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누구도 그 실체를 정말로 안다고 할 수 없다는 평을 받는 이상에 관한 13가지 질문을 만들고, 이에 대답해 나가면서 이상을 새로이 발굴, 조사, 연구한 이상에 대한 종합 보고서 격의 책. 이상의 현실(일상) 생활과 문학, 예술 활동이 잘 드러나 있어 이상의 다양한 면모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탄생 100년에도 늘 새롭게 씌어지는 미완의 텍스트, 이상에 대한 종합 보고서
저자는 2010년 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해 초봄부터 가을까지 진행되었던 이상 관련 행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지켜보면서 이상의 문학과 예술이 보여 준 창조적 도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이 책은 그 확신을 보여 주기 위해 이상을 새로이 발굴하고, 조사하고, 연구한 이상에 대한 종합 보고서이다. 아래에 붙여 놓은 이 책의 차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상에게 던지는 13개의 질문 형식으로 된 본문의 구성을 보면 이상의 현실(일상) 생활과 문학, 예술 활동이 잘 드러나 있어서 이 한 권의 책으로 이상의 다양한 면모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저자의 말을 인용해 보자.
이 책을 구상한 것은 『이상 전집 1~4』(2009), 『이상 텍스트 연구』(2009)를 발간한 직후의 일이다. 나는 전집의 집필 과정을 마무리하고 나서 이상의 창조적 상상력을 일반 독자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상의 개인적 삶만이 아니라 그의 문학과 예술 속에 숨겨진 ‘비밀’을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생겨났다. 나는 이 새로운 작업을 위해 이상에 관한 13개의 질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답하기 위한 기초적인 사실의 재조사와 확인 작업을 2009년 여름부터 다시 시작했다. 첫 번째로 이상의 가족 관계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제적부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상이 1929년 조선건축회에 가담하여 활동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이상의 소설과 수필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영화들이 모두 당시 경성의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조사 작업은 이상의 예술적 관심과 그 실천을 보다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저자가 보기에 이상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물에 대한 감각적 인식을 둘러싼 문화적 조건에 일찍 눈을 떴던 천재였다. 이 책에서는 이 천재의 출생과 성장의 비밀, 너무 때 이른 죽음을 부른 폐결핵, 운명의 여인 기생 금홍과의 만남과 이별 등의 개인사와 시, 소설 창작에 있어서의 그의 특이한 기법과 새로운 언어의 창조, 당대의 문단과의 교류를 포함한 문학 활동이 펼쳐지며, 이상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예술 활동이었던 그림과 디자인 분야를 다루는 곳에서는 자료 사진들을 많이 준비하고 이에 대한 설명과 분석을 촘촘히 함으로써 문학 이외의 예술 방면에서 드러난 그의 천재를 보여 주고 있다. (책의 곳곳에 배치된 사진들은 그것이 주는 관람의 흥미에 더해 이상을 좀 더 알 수 있게 해 주는 자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상과 그의 벗들, 우리 근대가 지닌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13가지의 질문과 대답
이상에 대한 평가가 극단을 오가는 가운데 인간 김해경(이상의 본명)에 대한 관심도 그러하거니와 문학 예술가 이상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이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론을 한번쯤은 써 보고 싶을 것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 문학 가운데 인간의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하여 이상처럼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던 사람을 찾아보지 못했다. 이상은 사물의 현상과 본질의 대립에 대해 가장 깊이 있게 고뇌하였으며, 개인과 사회의 부조화를 끈질기게 문제 삼았다.” 이러한 주제 의식 아래, 주로 시 텍스트와 개인으로서의 천재성으로만 부각돼 알려져 온 이상의 문학과 예술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저자는 인간 이상의 어지러운 행적을 다시 정리하고, 이상과 그의 모던한 벗들이자 1930년대 당대의 지식인들이었던 박태원, 이태준, 김기림, 구본웅 등과의 교류와 숨은 에피소드 등을 기록하며, 이들이 일상을 영위하던 우리의 식민지 근대, 일본이 주도하는 신문물의 파도가 휩쓸면서 전차, 백화점, 카페가 뒤섞인 ‘만들어진 근대 공간’의 중심지 경성이 보여 주는 모습을 해석한다. 특히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시대와 공간이라는 맥락 속에서 본 이상의 삶과 문학 예술 활동, 그리고 불행하게 마감된 짧은 생애는 서구 근대를 조악하게 본뜬 동양적 근대의 실체를 명민하게 꿰뚫어보고 근대 저 너머를 꿈꾸다 스러져 가는 미완에 그친 우리 근대의 불행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책의 끝 부분에 있는 이상에 대한 수많은 연구 논저 목록이 말해 주듯이 탄생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는 문학 예술 분야에서 각종 콘텐츠의 원형으로 확장되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한국의 현대 문학 연구가 학문적인 성격을 갖춘 이후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으며, 해마다 많은 평문과 연구 논문이 이상 문학을 위해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이상의 문학적 위상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다는 집필 동기를 책머리에서도 첫 부분에 밝혀 놓은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전공자들의 이러한 열의에 더해, 앞서 밝힌 것처럼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중이 보여 준 이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구속이 없는 자유와 상상력의 해방을 요구하고 있는 이상 문학이 한국 문단에 여전히 하나의 충격으로 남아 있으며,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일탈이 되었고, 영원히 새롭게 씌어지는 텍스트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저자의 결론을 이끌어 내게 했다. 저자의 말이다.
이상의 문학에 대해서는 그가 남겨 놓은 문학 작품의 양보다 훨씬 많은 여러 가지 주석이 붙어 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도 그가 살았던 짧은 삶보다 훨씬 이채로운 해설이 따라붙는다. 그는 희대의 천재가 되기도 하고, 전위적인 실험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그가 철저하게 19세기를 거부한 반전통주의자였다고 지목하는 사람도 있고, 그의 문학이 1920년대 이후 일본에서 일어났던 신감각파 시 운동의 영향권에 있었다고 평가 절하한 사람도 있다. 물론 그 어떤 경우에도 이상의 문학은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그 성격이 규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책머리의 마지막에서는 저자의 간곡한 염원이 드러난다. “나는 이 책을 이상 문학을 사랑하면서도 이상의 삶을 안타까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고 싶다.”
책머리에 ― 이상에 대한 13개의 질문
1부
1 이상, 동경(東京)으로의 탈출 ― 이상은 왜 동경행을 택했는가?
2 ≪조선과 건축(朝鮮と建築)≫의 일본어 시 ― 이상의 일본어 시를 어떻게 볼 것인가?
3 「오감도(烏瞰圖)」 그 영원한 숙제 ― 「오감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4 구인회(九人會) 혹은 모더니즘의 시대 ― 구인회란 무엇인가?
5 이상 문학과 ≪삼사문학(三四文學)≫ ― 이상의 추종자인가, 비판자인가?
끼워넣기: 이상 문학의 새로운 발견
백남준, 그 실험과 도전
이상을 만난 백남준
2부
6 문학과 자의식 혹은 병적 나르시시즘 ― 이상에게 폐결핵이란 무엇인가?
7 언어의 해체와 패러노메시아(paronomasia)의 시학 ― 이상 문학에서 언어의 창조란 무엇인가?
8 소설의 일상성과 서사의 모더니티 ― 이상 소설의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9 이상, 영화의 세계와 만나다 ― 이상 문학과 영화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3부
10 이상, 그 출생과 성장의 비밀 ― 이상은 왜 백부(伯父)의 집에서 자라게 되었는가?
11 다방 ‘제비’와 운명의 여인 금홍(錦紅) ― 기생 금홍, 거리의 여인? 혹은 팜 파탈?
12 이상의 그림, 두 개의 자화상과 삽화들 ― 이상의 그림은 무엇을 보여 주고 있는가?
13 이상 문학, 미완의 텍스트로 남다 ― 이상 문학 텍스트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부록
이상의 삶과 문학
이상의 생애
이상 작품 연보
이상 연구 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