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탄생 140주년 기념 단편선

돌연한 출발

프란츠 카프카 | 옮김 전영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4월 7일 | ISBN 978-89-374-2783-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5x190 · 380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 프란츠 카프카

 

출구 없는 삶, 재앙처럼 닥친 초조함의 세계에서 구원을 꿈꾼 이방인

20세기 문학의 징후, 프란츠 카프카의 명작 단편 서른두 편

 

카프카의 사인, 친필 원고와 편지글, 드로잉 화보

전영애 역자의 새 번역 단편들과 카프카 오마주 시 ‘카프카, 나의 카프카’

편집자의 색다른 리뷰 ‘카프카와 카프카들’ 수록

편집자 리뷰

■ 카프카 탄생 140주년 기념 단편선 출간

   현대 문학의 신화, 카프카 세계 압축한 서른두 편의 단편 엄선

 

“친애하는 막스, 네가 발견한 일기, 원고, 편지, 그림 등

다른 사람 것이든 내 것이든 읽지 말고 전부 태워 줘.”

─ 카프카가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한 유언

 

출구 없는 삶, 재앙처럼 닥친 초조함의 세계 묘사하며 20세기 문학의 징후를 보여 준 불멸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 그의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단편선 『돌연한 출발』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에디션에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 「변신」을 비롯하여 「선고」, 「시골의사」(이 두 작품은 카프카 스스로도 만족했던 작품이다.), 「굴」(이 작품은 카프카가 죽기 전 원고들을 불태우게 할 때 유일하게 제외시킨 작품이다.) 등 주제에서나 문체에서나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서른두 편의 작품들을 전영애 역자가 엄선했다. 아울러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에서 아카이빙한 카프카의 친필 원고와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명문장이 담겨 있는,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카프카의 편지, 대학 시절 노트에 그린 드로잉을 한데 모아 화보로 구성하였고, 전영애 역자가 카프카의 자취를 따라 프라하 전역을 다니며 쓴 시집 ‘카프카, 나의 카프카’ 전편을 수록하여 카프카의 삶과 문학이 남긴 자취를 좇았다. 카프카의 문학적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는 독일의 문예 용어 사전 및 독일어 사전에 ‘카프카적’이라는 낱말이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 ‘카프카에스크(kafkaesque)’라는 형용사는 거처할 곳 없음, 실존적 상실, 관료주의와 고문, 비인간화, 부조리성이 그 징표로 보이는 한 세계를 나타내는 공식 같은 어휘가 되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는 체코 프라하에서, 자수성가한 강건한 체질의 아버지와 경건한 율법학자, 의사, 섬약한 독신자들이 많은 유복한 가정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프라하에서 살았다. 법학을 공부하고 관립 보험 회사의 관리로 근무한 카프카는 생활인으로 일하면서 나머지 모든 시간에 글을 썼으며, 여러모로 삶의 국외자적 상황에 처한 이방인이었다. 체코에서 태어났으나, 프라하 시민 10분의 1 정도밖에 쓰지 않는, 체코어 한가운데 섬처럼 고립된 독일어가 모국어였고, 독일어가 모국어였으나 유대인이었고, 유대인이었으나 유대교 신앙이 없었다. 이런 환경은 인종적, 언어적, 종교적으로 정체성 확립의 어려움을 조성하는 여건이었다. 카프카의 소설은 초기작부터 사물들의 낯섦, 낯선 사물들에 대한 작가의 서늘한 시선, 그럼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체념과 공동체에 대한 동경이 배어 있다. 가족, 법질서, 낯섦의 체험, 그리고 폭력이 카프카에게서는 하나로 얽히는 모티프다.

 

카프카의 첫 책은 1912년, 친구 막스 브로트가 소개한 출판인 에른스트 로볼트가 발행한 『관찰』이란 제목의 단편 소설집이다. 총 800부를 찍었으며, 카프카는 이 책을 브로트의 집에서 만난 직업 여성 펠리체 바우어에게 헌정한다. 카프카의 기념비적 작품인 『변신』은 1915년에 출간된다. 무능하지만 권위적인 아버지, 선하나 결국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어머니와 여동생, 가장 역할을 하다 쓸모가 없어지자 내쳐져 벌레로 비참하게 죽어 가는 그레고르. 이 작품에는 카프카 자신을 괴롭히는 실존적 문제가 반영되어 있다. 카프카의 고민과 성찰은 단편들 속에서 특히 반짝인다. 1917년부터 「시골의사」, 「사냥꾼 그라쿠스」, 「튀기」, 「산초 판사에 관한 진실」 등 의미심장한 단편들을 쓰던 그는 폐결핵 진단을 받아 요양원을 오가며 투병한다. 1916과 1917년 사이에 쓴 단편 「가장의 근심」은 문학 평론가 마르크 로베르의 설명처럼 유언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단편을 쓴 후 일상과 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폐결핵 진단을 받기 때문이다. 그 시기 카프카는 자기보다 여덟 살 많은 율리 보리체크를 만나 결혼을 결심하지만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비난을 사 이듬해 파혼한다. 1922년에 카프카는 『성』을 쓰기 시작하고, 1923년 도라 디아만트를 만나 동거하나 반년 만에 헤어지고, 다음 해인 1924년 6월 3일 폐결핵 악화로 빈 근처 키어링 요양원에서 사망한다.

 

사십일 년의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카프카는 많은 글을 썼지만 문학적 가치에 회의적인 그는 매번 발표를 주저했다. 카프카 아카이브에 대한 최근 기사에 의하면, 사망하던 해 카프카는 여자 친구인 도라 디아만트에게 두꺼운 공책 스무 권을 불 속에 던져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도라는 그 부탁을 들어주었고, 카프카는 침대에 누워 자신의 원고가 불에 타는 것을 지켜봤다고 한다. 죽기 전 자신의 모든 원고를 불태워 달라는 친구 카프카의 부탁을 어긴 막스 브로트 덕분에 전 세계 카프카의 독자는 『성』과 『소송』 그리고 『실종자(아메리카)』를 읽을 수 있다. 카프카가 부친 편지는 그의 죽음 이후 비로소 수신인에게 도착한 것이다. 카프카가 살던 시대만큼 불안하고 초조한 시대를 사는 우리이기에, 법 앞에 선 K의 우울이 무관하지 않다. 만족을 모르는 관리를 만나러 가는 측량기사의 불확실성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우리 시대는 여전히 카프카적이며, 수많은 카프카들이 카프카를 부른다.

 

‘카프카의 소설은 꿈과 현실의 결합이다. 꿈도 현실도 아니다.’

- 밀란 쿤데라

 

‘카프카의 구원은 미숙하고 서투른 인간들을 위해 존재한다.’

- 발터 베냐민

 

‘카프카는 죽을 수 있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쓸 수 있기 위해 죽는다.’

- 모리스 블랑쇼

 

 

■ 카프카를 이해하는 키워드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법의 세계 vs 불안의 세계

권위적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 카프카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폭력과 어머니의 분열적 태도 — 아들을 보호하는 한편 무의식적 사냥 몰이꾼 역할을 하는 — 로 인한 갈등을 평생 겪는다. 카프카에게 아버지는 법의 세계, 어머니는 불안의 세계였다.

 

역사적, 문화적, 혼종의 도시 프라하

프라하는 독일, 체코, 유대인 문화가 혼종하고 기독교와 유대교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카프카가 태어난 당시 프라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보헤미아 수도였으며, 체코인과 오스트리아인들이 섞여 살았다. 1883년 프라하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로 말하고 글을 썼으며, 태생 또한 유대인이었다. 다문화와 다종교가 섞인 혼돈의 도시 프라하에서 카프카는 언제나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불안과 초조함에서 벗어날 구원

발터 베냐민은 카프카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 구원을 든다. 막스 브로트는 오늘날 유럽과 인류의 몰락에 대해 카프카와 대화를 나누며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지 질문했다. 카프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희망은 충분히, 무한히 많아. 다만 우리를 위한 희망이 아닐 뿐이야.’ 카프카의 구원은 자신의 마지막 출구를 찾는 것이다.

 

 

■ 카프카 드로잉

 

“내 그림은 순전히 개인적인 그림 글쓰기야.

시간이 지나면 나조차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없을 거야.”

─ 카프카가 친구 구스타프 야누치에게 한 말

 

카프카가 그림도 그렸다는 걸 아시는지. 프라하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카프카는 시각 예술과 문학을 사랑했으며, 법학을 공부하는 틈틈이 글과 그림을 그려 나갔다. 카프카는 에밀 오릭(Emil Orik, 1870~1932)의 미니멀리즘풍 채색화를 좋아했는데, 단순한 미적 형상 안에 엄청난 창조적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유서 중 검은색 노트에는 카프카가 그린 드로잉들로 채워져 있으며, 노트 하단에는 ‘나는 알지 못하는 여행’이라는 제목의 글이 적혀 있다. 1920년대에 쓴 것으로 보이는 이 글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그녀는 잠들고, 나는 그녀를 깨우지 않는다.” 카프카가 만약 문학 대신 그림을 선택했다면 지금 우리는 전 세계 미술관에서 카프카의 작품을 만났을지 모르겠다.

 

 

■ 편집자 픽 카프카 단편 베스트 5

 

법 앞에서

‘법(法) 앞에 문지기 한 사람이 서 있다.’ 시골 사람 하나가 문지기에게 법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골 사람은 법으로 들어가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며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는 과연 법의 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카프카 문학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정수가 담긴 작품이다.

 

가장의 근심

그것은 납작한 별 모양의 실패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노끈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가 웃는데 폐가 없이 웃는 듯 웃는다. 오드라덱은 과연 무얼까. ‘전세가 죄를 짓고 만들어 낸 가장 이상한 잡종’인 오드라덱. 낯설고 친밀한 이것과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카프카 문학이 지닌 독특함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학술원에의 보고

우리 속에 갇힌 원숭이가 원숭이로서의 ‘동물다움’을 버리고 인간을 흉내 낸다. 그러자 원숭이는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원숭이가 학술원 회원들 앞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보고한다. 자기 자신을 망각한 것은 원숭이인가, 인간인가. 희망 없는 자유란 어떤 것인지 가늠케 하는 단편이다.

 

나는 나의 굴을 팠는데 정말 잘 판 것 같다. 내 굴의 멋진 점은 정적이다. 나는 나의 굴에게 주어진 다채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결함을 살핀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굴의 입구와 출구다.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이 굴과 나 자신뿐인데, 내가 과연 적일지도 모르는 이웃을 용납할 수 있을까. 문제적 인간 혹은 동물의 병리적 사유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 글이 내 안에 굴을 판 걸 알게 된다.

 

튀기

나는 반은 고양이, 반은 양인 튀기를 상속받았다. 그것은 고양이의 불안과 양의 불안을 내면에 지니고 있다. 카프카의 소설 속에는 특이한 피조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이웃이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인간보다 낫다. 눈물을 흘릴 줄 알기 때문이다.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단편이다.

 

 

■ 『돌연한 출발』의 명문장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나는 이제 문을 닫겠소.”

─「법 앞에서」

 

“한번 야간 비상종의 잘못된 울림을 따랐던 것─ 그것은 결코 보상받을 수가 없구나.”

─「시골의사」

 

“인생이란 놀라울 정도로 짧은 것이다.”

─「옆 마을」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없는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

─「돌연한 출발」

 

“내가 죽은 후까지도 그가 살아 있으리라는 상상이 나에게는 거의 고통스러운 것이다.”

─「가장의 근심」

 

“제게는 다른 길이 없었습니다. 자유란 선택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언제나 전제로 하고요.”

─「학술원에의 보고」

 

“세이렌들은 노래보다 더욱 무서운 무기를 가졌는데, 그것은 그들의 침묵이다.”

─「세이렌의 침묵」

 

 

목차

카프카의 육필 원고와 드로잉 7

카프카의 편지/“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29

옮긴이 서문/“카프카의 글” 37

 

1부

작은 우화 53

법 앞에서 54

변신 57

시골의사 139

 

2부

옆 마을 153

돌연한 출발 154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156

집으로 가는 길 157

귀가 159

승객 161

골목길로 난 창 163

회랑 관람석에서 164

황제의 전갈 166

가장의 근심 168

선고 171

학술원에의 보고 191

굴 208

 

3부

나무들 267

산초 판사에 관한 진실 268

세이렌의 침묵 269

프로메테우스 272

독수리 274

시의 문장 276

묵은 책장 279

만리장성의 축조 때 283

밤에 304

공동체 305

다리 307

일상의 당혹 309

산으로의 소풍 311

양동이 기사 312

튀기 317

 

옮긴이가 카프카에게/“카프카, 나의 카프카” 321

편집자가 카프카에게/“카프카와 카프카들” 355

작가 연보 369

 

작가 소개

프란츠 카프카

1883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대인 상인이었으며, 부유한 집안 출신의 어머니와 결혼하여 카프카와 엘리, 발리, 오틀라라는 세 여동생이 태어났다. 1901년 프라하 대학교에서 법률학을 공부한 카프카는 1906년에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시기 「어느 투쟁의 기록」을 쓴 카프카는 1908년부터 1922년 7월 은퇴할 때까지 스스로 ‘기동 연습 생활’이라 일컬을 정도로 고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을 이어 나갔다. 1912년 9월 여덟 시간 만에 「선고」를 완성하고, 12월에 「변신」을 탈고하여 프라하에서 첫 번째 공개 낭독회를 가졌다. 그로부터 삼 년 뒤인 1915년에 『변신』을, 1916년에 『선고』를 출판한다. 1917년 폐결핵 진단을 받은 카프카는 집필을 계속하여 1919년에 『유형지에서』를 출판하고, 이후 1922년 『성』을 집필하였으나 병세가 악화되어 1924년에 키어링 요양원에 머물다가 6월 3일 사망했다. 이후 나머지 작품을 모두 없애 달라는 카프카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친구 막스 브로트가 보관하고 있다가 카프카의 작품들을 출판했다.

전영애 옮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이며 여백서원과 괴테의 집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고등연구원 연구원, 독일 바이마르 고전주의 재단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유서 깊은 바이마르 괴테 학회에서 수여하는 괴테 금메달을 동양 여성 최초로 수상했다.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파울 첼란의 시』, 『독일의 현대문학―분단과 통일의 성찰』, 『괴테와 발라데』, 『맺음의 말』, 『시인의 집』,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등 많은 저서를 국내와 독일에서 펴냈다. 옮긴 책으로 『장화 신은 고양이』(동화집), 『데미안』, 『변신·시골의사』, 『나누어진 하늘』, 『파우스트 I, II』, 『괴테 시 전집』, 『괴테 서·동 시집』, 『나와 마주하는 시간』, 『은엉겅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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