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콘래드의 최고작

노스트로모 1

해안 지방 이야기

원제 Nostromo (A Tale of the Seaboard)

조지프 콘래드 | 옮김 이미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9월 30일 | ISBN 978-89-374-6414-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84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세상이 좋아하든 말든 우리는 온 세상의 사업을 주름잡게 될 걸세. 세상은 그것을 피할 도리가 없네. 우리도 피할 수 없겠지.”

 

20세기 영국 문학을 개척한 ‘항해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최고작

은광과 정치적 주도권을 둘러싼 야욕과 치열한 패권 다툼을 그린 죽음의 소극

 

▶ 『노스트로모』는 다른 어떤 소설보다 내가 썼으면 하고 바랐던 작품이다. – F. 스콧 피츠제럴드

편집자 리뷰

20세기 초 영미 문학을 개척한 모더니스트 조지프 콘래드의 『노스트로모』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콘래드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선원으로 오랜 시간 서인도 제도와 호주, 동남아시아, 인도 등을 항해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19세기 말의 국제적 역학 관계를 유럽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시각에서 고찰했고, 스물한 살에 처음 영국 땅을 밟고 영어를 배워 서른일곱에 작가로서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1904년에 쓴 『노스트로모』는 『암흑의 핵심』(1899), 『로드 짐』(1900) 등과 더불어 콘래드의 대표작이자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정치 소설”로 손꼽히며 모던 라이브러리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영어 소설 100’에 선정되었다. 이 작품에서 콘래드는 항구 도시 술라코에서 반복되는 내전과 혁명으로 혼란스러운 정치 지형도과 신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도래 등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이상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물욕 앞에 좌절하는 노스트로모의 발자취를 좇는다.

 

 

■ 이상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사람’ 노스트로모

 

소설은 은광이 개설되고 철도가 들어서는 등 경제적 부흥기를 맞이한 술라코를 그린다. 은광이 불러온 막대한 부를 차지하기 위해 리비에라 당과 술라코 당이 대립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옥시덴탈주에서 술라코를 분리시켜 독립하고자 하는 분립 혁명의 조짐이 일어난다. 격동하는 도시에서 주인공 노스트로모는 “민중의 한 사람이자 민중의 내면에 있는 힘”을 상징한다. 본명인 잔 바티스타 대신 ‘우리의 사람’을 뜻하는 ‘노스트로모’로 불리는 것은 그의 상징적 면모를 드러낸다. 명성, 찬사, 자존심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숭상하며 놀라운 업적으로 도시의 발전을 다방면에서 견인하는 노스트로모는 전통적인 모험담의 잠재적 영웅이자 부패할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평생의 과업’이 될 은괴 은닉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불현듯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의 노동과 헌신에 대한 존중과 대가를 받지 못했고 사욕에 따라 행동하는 고위 계층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한다. 자신이 도구로 이용되고 배신당했다는 인식으로 자아가 해체된 상태에서 노스트로모는 물질적 이익의 신화에 감염되고 “아주 서서히 부자가 될” 것을 다짐하며 물욕에 사로잡힌다.

 

어떤 범법 행위나 범죄가 인간의 삶에 끼어들면 그것은 악성 종양처럼 그 존재를 갉아먹고 열병처럼 소진시킨다. 노스트로모는 마음의 평화를 잃었다. 그의 진정한 자질은 모두 파괴되었다. 스스로도 그것을 느꼈고, 가끔은 산토메 광산을 저주하기도 했다. 용기와 당당함, 여가와 노동, 이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았지만, 다만 전부 다 겉으로만 그럴듯한 가짜였다. 하지만 보물은 진짜였다. (2권, 274쪽)

 

산토메 광산의 주인인 찰스 굴드는 노스트로모와 함께 물질주의와 이상주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정부의 불합리한 몰수로 인해 좌절된 아버지의 꿈을 상징하는 폐기된 은광을 다시 부활시켜 “법과 믿음과 질서와 안전”의 기반으로 삼아 술라코를 부흥으로 이끌고자 하는 투철한 신념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은광이 결과적으로 쿠데타와 폭동을 야기하는 것을 목도하고 뇌물과 술수에 휘말리며 도덕적 타협을 거듭해 결국 은광과 부에 종속되고 만다. 민중을 상징하는 노스트로모와 자본가를 대변하는 찰스 굴드는 저마다의 실패를 겪으며 물적 가치와 정신적, 윤리적 가치의 충돌이 반복되는 거대한 흐름을 고찰하는 콘래드의 역사적 인식을 보여 준다.

 

결국 역사는 물질적 이익 추구에 따라 전개되며 사회적 양태는 달라지더라도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는 비관적 인식이 이 작품을 지배하는 듯 보인다. 자본주의의 팽창 과정이나 그 반발로 평등주의를 내세우며 등장한 극단적 사회운동도 물적 이익 추구라는 동력에 지배되기에 진정한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앞으로의 역사도 이익 추구의 논리에 따라 가차 없이 전개되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 「작품 해설」 중에서

 

 

■ 세밀한 현실의 통찰, 고도로 압축된 대서사시의 장엄함

 

콘래드는 「작가 노트」(1917)에서 멕시코만에서 선원으로 일할 때 들었던 ‘은이 가득 찬 상자를 훔친’ 한 남자의 이야기와 헌책방에서 우연히 접한 배를 타고 몇 년간 돈을 벌기 위해 일한 항해 일기를 접목해 『노스트로모』를 구상했다고 밝힌다. 여기에 더해 1903년 파나마 운하 건설을 둘러싼 미국과 콜롬비아의 정치적 갈등, 그에 수반되는 부패 등을 목격한 콘래드는 콜롬비아에 기반한 가상의 남아메리카 공화국의 정치적 지형도를 구현하고 그 속에서 휩쓸리는 민중의 상징이자 선원 부류의 허영심을 구현한 ‘노스트로모’를 창조한다. 콘래드는 “진실은 모든 것이 사라져도 늘 살아남지만, 음산하고 눈에 잘 잡히지 않는 그늘 같은 것이어서 그 이미지를 포착하기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진실과 현실 묘사에 관한 불신과 회의로 전통적 소설 기법이 아닌 ‘새로운 형식’을 깊이 고민한 콘래드는 『노스트로모』에서 파격적인 시간 전도 기법과 상징적이고 시적인 묘사, 함축적인 대화 등 다양한 서사 방식을 보여 준다. 콘래드는 선원 공동체의 갈등, 항해와 이국의 모험을 다룬 초기 작품의 영역을 넓혀 근대 이후 물질주의 문명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장엄한 대서사시를 완성한다.

 

 

 

 

 

■ 본문 중에서

 

이 점에 있어서 그의 본능은 옳았다. 행동은 위안을 준다. 행동은 생각의 적이고, 유망하게 보이는 환상의 벗이다. 우리는 행동할 때만 운명을 장악했다는 느낌을 얻는다. (1권, 88쪽)

 

“우리가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은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오. 어디서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 있겠소? 이제 우리 안의 모든 것이 이 일에 걸려 있소.” (1권, 111쪽)

 

그곳은 평원과 산, 그리고 말없이 고통을 겪으며 애처롭게도 변함없는 인내심으로 미래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거대한 나라였다. (1권, 115~116쪽)

 

그는 어느 모로 봐도 몰락한 사람이었지만, 열정이 있는 사람의 인생은 파탄 나지 않는 법이다. (1권, 177쪽)

 

사랑하는 누이야, 그 위대한 대의를 위한 대탈출에 나와 동행할 인간이 바로 이런 사람이란다. 약삭빠르기보다는 순진하고, 교활하기보다는 오만하고, 그를 부리는 사람들이 쓰는 돈보다 더 아낌없이 자기 능력을 베풀지. 감상이 아니라 자부심을 느끼며 그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와 사귀게 되어 다행이야. 자기 분야에서 작은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서보다는 동무로서 그가 더 중요하단다. (1권, 308쪽)

 

“이 나라의 결함은 정치 행위에 적절한 한도가 없다는 겁니다. 불법에 납작 엎드려 순종하고 난 다음에 피비린내 나는 반항을 이어 가지요. 그건 안정과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아닙니다, 여러분.” (2권, 79쪽)

 

혁명의 근본적 원인이란 늘 매한가지여서, 대중의 정치적 미성숙과 상류층의 나태함과 하류층의 무지몽매함에 그 뿌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것도 믿기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2권, 103쪽)

 

열네 시간의 긴 잠에서 깨어난 노스트로모가, 누워 있던 긴 수풀에서 벌떡 일어섰다. 와삭거리며 물결치는 풀 속에 무릎까지 빠진 채 서 있는 그는 방금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잘생기고 건장하며 유연한 몸으로 머리를 뒤로 젖힌 채 팔을 쭉 뻗고 허리를 서서히 비틀어 기지개를 켜더니 그는 으르렁거리듯 흰 이를 드러내며 여유롭게 하품했다. 잠에서 깨어난 이 순간 그는 당당하고 무심한 야생 동물처럼 사악한 구석 없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고 갑자기 뚫어지게 허공을 응시하자 그 시선에서 인간의 모습이 드러났다. (2권 132~133쪽)

 

성공적인 행위에는 이념의 도덕적 타락을 낳는 무언가가 필연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그녀는 산토메 광산이 평원 지대를 넘어 온 나라를 뒤덮고 위협하며, 공포와 증오의 대상으로서 엄청난 부를 누리고, 어떤 폭군보다도 무정하며, 최악의 정부보다도 잔인하고 독재적이며, 그 위대함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생명을 짓밟는 광경을 그려 보았다. 남편은 그것을 보지 않았다. 그는 볼 수 없었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는 완벽했고, 더없이 완벽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을 결코 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결코. 그녀가 너무나 사랑하는 이 스페인풍의 고택에서 단 한 시간도 온전히 독차지할 수 없을 것이다. (2권, 271쪽)

 

목차

1권

1부 은광 9

2부 이사벨 군도 169

 

2권

3부 등대 7

 

작품 해설 328

작가 연보 343

작가 소개

조지프 콘래드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유제프 테오도르 콘라트 코제니오프스키(Józef Teodor Konrad Korzeniowski)이다. 여덟 살에 모친을, 열두 살에 부친을 잃고 외숙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1874년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 상선의 선원이 되었다. 그 후 밀수, 연애 및 도박 등에 연루되어 빚을 지었다. 1878년에 권총 자살을 기도하나 미수에 그쳤고, 영국 상선의 선원이 되어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다. 1886년 영국으로 귀화해 영어식 이름으로 개명한 후, 첫 단편 「검은 선원」을 발표했다. 한동안 항해와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894년 서른일곱이 되던 해부터 선원 생활을 마감하고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1895년 첫 장편 소설 『올마이어의 어리석음』을 발표했다. 『암흑의 핵심』(1899), 『로드 짐』(1900), 『노스트로모』(1904), 『서구인의 눈으로』(1911) 등의 작품을 쓰고 당대의 작가 포드 매덕스 포드, H. G. 웰스 및 헨리 제임스와 교류했다. 1924년 영국 왕실의 기사 훈위를 사양하고 향년 예순일곱 살에 심장 마비로 타계했다.

이미애 옮김

현대 영국 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3기니』, 『등대로』, 『런던 거리 헤매기』, 『지난날의 스케치』,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공역),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톨킨의 그림들』,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D.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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