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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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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영화, 문학, 인생이 한데 어우러진 울림 있는 협주곡 깊이 있는 사유와 격조 높은 언어로 세계 영화사의 걸작들을 만나다

유종호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9년 6월 15일

ISBN: 978-89-374-2662-9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변형 135x225 · 324쪽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1953년 환도 직후 처음으로 보았던 서양 영화 「여수」부터 1970년대 당시 국내 상영이 금지되었던 일본 영화 「라쇼몽」, 1980년대 미국 체류 시절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고전 영화 「카사블랑카」, 그리고 최근 디브이디로 본 영화 「피아니스트」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서 저자는 영화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그 안에 담긴 삶의 은유와 시대의 상징을 읽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예순여섯 편을 통해 문학과 인생, 예술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 줌으로써 영화 읽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목차

젊은 날에 본 영화
기막힌 우연의 행복과 작별 「여수」
불멸의 라스트 신 「제3의 사나이」
대하소설 흐름의 파노라마「인생 유전」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청춘 영화 「나의 청춘 마리안느」
영화 리얼리즘의 한 극점 「워터프런트」
짧을 수밖에 없는 떠돌이 사랑 「애상의 나그네」
지겹도록 숨 막히게 아찔한 영화 「공포의 보수」
생동감 넘치는 정치극이자 역사극 「줄리어스 시저」
사회적 국외자의 비극적 사랑 「개선문」
신선하고 환상적인 요정의 일탈극 「로마의 휴일」
격정이 전경화 된 서부 영화 「백주의 결투」
살벌하고 억압적인 병영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
표연히 사라지는 나그네 청년의 시정 「셰인」
1960년대 청춘 반란의 예고편 「이유 없는 반항」
대의를 위해 싸우다 죽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지나간 시절의 훈훈한 휴머니즘 「위대한 환상」
격정과 집단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서부극 「고원의 결투」
사춘기의 위기를 건너가다 「초원의 빛」
사랑이 야수를 인간으로 만들다 「미녀와 야수」
부서진 토막 기억의 영화들 「비정의 도시」 외
 
외국 도시에서 본 일본 영화
사형 제도와 재일 교포를 다룬 문제작 「교사형」
자해 공갈단 사 인 가족의 사연 「소년」
식인 행위까지 다룬 으스스한 리얼리즘 「들불」
출구 없는 모래 구렁 속 시시포스 「모래의 여인」
16세기 전란 시대의 파란 많은 삶 「우게쓰 이야기」
잔잔하고 훈훈하면서도 쓸쓸한 가정극 「만춘」
자식들을 찾아 상경한 노부부의 사연 「도쿄 이야기」
교훈과 감동을 아우르고 있는 깊이 「산다」
인식론적 회의주의와 영상의 아름다움 「라쇼몽」
노래 때문에 잊히지 않는 동화 같은 영화「버마의 하프」
흥미진진한 칠 대 사십의 공방전「7인의 사무라이」
옛 산간 마을의 참혹한 풍속「나라야마 부시코」
 
샌디에이고에서 본 케이블 영화
어느 구도적 편력자의 삶과 청춘 「면도날」
사랑과 대의가 얽혀 있는 감동의 반전극 「카사블랑카」
미소년에 매혹된 예술가의 ‘죽음에 이르는 병’「베니스에서의 죽음」
역사에 번롱되는 파란 많은 개인사「마지막 황제」
영상미가 돋보이는 슬픈 여인의 일생「테스」
짤막한 사랑이 드러내는 아픈 사랑의 기억「내 사랑 히로시마」
미국인과 ‘미국의 꿈’에 대한 흥미진진한 탐구「시민 케인」
질기고 얄궂고 슬픈 인연의 굴레「부운」
낭만적 순애보이자 정신적 성장 기록「제인 에어」
나치 시대를 다룬 신랄한 사회비판「양철북」
삶의 공허함과 삭막한 인간관계「정사」
상쾌하고 뒷맛 개운한 코미디「7년 만의 외출」
가난한 청년의 낭만적 환상과 그 행방「위대한 개츠비」
파리 노동 계층 여성의 가파른 삶과 전락「목로주점」
뜻하지 않은 외방에서 만난 두 동포「오만한 자들」
 
디브이디 시대에 들어서서 본 영화
한 외톨이 청년이 보여 준 모험과 ‘영웅적’ 행동의 역정「택시 드라이버」
세목의 진실이 받쳐 주는 거대한 허구의 감동「쇼생크 탈출」
프로 여자 권투 선수의 영광과 비참의 내면「밀리언 달러 베이비」
사랑과 노래와 전쟁이 빚어내는 인간극「글루미 썬데이」
서정적 영상미가 돋보이는 관능 찬미의 영화「프라하의 봄」
우열한 전쟁의 전율성과 인간됨의 어둠「지옥의 묵시록」
기성 도덕률에 도전한 사랑의 종말「안나 카레니나」
처참한 죽음과 처참한 복수극「처녀의 샘」
만남과 사랑의 불가사의 그리고 소통의 어려움「구름 저편에」
참전 군인들의 그 전날 밤과 일자 이후「디어 헌터」
한 생명을 구하는 자는 세계 전체를 구한다「쉰들러 리스트」
사실에 충실한 명장의 전기 영화「사막의 여우 롬멜」
독재자의 생태와 행태「위대한 독재자」
청교도 사회에서의 사랑과 벌「주홍 글씨」
젊은 야심가의 사랑과 죽음「적과 흑」
이적 행위임을 간과한 집단적 노력의 성취감「콰이 강의 다리」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효시「강박 관념」
어느 사형수의 최후의 나날「데드 맨 워킹」
살아남은 자의 기막힌 고난과 슬픔「피아니스트」


편집자 리뷰

영화를 통해 석학 유종호의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를 만나다
유종호의 첫 영화 에세이 『내가 본 영화』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53년 환도 직후, 영화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저자를 딱하게, 또 한편으로는 대견하게 생각한 친척 어른이 영화표를 사 주어 1950년 작인 윌리엄 디터리 감독, 조지프 코튼 주연의 영화 「여수」를 처음으로 구경했다. 언제 다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 곁에 살았지만,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머나먼 이국 선남선녀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매혹적이었고, 저자는 한동안 점심은 굶을망정 변두리 극장을 찾아다니며 영혼의 꿀꿀이죽을 맛보곤 했다.
 
문학적 상상력과 영화의 꿈
그 후 오십 년 동안 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살아온 저자에게 영화는 정다운 벗이자 기억의 대리인이 되어 주었다. 예술을 즐길 여유라고는 없었던 곤곤한 학생 시절부터 원하면 어떤 영화든 집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디브이디 시대까지, 저자는 영화를 통해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그 꿈을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 영화 이야기를 기록했다. 하지만 저자가 써 온 영화 이야기는 단순히 영화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영화라는 공감의 공간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 온 역사 체험과 시대 분석, 문학적 사유를 한데 아우른 깊이 있는 샘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을 통해 영화는 유희로, 예술로, 사회역사적 산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감동의 절정과 비판의 정점, 양면을 읽는 영화 읽기의 새 모범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을 단지 ‘영화를 사랑한 올드 팬의 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어느 한 장르나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영화들을 접할 수 있어 즐겁다. 서부영화, 정치극, 멜로드라마, 추리극, 전쟁 영화 등 각양각색의 영화가 모였지만 각 영화마다 그것을 읽어 나가는 방향은 특색이 있다.
저자는 「나의 청춘 마리안느」를 보면서 쥘리앵 뒤비비에 감독의 ‘시적 리얼리즘’을 떠올린다. “뱅상이 고성에서 본 것은 정말로 마리안느인가? 아니면 고성 실내 벽면에 있던 초상화가 빚어낸 환각 현상인가?”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 저자의 상상 저편에서 설화 속 ‘살아 있는 초상화’ 모티브가 떠오른다. 그러고는 그 속에 내재한 인간의 꿈을 읽는다. “환상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현실 이해가 과연 가능한가? 이 영화에 정신없이 빨려 들어간 것은 우리네 청춘이 너무나 황량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누구나 삶이란 흑백 영화 속에 제 청춘의 마리안느를 한두 사람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청춘 마리안느」에서 놓칠 수 없는 최고 가치는 유년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자 감동의 영역이다.
또 저자는 「나라야마 부시코」를 통해 자연 상태의 인간 생태를 비판하고 근대화의 가치를 상기하기도 한다. “어느 전쟁 영화 못지않게 참혹하며, 자연과의 괴리가 없는 원시적 삶에 대한 낭만적 미화의 허구성을 가차 없이 폭로한다.” 자연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벌이는 노골적 행위들 앞에 저자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구호의 빈틈을 지적하며 원시적 삶에 대한 환상을 제거해 낸다. “이 영화만을 두고 생각하면 지식인들의 푸념과는 달리 근대와 근대화가 문제성 많은 대로 커다란 축복임을 재확인하게 한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비평가의 영역에서 인간 세계를 관조하고 세계를 비판한다.
방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저자가 적시적소에 배치한 인용 역시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공감대를 넓히거나 비판의 연장선에 설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생 유전」에서는 이미 작고한 김수영과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대목이 흥미롭다. 김수영은 일기에서 “「인생 유전」은 시시한 영화다. 그 제목부터가 고색창연하였고 내용도 구태의연하다. 나는 이 종류의 불란서적 리얼리즘을 극도로 싫어한다. 결국 「인생 유전」은 불란서적 영화 협잡이다. 그것을 모르고 아직도 불란서 영화라면 모두가 예술 영화이며 일류 영화라고 생각하는 무리들이 나의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나를 질식시킨다.”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애증과 호오(好惡)가 분명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어 흥미롭기는 하나 수긍은 가지 않는다.”라고 쓰며 이 영화의 대하 소설과 같은 장대한 흐름과 예술적 장면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이어가고 있다.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영화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방식은 누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저자의 깊고 넓은 지적 세계를 실감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발견하는 시절의 몽타주들
저자는 회상 에세이 『나의 해방 전후』, 『그 겨울 그리고 가을』을 통해 “개인의 기억도 사료가 될 수 있다.”라는 자신의 지론을 입증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영화 에세이에서도 지난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책에 사료로서의 가치를 더했다.
환도 직후 서울의 모습과 1970년대를 장식했던 ‘최루탄의 십 년’, 기술 발전의 세기로 대변되는 현재까지, 영화와 함께 흘러온 지난 오십 년의 풍경이 영화 속 장면과 오버랩 되어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를 따라 우리 근현대사의 곳곳을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1950년대 서울 거리에 있던 고서점들을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오래된 책 냄새가 날 듯하다. “생나무 기둥을 버팀목으로 해서 청계천 변에 즐비한 판잣집 고서점이 가장 잊히지 않는다. (……) 책은 마음의 양식이란 상투 어구가 있지만 이런 책들은 우리에게 정신의 ‘꿀꿀이죽’ 구실을 해 주었다.”
국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사적 후일담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미국 영화 역사상 할리우드 영화인 열 명이 의회 모욕죄로 미하원 비(非)미 활동 위원회에 소환되었다. ‘할리우드 텐’ 사건이다. 찰리 채플린은 사십여 년을 미국에서 살며 영화를 만들었지만 끝내 시민권을 얻지 않아 미국인의 분개를 샀다. 「로마의 휴일」을 감독한 윌리엄 와일러는 완벽주의자여서 출연 배우들이 끔찍이 싫어했다. 하지만 나중에 오스카상을 받고 나서는 고마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들은 사소하지만 독자들에게 친근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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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호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공주사범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를 거쳐 2006년 연세대학교 특임교수직에서 퇴임함으로써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외에 『시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한국근대시사』, 『나의 해방 전후』, 『과거라는 이름의 외국』 등이 있고 역서로 『파리대왕』, 『제인 에어』, 『그물을 헤치고』, 『미메시스』(공역) 등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며,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학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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