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광인 1
시리즈 소설 조선왕조실록 7 |
백탑파 시리즈, 소설 조선왕조실록으로 다시 태어나다.
철저한 고증과 이야기의 흥미를 모두 챙긴 고품격 역사 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가 소설 조선왕조실록에 포함되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3부작으로 구성되었던 백탑파 시리즈가 신작 『목격자들』 출간을 맞아 새로운 판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번 판본은 전작의 내용을 수정 ‧ 보강했을 뿐만 아니라, 서예가 강병인의 캘리그라피와 조선시대 전통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더욱 부추긴다. 더욱이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3권에서 10권까지가 동시에 출간되면서『혁명』에서부터 시작된 시리즈의 본격적인 행진을 알리는 축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사건을 시대 순서로 나열하는 것이 아닌, 소설 장르가 가진 유연함을 바탕으로 테마별, 인물별로 묶어 낼 예정이다. 조선 건국을 시작으로 이제 정조 시대 문예 부흥기에 다다른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다음 행로는 어디일까? 이제 축제는 시작되었다. 꽃이 미친 사내[花狂], 탐정 김진처럼 이야기에 미친 사내[說狂], 작가 김탁환이 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우리는 그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따라 소설과 시대를 즐겨도 좋겠다.
금서 『열하일기』를 둘러싼 연쇄 살인과 암투의 비밀을 파헤친다.
김탁환의 2007년 신작 장편 소설 『열하광인』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열하광인』은 조선 후기 정치사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문체 반정을 배경으로, 당시 최대 베스트셀러였으나 정조에 의해 금서로 묶인 『열하일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비밀을 파헤친다.
정조가 『열하일기』를 금서로 묶은 지 50여 일이 지난 어느 날, 『열하일기』를 읽기만 해도 패가망신할 수 있는 삼엄한 상황 속에서 비밀리에 모여 『열하일기』를 읽는 모임 ‘열하광’의 일원이 무장 괴한들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무장 괴한들의 뒤에 절대 군주를 꿈꾸는 정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백탑파를 사사건건 견제해 온 노론 세력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백탑 서생에게 불만을 품은 자의 소행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열하광’ 광인들을 모두 공포에 떤다.
그 와중에 왕실 종친이자 ‘열하광’의 일원인 의금부 도사 이명방은 정조에게서 『열하일기』를 읽는 자들을 적발해 내라는 명을 받고 커다란 혼란에 빠진다.
조선 후기 정치사의 최대 미스터리, 문체 반정
이 소설은 정조(正祖)가 문체 반정을 일으킨 1792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체 반정이란 정조가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하고 전통적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도록 명한 일을 가리킨다. 중국의 신문물을 참신한 문체로 묘사하여 젊은 지식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조선의 문풍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금서로 낙인 찍힌다. 이 일로 모처럼 싹트려던 조선 후기 문예 부흥의 싹은 짓밟혔고, 정조는 점차 개혁 군주의 면모를 버리고 절대 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 재인식되어야 할 작품
백탑파 연작은 18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안으로는 임진·병자 양대 난을 겪은 후 상업이 발달하고 흥성한 문화가 서민층에까지 미쳐 소설이라는 대중문화가 싹트기 시작하고, 대외적으로는 명말 청초 문집, 서양학, 천주교 등이 북경의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주자학의 아성을 해체해 가던 시기이다. 『열하광인』은 정조의 문체 반정을 통해 고문(古文)으로 상징되는 보수 세력과 중국의 신문물로 대표되는 혁신 세력이 나라의 운명을 놓고 벌이는 한 판 승부를 그려 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