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대 문학의 이정표를 세운 작가 크리스타 볼프사회주의 이상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인을 통해분단의 아픔과 베를린 장벽 건설 전후 동독 사회의 모순을 치열하게 다룬 문제작

나누어진 하늘

원제 Der geteilte Himmel

크리스타 볼프 | 옮김 전영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2년 9월 14일 | ISBN 978-89-374-6294-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9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나누어진 하늘』은 귄터 그라스, 하인리히 뵐, 마르틴 발저와 더불어 독일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작가 크리스타 볼프가 1963년 발표한 작품이다. 베를린 장벽 건설 전후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국가건설이라는 이상과 연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동독 여인을 다룬 이 소설은 출간 당시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볼프는 동독 작가면서도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틀에 머물지 않고 분단 현실과 동독 사회의 모순, 서독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 등을 치열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동독과 서독 모두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나누어진 하늘』은 볼프의 대표작으로 오늘날까지도널리 읽히고 있으며, 우베 욘존의 『야콥을 둘러싼 추측들』(1959)과 함께 독일 분단 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편집자 리뷰

▶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리타의 이야기
열아홉 살 리타는 한 동독 소도시에서 평온하지만 단조롭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화학자 만프레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는 교사가 되기 위해 도시로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대도시 생활은 리타에게 낯설고 혼란스럽지만 만프레드가 곁에서 큰 위안이 되어 준다. 그녀는 사범 대학을 다니면서 노동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열차 차량 공장에서 일한다.
리타는 만프레드와의 사랑을 통해 앳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하는 한편, 공장 노동과 사범 학교 생활을 통해 세상을 배워 나간다. 그녀가 접하는 세상은 온갖 모순과 문제로 가득하다. 특히 동독의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공장에서는 자재와 노동력이 부족하고 공장 노동자들은 서로 반목한다. 하지만 리타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층 성숙해진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공장 마이스터 메터나겔, 사범 학교 강사 슈바르첸바흐, 젊은 공장장 벤트란트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인간’과 ‘진실’이 인정받는 이상적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한다.
사회주의는 만사형통 마법 주문은 아닙니다. 이따금씩 우리는 무언가에 새로 이름을 붙이고는 그것을 변화시킨다고 믿습니다. 당신이 오늘 나에게 확증해 주었어요. 숨김없는 순수한 진실을, 그리고 그것만이 궁극적으로 인간에 이르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요.(345쪽)

리타는 이기심보다는 이타심과 배려가, 외형적 경제 성장보다는 인간의 내면 발전과 공동 성취가 중시되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나누어진 하늘』은 리타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그린 사회주의식 교양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동독 사회의 모순과 분단 현실 속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는 두 연인
공장 노동자, 과학자, 교수, 당 간부 등 여러 군상들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 동독의 부조리와 모순이 냉철하게 묘사한『나누어진 하늘』은 발표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긍정적 사회주의 이념보다는 사회주의의 부정적 현실이 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볼프는 사회주의 국가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리타를 그림으로써 어느 정도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기본 틀을 따랐지만 이 소설에서 동독 체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나 찬양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미국의 지원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룬 서독과 달리 동독의 경제 상황은 어렵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독을 떠나 부유한 서독으로 넘어간다. 자재와 노동력 부족 속에서 공장 노동자들은 서로 갈등한다. 또한 당의 강령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사람들, 공동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기심을 중시하는 풍조, 불합리한 관료주의, 동독과 서독 사이 경쟁과 적대 관계 등 동독 사회의 여러 모순과 분단 현실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진다.
그 무의미한 어려움들. 사소한 것 하나만 이루어지면 줄을 잇는 과장된 자화자찬의 장광설들. 제 살 깎아 먹는 자기비판들.(325쪽)

여기에서 두 연인의 입장이 갈린다. 리타는 이와 같은 동독의 현실, 즉 ‘진실’을 인정함으로써 이상적인 새 국가 건설을 위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서독 자본주의 체제에 반감을 느낀다. 반면 만프레드는 나치 출신 아버지와 사사건건 맞서며 관료주의적이고 불합리한 동독 사회에 냉소한다. 리타는 만프레드의 마음이 점점 동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녀가 꿈꿔 온 이상과 행복한 삶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누어진 하늘』은 리타의 갈등과 고민을 통해 역사의 비극에 처한 한 개인의 체험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역사 교과서나 정치학 책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묵직한 역사적 ‘진실’을 형상화한다.

▶ 독일 분단 문학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작품
독일이 통일된 지 이십여 년이 지났고 분단의 상처는 어느 정도 치유된 듯 보이지만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널리 읽히고 있다. 만약 이 소설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설파하는 ‘선전 소설’에 그쳤다면 당대의 사회주의 문학 작품들처럼 단명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볼프는 리타의 내면과 외부 세계, 과거와 현재, 사랑과 정치 영역을 오가며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문체를 통해 분단 상황을 한 여인의 이야기로 재창조함으로써 빼어난 문학성을 보여 준다. 동독 체제의 현실을 다양하게 조명하면서,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 건설과 연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번민하는 주인공 리타를 통해 거대한 역사적 흐름에 휘말린 개인의 상처와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 낸 『나누어진 하늘』은 독일 분단 문학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작가 소개

크리스타 볼프

1929년 란츠베르크(현재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예나 대학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후 비평가, 강사, 편집자로 활동 했다. 1961년 <모스크바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작가로 전향하였다. 1949년 구동독의 사회주의 통일당(SED)에 입당하여 당 중앙위원 후보에도 선출되었으나, 개인으로서 자기 발견을 다룬 <크리스타 T의 자화상>(1963), 국민의식의 괴리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비판한 <유년기의 구도>(1976) 이후 당의 문화노선으로부터 이탈하였다. 1980년 뷔히너 문학상, 1985년 오스트리아 국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카산드라>, <메데이아, 또는 악녀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전영애 옮김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괴테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객원연구원이다. 지은 책으로 『어두운 시대와 고통의 언어: 파울 첼란의 시』, 『카프카, 나의 카프카』,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에서 온 편지』, 『괴테와 발라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괴테 시 전집』, 『괴테 자서전-시와 진실』(공역), 『데미안』, 『변신, 시골의사』, 『말테의 수기』, 『보리수의 밤』 등이 있다. 2011년 괴테 연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 중 최고 영예의 상으로 꼽히는 괴테 금메달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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