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이민경 | 옮김 이미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6년 11월 30일 | ISBN 978-89-374-2904-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68쪽 | 가격 8,800원

수상/추천: 뉴욕 타임스

책소개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가부장제와 성적 불평등에 맞서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한 페미니즘의 정전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고요.” ―버지니아 울프

편집자 리뷰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를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모던 라이브러리, 《가디언》, 《미즈》 선정, 반드시 읽어야 할 페미니즘 고전!
여성 예술가의 계보를 밝혀 주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가디언》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논리적인 만큼이나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해박한 만큼이나 위트 있게, 그야말로 진정한 소설가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性)을 논한다. ―《뉴욕 타임스》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새로이 소개하는가?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 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녀는 살아 있지요. 위대한 시인은 죽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계속되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속으로 걸어 들어와 육체를 갖게 될 기회를 필요로 할 뿐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그녀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자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입니다. ―본문에서

『자기만의 방』은 「세계 문학 전집」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특별판’으로도 독자에게 선보인 바 있는 책이지만, 이번에 다시금 ‘쏜살 문고’로 펴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글은 수많은 에세이와 소설을 남긴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말해 버리고 말기에는 부족한, 이를테면 ‘여성 문학’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그 미래를 밝힌 글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은 두 차례에 걸쳐 두 곳의 여자 대학에서 이뤄진 ‘여성과 픽션’이라는 강연을 토대로 쓰인 글인데, 이때 울프는 ‘여성 문학가’라는 당사자로서 한평생 경험해 온 문학계의 상황, 즉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고 재치 있는 언변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고, 사실상 다종다양한 문학의 주요 독자 또한 여성인데도, 심지어 소설 작품 속엔 차마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작가는 남성이었고, 문학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의 경험을 반추해 본다. 여성에게 문학적 재능은 과분하거나 당찮은 것일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왜 여성은 글을 쓸 수 없었고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면서 울프는 여성 작가로서 참고할 수 있는 선대의 여성 작가들을 헤아려 보지만 따끔한 갈증이 느껴질 정도로 부족하다는 사실만을 깨닫는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찾아가 서가를 들여다보며 다른 거장의 작품들을 살피고 거기에 맞서 보려고 하지만, 남성들이라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드나들었을 그곳에 입장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20세기, 여권이 신장됐다고 하는 당시(여성이 재산을 소유하고, 참정권까지 얻어 낸 그때)에도 이러했는데, 더 먼 옛날에는 어떠했을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교육은커녕 번듯한 직업조차 가질 수 없고,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수많은 여성 작가들(또는 작가를 꿈꿨을 여성들)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때 울프는 저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여동생의 이야기’를 꺼낸다. 남성 셰익스피어는 가정을 버리고 런던으로 도망가 극단을 이끌고, 각계 인사와 유쾌하게 농지거리를 하며 왕궁에까지 진출해 여왕의 엄격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 테지만, 여성 셰익스피어는 런던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남성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며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그러다 자포자기한 그녀는 (독신 여성에게는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변변찮은 남편을 만나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어머니로 살면서 결국엔 작가로서의 인생을 완벽히 폐기 처분당하고 말았을 터다.

울프는 굳이 이런 가상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오늘날 거장 반열에 오른 (안타깝게 요절한) 브론테 자매와 노처녀라고 구박받으며 조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주변 가족들의 참견에 시달리며 마땅한 서재조차 가지지 못한 채 거실 한구석에서 문학적 열정을 불태워야만 했을 제인 오스틴의 삶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인 에어』를 남긴 (그마저도 남성의 이름으로 발표해야만 했던) 샬럿 브론테의 이야기다. 이것을 들으면 가슴이 저절로 저릿해진다. 여자로서는 작가로 나설 수도, 홀로 독립할 수도 없었던 당시에, 샬럿 브론테가 글을 쓰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버지의 서재를 훔쳐보거나 황야를 거닐며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문득 지붕 위로 올라가 저 먼 마을을 건너다보며, 그곳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부대끼고 싶다고, 밤새 쏘다니며 남성 문학가들이 일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인생(술을 마시고 마음에 드는 상대와 농담을 주고받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을 살아 보고 싶다고 바라고 또 바란다. 이 장면은 여성 작가, 아니 역사적으로 모든 여성들이 처해 있던 비극적인 상황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울프는 이러한 역경과 (남성 세계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천재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던 여성 작가들 덕에, 여성 문학의 오늘과 내일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선언한다. 물론 여전히 여성 문학은 도서관의 서가를 채우기엔 역부족하고 현재 상황도 여성이 글을 쓰고 독립적으로 살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가 있었고 이름 모를 수많은 여성 문인이 있었으며 이러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 버지니아 울프가 존재했다는 건 여성으로서 글을 쓰고자 하고 소설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겐 분명 고무적인 일일 터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부인하거나 누군가에게 부정당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울프가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통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이 등장하기를, 그리고 그들이 세계 문학의 우주를 밝히기를 고대하며 『자기만의 방』을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음사가 펴낸 책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 문학을 대표해, 이 책을 첫 번째로 소개한다.

★ 페미니스트,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저자 이민경의 ‘추천의 말’ 수록.

목차

추천의 말: 우리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있다(페미니스트 이민경)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작가 소개

버지니아 울프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 수준의 지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리턴 스트레이치,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덩컨 그랜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평생에 걸쳐 수차례 정신 질환을 앓았으며 1907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서평을 싣기 시작하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등 20세기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들과 『일반 독자』 같은 뛰어난 문예 평론, 서평 등을 발표하여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설가로서 울프는 내면 의식의 흐름을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삶과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970년대 이후 「자기만의 방」과 「3기니」가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쳐 왔던 울프는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신 질환의 재발을 우려하여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이민경

대학에서 불어불문학과 사회학을 배웠으며, 현재는 한국외대에서 통번역을 전공한다. 무엇이든 직접 해 봐야 직성이 풀리고, 그것을 내가 오롯이 원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원한 적 없는 삶을 살지 않으려다 보니 페미니스트가 되어 버렸다. 여성 혐오에 대응하는 일상 회화 매뉴얼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에 이어, 우리 사회 동시대 페미니스트를 위한 워크북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을 썼다. 좋아하는 말은 “삶은 무릇 축제여야 한다.”이다.

이미애 옮김

현대 영국 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3기니』, 『등대로』, 『런던 거리 헤매기』, 『지난날의 스케치』,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공역),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톨킨의 그림들』,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D.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조지프 콘래드의 『노스트로모』 등이 있다.

독자 리뷰(15)

독자 평점

4.9

북클럽회원 10명의 평가

한줄평

버지니아 울프 짱

밑줄 친 문장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 성이 협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사실이 그 뮝백한 이유이겠지요. 우리에게는,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 최고의 만족과 가장 완벽한 행복을 이룬다는 이론을 선호하는, 비합리적일지라도 심오한 본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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