 것은 아니어서, 대부분의 독자는 문학이 참혹과 참담을 통과하는 데 크나큰 힘을 준다. 현실의 비통을 외면하지 않도록, 견딜 수 있도록, 견딤으로 하여 다른 현실을 꿈꿀 수 있도록 그 둘은 손을 맞잡는다. 한번 잡고 나면 잡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크릿터》 2호 리뷰에서는 손 맞잡을 만한 도서 스물아홉 종을 소개한다. 시와 소설 모두 다루는 작품 수를 열두 종으로 늘렸다. 더 많은 책을 이곳에 담아내고 싶었으나 지면의 한계가 욕심을 접게 했다. 비문학 분야의 도서를 ‘인문사회’라는 이름으로 다섯 종 싣는다. 도서는 편집부의 선정 과정을 거쳤다. 문학 분야의 책은 신진 문학평론가에게, 인문사회 분야의 도서는 각계의 필자에게 글을 청했다. 그리하여 이곳에 모인 스물아홉 권의 책으로 지금 여기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쓸쓸하거나 추악할지라도, 빛나거나 아름다울지라도 혹은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거기에 재현된 세계가 우리의 세계다.

 

특집 주제는 ‘재현/리얼리즘’이다. 오은교는 「‘혐한’과 ‘노재팬’ 시대에 일본 여성을 읽는 일」을 통해 최근 한국 문학이 일본 여성을 다루는 시선과 방식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사태의 복잡성을 진단한다. 김건형은 박상영의 소설을 분석하며 ‘퀴어 신파’ 또는 ‘퀴어 리얼리즘’이라는 미학적 개념을 제안한다. 박혜진은 「1945」 「벽 속의 요정」 「먼 데서 오는 여자」 등 배삼식의 희곡을 주요하게 다루며 공동체의 의미 전환을 촉구한다. 조대한은 장류진과 강화길의 최근작과 대중문화를 가로지르며 남성 캐릭터의 재현 양상을 살핀다. 이지은은 최은영, 조해진, 김숨 작품의 여성 재현을 고찰하며 글쓰기의 ‘몫’은 무엇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론의 자리에는 소설가 은희경, 조해진을 초대했다. 양윤의, 김요섭의 심도 깊은 글이 두 작가의 제자리를 쓸고 닦는다.

 

《크릿터》의 독자가 이 미친 세상을 살아갈 한 줌의 용기라도 더 얻길 바란다. 여기에 소개된 작가와 작품이 세상의 미침을 미치지 않는 곳 없이 비출 것이다. 그 비춤의 조도와 방향과 흔들림까지도 세심하게 살피는 글이 바로 비평일 것이다. 그것들을 모아 이 책을 낸다. 참여해 준 문학평론가와 여러 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위기도, 극복도 모두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몫이다.

 

 

□ 본문에서

 

기성의 ‘리얼리즘’이 보편적 언어로 번역된 타자의 고통을 ‘진정’하게 인식하는 주체의 자족감에서 미학적인 가치를 찾는 반면, 퀴어 신파는 규범에 의해 제한된 언어로 주관적 감정을 발화하면서 자기 세계를 변혁하는 데서 미학적인 가치를 찾는다. 이성애 신파는 이성애/젠더규범이라는 ‘진정한’ 세계원칙에 의거하기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조차 없고 그 대상만을 문제 삼으면 된다. 하지만 퀴어 되기는 자신의 신체와 욕망을 응시하고, 규범과 다른 자신을 되물으면서 촉발되는 사태이며, 주변의 물질적 관계와 자신을 조율해 가는 지속적인 수행 과정에 가깝다. 규범의 언어와 자기(의 감정과 인식) 사이의 거리를 부단히 읽어 내는 문해력이 퀴어 되기의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퀴어 신파는 자신을 끊임없이 되묻는 (과잉) 독해를 통해서 자기의 (과잉) 인식에 이르는 연속적 수행이다 -김건형, 「‘퀴어 신파’는 왜 안 돼?」에서.

 

고정된 공동체는 앞서서 합의한 모종의 기준으로 개인을 탈각시킨다. 확고한 기준과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개인을 솎아 내는 공동체는 항상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에 두고 변하지 않기 위해 변수를 통제한다. 그러나 변수들이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시대, 톰 울푸의 표현대로라면 ‘나의 시대’이고 가쿠타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진실이 멸종된 시대에 자랑스러운 변수로서의 ‘나’를 통제할 권리가 공동체에는 없다. 공동체는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는 공동체만이 지속 가능한 공동체일 수 있다. 공동체(共同體)의 개념을 형성하는 ‘단일성’에 변화를 가하는 것이 공동체의 본질을 변형시키는 것은 아니다. 「1945」에서 확인한 것처럼 애초에 단일성이라는 개념이 허위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공동체(共同體)에서 공동체(公動體)로, 의미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박혜진, 「자기중심주의 시대의 공동체 재현」에서.

 

‘냉소’는 거리 두기의 결과다. 어떤 경우에도 함께할 수 없는, 거리를 없앨 수 없는 이들만이 냉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1977년 기숙사 322호와 417호에서 는 그럴 수가 없다. 이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냉소가 아니라 ‘공감’이다. 이들의 소소한 취미, 사소한 습관, 자잘한 버릇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웃음을 짓게 만든다. 1995년에 출간된 새의 선물(문학동네)에서부터 지금까지 은희경 소설의 인물들에게 부여된 냉소라는 평가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은 아닐까. (……) 인물들이 냉소의 전략으로 발언해야 했던 시대가 있었으나, 그 엄혹한 시대에도 저 인물들은 서로를 냉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이 서로의 삶을 사소하거나 비루하거나,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 바깥에 현실의 가치가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그 시선이야말로 가부장적인 이념의 시선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저 기숙사의 방을 규방(閨房)이라고 믿는 그런 시선 말이다. -양윤의, 「삼중은유: 은희경론」에서.

목차

특집: 재현/리얼리즘

오은교_ ‘혐한’과 ‘노재팬’ 운동 속 일본 여성을 읽는 일

김건형_ ‘퀴어 신파’는 왜 안 돼? —퀴어서사 미학을 위하여

박혜진_ 자기중심주의 시대의 공동체 재현

조대한_ 남성 캐릭터 재현 양상과 서사적 재배치에 관한 소고

이지은_ 여성 재현의 ‘몫’을 묻다 —최은영, 조해진, 김숨의 근작을 돌아보며

 

리뷰: 소설

최선영_ 좀처럼 가만할 수 없는 —『가만한 나날』

한설_ GLaDOS —『골든 에이지』

소유정_ 사랑_최종_이게진짜_진짜최종.txt —『대도시의 사랑법』

송민우_ 애도와 건축 —『레몬』

이철주_ 감히 설명되어선 안 될 —『산 자들』

인아영_ 너무 아름다운 꿈 —『어제는 봄』

김녕_ 오직 붙들 것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박다솜_ 과학으로도 사랑은 만들 수 없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강보원_ 모든 것들의 평면 —『인터내셔널의 밤』

김복희_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제자리 —『줄리아나 도쿄』

김주선_ 정소현과 현대의 비극 —『품위 있는 삶』

장예원_ 질문이 소용없는 세계에 대응하는 방식 —『호재』

 

리뷰: 시

정재훈_ 그리하여 우리의 모든 것들이 다시 시작되기를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양순모_ 다정함의 건축술 —『무구함과 소보로』

안서현_ 사랑의 플레로마 —『반과거』

이병국_ 겨우, 사람이라는 말 —『밤이 계속될 거야』

민경환_ 덜 죽은 시체를 안 사랑하기 시작하는 거짓말 속에서 —『배틀그라운드』

김영삼_ 빈집에서 들리는 소리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전영규_ 나는 죽을 줄 모르는 반(半)인간입니다 —『사랑과 교육』

김지윤_ 두렵고 황홀하고 미친, 삶과 인간과 시에 대해여 —『아네모네』

허희_ 반복하는 사도 —『아무는 밤』

신수진_ 제목 없음의 방을 발간하다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이진경_ 빛이 사라진 이후 —『주적인 안녕』

김영임_ ‘어린 귀신’과 시적인 것 —『이런 얘기는 조금 어지러운가』

 

리뷰: 인문사회

김준섭_ 길어져라 길어져라 길어져라 내 머리카락아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노지승_ 역사의 변화는 누구의 몫인가 —『3월 1일의 밤』

김해원_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김혼비_ 말들로 세상을 터트리기 —『할매의 탄생』

김초엽_ 극복의 서사에서 연대의 서사로 —『희망 대신 욕망』

 

작가론

양윤의_ 삼중은유(Triphor) —은희경론

김요섭_ 극장 바깥의 배역들 —조해진론

작가 소개

민음사 편집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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