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의 교실

원제 風葬の教室

야마다 에이미 | 옮김 박유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4월 30일 | ISBN 978-89-374-8259-5 [절판]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56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제17회 히라바야시 다이코 문학상, 여류문학상 수상작야마다 에이미가 선사하는 잔혹하고 매력적인 성장소설집여자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남자란 그렇게 좋은 걸까? 유혹하는 법과 경멸하는 법에 눈을 뜬 초등학생, 친구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자의 육체를 탐닉하는 소녀, 애인의 아들과 싸우며 진정한 사랑을 배우는 여성. 나이도, 처지도 다르지만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욕망할 줄 아는 주인공들의 세 가지 빛깔 발돋움.

편집자 리뷰

대담하고 감각적인 묘사와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틀을 허무는 과감한 시도로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손꼽히는 야마다 에이미의 초기 대표작 세 편을 모은 『풍장의 교실』이 출간되었다. 성장소설의 수작으로 평가되는 「풍장의 교실」은 도시에서 시골의 초등학교로 전학 온 5학년 소녀가 경험하는 인간의 악의를 단순하고도 강렬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제17회 히라바야시 다이코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 막 성에 눈뜬 여중생의 미묘한 우정을 그려낸 여류문학상 수상작 「나비의 전족」과, 야마다 에이미의 개성적인 연애관이 잘 드러난 「제시의 등뼈」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파격적인 데뷔에 이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구축한 이 세 작품을 통해 야마다 에이미의 문제의식의 중핵을 이루는 초기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집단의 광기와 순수한 악의에 침식당하는 사춘기의 세계 ―「풍장의 교실」
시골로 전학 온 초등학교 5학년 소녀 ‘모토미야 안’은 예쁘장한 외모와 도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반 아이들의 호기심과 동경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주위의 과도한 관심은 어느 순간을 계기로 비뚤어진 질투로 바뀌고 ‘안’은 순식간에 모든 아이들이 적대시하는 따돌림의 대상이 되고 만다. 언어폭력에 이어 신체적인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유 없는 악의에 절망한 ‘안’은 급기야 자살까지 생각하지만, 이윽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교라는 폐쇄적인 세계 안에서 싸워 나가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나는 지금, 내 속에 새로운 감정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건 책임이라는 말에 이어 내 마음 밑바닥에 항상 자리할 것입니다. 내가 탄생시킨 살인법은 경멸이라는 두 글자였습니다. 인간을 죽인다는 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남자아이의 신발에 욕망을 느끼는 내가 인간이라면, 나는 그녀들을 나와 똑같은 위치에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선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동물로 끌어내립니다. 그러고 나서 조금씩 죽여 나가는 것입니다._「풍장의 교실」 중에서

「풍장의 교실」은 주로 성인 남녀의 관계를 대담하고 감각적으로 묘사해 온 야마다 에이미의 다른 작품들과 일견 다른 인상을 주지만, 주인공의 나이와 상황에 관계없이 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유의 육체적인 표현들을 찾아볼 수 있다. 수업 시간 앞자리에 앉은 또래 남학생의 커다란 손이나 목뼈, 체육 수업을 하는 운동장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묘한 체취 등,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무의식적인 신체감각에 초점을 맞추어 독특하고 매혹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안’이 마음을 열고 대하는 같은 반 남학생 악코는 이지메라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그녀를 구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에 대한 비밀스런 욕망은 삭막한 교실 안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조숙하고 독립적이며 어딘가 나르시시즘을 간직한 듯한 주인공 ‘안’이 자신을 향한 호기심과 질투, 동경과 증오의 감정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광경을 목격하는 장면과, 집단의 폭력이 소름 끼칠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교실의 풍경을 통해 순수하기 때문에 더욱 잔혹한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비추어 낸다.
소녀에서 여자로 가는 자유롭고도 고독한 성장통의 과정 ―「나비의 전족」
「나비의 전족」의 주인공 히토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억눌러 온 친구 에리코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같은 중학교의 남학생 무기오를 택한다. 눈에 띄는 외모와 화려한 분위기로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 되는 에리코를 옆에서 돋보이게 해 주는 역할에만 만족해야 했던 그녀는 에리코 몰래 무기오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처음으로 그녀를 앞섰다는 성취감을 맛본다. 추상적인 감정을 육체의 언어로 전복시키는 야마다 에이미의 작품 세계는 불필요한 심리 묘사 대신 신체감각의 필터를 통해 사춘기 소녀가 여자가 되어 가는 과정과 성장통을 그린다. 이성에 눈뜨기 전인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유사 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해 온 동성 친구와의 관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던 히토미는 무기오의 육체를 통해 비로소 그 속박에서 자유로워진다. 그 과정 역시 이성에 대한 동경이나 연애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형태와 행위로 나타나는 남자의 ‘몸’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순수한 욕망으로 그려지고 있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 일어나는 애증의 화학작용 ―「제시의 등뼈」
「제시의 등뼈」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그의 애인과 어린 아들이 겪는 갈등을 통해, 서로 거북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애정과 증오를 오가며 형성해 가는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충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지닌 코코는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릭과 그의 아들 제시와 동거하면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일상적인 연애에 눈을 뜬다. 그러나 부모의 불화로 애정 표현에 서툰 제시는 코코에게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표한다. 코코는 제시를 릭의 부속품으로 받아들이고 표면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다가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반항과 거부뿐이다. 제시의 그런 행동이 그 나름의 비뚤어진 애정 표현의 방식이란 것과,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뿌리 깊은 증오심의 정체를 깨닫고 나서야, 이유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작은 악마 같던 제시를 코코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세 작품 중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이 작품은 『베드 타임 아이스』로 데뷔한 이듬해에 발표되었다. 전작에서 표현되던 농밀한 남녀 관계의 구도에 더해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제시라는 열한 살짜리 소년을 등장시킴으로써, 보다 보편적인 인간관계의 형태를 담은 특이한 러브 스토리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일본의 여성 작가들이 대체적으로 가족의 붕괴와 같은 관계의 단절에 관심을 기울였던 데 비해 야마다 에이미의 관심은 오히려 관계의 가능성을 향하고 있다. 육체가 관계의 매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마다의 소설 속 여성들은, ‘남자의 몸에 대한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이는 동시대 작가 중 누구보다 앞선 시도이기도 했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목차

풍장의 교실
나비의 전족
제시의 등뼈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야마다 에이미

1959년 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대학교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도쿄의 클럽에서 서빙을 하거나 모델 일을 하는 등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한다. 1985년 거친 성애 묘사와 도발적 상상력으로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베드 타임 아이스』로 문예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이 작품으로 제94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이어서 1987년 『솔뮤직 러버스 온리』로 나오키 상을, 1988년에는 『풍장의 교실』로 히라바야시 다이코 문학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1996년 『애니멀 로직』으로 이즈미 교카 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에는 『슈거 앤 스파이스』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받았다. 나오키 상 수상작인 『솔뮤직 러버스 온리』는 통념을 넘어서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사랑, 이국적 감성, 성애의 발현 등 야마다 에이미 문학의 원형을 보여 주는 주옥같은 단편집이다.
‘문학적인 것’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일상어를 자유롭게 작품 속에 끌어들인 일본 신세대 문학의 선두 작가로 꼽히는 야마다 에이미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 냄으로써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에 필적하는 유일한 여성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풍장의 교실』, 『베드 타임 아이스』, 『방과 후의 음표』, 『슈거 앤 스파이스』, 『공주님』, 『추잉껌』, 『120% Coool』,  『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애니멀 로직』, 『나는 공부를 못해』, 『A2Z』 등이 있다.

박유하 옮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갔다. 게이오 대학 국문과(일본문학)을 졸업하고, 이후 와세다 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했다. 연구활동 이외에도 통역사로서 노태우 전 대통령, 다케시타 전 일본 수상 등이 참석한 정재계의 주요 회의 통역을 맡았고,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과 한국어 강사, NHK 국제국 아나운서 등 일본 사회를 폭넓게 접할 기회를 가졌다.

1993년 귀국한 뒤 일본을 소개하는 작업의 하나로 <20세기 일문학의 발견(전 12권)>을 기획, 번역했다. 2007년 현재 세종대 일문과 교수이며 타자론, 탈식민지주의, 페미니즘, 일본과 한국의 근현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마음>, <만엔원년의 풋볼>, <인생의 친척>, <풍장의 교실>,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 <반일 민족주의를 넘어서>가 있다.

독자 리뷰(1)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풍장의 교실
블리블링 2024.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