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

권영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4년 2월 10일 | ISBN 978-89-374-1195-3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56x232 · 772쪽 | 가격 28,000원

책소개

정지용 시 전편 해설집. 상세한 주석과 해설, 정지용 시의 정본화를 위한 세 가지 텍스트가 추가되었다. 정지용의 모든 작품을 정리하면서 그 시어의 의미와 용법, 시적 정황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낯설게 느끼는 방언과 토속어 들에 주석을 붙였고 풀이에도 신경썼다. 세 가지 형태의 시 텍스트를 모두 실어 놓았다. 두 권의 시집에 수록된 시 텍스트, 잡지와 신문에 발표되었던 최초의 작품 원문 그리고 한자 표기를 없애고 현대 국어 정서법에 따라 정리한 새로운 한글 정본이다.

편집자 리뷰

우리 언어의 빛나는 연금술, 정지용 시 전편(全篇) 해설집정지용 시 전편에 대한 상세한 주석과 해설을 통해, 정지용 시를 새롭게 읽고 분석한 해설서가 출간되었다. 서울대 국문학과 권영민 교수(현재 하버드대 초빙교수)가 정지용의 모든 작품을 정리하여 펴낸 것이다. 김학동 교수가 책임 편집한 \’정지용 전집\’(민음사, 1987)이 출간된 이래, 정지용의 시에 대한 연구 작업들이 상당히 깊이 있게 전개되었고, 지난 2002년 시인의 탄생 100년을 즈음하여 최근에는 여러 저서들이 출간된 바 있다. 이숭원 교수의 \’원본 정지용 시집\’처럼 영인본을 복원하고 이에 주석을 달아놓은 책이 있는가 하면, 최동호 교수의 \’정지용 사전\’처럼 정지용의 시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어휘들에 대한 분석 작업을 종합한 책도 있다. 이 연구 성과에 덧붙여 새롭게 정지용 시 전편에 대한 해석을 재시도한 이 책의 의의는, 그 연구들의 깊이와 넓이를 더함에 있을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정지용 시에 대한 해석 문제에 있어, 앞선 연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가령, 이숭원 교수의 \’원본 정지용 시집\’은 영인본으로서의 가치를 크게 가지기 어렵다고 본다. 비록 영인의 형태는 아니지만, 김학동 교수가 펴낸 \’정지용 전집\’이 시집의 원문 형태를 그대로 복원해 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석에서도 몇몇 오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동호 교수의 \’정지용 사전\’은 시어의 사전적 정의에만 국한된 사례들이 많아 역시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시어를 설명함에 있어, 정의나 사전적 풀이에서 더 나아가 그 시어의 용법, 통사적 기능, 의미를 밝히고, 정지용적인 문맥에서의 사용 사례를 설명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상세한 주석과 해설, 정지용 시의 정본화(定本化)를 위한 3가지 텍스트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정지용의 시에서 텍스트의 개작 과정을 보다 면밀하게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정지용 시의 정본화(定本化)를 위해 3가지 텍스트를 제시한다. 먼저 시집(\’정지용 시집\’과 \’백록담\’)으로 묶였을 때의 원문 ①과, 이 시집으로 묶이기 전 잡지 게재 때의 원문 ②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대조 과정을 거치면서 한자 표기를 없애고 현대 국어의 표기법에 따라 텍스트를 고쳐놓은 새로운 한글 정본 ③을 제출한다. 이 점이 정본화를 위한 도구라면, 저자가 정본화를 시도하면서 새롭게 주목한 것은 바로 시의 언어이다. 정지용의 모든 작품을 정리하면서 그 시어의 의미와 용법을 정확히 알아보고자 힘썼고 시적 정황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정지용 시인이 방언과 토속어, 그리고 시어의 미적 의미와 상징에서 실로 낯설고도 깊이 있는 시를 썼다는 점에서, 주석과 해설을 통해 이러한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특히 기존 연구자들의 풀이와 다른 경우, 그리고 시적 언어와 더불어 텍스트가 구현하는 특이한 미적 공간의 의미를 <주석>과 <작품 해설>을 통해 밝혀놓았다. 다음은 시어의 의미와 용법의 잘못 이해된 점을 지적한 예들이다.해설피이 말은 ‘해 + 설핏하다’에서 변형된 말이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저녁 무렵에 외출을 하려고 한다든지, 일을 새로 시작하려고 하면, ‘해설피 어디 나가느냐?’ 또는 ‘해 설핏한데 이제 그만 끝내자.’라고 말한다. 이 경우에 ‘해설피’나 ‘해설핏하다’는 말은 ‘해+설핏하다’를 근거로 삼아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설핏하다’는 말은 ‘해가 져 밝은 빛이 약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다. 이렇게 본다면, ‘해설피’는 ‘해가 설핏하다’는 말에서 비롯된 합성어임을 알 수 있다. 정지용의 시에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鄕愁)이라는 구절에 이 말이 등장한다. 김재홍 교수가 펴낸 『한국현대시시어사전』에서 이 단어의 뜻을 ‘해가 질 무렵’이라고 밝혀놓고 있는데, 아직도 정의적(情意的)인 부사어인 ‘구슬프게’라든지 ‘어설프게’ 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불필요한 논의는 중단되어야 한다. ‘해설피’의 의미를 저녁 무렵이라는 시간적인 부사어로 보면, 다음에 연결되어 있는 ‘황금빛’이라는 말이 해질 무렵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을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물론 이 시에서는 ‘해설피’와 ‘황금빛’이라는 말의 통사적 결합 관계가 문법적 요소의 생략으로 인해 불분명하다. 그러나 두 개의시어가 독립적으로 배치됨으로써 저녁 무렵이라는 시간을 공간적으로 확장하여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황소의 게으른 울음소리가 합쳐진다. 청각적인 감각까지 동원하고 있다. 왜 하필 ‘게으른 울음’인가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하루 일을 마치고 나서 한가롭게 울음을 울고 있는 황소의 모습으로 이해해야 한다. 저녁 무렵 노을이 붉게 타오르는 평화로운 들판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서 ‘석근’에 대한 풀이에서 예를 들었던 사에구사 도시카쓰 교수의 같은 글에 ‘해설피’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이루어졌다. 저자는 이 외에도 정지용 시의 시어를 잘못 이해한 대목 34군데를 지적한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기존의 연구자들이 시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시적 텍스트의 구조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였으며 그 의미의 중층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정지용 시의 해석에서 논란이 되었던 몇몇 작품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유선애상\’에서, 기존 연구 내용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쟁점은 이 작품에서 시적 묘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인데, 이숭원 교수가 먼저 이 시가 ‘오리’를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분석하였고, 최근 황현산 교수가 ‘자동차’로 규정한 뒤에는 대체로 이 의견에 동조하는 듯했다. 이숭원 교수도 다시 시적 대상을 ‘자동차’로 본다고 밝힘으로써 본래의 견해를 수정한 바 있다. 최근 한 연구자는 ‘담배 파이프와 흡연의 경험’이라는 전혀 새로운 해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시에서, ‘연미복의 신사’, ‘꼴돌라’, ‘피아노’, ‘아장아장’ 등의 시어들이 비유하는 바를 통해 이 시의 시적 대상이 ‘자전거’라고 분석한다. 동양적 자연의 발견과 탁월한 언어 감각, 우리 시의 의미 있는 미적 공간의 창조정지용의 시적 활동은 \’정지용 시집\’(1935)과 \’백록담\’(1941) 두 권의 시집으로 집약되어 나타난다. 시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노래하는 정지용의 시는, 시를 통한 동양적 자연의 발견이라는 서정시적 성격과 함께, 자연에 대한 자신의 감각적인 인식 그 자체를 언어를 통해 질서화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미적 공간으로 창조해 낸다. 이 새로운 시법은 모더니즘이라는 커다란 문학적 조류 안에서 설명되기도 하고 이미지즘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정지용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시법으로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은 예리하고 섬세한 언어적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지용의 묘사적 언어는 시적 대상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구체적인 시적 이미지 구축을 위해 동원된다. 그가 시에서 활용하는 ‘주관적 감정의 절제와 정서의 균제(均齊)’의 시법과 함께, 섬세한 언어 감각은 당시의 다른 시인들과는 다른 ‘독특한 시적 공간’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30년 전에 우연히 헌책방에서 얻게 된 \’백록담\’초판본에서 비롯된 정지용 시와의 인연을 회고한다. 운 좋은 날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백록담\’ 초판본을 구해, 그 책과 \’정지용 시집\’을 옆에 두고 읽은 지가 어언 30년이 넘은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정지용의 시를 읽기 시작했던 무렵에 이 시집들은 금서(禁書)였고, 정지용은 월북 문인이라는 붉은 줄이 그어져야만 했던 시인이었다. 그러한 암울한 시기를 거쳐, 1980년대 후반의 해금 조치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우리 언어의 빛나는 연금술을 다시 찾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일 년여에 걸쳐 이러한 정지용 시의 깊이를 다시 읽어내는 작업을 해왔다. ‘정지용 시에서 잘못 읽혔던 수많은 시어들의 의미를 이 책에서 바로잡는 일’과, 난해하다고 여겨지는 ‘작품의 시적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일’, 그리하여 정지용 시의 정본화(定本化)를 꾀하기 위해 3가지 텍스트를 정리하는 일을 한 것이다.

목차

제1부 정지용 시의 해석 문제제2부 <정지용 시집> 다시 읽기바다 1 . 바다 2 . 비로봉 . 홍역 . 비극 . 시계를 죽임 . 아츰 . 바람 . 유리창 1 . 유리창 2 . 난초 . 촉불과 손 . 해협 . 다시 해협 . 지도 . 귀로 . 오월 소식 . 이른 봄 아침 . 압천 . 석류 . 발열 . 향수 . 갑판 우 . 태극선 . 카페.프란스 . 슬픈 인상화 . 조약돌 . 피리 . 따알리아 . 홍춘 . 저녁 해ㅅ살 . 뻣나무 열매 . 엽서에 쓴 글 . 선취 . 봄 . 슬픈 기차 . 황마차 . 새빩안 기관차 . 밤 . 호수 1 . 호수 2 . 호면 . 겨울 . 달 . 절정 . 풍랑몽 1 . 풍랑몽 2 . 말 1 . 말 2 . 바다 1 . 바다 2 . 바다 3 . 바다 4 . 바다 5 . 갈메기 . 해바라기씨 . 지는 해 . 띄 . 산 넘어 저쪽 . 홍시 . 무서운 시계 . 삼월 삼질날 . 딸레 . 산소 . 종달새 . 병 . 할아버지 . 말 . 산에서 온 새 . 바람 . 별똥 . 기차 . 고향 . 산엣 색씨 들녁 사내 . 내 맘에 맞는 아이 . 무어래요 . 숨ㅅ기내기 . 비듥이 . 불사조 . 나무 . 은혜 . 별 . 임종 . 갈릴레아 바다 . 그의 반 . 다른 한울 . 또 하나 다른 태양제3부 <백록담> 다시 읽기장수산 1 . 장수산 2 . 백록담 . 비로봉 . 구성동 . 옥류동 . 조찬 . 비 . 인동차 . 볽은 손 . 꽃과 벗 . 폭포 . 온정 . 삽사리 . 나븨 . 진달래 . 호랑나븨 . 예장 . 선취 . 유선애상 . 춘설 . 소곡 . 파라솔 . 별 . 슬픈 우상제4부 미수록 시 다시 읽기파충류동물 . \’마음의 일기\’에서-시조 아홉 수 . 녯이약이 구절 . 우리나라 여인들은 . 바다 1 . 바다 2 . 승리자 김 안드레아 . 도굴 . 창 . 이토 . 애국의 노래 . 그대들 돌아오시니 . 곡마단 . 사사조 5수

작가 소개

권영민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미국 하버드 대학교 객원 교수, 캘리포니아 대학교(버클리) 한국 문학 초빙 교수 및 겸임 교수, 일본 도쿄 대학교 한국 문학 객원 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 교수이다. 주요 저서로 『정지용 시 126편 다시 읽기』, 『문학사와 문학비평』, 『이상 문학의 비밀 13』, 『문학, 시대를 말하다』,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탄생』, 『이상 연구』, 『한국현대문학사』,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만해대상(학술부문), 서울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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