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연령 10~80세 | 출간일 2016년 11월 30일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여성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라고 말한 책으로 유명하다. 왜 유독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과 돈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버지니아는 이 책을 1928년에 썼다. 그 시긴 영국이 여성의 참정권을 처음으로 허용된 때였다. 여성에게 인권도, 자유도 허용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생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그때,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여성(이미 많은 남성들은 자신만의 방과 돈을 가지고 있었다)에게 자신만의 방과 돈으로 타인의 눈치가 보지 말고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라고 말했다.
그런데 90여 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여성의 삶은 크게 변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더 열악해졌다.     따라서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여러분만의 방을 가지라고 부탁할 때, 나는 여러분에게 실재를 마주한 채 활기 있는 삶을 살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이 그 삶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말입니다. 


사색(실재보다 더 근사하게 이름을 붙이자면)은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사색의 흐름은 물에 비친 그림자와 수풀 사이로 계속해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물에 잠겼다 떠올랐다가를 반복하다가 이내 갑작스럽게 낚싯줄 끝에 (여러분도 그 미세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을 아시겠지요.) 여러 생각들이 갑작스럽게 응결되어 걸려듭니다.      자신만의 방을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우선 필요한 건 자신을 채우는 일이다. 자신을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감각을 자신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계속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 노력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기까지는 즉 자신을 출력하기까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일에 치이다보면 불가능한 부분도 많다. 그래서 그 시간을 마음껏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수입(돈)이 필요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숙모로부터 500파운드를 받으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다. 그리고 고정적인 수입으로 자신의 감정의 변화 과정을  썼다.   


하지만 그보다 내게 더 큰 고통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 시절이 내게 심어 놓은 공포와 쓰라림이라는 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필요한 것으로 보였던, 걸려 있는 돈이 워낙 중하기에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는 그런 일을 마음에 없는 말을 해가며 비위를 맞추면서 노예처럼 일한다는 것, 그리고 별것 아니지만 소유자에게는 중요하고 세상에 드러내지 않으면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 재능이 소멸하고 있다는 것, 나 자신, 나의 영혼과 더불어 소멸하고 있다는 생각, 이 모든 것들이 꽃 피는 봄날을 갉아먹고 나무속을 파먹는 녹이 되어갔습니다. (중략) 지갑에 은화를 살짝 집어넣자, 쓰라렸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고정된 수입이 불러일으키는 기분의 변화란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중략) 이렇게 되자 단순히 노력과 노동이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증오와 고통도 사라졌습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증오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요. 나를 해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또한 누군가에게 아첨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내게 무언가를 베푸는 사람도 없어졌으니까요. 그리하여 나는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성에 대해 아주 미세하게 이전과는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이런 것들이 모두 삶의 조건에서 혹은 문명의 결여에서 나온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고민과 그리고 이러한 결여를 깨닫자, 공포와 두려움은 점차 연민과 관용으로 변해 갔습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자 연민과 관용도 없어지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이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사물을 그것 자체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였습니다.


500파운드의 지금 가치를 알고 약간의 자괴감을 느꼈지만 책을 읽을수록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버지니아가 자신에게 질문한 것처럼 나도 나에게 질문을 했다. 무엇을 하고 싶니?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니? 그러기 위해서 넌 무엇을 해야 하니? 행복하니? 지금의 삶에 만족하니? 등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어떻게 나로서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한 장 한 장을 읽었다. 한 권의 책으로 이 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먼저, 난 나의 내면의 방을 구축하기로 했다. 그리고 실재로 존재하는 나의 방을 만들 것이다. 나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나보다 타인의 생각이 중요하고 그에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나의 삶을 잘 살고 있다고. 그런데 아니었다. 속이 비어가고 있었다.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살아지는 삶을 살게 되었다.
여성에게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다고 해서 모두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자신의 내면과 얼마나 싸웠는지.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스스로와 싸웠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다른 무엇이 되는 것보다 간단하고도 그저 평범하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뿐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꿈꾸지 마십시오. 다만 사물을 있는 그대로 생각하십시오. 내가 만약 그런 말을 좀 더 고상하게 할 줄 안다면 말입니다.      치열한 사색의 끝에서 나도 그저 평범하게 나 자신이 되고 싶다. 비록 재능을 타고나지는 못하였지만,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을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나의 삶. 비록 타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치열하진 않지만 그저 평범하게 나 자신이 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재능이 많고 활기 찬 삶을 살아가는 여성 예술가들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그래서 더 좋은 작품들을 더 만나게 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