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박물관 1

원제 Masumiyet Müzesi

오르한 파묵 | 옮김 이난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0년 5월 31일 | ISBN 978-89-374-9027-9 [절판]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40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거울 앞에 있는 작은 선반에서 퓌순의 립스틱을 보았다. 그것을 집어 냄새를 맡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첫 장편소설“나는 이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오르한 파묵

편집자 리뷰

■ 30년간 계속된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과 집착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장편소설 『순수 박물관』(전2권)이 민음사 모던 클래식(27.28)으로 출간되었다. 오르한 파묵은 『내 이름은 빨강』, 『검은 책』 등으로 이미 한국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순수 박물관』은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터키에서는 출간(2008년 8월) 당시, 초판 10만 부가 2주 만에 소진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고, 이탈리아에서도 출간 2주 만에 5만 부가 판매되는 등, 출간되는 모든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 등을 주제로 작품을 써 왔으며, 노벨 문학상 수상 당시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오르한 파묵은 『순수 박물관』에서 처음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주제로 삼고 있다. 특유의 문체와 서술 방식으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책에서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30년간 계속된 한 남자의 처절한 사랑과 집착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1975년 터키 이스탄불. 부유한 집안, 잘나가는 회사, 아름답고 교양 있는 애인, 이 모든 것을 가진 남자 케말이 있다. 그는 아무것도 부러운 것 없이 삼십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그럴 것이었다. 사랑하는 연인 시벨과의 약혼식 준비로 바쁘던 어느 날, 케말 앞에 가난한 먼 친척의 딸인 퓌순이 나타난다. 그녀는 시벨의 선물을 사러 갔던 부티크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퓌순은 얼마 전 18세가 되었으며, 미인 대회에 출전했을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다. 케말은 자신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녀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그래서 어머니 소유로 되어 있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아파트로 퓌순을 끌어들이는데, 무슨 생각인지 그녀도 적극적으로 그의 제안에 따른다. 그녀와의 밀회가 거듭될수록 케말은 점점 더 행복해지고 삶은 더욱 풍부해지는 것만 같다. 자신과 비슷한 집안 출신인 시벨과 약혼하고 결혼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한편으로, 퓌순과도 계속 만나면서 삶을 즐길 생각이었다. 어느 날, 퓌순은 문득 그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그 역시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케말은 시벨과 헤어지고 퓌순과 결혼할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처럼, 약혼 후에도, 아마도 결혼 후에도, 계속 그렇게 퓌순과 만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친척과 친구를 모두 초대한 성대한 약혼식. 행복해하던 케말은 퓌순이 하객으로 온 것을 보고도 그저 반갑기만 했다. 그러나 약혼식 다음 날, 만나기로 했던 시간에 그녀는 오지 않았고, 그 후 어디서도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케말은 퓌순이 사라진 후에야 그녀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며, 그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사랑을 잃은 고통은 마음이 아니라 육체마저 병들게 하고, 그는 퓌순과 사랑을 나누었던 아파트에서 그녀가 남기고 간 물건들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결국 케말은 약혼녀 시벨에게 퓌순의 일을 고백한다. 시벨은 그것이 그저 지나가는 일이라 생각하며,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 케말의 병(퓌순을 향한 사랑)이 나을 거라 여겨, 둘은 결혼도 하기 전에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퓌순을 향한 그리움은 점점 커져 간다. 결국 둘은 파혼하고, 케말은 본격적으로 퓌순을 찾아다니는데, 마침내 어느 날 퓌순에게서 그를 초대하는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8년간의 긴 기다림이 시작된다.

내게 있어 행복은 이처럼 잊히지 않는 어떤 순간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 삶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간’처럼 선이 아니라, 이런 감정적인 순간들을 하나하나 놓고 생각하는 것임을 알면, 연인의 식탁에서 팔 년을 기다린 것이 조롱거리나 기행이나 강박관념처럼 보이지 않고, 그저 퓌순 가족의 식탁에서 보냈던 행복한 1593일의 밤으로 보일 것이다. 추쿠르주마에 있는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던 모든 날들을—가장 힘들고,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자존심 상하는 날조차—지금은 크나큰 행복으로 기억하고 있다.

■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들이 주는 위로, 그리고 박물관 —“모든 사람들이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나의 삶을, 퓌순이 남겨 놓은 것들과 나의 이야기들과 함께 박물관에 전시해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행복해했다.”
『순수 박물관』은 한 남자가 단 44일 동안 사랑을 나눈 한 여자를 평생 동안 사랑하면서, 그녀와 관련된 추억을 간직한 물건들을 모으고, 결국 그 물건들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들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케말은 사랑하는 퓌순과 관련된 모든 물건을 모으고, 전 세계 박물관 5,723군데를 다니며 자신의 박물관을 어떤 형태로 만들지 고민한다. 또한 퓌순이 살았으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신이 8년 동안 드나들었던 집을 사서 그곳을 박물관으로 개조한다. 그리고 그곳에 전시될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 책을 쓸 결심을 한 후, 그 책을 써 줄 작가를 만난다. 바로 이 박물관의 이름이 ‘순수 박물관’이며, 이 책의 제목이 ‘순수 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수 박물관』은 ‘순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물건들을 독자들이 보고 있다는 설정하에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를 들면 “퓌순은 내가 박물관 입구에 한 짝을 전시해 놓은 그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와 같이 소설 중간중간에 박물관 전시품에 대한 언급이 계속된다.

달빛 아래, 물건들 하나하나는 빈 공간의 일부인 양 그림자 속에 잠겨 있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나뉠 수 없는 분자처럼, 나뉠 수 없는 어떤 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순간들로 이루어진 선이 시간이라고 했던 것처럼, 물건들이 모여 선을 이루면 하나의 이야기가 될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니 작가라면 내 박물관의 카탈로그를 한 편의 소설처럼 쓸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케말이 물건들을 수집하는 것은 그것에서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 여인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녀의 머리카락과 손수건, 머리핀 등 그녀가 가졌던 모든 물건을 숨겨 놓고, 오랫동안 그것에서 위안을 찾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담겨 있고 그 사람의 손이 닿았던 물건들을 바라보고 또 만지면, 마치 그 물건에 어떤 위안의 힘이 있는 듯 사랑의 고통이 줄어들 뿐 아니라, 그 안에 쌓여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나의 박물관은 퓌순과 나의 모든 인생이고, 우리의 모든 경험입니다.”라고 고백한다.

이 물건들을 보는 나의 시선은 수집가가 아니라 약을 바라보는 환자의 시선이었다. 퓌순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은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요했을 뿐 아니라, 고통이 잦아든 후에는 다시 나의 병을 떠올리게 하여 이 물건들과 그 집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에, 나의 고통이 가벼워졌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 그 작가의 이름이 바로 ‘오르한 파묵’이라는 점이다. 소설 속 오르한 파묵은 몰락해 가는 집안의 아들로, 세상 물정도 모른 채 소설가가 된답시고 혼자 틀어박혀 글만 쓰는 남자로 묘사되는데, 실제 오르한 파묵과 완전히 일치되는 모습이다. 또한 오르한 파묵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전 세계 곳곳의 박물관을 찾아다녔고, 『순수 박물관』의 주인공 케말이 돌아다녔다고 하는 박물관도 모두 오르한 파묵이 직접 가 본 곳들이다. 2008년 방한했던 오르한 파묵은 서울에서도 ‘리움 미술관’을 포함하여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 들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오르한 파묵은 주인공이 수집했다는 물건들을 직접 모아 집필실에 그 물건들을 놓아두고,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물건들과 박물관의 의미에 대해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오르한 파묵은 현재 터키 이스탄불에 직접 ‘순수 박물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소설 속 케말이 ‘순수 박물관’을 만드는 바로 그 자리에, 바로 그 형태의 박물관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에는 이 박물관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입장권(2권 386쪽)이 들어 있으며, 박물관 지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 케말이 꿈꾸던 박물관이 실제로 문을 열고, 『순수 박물관』을 읽은 독자들은 ‘순수 박물관’을 방문해 그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물건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순수 박물관’은 2010년 8월말에 개관할 예정으로,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차

1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2 샹젤리제 부티크 3 먼 친척들 4 사무실에서의 밀회 5 푸아예 레스토랑 6 퓌순의 눈물 7 멜하메트 아파트 8 최초의 터키산 과일 사이다 9 F 10 도시의 불빛과 행복 11 희생절 12 입맞춤 13 사랑, 용기, 현대성 14 이스탄불의 거리, 다리, 비탈길, 광장 15 언짢은 인류학적 사실 몇 가지 16 질투 17 이제 내 인생은 당신과 결부되어 있어 18 벨크스 19 장례식에서 20 퓌순의 두 가지 조건 21 아버지의 이야기 : 진주 귀걸이 22 라흐미 씨의 손 23 침묵 24 약혼식 25 기다림의 고통 26 해부도 : 사랑의 고통 27 몸을 뒤로 젖히지 마, 떨어지겠어 28 물건들이 주는 위로 29 그녀를 생각하지 않는 순간은 없었다 30 퓌순은 이제 여기 살지 않아요 31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거리들 32 퓌순인 줄 알았던 그림자와 환영 33 저속한 소일거리 34 우주의 개처럼 35 내 수집품의 첫 씨앗 36 사랑의 고통을 달래 줄 작은 희망 37 빈집 38 여름의 끝을 장식하는 파티 39 고백 40 해안 저택이 가져다준 위안 41 배영 42 가을의 우울 43 춥고 외로운 11월 44 파티흐 호텔 45 울루 산에서의 휴가 46 약혼녀를 두고 가 버리는 게 정상이야? 47 아버지의 죽음 48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거야 49 그녀에게 청혼할 참이었다 50 이번이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는 거야 51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만이 행복이다 52 삶과 고통에 대한 영화는 진솔해야 돼

작가 소개

오르한 파묵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부유한 대가족 속에서 성장했다.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3년간 건축학을 공부했으나, 건축가나 화가가 되려는 생각을 접고 자퇴했다. 파묵은 23세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포기한 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첫 소설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982)을 출간하였고, 이 소설로 오르한 케말 소설상과 《밀리예트》 문학상을 받았다. 다음 해에 출간한 『고요한 집』 역시 ‘마다마르 소설상’과 프랑스의 ‘1991년 유럽 발견상’을 수상했으며, 1985년 출간한 『하얀 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의 방문교수로 지내면서 집필한 『검은 책』(1990)은 ‘프랑스 문화상’을 받았으며, 이 소설을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가로 터키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새로운 인생』(1994)은 터키 문학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내 이름은 빨강』(1998)은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2002), 이탈리아 ‘그란차네 카보우르 상’(2003),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2003) 등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정치 소설’이라 밝힌 『눈』(2002)을 통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소설을 실험했다. 2003년에는 자전 에세이 『이스탄불-도시 그리고 추억』을 발표했다.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 등을 주제로 작품을 써 온 파묵은 2005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평화상’과 프랑스 ‘메디치 상’을 받은 데 이어, 2006년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순수 박물관』(2008)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파묵 특유의 문체와 서술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지독하고 처절한 사랑을 그린 이 소설을 전 세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출간된 모든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2012년 4월에는 이스탄불에 실제 ‘순수 박물관’을 개관해 문학의 확장성을 증명했다. 2006년부터 컬럼비아 대학에서 비교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호르헤 보르헤스, 이탈로 칼비노, 움베르토 에코의 뒤를 이어 하버드 대학 ‘찰스 엘리엇 노턴’ 강의를 맡은 후 강연록 『소설과 소설가』(2010)를 출간했다.

최근 국내 출간 도서로 에세이 『다른 색들』(2006)이 있다.

"오르한 파묵"의 다른 책들

이난아 옮김

한국외대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터키 국립 이스탄불 대학(석사)과 앙카라 대학(박사)에서 터키 문학을 전공했다. 앙카라 대학 한국어문학과에서 5년간 외국인 교수로 강의했으며, 현재 한국외대에 강사로 있다. 옮긴 책으로 오르한 파묵의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고요한 집』, 『하얀 성』, 『검은 책』, 『새로운 인생』, 『내 이름은 빨강』, 『눈』, 『이스탄불』, 『순수 박물관』, 『소설과 소설가』를 비롯해 『살모사의 눈부심』, 『위험한 동화』, 『감정의 모험』,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제이넵의 비밀 편지』, 『생사불명 야샤르』, 『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바닐라 향기가 나는 편지』,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 『에프라시압 이야기』 등 다수의 터키 문학을 번역했고, 『한국 단편소설집』, 『이청준 수상 전집』, 이문열의 『시인』,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천상병의 『귀천』 등을 터키어로 번역, 소개했다. 2011년 터키 문광부 장관으로부터 터키 문학을 한국에 소개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오르한 파묵-변방에서 중심으로』, 『터키 문학의 이해』,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 세계』(터키 출간), 『한국어-터키어, 터키어-한국어 회화』(터키 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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