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국 문단에서 가장 독보적인 작가 제이디 스미스
보수와 진보라는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중산층 지식인 가정을 통해 들여다본
현대 미국 사회의 솔직한 민낯
커먼웰스 작가상 수상 ✰ 오렌지 상 수상 ✰ 부커 상 최종 후보!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완전히 독창적인 동시에 놀랍도록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관찰력을 보여 주는 작품. 감동적인 만큼 재미있고, 그만큼 자극적이며, 인간미가 넘치는 소설.—《뉴욕 타임스》
비상하게 잘 읽히는 작품. 대학이 인종, 계급, 특권이라는 불편한 문제에 부딪친 오늘날, 경건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풍자한다.—《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민음사에서 새롭게 론칭한 외국문학 브랜드 M에서 『하얀 이빨』로 세계 문단의 일약 스타가 된 신성 제이디 스미스의 세 번째 장편 소설 『온 뷰티』가 출간되었다. 이미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 재학 시절 단편 소설과 에세이를 여러 편 발표하며 출판사 편집자들의 눈에 띈 제이디 스미스는 스물다섯 살에 『하얀 이빨』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새로운 살만 루슈디’ 또는 ‘포스트모던 찰스 디킨스’라는 찬사와 함께 여러 유명 작가와 비평가의 호평을 받았으며, 휘트브레드 신인 작가상, 《가디언》 신인 작가상, 커먼웰스 신인 작가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 등을 수상했다. 2003년 ‘《그랜타》가 뽑은 최고의 젊은 작가 20인’에, 2006년 ‘《타임》이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선정되었다. 『사인 파는 남자』(2002)에 이어 세 번째 장편 소설 『온 뷰티』(2005)를 출간한 그녀는 커먼웰스 작가상과 오렌지 상을 수상했고,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백인 우월주의가 우세하면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점점 힘을 얻어 가고 있는 지금, 『온 뷰티』가 그리는 미국 사회의 모습은 예리하기 이를 데 없다. 『온 뷰티』는 보수와 진보라는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중산층 지식인 가정의 모습을 통해 현대 미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모순적 상황을 지적이고 꿰뚫는 듯한 필체로 쓴 소설이다. 전작 『하얀 이빨』에서 영국 내의 문화적 차이와 인종 간의 갈등을 흥미진진하고 위트 넘치게 그려냈던 제이디 스미스는 이번 작품에서는 무대를 미국으로 옮겨, 인종적, 사상적 갈등을 겪는 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미시적 시점에서 다룬다. 이 소설은 트럼프의 당선이 얼마나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지 그 배경부터 시작하여, 더 나아가서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정체성 문제까지 아울러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훌륭한 리얼리즘 소설이다.
백인과 흑인, 진보와 보수, 자유와 도덕……
세상의 갈등이 혼재하는 미국 사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다
“만약 이번 일이 현실이 되면, 몬티 킵스가 사돈이 되는 거야. 우리와 한 가족이 되는 거라고. 다른 누군가의 사돈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사돈이.”—본문 중에서
하워드 벨시 가족은 미국 사회의 신분 격차와 인종을 뛰어넘은 개방적인 가족의 전형이다. 중하층이었던 부모 밑에서 자라 대학 교수라는 상류층으로 진입한 백인 하워드 벨시와, 몇 세대에 걸쳐 노예 계급에서 우연한 기회에 주인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통해 거부로 올라선 흑인 시몬즈 집안의 딸 키키, 그리고 그 둘이 낳은 세 자녀는 계층적으로는 상류층 지식인 계급이지만, 백인 일색의 동네에서는 ‘흑인 혼혈’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학문적 성향 역시 매우 진보적인 하워드 벨시 교수는, 자신과 다르게 사사건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킵스 교수에 대해 상당한 불편함을 느낀다.
한편 몬터규 킵스 교수는 하워드 벨시와는 달리 흑인이면서 백인 여성과 결혼한 전형적인 ‘흑인 보수주의자’이다. 흑백 사이에서 언제나 백인 보수 진영의 편을 들어 왔던 킵스 교수에 대해 하워드 벨시는 언제나 자신과 대척점에 선 인물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일례로 학내에 우호적인 의견이 퍼져 있는 ‘어퍼머티브 액션(미국에서 주립대 입학이나 공무원 채용 시 인종이나 소수계를 우대하도록 한 소수 계층 우대 정책)’에 대해 킵스 교수가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고, 벨시 교수와 동료들은 뜨악한 반응을 감추지 못한다. 이 두 교수의 적대적인 입장은 학내 갈등뿐만 아니라 학문적 입장, 자녀 양육 문제에 있어서도 사사건건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국 사회의 다양한 모순되는 입장을 대변하는 벨시 가, 그리고 킵스 가는, 두 자녀인 제롬과 빅토리아가 사랑에 빠지면서 얽히고설킨 갈등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책장을 놓기 힘들 정도로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와 제이디 스미스 특유의 예리하고 생생한 문체와 어우러져 강력한 매력을 더한다.
기독교인, 동성애자, 이민자를 향한 각종 선입견에 대한 깜짝 놀랄 반전의 아이러니
제이디 스미스, 플롯을 이끌어 가는 강력한 필력을 증명하다
이 작품에는 타인을 무시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 스미스는 불쾌한 등장인물들에게도 흥미와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제이디 스미스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기본 이념은 사랑이다. —로라 밀러(문학 비평가)
소설 속 인물들은 각각 다양한 의미로 전형적이거나 혹은 그럴 거라 예상되는 인물들이다. 각각이 품은 캐릭터는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제시하는 인물들이지만,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예측하지 못한 모순적 상황을 제시하는 제이디 스미스의 이야기꾼다운 재능이다. 소설 초반부에는 말썽 한번 일으키지 않은 소심한 모범생에다 동정이었던 큰아들 제롬이, 갑자기 킵스 교수의 딸 빅토리아에게 반해 결혼하겠다며 부모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혀 도덕적, 윤리적 우월감을 지닌 캐릭터인 제롬이 팜파탈 격인 빅토리아에게 한눈에 반해 혼전순결을 버리는 장면부터, 독자는 소설 속에 예상치 못한 반전의 재미가 곳곳에 숨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벨시 가족이 클래식 음악회에서 만난 잘생기고 지적인 흑인 청년 칼은 가족의 예상과 달리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거리를 떠돌며 혼자만의 공부를 해 나가는 백수였고, 그런 칼에게 사랑을 느낀 당찬 명문대생 조라는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풀어 나가다가 결국 크게 배신의 상처를 입는다. 한편 킵스 교수의 딸 빅토리아가 해내는 역할은 이 소설의 키포인트다. 먼저 얼뜨기 제롬을 사랑에 눈멀게 한 그녀는 대학 내에서 엄청난 몸매와 백치미로 무성한 소문을 몰고 다니다가, 결국은 자기 아버지의 앙숙이자 제롬의 아버지인 하워드 벨시에게까지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또한 하워드는 그녀 외에도 동료 교수인 클레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아내 키키와 문제를 겪게 된다. 이렇듯 흔히 지적이고 교양 있다고 여겨지는 소설 속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예기치 못한 현실적 행동 양식은, 인간이 절대로 이성이 요구하는 대로만 살 수 있지 않으며, 감정에 휘둘리고 그 감정의 결과에 책임을 지며 살아나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하워드의 외도로 큰 상처를 입은 아내 키키 역시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깨달음을 폭죽처럼 깨닫게 되는데, 독자 역시 그 ‘반전’에 대해 큰 놀라움과 일종의 후련함까지 느끼게 된다.
삶은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만큼이나 삶의 기준도 다르다
소설 속에서 벨시 교수와 킵스 교수는 미학 전공 교수이다. 미학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탐구하는 학문인데, 문제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 대한 기준과 해석이 각자의 성향에 따라 매우 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삶 속에서도 그러한 상대성이 드러난다.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워 결혼까지 했지만, 결혼 삼십 년 만에 뚱뚱한 흑인 아주머니가 된 키키를 보며 하워드 벨시는 더 이상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녀 내면의 자유분방함은 여전하고, 다른 사람들을 여전히 그녀에게 매력을 느낄지라도 말이다. 그에 반해 킵스 교수는 백인 여성 칼린과 결혼했고, 아내에게서 기독교적인 헌신적 어머니상을 바랐던 그는 그녀의 독실한 면모를 외적인 아름다움만큼이나 존중한다. 그럼에도 결국 칼린이 죽을 때 남긴 유산은 남편이 아닌 흑인 여성 키키를 향한 것이었다. 각자가 바라본 외면적, 내면적 아름다움과 그 인물의 실제 모습은 종종 일치하지 않는데, 인간은 어떻게 한 인간에 대해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않은지, 혹은 그(그녀)가 어떤 인간인지 쉽게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인간에 대한 판단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태어난 계층과 피부색을 떠나 한 인간이 함축할 수 있는 사고에는 경계가 없음을 독자에게 시사한다.
결국 『온 뷰티』는 사랑이 가득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립되는 것들이 마침내 사랑을 통해 화해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옮긴이의 말」에서
줄거리
미학 전공 교수이자 백인인 하워드 벨시. 그는 아름다운 흑인 아내 키키와의 사이에서 맏아들이자 고지식하고 똑똑한 제롬, 유일한 딸이자 나서길 좋아하는 똑똑한 조라, 그리고 천방지축 막내이자 래퍼를 꿈꾸는 레비까지 세 자녀를 두었다. 평소에 진보적이고 열린 성격으로 유명한 그에게 탐탁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데, 바로 다. 그런데 학문적 앙숙이자 흑인 보수주의자인 킵스 교수의 딸 빅토리아와 아들 제롬이 사랑에 빠져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더군다나 킵스 교수가 벨시 교수가 다니는 대학에 부임하게 되면서, 학내에서까지 킵스 교수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찬반 논란이 크게 벌어지게 된다.
인종, 정치적 신념, 생활 방식의 차이로 인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갈등을 빚으며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두 가족의 이야기.
■ 해외 언론 리뷰
▶ 완전히 독창적인 동시에 놀랍도록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관찰력을 보여 주는 작품. 감동적인 만큼 재미있고, 그만큼 자극적이며, 인간미가 넘치는 소설.—《뉴욕 타임스》
▶ 비상하게 잘 읽히는 작품. 대학이 인종, 계급, 특권이라는 불편한 문제에 부딪친 오늘날, 경건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풍자한다.—《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 본문 중에서
“킵스 씨 가족은 모두 저를 얼빠지고 시적인 사람으로 생각해요. 그나마 제가 벨시 집안에서 가장 비트겐슈타인 같은 사고를 하는 사람이란 걸 알면 그들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요. 어쨌거나 제가 그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해요. 칼린 아주머니는 제가 주방 일 돕는 걸 무척 좋아해요. 이곳에서는 지나치게 청결을 따지는 제 성격을 항문기 신드롬으로 치부하지 않아요. 그러기는커녕 긍정적으로 받아줘요.”—1권, 25쪽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은요, 우리 웰링턴 대학이 새로운 진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에 무척 흥분이 된다는 거예요. 저는 현재 우리 학교가 아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1980년대 중후반에는 학내의 무시무시한 권력 다툼으로 진짜 분위기가 암울했잖아요.”
하워드는 만일 자신이 학부장이라면 철없는 여학생이 늘어놓는 이 끔찍한 일장 연설의 어느 대목에서 맞장구를 치거나 답변을 내놓아야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로서는 그 연설이 얼마나 더 오래 이어질지도 알 수 없었다.—1권, 187쪽
“그런데 너 몇 살이야? 열넷?”
칼이 물었다.
“에이! 말도 안 돼! 난 열여섯 살이야! 브라더는?”
“스물.”
순간 레비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 그럼…… 대학생?”
“아니. 음…… 난 정규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중략)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어.”
“와, 죽인다!”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니지. 예를 들면, 오늘 같은 무료 공연도 그래. 이 도시에서 열리는 무료 행사로 내가 배울 만한 게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가.”—1권, 209쪽
지아 맬멋은 문화 평론가이자 예전에는 사회주의자였고, 반전 운동가이자 에세이스트였다.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현 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데, 텔레비전에도 자주 출연했다. 하워드는 간결하게 “인용을 좋아하는 매스컴 얼간이의 전형”이라고 그를 평했다.—2권, 194쪽
모든 작품은 항상 클레어의 애정과 예리한 안목에 의해 평가받았다. 론은 언제나 현대의 성적 소외를 다룬 시를, 데이지는 항상 뉴욕에 관한 시를, 샹텔은 흑인의 고뇌가 담긴 시를, 그리고 조라는 무작위로 단어를 생성하는 기계가 뱉어 낸 것 같은 시를 썼다. 교수로서 클레어의 위대한 점은 이런 결과물들로부터 가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 내고 학생들을 마치 미국 전역의 가정에서 이미 사랑받는 시인들인 듯 대한다는 것이었다.—2권, 140쪽
“헛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칼 같은 아이들은 너처럼 강한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강한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 말이야. 나는 이 일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요즘 같은 세상에 기댈 곳을 잃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무언가 하는 것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니?”—2권, 151쪽
“기회란 말이죠.”
몬티가 자만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권리입니다……. 선물이 아니죠. 권리는 노력으로 얻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는 반드시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가치가 떨어집니다.”—2권, 397~398쪽
1권 차례
1
킵스 가와 벨시 가 사람들 —9
해부학 강의 —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