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각본 살인 사건 1

김탁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5년 2월 25일 | ISBN 978-89-374-4204-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7x188 · 373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백탑파 시리즈, 소설 조선왕조실록으로 다시 태어나다.

철저한 고증과 이야기의 흥미를 모두 챙긴 고품격 역사 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가 소설 조선왕조실록에 포함되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3부작으로 구성되었던 백탑파 시리즈가 신작 『목격자들』 출간을 맞아 새로운 판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번 판본은 전작의 내용을 수정 ‧ 보강했을 뿐만 아니라, 서예가 강병인의 캘리그라피와 조선시대 전통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더욱 부추긴다. 더욱이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3권에서 10권까지가 동시에 출간되면서『혁명』에서부터 시작된 시리즈의 본격적인 행진을 알리는 축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사건을 시대 순서로 나열하는 것이 아닌, 소설 장르가 가진 유연함을 바탕으로 테마별, 인물별로 묶어 낼 예정이다. 조선 건국을 시작으로 이제 정조 시대 문예 부흥기에 다다른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다음 행로는 어디일까? 이제 축제는 시작되었다. 꽃이 미친 사내[花狂], 탐정 김진처럼 이야기에 미친 사내[說狂], 작가 김탁환이 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우리는 그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따라 소설과 시대를 즐겨도 좋겠다.

 

실학의 시대를 추리로 그린다: 지식인 소설의 새로운 도전

방대한 자료 조사와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으로 한국 역사 소설에 새 바람을 일으킨 작가 김탁환(한남대 교수)의 새 소설이 황금가지에서 나왔다. 이번에 출간되는『방각본 살인 사건』은 우리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기 중 하나인 18세기 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낼 ‘백탑파’ 연작의 야심찬 첫 작품이다. 그동안 실학파 개개인을 등장시킨 소설은 없지 않았으나 하나의 집단으로서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과 공유한 이상, 현실 정치에서의 한계까지를 총체적으로 다룬 것은 처음 있는 시도이다. 조선의 르네상스였던 그 시대와 실사구시(實事求是),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추구하며 새로운 조선을 향한 열망에 불타는 젊은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가 추리 소설의 외형 속에서 한층 맛깔스럽게 요리되어 있다.

편집자 리뷰

개혁파의 입성 전야, 음모와 갈등의 시기

소설은 정조의 즉위 2년째인 1778년에 시작된다. 일인칭 화자 이명방은 약관의 나이에 의금부 도사의 직책을 맡고 있는 엘리트로서, 장안을 어지럽힌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 현장에 놓여 있던 소설책에서 단서를 잡아 당대 인기 최고의 매설가(소설가) 청운몽을 붙잡아 능지처참하지만, 백탑 서생들과의 첫 만남을 통해 청운몽이 범인이 아니라는 지적을 당한다. 아니나다를까 살인은 계속되고, 서얼 출신인 불우한 천재 김진의 도움을 받아 또다시 범인을 추적하는 그의 앞에는 정치적인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온갖 사료와 논문 등을 참조한 철저한 탐구 고증은 전과 다름이 없지만 소설적인 재미는 더욱 강화되었다. 작가는 서울 탑동의 백탑(원각사지 십층 석탑) 근처를 무대로 노닐던 실학자들의 일파 일명 ‘백탑파’를 주인공으로 삼아 추리 연작을 구상하면서, 박제가와 백동수 등 유명한 실존 인물들 외에 두 명의 가상 인물을 보태었다. 화자로서 백탑파와 다른 입장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명방이 그 하나요, ‘꽃미치광이’ 김진이 나머지 한 사람이다. 화광(花狂) 김진은 기록상 실재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백탑파 실학자의 모습을 응축시켜 만들어 낸 원형이다. 학문에 있어 박대정심하며, 성리학적 가치관이 배제한 실용 학문에 열정을 품고, 외국 문물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며, 서얼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사회 지도층에서 소외된 흉중의 불평을 거울삼아 중인이나 상민을 가리지 않고 교유하며 그들로부터 배우려 하는 혁신성이 백탑파 서생들의 특징이었다. 이들은 소설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조의 조정에 참여하게 된다.

작은 이야기[小說]의 발흥, 근대의 예고

한편 [방각본 살인 사건]은 문화사적으로 흥미로운 프로필을 보여 준다. 소설은 고대 소설이 필사본 단계를 거쳐 바야흐로 상업적으로 꽃핀 무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후반은 임진·병자 양대 난을 겪은 후 상업이 발달하고 흥성한 문화가 서민층에까지 미쳐 잡가와 소설이 만연하던 시기이다. 재밋거리에 불과한 소설 문학이 국가나 사찰에서 중요한 자료를 보존 보급하기 위해 사용하던 판각을 전파의 수단으로 삼게 된 것은 일종의 혁명이다. 민간의 방각 업자가 이윤을 남기기 위하여 매설가로부터 작품을 사서 판각, 인쇄하여 유통하고, 세책방(도서 대여점)이 있어서 열렬한 독자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삯을 받았다. 소설에 열광했던 시대의 면모는 작중 등장하는 실존 인물 채제공의 인용문에서도 훔쳐볼 수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요즘 세상에 부녀자들이 서로 다투어 가며 일로 삼는 것은 오직 패설 읽는 것이다. 패설은 날로 달로 늘어 그 종류가 수백 수천에 이른다. 쾌가(?家)에서는 이를 깨끗이 베껴 빌려주고는 값을 거두어 이익을 취한다. 아녀자들은 식견도 없이 비녀나 팔찌를 팔거나 또는 빚을 얻어서라도 다투어 빌려와서는 긴 날의 소일거리로 삼는다.”

상품화된 소설들은 하찮고 허황된 글로 폄하되며 해악으로 비난받았다. 하지만 방각 소설의 하찮음은 한편으로는 시대상을 민감하게 반영함이며, 허황됨이란 종종 사회 질서를 전복하는 과격한 상상을 내포하고 있음이었다. 천한 신분의 주인공이 해외에 나라를 세워 왕이 된다든가 여자 주인공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출장입상(出將入相)한다는 등 조선의 봉건적 사회 제도 하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내용들이 소설의 테두리 안에서는 거침없이 시도되었다. 방각 소설의 상업적인 흥성과 그 내용의 반역성 둘 다가 근대의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었다. 매설가의 억울한 죽음으로 시작하여 소설을 모조리 압수하여 불사른 분서(焚書) 장면으로 끝을 맺는 작품은 문화적 정치적인 탄압을 우미한 슬픔으로 그리고 있다.

목차

1장 김진
2장 능지처참
3장 백탑파
4장 첫인사 그리고 재회
5장 미로
6장 꽃에 미치다
7장 증거 인멸
8장 용의 얼굴을 우러르는 새벽
9장 부탁
10장 너는 바보다
11장 청미령과 나눈 대화
12장 각수 납치
13장 기다림의 미덕

작가 소개

김탁환

1968년 진해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하소설 『불멸의 이순신』, 『압록강』을 비롯해 장편소설 『혜초』, 『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허균, 최후의 19일』, 『나, 황진이』,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목격자들』, 『조선 마술사』 , 『거짓말이다』, 『대장 김창수』, 『이토록 고고한 연예』, 『살아야겠다』 등을 발표했다. 소설집 『진해 벚꽃』과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산문집 『엄마의 골목』,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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