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번역된 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

마음의 심연

원제 LES QUATRE COINS DU COEUR

프랑수아즈 사강 | 옮김 김남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1년 10월 15일 | ISBN 978-89-374-4233-9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304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프랑스 현대 문학의 아이콘 프랑수아즈 사강

 

미발표 유작 국내 최초 번역!

 

사강의 아들 드니 웨스토프가 직접 찾아 엮어 낸 사강의 마지막 작품

 

 

▶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나온 사강의 미발표 소설. 종이는 삭고 글씨는 바랐지만 사강의 감성과 문체, 풍자와 유머가 그 어떤 작품보다 생생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 -《파리지엔》

 

▶ 부주의하고 바로크적이며 비상하여 너무나 ‘사강’스럽다. -드니 웨스토프

 

▶ 표면적으로는 점잖은 듯 보이는 부르주아적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책장을 넘길수록 통념을 뒤엎고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리브르 에브도》

편집자 리뷰

프랑스 현대 문학의 아이콘 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 『마음의 심연』이 국내 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사강은 열아홉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 대표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등 사랑을 앞에 둔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 낸 작품들로 프랑스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엄청난 양의 독서와 특유의 재기를 바탕으로 이십여 편의 소설, 에세이,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고, 사랑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심리 지도를 완성했다. 섬세한 문체, 내밀한 심리 묘사로 특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 반세기에 걸쳐 ‘사강 신드롬’을 유지해 왔다. 사강의 어느 작품들보다 더 파격적이고 생생한 사랑을 그려 낸 『마음의 심연』은 열린 결말의 미완성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강스러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음의 심연』은 사강의 아들인 드니 웨스토프가 2004년 사강의 사망 이후 발견한 원고를 십여 년간 스스로 엮고 다듬어 나온 작품이다. 메모가 가득 적힌 원본과 영화로 제작되기 위해 시나리오로 각색된 원고를 토대로 문체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문장을 정돈해 사강의 마지막 작품으로 2019년 프랑스에서 처음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출간 당시 독자들은 파리의 책방 앞에 길게 줄을 섰고, 파격적인 초판 부수 모두가 단기간에 팔려나가 품절되며 사강의 위상이 건재함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내용이 불완전하다 해도, 상태가 어떻든 간에 이 원고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문학 세계 전체에서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는 만큼 반드시 출간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 원고를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마음속 목소리들이 말하고 있었다. 사강을 알고 사랑하는 독자들은 그녀가 남긴 문학적 소산 전체를 읽고 파악할 권리가 있었다.

- 드니 웨스토프, 「서문」에서

 

 

파괴적인 사랑의 감정 앞에서 고뇌하는 남녀의 내밀한 심리 묘사로

또다시 재현되는 ‘사강 신화’

 

 

『마음의 심연』은 프랑스 지방 재력가인 앙리 크레송의 저택 ‘라 크레소나드’를 배경으로 한다. 그의 아들 뤼도빅 크레송은 이 년 전 겪은 자동차 사고의 영향으로 정신 병원과 요양원을 전전하다 막 집으로 돌아왔고, 몽롱하고 정상이 아닌 듯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뤼도빅의 아내 마리로르는 사랑 없는 결혼을 이어 가야 하는 권태에 빠져 있다. 앙리는 그의 아들이 온전하게 사회로 돌아왔음을 기념하기 위해 저택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기로 결심하고, 파티 주최자로 과부가 된 그의 사돈이자 마리로르의 어머니인 파니 크롤리를 초대한다. 파니가 머무는 동안, ‘라 크레소나드’는 사랑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이 작품은 사강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생생하고 신랄한 풍자, 재기 넘치는 대화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갈등과 고뇌로 이루어져 있다. 삼각관계와 나이차가 많은 연상 연하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연상하게 한다. 대사 속 풍자와 유머가 특히 돋보인다는 점에서는 『마음의 파수꾼』등의 작품과 궤를 같이한다. 또한 앙리 크레송과 산드라, 뤼도빅과 마리로르 등 사랑 없는 결혼을 유지하는 부부 간의 권태, 허세와 겉치장으로 주위 사람들을 질리게 하는 필립 등의 인물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부르주아적 안락에 대한 풍자 또한 잘 드러나 있다. 사강 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도처에 포진해 있어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사강의 향기가 흠뻑 어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앵테르》)

 

 

 

■ 본문 중에서

 

 

“원하는 게 뭐야? 또 뭘 바라냐고?”

“난 당신과 함께 지내고 싶어. 난 당신을 되찾고 싶어.” (73쪽)

 

사실 뤼도빅은 다른 사람들과 좀 달랐고 모호한 데가 있었으며 마리로르에 비해 지나치게 여리고 순수했다……. 사실 앙리는 순수함 같은 것 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순수함은 꾸며 낸 것이거나 정신적 나약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111쪽)

 

“잊지 마세요. 제가 여기 온 건 당신 아들이 멍청이가 아니라는 걸 투렌 사람들 모두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라는 걸 말이에요.” (125쪽)

 

애도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먼저 그 가혹함, 일상적인 진부함이 있다. 그로 인해 당신은 처음에는 얼떨떨했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지만 주변에 완전히 무심해진다. 가까운 이들에게든 먼 이들에게든 ‘근신’하게 되는것이다. 그렇게 방황이나 권태에 자신을 방치했다가 차츰차츰 애도에서 벗어나 삶으로 돌아온다. 달라진 나날들이 펼쳐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시간, 곧 그와 당신의 관계가 사라진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다. (142쪽)

 

그녀가 보기에는 아들과 아버지, 남편과 아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진정한 대화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각자 자기 재산과 권위를 틀어쥔 채 상대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이곳에는 그런 불통의 기운이 떠돌고 있었고, 불어오는 초원의 바람이 이따금 그것을 흩어 놓을 뿐이었다. (155쪽)

 

창을 통해 꿀 같기도 하고 독 같기도 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창가로 다가서

면서 이상하게도 몸이 덜덜 떨렸다. 이윽고 그의 눈에 파니의 옆얼굴이 보였다. 한순간 그 얼굴은 ‘아득하고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그 테마를 한 차례 또 한 차례 치는 동안, 절망감이 그를 압도했다. 그는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 음악 안에 있는 것, 그의 주위의 대기 속에 떠돌던 그것을 경험한 적도, 포착한 적도, 누린 적도 없었다. (163쪽)

 

그들은 두려움도 호기심도 부끄러움도 없는 또 다른 영역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그것은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194쪽)

 

눈부신 태양 아래서의 입맞춤은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둠 속에서 속삭인 세 마디 말은 그렇지 않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사람들이 은밀한 기쁨을 느낄 때는 어떤 장면을 실제로 볼 때가 아니라 상상할 때다. 실제 삶에서 사람들은 어떤 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나 이해하게 되는 것보다는 뜻밖에 목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251쪽)

 

‘프랑스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파니는 생각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안개 냄새와 고광나무 향기가 났다. 그 향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비행기가 나무 바로 위를 낮게 날곤 했던 것이다. (276쪽)

목차

서문 7

 

1장 17

2장 44

3장 78

4장 119

5장 133

6장 156

7장 162

8장 179

9장 196

10장 214

11장 221

12장 230

13장 250

14장 259

15장 262

16장 278

17장 281

 

작품 해설 287

작가 연보 295

작가 소개

프랑수아즈 사강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çoise Quoirez). 1935년 프랑스 카자르크에서 태어났다. 1951년 가족과 함께 파리로 이주하여 소르본 대학에서 공부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작품 속 등장인물인 ‘사강’을 자신의 필명으로 삼았다. 1954년 열아홉의 나이로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해 프랑스 문단에 커다란 관심과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그해 비평가 상을 받았다. 『어떤 미소』(1956), 『한 달 후, 일 년 후』(1957)에 이어 1959년에 발표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의 감정으로 연결된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낸 동시에, 극히 사강다운 독특한 스타일을 다시 한번 정립했다. 두 번에 걸친 결혼과 이혼, 그리고 알코올과 마약, 도박에 중독된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내면서도 『신기한 구름』, 『항복의 나팔』, 『마음의 파수꾼』, 『찬물 속 한 줄기 햇살』, 『흐트러진 침대』, 『핑계』 등의 소설을 비롯하여 자서전,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2004년 심장과 폐 질환으로 사망했다.

김남주 옮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로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 『녹턴』, 『나를 보내지 마』,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마음의 심연』, 『슬픔이여 안녕』, 제임스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가면의 생』, 『여자의 빛 』, 『솔로몬 왕의 고뇌』, 미셸 슈나이더의 『슈만, 내면의 풍경』,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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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아노말리사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