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문의 비밀 1
시리즈 소설 조선왕조실록 5 |
백탑파 시리즈, 소설 조선왕조실록으로 다시 태어나다.
철저한 고증과 이야기의 흥미를 모두 챙긴 고품격 역사 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가 소설 조선왕조실록에 포함되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3부작으로 구성되었던 백탑파 시리즈가 신작 『목격자들』 출간을 맞아 새로운 판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번 판본은 전작의 내용을 수정 ‧ 보강했을 뿐만 아니라, 서예가 강병인의 캘리그라피와 조선시대 전통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더욱 부추긴다. 더욱이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3권에서 10권까지가 동시에 출간되면서『혁명』에서부터 시작된 시리즈의 본격적인 행진을 알리는 축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사건을 시대 순서로 나열하는 것이 아닌, 소설 장르가 가진 유연함을 바탕으로 테마별, 인물별로 묶어 낼 예정이다. 조선 건국을 시작으로 이제 정조 시대 문예 부흥기에 다다른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다음 행로는 어디일까? 이제 축제는 시작되었다. 꽃이 미친 사내[花狂], 탐정 김진처럼 이야기에 미친 사내[說狂], 작가 김탁환이 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우리는 그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따라 소설과 시대를 즐겨도 좋겠다.
거짓 열녀를 적발하라!
김탁환의 백탑파 연작은 우리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기 중 하나인 18세기 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백동수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추리 소설의 형식에 녹여 낸 ‘백탑파’ 연작의 두 번째 작품 『열녀문의 비밀』. 열녀 종사 폐단을 한탄한 박지원의 글 「열녀함양박씨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되었다.
사회의 규범을 철저히 따르고 자신을 죽이는 여성들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의 대결에서, 작중 작가인 김아영은 천군을 보내어 결과를 왜곡하는 옥황상제의 절대 권위에 감히 반기를 든다. 병약한 남편을 여의고 시가의 가세를 일으킨 뒤 자결했다는 그녀의 행적에 ‘꽃미치광이’ 김진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흥미진진한 추리가 시작되는데….
시대를 앞서 갔던 여자 천재의 죽음, 그리고 삶
희생자 김아영 생시의 행적에 탄복함과 동시에 김진과 이명방은 무시무시한 의혹을 굳혀 간다. ‘이토록 치열하게 생의 문제에 마주했던 여인이 정말로 슬픔에 빠져 자살한 것일까?’ 의혹은 마침내 파국의 결말을 맞고, 너무나 앞서 갔기에 시대의 절대 윤리였던 ‘공맹지도’를 가감히 뿌리쳐 버린 여인의 비참한 죽음 앞에 탐정들은 비탄을 삼킨다. 김아영의 활달한 사고와 실행력은 기존 질서를 위협했고, 결코 사회에 용납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호질>, <허생전>에서 볼 수 있듯 양반의 반을 쳐내야 나라가 산다고 끓는 탄식을 토했던 실학파들의 모습이 주인공 김아영에게 겹친다.
소설은 결말에 반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백탑파 서생들은 결코 꿈꾸었던 것과 같은 중앙으로부터의 개혁을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다만 그들의 사상과 업적이 후세인들을 감복케 하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
김탁환의 작업 – 소설로 쓰는 조선 소설사
궁중 암투 중심의 역사 소설을 떠나 시대를 사상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풍부한 자료조사로 장면 장면을 살지운 작가 김탁환은 우리 고전 소설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작품속에 소설사적 고찰을 계속해 왔다. 항간에 크게 유행했던 방각본 소설이 주된 제재로 등장한 백탑파 시리즈 전작 <방각본 살인 사건>이 그러하며, 이번 <열녀문의 비밀>도 예외가 아니다. 작중 김아영과 기생 계목향이 공동 창작하는 가상의 소설 <별투색전>은 실존하는 고소설 <여와전> <투색지연의> 등에서 힌트를 얻어 설정된 것으로, <사씨남정기>와 <소현성록>등 그 이전에 나온 소설의 여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누가 더 나은가를 겨루는 메타픽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회의 규범에 철저히 따르고 자신을 죽이는 여성들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들의 대결에서, 작중 작가인 김아영 계목향은 천군을 보내어 결과를 왜곡하는 옥황상제의 절대 권위에 반기를 든다. 소설 속 소설이 실재하는 소설의 꼬리를 물고 얽혀 있는 구조는 역사 추리를 통해 지적 유희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