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뭔가 단편집을 읽은 느낌ㅡ

배경은 감옥! 동성애자 몰리나와 양성애자 발렌틴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6편의 영화를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채워져 있다.

몰리나가 이야기해주는 영화들이 하나같이 재밌어서, 이야기를 멈추면 읽는 이가 안달남 ㅋㅋㅋ 좀비 얘기도 있음

작가 푸익이 5살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영화를 보러 다니는 것을 시작해 영화감독을 꿈꾸었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큰 작가라는 것을 염두해보면 이 책의 존재 이유가 납득이 된다.

민음사 패밀리데이 때 너무 읽고 싶어서 샀는데… 막상 내 손에 들어오니 구미가 덜해서 미루다 이제야 읽었다. 꽂혀있는 책들을 보며 언젠간 너네를 읽고 싶을 때가 오겠지 하는 맘으로 바라보곤 하는데… 난 가끔 책을 어장관리하는 것 같기도.

역시 읽고 싶을 때 읽으니 더 잘 읽힌다. 동성애가 등장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몰리나가 나는 여잔데 몸이 남자일 뿐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스스로를 미친’년’이라고 부르며 게이친구들을 여자친구라고 부른다. 우리가 남자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옳소!)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고 착한 몰리나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8년형을 선고받은 대목만 봐도! 그 시대의 억압적인 상황을 볼 수 있다. 그러한 시대에 이러한 책으로 겁없이 예민한 부분을 꼬집은 푸익의 대범함을 느끼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경이로움이 생겨난다.

마지막 작품 해설이 인상 깊은데.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해준 6편의 영화들이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몰리나와 발렌틴과의 관계를 어떻게 내포했는지가 나오기 때문에 작품해설을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