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서

프란츠 카프카 | 옮김 전영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7월 3일 | ISBN 978-89-374-2924-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68쪽 | 가격 5,800원

책소개

거대한 사회와 압도적 체제에 짓밟혀 질식해 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두려움, 아득한 절망……
카프카만의 독창적인 문체와 전율스러운 상상력으로 빚어낸 불멸의 단편들

법 앞에 문지기 한 사람이 서 있다. 시골 사람 하나가 와서 문지기에게 법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문지기는, 지금은 입장하는 걸 허락할 수 없노라고 말한다. 그 사람은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가 그렇다면 나중에는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럴 수는 있지만.” 하고 문지기가 말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 된다오.” 문은 언제나 그렇듯이 열려 있고, 문지기가 옆으로 물러섰기 때문에 시골 사람은 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고 몸을 굽힌다. 문지기가 그것을 보고는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게 마음이 끌리거든 내 금지를 어기고라도 들어가 보시오. 그렇지만 명심하시오. 내가 막강하다는 것을. 그런데 나로 말하자면 최하급 문지기에 불과하고, 방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서 있는데 갈수록 막강해지지. 세 번째 문지기만 되어도 나조차 쳐다보기가 어렵다고.”―「법 앞에서」에서

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프란츠 카프카는 20세기 문학의 한 특징적 징후를 대표하는 작가다. 카프카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인생의 미로 속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불안 의식과 구원에의 소망 등을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고 단순한 언어로 형상화했다. 그래서일까? 카프카의 작품들은 상당히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낳았고, 그 행렬은 21세기에도, 무려 전 세계로 끊임없이 뻗어 나가고 있다. 그의 문학적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한 예는 독일의 『문예용어사전』 및 『독일어사전』에 ‘카프카적(kafkaesk)’이라는 낱말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쏜살 문고」로 출간된 단편집 『법 앞에서』에는, 독자들이 ‘카프카적인 것’에 (다소 고통스러운 과정일 테지만) 보다 쉽게 다다를 수 있도록 열네 편의 작품을 골라 담아냈다. 이미 「세계 문학 전집」으로 소개된 바 있는 표제작 「법 앞에서」 그리고 「판결」(카프카 스스로 만족해한 작품이다.)과 「굴」(이 작품은 카프카가 죽기 전에 원고들을 불태우도록 부탁했을 때, 유일하게 제외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을 비롯해, 시대와 불화하는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 준 「굶는 광대」, 카프카 자신이 남긴 가장 솔직한 자전적 기록이라 볼 수 있는 「그」, 거대한 여운을 지닌 수수께끼 같은 잠언들로 이뤄진 「죄와 고통, 희망 그리고 진정한 길에 대한 성찰」 등에 이르기까지 새 작품과 기존의 글 들을, 새로운 번역과 편집으로 전부 한자리에 모았다.
불안하게 소용돌이치던 암울한 시대, 잔혹한 일상에 고통받던 한 영혼이 무시무시한 타인의 눈을 피해 남몰래 써 내려간 불안과 절망의 기록이 오늘날까지, 아니 지금 시대에 더더욱 절절하게 읽힌다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만큼 현재가 각박하다는 의미일 테니까 말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상대해야 할 압도적인 사회 체제, 근원적인 불안과 두려움…… 카프카의 작품은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돋보기이자 현대 사회의 그림자를 비추는 거울로서 언제까지나 유효할 것이다. 이제 거대한 카프카 문학의 정수를 『법 앞에서』를 통해 좀 더 섬세하고, 진지하게 읽어 보도록 하자.

목차

법 앞에서
죄와 고통, 희망 그리고 진정한 길에 대한 성찰
작은 우화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황제의 전갈
만리장성을 축조할 때
프로메테우스
일상의 당혹
판결
양동이 기사
나무들
굶는 광대

작가 소개

프란츠 카프카

1883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1901년 프라하 대학에서 법률학을 공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01년 직장생활과 창작의 딜레마 속에서 갈등하던 그는 <어느 투쟁의 기록>을 쓰고 1906년에는 <시골의 결혼 준비>를 집필했다. 그의 창작 방식은 내적 충동에 의해 머리 속에서 작품을 구상했다가 그것이 무르익으면 한꺼번에 써내려가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1912년엔 불과 몇시간만에 <사형선고>를 완성했고 11월에는 <변신>을 탈고했다. 1914년 <유형지에서>를 완성하였는데, 이 작품은 그의 작품중 형식적으로 가장 잘 정돈되어 있다. 1917년에 이미 폐결핵 진단을 받고 있던 그는 계속 작품활동을 하여 1922년 <성>을 집필하였으나 끝내 1924년 폐결핵과 후두결핵으로 숨졌다.

전영애 옮김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괴테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객원연구원이다. 지은 책으로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카프카, 나의 카프카』,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에서 온 편지』, 『괴테와 발라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괴테 시 전집』, 『괴테 자서전-시와 진실』(공역), 『데미안』, 『변신, 시골의사』, 『말테의 수기』, 『보리수의 밤』 등이 있다. 2011년 괴테 연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 중 최고 영예의 상으로 꼽히는 괴테 금메달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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