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원제 El Beso de La Mujer Araña

마누엘 푸익 | 옮김 송병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6월 12일 | ISBN 89-374-6037-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4x214 · 400쪽 | 가격 9,500원

책소개

마르케스 이후 라틴아메리카 문학 최고의 문제작.
지난 20년간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모든 장르에서 대성공을 거둔 작품.

마누엘 푸익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와 마르케스에 필적할 만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는 독특한 구성력을 발휘, 인물들의 특징적인 성격을 구축하는 데 있어 거의 장인적인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 Washington Post

편집자 리뷰

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마누엘 푸익의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는 소설뿐 아니라 영화, 뮤지컬, 연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대성공을 거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마누엘 푸익은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원작을 쓴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푸익의 작품들이 동성애와 정치범을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고국에서 판금되었기 때문에 『거미여인의 키스』의 첫 출판은 1976년 스페인에서 이루어졌는데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중문화와 진지한 문학 사이의 위대한 구분을 과감하게 탈피한 작가로 호평을 받아왔다. 1985년 엑토르 바벤코 감독의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가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및 시나리오상 등에 후보로 올랐고 몰리나 역을 맡은 윌리엄 허트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1993년에는 뮤지컬 「거미여인의 키스」가 <토니> 상 7개 부문을 석권하고 이후 브로드웨이의 단골 작품이 되어왔다. 또한 이 작품은 희곡으로도 만들어져 『스타의 망토 아래서』란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푸익은 라틴 아메리카 현대 문학사에서 보르헤스, 마르케스 다음 세대로 이사벨 아옌데와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이다. 또한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작가로서 우리 나라에서는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마누엘 푸익 Manuel Puig(1932-90,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북서쪽 헤네랄 비예가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56년 이탈리아 협회의 장학금을 받아 로마의 치네치타 실험영화센터에 입학하였다. 시나리오를 쓰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하여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자연히 영화와 문학 작품을 연결시키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첫 소설 『리타 헤이워스의 배반』(1958)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프랑스 《르몽드》지의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두번째 소설 『색칠한 입술』(1969) 역시 고국에서는 판금되었으나 외국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1973)은 페론을 패러디한 것으로 푸익은 에바 페론의 암살 리스트에 오른다. 가장 대표적 작품은 『거미여인의 키스』(1976)이며 그 외에 『천사의 음부』(1979)『이 책을 읽는 자에게 영원한 저주를』(1980) 『보답받은 사랑의 피』(1982) 『열대의 밤이 질 때』(1988) 등이 있다.
왜 세계가 마누엘 푸익을 주목하는가?
대중문화와 진지한 문학 사이의 구분을 과감하게 탈피하여 대중문화를 통해 고급 예술을 창출한 작가.
레슬리 피들러 Leslie A. Fiedler(포스트모던 비평의 선구자)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두 가지의 차이점이란 결국 문학 특유의 즐거움과 감동을 소수에게 주느냐, 다수에게 주느냐 하는 것인데, 가장 위대한 문학이란 그 두 부류의 독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급문화 대 대중문화의 대립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위대한 문학>에 관한 피들러의 관점에서 볼 때『거미여인의 키스』는 확실히 <위대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의 기능은 인간으로 하여금 일상의 의식에서 탈출해 또 다른 의식의 세계로 들어가게 해 주는 것이다. 즉 독자가 자아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초자아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해 주는 데 있는 것이다. 푸익은 완전히 상반적인 두 명의 주인공들을 극한 상태로 몰아 넣음으로써 이들의 꿈과 환상을 통해 우리들로 하여금 인간 본성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감금의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몰리나의 몸부림, 그리고 몰리나의 얘기를 <싸구려 낭만주의에 빠진 헛소리>라고 비아냥거리던 발렌틴 역시 결국 몰리나가 만들어 낸 환상에 빠지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현실 속에 갇혀 사고의 자유가 경직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왜 『거미여인의 키스』가 아름다운가?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우리는 어둠 속에서 외롭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영화의 마술과 로맨스이다. New York Times
푸익은 독창적이고도 도발적인 방식으로 사회 문제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비감정적이고 정밀한 문체로 인간 세계가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Time Literary Supplement)>. 이 작품에 대해 시인 황인숙은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몰리나의 사랑이 불쾌하지 않은 건 몰리나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육체를 벽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몰리나의 가슴은 평화와 우아함과 미소로 가득했다. 몰리나는 진정한 여성이며 진정한 인간이었다. 나는 이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한 편의 판토마임을 생각했다.>
몰리나는 한 남성과 평생을 살면서 그를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그가 껴안으면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허울만 남성인 여자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부르주아적 이성애 모델을 답습한 것으로, 동성애자 역시 착취적인 남/여 모델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 게다가 도덕적으로 금기시되는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이 이중의 굴레를 씌운다. 발렌틴은 <여성이 된다는 것은 순교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남성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더군다나 <성적 취향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마르쿠제가 동성애자를 사회의 억압적 요소를 상기시켜 주는 비판적 철학자에 비유하듯 우리는 몰리나를 통해 애처로운 환상을 그러나 아름다운 관계의 가능성을 본다.
라틴아메리카 현대 소설은 60년대 이후 세계 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으나, 국내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마르케스를 위시한 이들 <붐> 작가들은 지역성과 세계성을 적절히 융합하면서 현대인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서술 형식으로 접근하였다. 한편 1980-90년대에 전성기를 맞기 시작한 <포스트 붐> 세대는 <붐> 작가들이 읽기 어려운 난해한 소설을 추구하는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으며 지나친 세계주의 성향으로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소설 장르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여 준다. 마누엘 푸익은 <포스트 붐>의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작가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성과 정치
성의 억압을 푸익은 현대를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 남성 우월주의와 남성성/여성성이라는 이분법적 성 이데올로기에 억눌린 인물들을 통해 성을 둘러싼 인류의 관습과 제도들을 문제화하고 있다. 푸익은 이러한 성적 억압이 할리우드식 영화나 멜로드라마가 최상의 가치인 양 제공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푸익은 성에 있어서 음성적이고 터부시되는 모든 것을 탈신비화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한다.
동성애자인 몰리나와 좌익 게릴라인 발렌틴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같은 감방에 수감되어 있고, 감옥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몰리나가 자신이 관람했던 영화들을 발렌틴에게 들려 주는데, 그러는 동안에 두 죄수 사이의 관계가 진전되어 간다. 처음에, 몰리나가 들려주는 영화는 이성적이고 정치적인 발렌틴에게는 비판의 대상일 뿐이다. 그가 보기에 이것은 부르주아 사회의 하찮은 대중문화의 일종이고 동시에 인간을 비정치적이 되도록 세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진보적인 남성임을 자만하면서, 몰리나를 싸구려 감정에 매달리는 여자 같다고 경멸하던 발렌틴은 몰리나에게서 인간의 진정한 애정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의 진전은 소설의 역동성을 마련해 주는데, 그 관계의 절정은 소설 후반에 이루어지는 두 인물간의 성애에서 완성된다.
인간적 합일이라는 구도를 통해 작가는 동성애를 하나의 성도착증으로 터부시해 온 기존 관념과, 여성과 남성을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비로 가둬두는 성 이데올로기를 문제삼고 있다. 소설 처음에는 몰리나와 발렌틴이 각각 여성과 남성성을 대표하는 듯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진정한 이해와 애정이 싹트고 결국 성적인 합일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작가의 의도는 오히려 그러한 관념들의 허구성을 증명하는 데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푸익은 이러한 의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자들의 성에 대한 이론과 반론들을 각주 형태로 제시하는데, 독자들은 각주로 나타난 학문적 텍스트와 인물 사이의 대화로 나타난 허구 텍스트를 계속적으로 대비하고 비교함으로써 능동적 역할을 증대시키게 된다.
영화와 문학
어린 시절 푸익은 자신에게 <영화란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체계>였다고 회고한다. 엄마와 함께 관람한 영화를 회상하는 형식의 {리타 헤이워스의 배반}은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조그만 마을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았던 영화들이 후에 그의 소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했던 푸익의 소설들은 영화를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은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해피 투게더]의 원작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 The Kiss of the Spider Woman」에서는 영화 속의 영화가 몰리나에 의해 절묘하게 각색되어 보여진다.
영화의 역할은 이 소설에서 몰리나와 발렌틴의 관계 및 주제를 암시한다. 소설 속에 나오는 두번째 영화는 나치 치하의 프랑스가 무대이며 독일 정보장교 버너 대위와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미모의 여가수 레니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레지스탕스의 요구에 의해 버너에게 접근하는 레니, 그러나 레니는 버너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조국인 프랑스를 위해서는 버너를 배반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끝내 버너의 품에서 총에 맞아 죽는 레니. 사실 몰리나는, 수사반장의 계략으로 발렌틴과 같은 감방에 넣어졌는데, 그의 임무는 발렌틴 조직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남자>를 그리워하는 호모인 몰리나의 눈에, 발렌틴이 이상적인 남자로 비치면서 어느덧 몰리나는 발렌틴을 사랑하게 된다. 현실 속에서 영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몰리나와 레니가 동일시되며,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몰리나의 운명을 예견할 수 있다. 여기에 나오는 6편의 영화 이야기를 주제와 연결시켜보는 작업 또한 이 작품만의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거미여인과 발렌틴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가 동성애를 다룬 대표적 작품으로만 알고 있다면 섹스sex와 젠더gender를 구분하지 않고 단지 외양만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몰리나의 행동이나 말투 그리고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여성이다. 즉, 젠더로서의 여성이다. 그런 몰리나는 결국 획일적 사고방식을 지닌 발렌틴을 거미줄로 사로잡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목숨을 내 거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을 한다. 몰리나는 결국 발렌틴을 사랑하면서 게릴라처럼  폭력에 휘말려 숨진다. 한편 좌익 게릴라인 발렌틴은 몰리나를 이해하면서 몰리나처럼 낭만적 꿈속에서 안식을 취한다. 결국 몰리나는 자신의 거미줄에 걸려 죽음의 길을 가고 발렌틴은 몰리나의 거미줄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 탄압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의 주제는 숭고한 인간 정신이다. 마침내 정보 입수를 미끼로 석방된 몰리나는 발렌틴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형사들이 미행하는 가운데 지하운동원을 만나러 간다. 미행자를 따돌린 몰리나가 상대를 확인하고 택시를 타려는 순간 뒤따라온 형사들이 총격을 가한다. 택시는 도망가고 몰리나는 필사적으로 택시를 타려고 달려가는데 오히려 택시 안의 여자가 몰리나에게 총을 쏴 버리고 도주한다. 싸구려 낭만주의의 대중문화에 깊이 빠져 있다고 무시당하던, 그리고 보수적인 카톨릭 사회에서 무시와 멸시를 당해야 하는 몰리나는 결국 형사들에 의해 쓰레기 더미에 버려지지만 발렌틴과 같은 길을 간 것이다. 한편 심하게 고문받고 누워 있는 발렌틴은 의식을 잃고 <짧지만 행복한 꿈> 속에서 몰리나처럼 현실의 고통을 잊는다. 극단적인 성해방의 상징인 게이와 극단적인 정치 투쟁의 상징인 게릴라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기성 사회의 금기에 대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하며, 전혀 다르게 보이는 성이 이처럼 정치와 마주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동성애를 다룬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를 이해하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송병선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졸업 / 콜럼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석사) / 콜럼비아 하베리아나 대학교(박사) / 하베리나 대학교 전임교수 역임 / 현재 한국외대·덕성여대·경희대에 출강 / 저서로 『가르시아 마르케스』『사랑, 그 32가지 빛깔』등. / 역서로『꿈을 빌려드립니다』『모래의 책』『황금 당나귀』『악마 이야기』『붐: 중남미 대표 소설집』『탱고: 라틴 아메리카 환상문학 전집』『마법의 도시 야이누』 등.

작가 소개

마누엘 푸익

1932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첫 소설 『리타 헤이워스의 배반』(1958)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프랑스 《르몽드》지의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두 번째 소설 『색칠한 입술』(1969)은 고국에서는 판금되었으나 외국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특히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1973)은 페론을 패러디한 것으로 푸익은 에바 페론의 암살 리스트에 올랐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거미여인의 키스』(1976)이며 그 외에 『천사의 음부』(1979)『이 책을 읽는 자에게 영원한 저주를』(1980) 『보답받은 사랑의 피』(1982) 『열대의 밤이 질 때』(1988) 등이 있다.

송병선 옮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붐 그리고 포스트붐』, 『거미여인의 키스』, 『탱고』,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꿈을 빌려드립니다』, 『모렐의 발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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