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황진이

김탁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11월 24일 | ISBN 978-89-374-4212-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7x188 · 204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황진이는 누구인가?
노년의 황진이가 직접 전하는
오해와 편견, 멸시와 풍문으로 가득했던 황진이의 삶

 

기생이 아닌 시인
여인이 아닌 예인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던
‘황진이’에 대한 이야기

편집자 리뷰

김탁환의 역사 소설 중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나, 황진이』가 민음사의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로 다시 출간되었다. 초판이 나온 2002년 이후 15년만의 개정판이며,『목격자들』이 출간된 이후 2년 만이다.
KBS 드라마 「황진이」의 원작 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죽음을 앞둔 노년의 황진이가 삶을 뒤돌아보는 회고록이라는 특별한 형식으로 쓰였다. 『나, 황진이』의 복간 의미는 각별하다, 작가 김탁환은 황진이의 회고록을 통해 황진이의 목소리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재현해 화제가 되었으며, 굵직한 서사만이 아닌 문학성까지 갖춘 작가로 인정받았다. 그의 소설을 쫓아 읽어 온 독자들에게 이번 복간은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나, 황진이』 함께 복간된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과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모두 여성 등장인물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에서 다시 김탁환의 ‘여성 3부작’이라 명명할 수 있는 세 종의 책은 김탁환의 여성 서사를 읽어 내는 중요한 키워드로서 의미를 지닌다. ‘김탁환’이라는 작가를 애독해 온 독자들에게는 오랫동안 묻혀 있던 김탁환의 수작들을다시 만나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다시 읽는 황진이

작년부터 이어진 페미니즘의 열풍 속에서 황진이를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의미는 크다. 조선 중기 신분과 성별이라는 도무지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황진이가 느꼈던 좌절과 절망은 ‘유리 천장’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이어진다. 황진이를 그저 아름다운 외모로 사대부를 쥐락펴락했던 팜므파탈이 아닌 한 명의 위대한 시인으로 호명하는 것은 그동안 낮게 평가된 여성 문인에게 원래의 자리를 돌려주는 문학적 움직임이다. 사회의 중요한 담론이 새로이 형성된 지금, 『나, 황진이』는 역사 속의 흐릿한 존재로 남은 불세출의 여성 시인 황진이를 문학으로 다시 호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황진이의 입으로 듣는 황진이의 일생

황진이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몇 안 되는 여성으로서 현재까지 대중의 호기심과 흥미를 끄는 인물이다. 동시에 한 시대를 뒤흔든 ‘명기’이자 치명적인 ‘요부’와 같은 이미지로 소비되기도 한다. 그러나 김탁환에게 황진이는 조선 중기, 여성과 관기라는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시와 문장에 평생을 내던졌던 일급시인이었다. 김탁환이 현재에 재현하고자 하는 황진이는 기생도 여인도 아닌 시인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렇기에 김탁환은 이사종과 벽계수를 비롯한 지족선사와 서경덕에 관한 황진이의 추문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남녀 사이의 치정이 아닌 예인대 예인, 문인대 문인으로서의 관계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무수한 소문과 폄훼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던 시인 황진이로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고요한 서사 속 유려한 문장

선이 굵고 단단한 서사로 대표되는 김탁환은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형식을 시도했다. 황진이의 굴곡진 삶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차분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죽음을 앞둔 황진이의 ‘회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류 시인 황진이를 다시 복원시키기 위해 섬세한 서정으로 가득한 문장들은 마치 황진이가 김탁환의 몸을 빌려 자신의 회고록을 써 낸 듯하다. 긴 호흡으로 아름답게 이어지는 문장에는 쉼표 하나까지 황진이의 숨결이 담겨 있다. 그 목소리 위에 김탁환의 방대한 역사적 지식과 치밀한 자료 조사가 만나 조선 중기의 문화 지형을 덧입혀 노년이 된 황진이의 목소리에 생동감을 더한다.

 

■줄거리

일생의 스승이었던 화담 서경덕의 임종을 지킨 황진이는 스승의 유언을 지키고자 자신의 삶을 회고하여 글로 옮기기 시작한다. 황진이 그녀 역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기에 이제야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이야기한다. 같은 문하생이었던 허태휘의 앞으로 띄우는 황진이의 편지에는 일평생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던 기생 황진이가 아닌 시인 황진이의 삶이 자리한다. 출생부터 노년까지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황진이의 일생은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했다. 그 멸시의 시선을 꿋꿋하게 견뎌 낸 일류 시인 황진이는 이제 분노도 회한도 없이 담담히 자신의 삶을 유려한 문장에 실어 흘려보낸다.

 

■책 속에서

그래요, 나는 죽어 가고 있습니다. 약 달이는 창가로 불어온 봄바람이 위로의 말 속삭이지만 마지막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합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마자 구름을 밝고 하늘로 오르는 혼령과 피 토하며 쓰러지는 푸른 이리 떼가 보여요.
―11쪽

이 글에 등장할 사람들은 대부분 보황(輔荒, 상여 위에 씌우는 비단)에 덮여 구원(九原, 저승)으로 갔지요. 살아남은 이들도 이제는 너무 멀리 떨어져서 내가 흘린 눈물이랑(눈물이 흘러내린 자리) 보여 줄 수 없어요. 이 글은 단 한 사람에게 바치는 자줏빛 꽃향유 다발에 가깝습니다.
―19쪽

내가 왜 내 삶을 조롱하는 이들에게 나 자신을 변명하여야 한단 말인가요. 그들이 나를 세 치 혀로 놀리고 희롱한다면 나 역시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어 주면 그만이지요.
―116쪽

내게는 그저 스쳐 지나간 만남이 세인의 관심을 끌기도 하고, 내게는 매우 소중한 순간들이 무시당하기도 하지요. 꽃못에 들어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동학들과 어울려 학문을 논한 일은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 지족선사와의 스쳐 지나간 만남은 황 모의 천성을 비난하는 예화로 쓰이니까요. 황 모는 늙어 죽을 때까지 남정네를 유혹하는 기생에 불과했다고 보고픈 사와 대부들의 바람을 모르지 않지만,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비난받을 수는 없습니다.
―166쪽

 

■작가의 말

『나, 황진이』는 여성 1인칭으로 쓴 첫 장편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숙해 가는 예술가를 그리고 싶었다. 집필 전에 검토한 황진이에 관한 소설들은 그녀가 가장 빛나던 시절만을 다루고 있었다. 나는 40대 이후 세파를 겪고 나서 화담 서경덕 문하에 들어가고, ‘황진이 살롱’의 중심으로 활약하던 시기를 주목했다. 16세기 중엽 무렵부터 서경덕, 김인후, 이황, 조식 등 전국에서 학파가 생겨났지만, 여성을 동학(同學)으로 받아들인 곳은 서경덕 학파가 유일하다. 『나, 황진이』에선 어리거나 젊은 황진이가 아니라 늙은 황진이의 때로는 넉넉하고 때로는 회한에 찬 시선으로 인생과 예술과 학문을 논한다.

목차

■목차
꽃바람
위험한 가계(家系)
탄생
질병, 질주, 돌아오지 않는 열망들
깊고 먼 눈동자
지음(知音)
너는 나다
맨발의 자유로운 지혜
유랑
빗방울, 나의 길
학인(學人)의 춤
시간 뒤에 남은 것

개정판 작가의 말
초판 작가의 말

발문 중세에 살기의 욕망과 소설의 갱신_정재서 (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김탁환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하소설 『불멸의 이순신』, 『압록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목격자들』, 『조선 마술사』 , 『거짓말이다』, 『대장 김창수』, 『이토록 고고한 연예』, 『살아야겠다』 등을 발표했다. 소설집 『진해 벚꽃』과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산문집 『엄마의 골목』,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등이 있다.

"김탁환"의 다른 책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8일 | 최종 업데이트 2017년 12월 28일

ISBN 978-89-374-4414-2 | 가격 9,100원

일생의 스승이었던 화담 서경덕의 임종을 지킨 황진이는 스승의 유언을 지키고자 자신의 삶을 회고하여 글로 옮기기 시작한다. 황진이 그녀 역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기에 이제야 자신의 입으로 진실을 이야기한다. 같은 문하생이었던 허태휘의 앞으로 띄우는 황진이의 편지에는 일평생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던 기생 황진이가 아닌 시인 황진이의 삶이 자리한다. 출생부터 노년까지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황진이의 일생은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했다. 그 멸시의 시선을 꿋꿋하게 견뎌 낸 일류 시인 황진이는 이제 분노도 회한도 없이 담담히 자신의 삶을 유려한 문장에 실어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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