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아였을 때

원제 When We were Orphans

가즈오 이시구로 | 옮김 김남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5년 3월 27일 | ISBN 978-89-374-3158-6

패키지 소프트커버 · 변형판 140x210 · 452쪽 | 가격 14,500원

책소개

부커 상 수상 작가(1989)

전후 영국 문단의 가장 중요한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그 애가 세상의 실상을 알게 될 때,

나는 그 애와 함께 있고 싶어.

그 애를 돕고 싶어.”

영국 상류층 청년이자 유능한 사립 탐정 크리스토퍼, 실종된 부모님을 찾아 전운이 감도는 상하이로 떠나다! 고풍스러운 런던의 사교계와 동양적 정취를 간직한 상하이의 거리를 배경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자라야 했던 영국 소년의 어린 시절 추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특히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순수함과, 그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을 서서히 밝혀 가는 긴박감이 더해져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아편 전쟁, 이루지 못한 사랑, 질투, 배신,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인 비밀을 깨닫게 되는 반전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만의 진면목이 빛을 발하는 작품.

편집자 리뷰

탁월한 자기 고백적 문체로 상실을 그리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유년 시절, 그 비밀스러운 시기에 대해 파헤친 아름답고 쓸쓸한 작품

『창백한 언덕 풍경』을 시작으로 순문학, 역사 소설, SF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2000년 발표한 장편소설 『우리가 고아였을 때』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유년 시절에 대해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집필한 이 소설은 발표된 그해 휘트브레드 문학상과 부커 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된 후속작 『나를 보내지 마』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일인칭 화자의 불완전한 기억을 담담한 회고담의 형식으로 풀어 가는 이시구로의 글쓰기 기법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다른 작품 『창백한 언덕 풍경』의 에츠코, 『남아 있는 나날』의 스티븐스, 『나를 보내지 마』의 케이시 역시 바로 이런 어조로 말한다. 기억의 불확실성을 활용하는 이런 독특한 방식을 통해 이시구로는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독자의 심리적 동의를 구한다. 『우리가 고아였을 때』에서는 매력적인 상류층 사립 탐정 크리스토퍼라는 인물을 앞세워 그의 불완전한 기억과 솔직한 어투만으로 소설의 힘을 놓치지 않고 결말까지 이어 가는데, 바로 그 독특한 글쓰기가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에 빠져들게 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한편 『우리가 고아였을 때』가 그려 낸 반전은 상당한 감정적 충격을 던지며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 《가디언》은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의 엔딩을 연상시킨다.”라고 평했으며, 《뉴욕 타임스》는 “이시구로는 평이한 문장과 나직하고 운율 있는 해설을 통해, 읽는 이에게 정체성과 기억의 문제를 동시에 환기시키며 그윽하고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역경을 딛고 부모의 그림자를 좇는 하룻밤 꿈같은 이야기

평생을 고아로 살며 세상과 대면해야 하는 이들의 운명

소설은 어렸을 적 상하이에서의 기억과 현재 시점에서 부모님의 행방을 찾는 일이 중첩되어 진행된다. 런던에서 성공한 탐정으로의 삶이 보장된 데다 양녀 제니퍼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임에도, 크리스토퍼는 세라를 따라 전운이 감도는 상하이로 떠나는 모험을 감행한다. 장제스 정부와 공산당이 대치하던 위험천만한 분위기 속에서 부모의 흔적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그의 행보는 절망적인 만큼 오기가 느껴진다. 그런 동시에 그가 겪는 사건은 꿈속 이야기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순진한 면을 드러낸다. 옛날에 살던 추억이 남아 있는 집을 우연히 만난 친구 모건에 의해 방문하고, 전쟁 중인 상하이 시내로 들어가 현실적인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부모님의 흔적을 찾는 데 몰두하기도 한다. 결국 교전으로 박살난 구역 속을 정신없이 헤매던 중, 옛날 친구인 아키라를 극적으로 만나 옛 우정의 회포를 풀고, 부모님이 계신 것으로 예상한 집까지 발견한다.

전투로 온 시내가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되었는데도 유일하게 온전한 집, 조력자들의 등장, 연락이 끊긴 옛 친구와의 갑작스런 조우……. 언뜻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들은 이 소설이 유년 시절로 회귀하고 싶은 욕망, 부모님의 비밀을 알고 싶은 욕망을 해소하는 데 절대적인 의미를 두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차례로 부모가 실종된 크리스토퍼, 어머니를 병으로 잃은 세라, 사고로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은 양녀 제니퍼 등, 『우리가 고아였을 때』에서는 태어난 땅에서 부모와 함께 평범하게 자라지 못하고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시구로는 크리스토퍼의 입을 빌려 “고아로서 세상과 대면하는 것은 부모님의 그림자를 오랜 세월 뒤쫓아야 한다는 것을,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임무를 가진 채 살아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역설하는데, 이 말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필생의 관심사에 속박당하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운명은, 사라진 부모의 그림자를 오랜 세월 동안 뒤쫓으면서 고아로서 세상과 대면하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그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그 임무를 완수하려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그러기 전까지는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441쪽

이시구로의 실제 경험이 담긴 ‘가장 사적인’ 소설

 이 작품은 이시구로의 실제 삶의 경험을 짐작하게 한다는 점이 또다른 특징이다. 널리 알려졌듯 이시구로는 어린 나이에 일본에서 영국으로 가족이 이민을 떠나 생애 최초의 기억이 시작되는 유년 시절에 ‘이방인’으로서의 자아를 경험했다. 이러한 개인적 체험은 고국은 영국이되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정체성을 고민하는 크리스토퍼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 자연히 녹아들어 있다. “어린 시절은 아무도 죽지 않는 왕국과도 같다.”라는 시인 에드나 밀레이의 말처럼,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아무도 죽지 않는 왕국과도 같았던 상하이의 국제 조계, 그 안에서 행복했던 시절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크리스토퍼의 노스탤지어가 담긴 한 편의 아름다운 엘레지처럼 독자를 매혹한다.

줄거리

1900년대 초 중국 상하이. 아편을 수입해 중국인들에게 파는 상하이 주재 영국 기업에서 일하는 아버지 덕에 어린 소년 크리스토퍼는 상하이의 외국인 공동 구역을 고향으로 여기며 자란다. 크리스토퍼의 어머니는 상하이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질 만큼 아름답고 우아한 부인이지만, 사실은 중국인을 아편 중독에 빠뜨리는 데 일조하는 남편 회사의 일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아편 반대 캠페인을 펼치는 여장부이다. 외아들인 그는 부모님과 가까운 지인이자 어린 그를 언제나 이해해 주는 필립 삼촌, 친한 친구 아키라와 함께 강대국이 각축을 벌이는 상하이의 불안한 정세 속에서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크리스토퍼가 열 살이 되던 어느 날, 부모님이 차례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된다. 크리스토퍼는 필립 삼촌의 주선으로 영국의 이모에게 보내지고, 거기서 상류층 청년으로 자란다. 어린 시절 아키라와 함께 탐정 놀이를 하던 대로 그는 영국 최고의 사립 탐정이 되어 런던 사교계에서 이름을 떨친다. 어느 날, 크리스토퍼의 눈에 세라 세밍스라는 야심에 찬 여인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의미 있게 해 줄 가치 있는 상대’를 찾는다며 그를 거부하고는 늙은 외교가인 세실 메더스트 경과 결혼해 상하이로 떠난다.

그녀가 상하이로 떠나자, 크리스토퍼는 마음속에 미뤄두었던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바로 어렸을 적 상하이에서 실종된 부모를 되찾겠다는 것. 그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을 최대한 되살리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사를 계속해 나갈수록 그는 세라 헤밍스와의 엇갈린 인연과 함께,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이 감추고 있던 추악한 비밀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다.

본문 중에

“일단 영국에 도착하면 네가 이 모든 걸 이내 잊어버릴 거라고 내 장담하지. 상하이는 고약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팔 년 이상 이곳에서 보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넌 필요한 만큼 이곳에서 지냈다. 더 오래 여기에 산다면, 넌 중국인이 될 거야.”—46쪽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너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돼, 퍼핀. 너는 언제나 아버지가 하신 일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돼.”—151쪽

“어렸을 때 우리는 좋은 세상에 살았어. 그런데 이 아이들, 우리가 지금까지 우연히 마주친 이 아이들은 어떤가. 그들이 세상의 실제 모습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그토록 일찍 알게 되다니 정말 끔찍해.”—369쪽

“중요한 일이야. 아주 중요해. 그리워한다는 것 말이야. 그리워하면 기억하게 되거든. 우리가 어른이 되면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걸 말이야. 우리는 그 기억을 가지고 좋은 세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거지.”—370~371쪽

“내가 받은 돈이…….” 내가 조용히 말했다. “내 유산이…….”

“영국에 있는 네 이모 말이다. 그녀는 부자가 아니었어. 오랜 세월 동안 실질적인 네 후원자는 왕 쿠였지.”

“그러면 그동안 나는…… 내가 먹고 살아온 게…… 내가 먹고 살아온 게…….” 차마 말을 잇지 못한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필립 삼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학비. 런던에 있는 너의 집. 네가 지금 성취한 것 모두가 왕 쿠에게 빚진 거야. 아니, 네 어머니의 희생에 빚진 거지.”—412쪽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기발한 변주로 가득하다. 이 소설에는 서스펜스와 음모, 그리고 번쩍하는 결말까지 모두 들어 있으며, 클라이맥스는 훌륭하고 만족스럽게 완성된다. 이 작품의 미덕은 한마디로 잘 짜인 건축물 같다는 것이다. —《가디언》

▶ 정체성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그윽하고 짜릿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 —《뉴욕 타임스》

▶ 유혹하는 힘을 지닌 산문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극적 사건을 통해 문학적 성과를 거둔 소설. 특히 이시구로는 자기성찰적인 주인공 크리스토퍼가 카프카적 경험을 통해 감정적으로 혼란을 겪게 되는 과정을 긴장을 놓치지 않는 내러티브로 그려 내 새로운 대가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 『우리가 고아였을 때』에서 이시구로가 천착한 테마―명상적이고 애조적인 감정의 궁극적인 파괴―는 작품 속에서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열정, 비밀,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타인의 삶이라는 상호 연결 사이에서 그동안 묻혔던 삶이 들춰진다. —《커커스 리뷰》

목차

1 …… 9

2 …… 75

3 …… 179

4 …… 215

5 …… 247

6 …… 283

7 …… 419

옮긴이의 말 …… 443

작가 소개

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이 되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1986년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 『남아 있는 나날』을 발표해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1995년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로 첼튼햄 상을 받았다. 2000년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를 발표해 맨 부커 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5년 복제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나를 보내지 마』를 발표해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2009)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으며, 2010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김남주 옮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로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 『녹턴』, 『나를 보내지 마』,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임스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가면의 생』, 『여자의 빛 』, 『솔로몬 왕의 고뇌』, 미셸 슈나이더의 『슈만, 내면의 풍경』,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가 있다.

"김남주"의 다른 책들

독자 리뷰(1)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과거에서 도착한 현재와 만나다
김형철 2015.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