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멋진 예술영화같은..

언제나처럼 맛없는 커피를 살짝 흘겨보면서도 넉넉한 자리와 환한 조명이 감사한 곳,

잠실 크리스피 도넛에서 책누에 회원들과 만나 함께 읽은 <거미여인의 키스>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에게 낯설었던 작가 마누엘 푸익(1932년생)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작품의 배경에는 독재정권이 깔려있지만 전체적으로 특정한 정치상황이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한 감방에 수감된 두 남자, 정치범 발렌틴과 동성애자 몰리나가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서로간의 긴장관계로 시작하지만 몰리나가 들려주는 영화이야기를 매개로 점차 친밀감이 형성되게 된다.

2부에 들어서면 정치범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둘이 한 감방을 쓰게되었음이 드러나면서 또다른 긴장감을 느끼게 하지만 이미 진실되고 깊은 관계로 발전해버렸기에 당국의 의도는 빗나가고 둘은 서로를 지키며 죽음을 맞게된다.

 

여기서 몰리나의 의도에 따라 변용되고 환상이 더해지는 영화 이야기는 남미문학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을 반영하면서 또한 몰리나와 발렌틴의 상황과 심리상태 등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대중문화와 부르주아사상에 대해 무조건적 반감을 드러내며 교만하기까지한 태도를 보이던 발렌틴도 점차 영화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몸이 아플때 헌신적으로 그를 도와주는 몰리나의 태도와도 맞물려 결국 그(그녀)와 깊은 사랑까지 나누게 된다.

 

하나하나의 영화이야기가 또하나의 액자소설처럼 독자를 유혹하고 있으면서, 작가의 끈금없어보이는 꼼꼼한 주석은 하나의 작은 논문으로써 책내용을 이해하는 뒷받침인 인간심리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기도 하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모두들 조금 어려웠다, 라고 입을 모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각자 조금씩 정리해나갈수 있었다.

이 작품이 그만큼 풍성함을 지니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녀간에 사물과 상황인식이 어떻게, 얼마나 다른가.

동성애자 혹은 다른 사회적 편견 아래 놓인 약자들 앞에서 느끼는 무의식적 우월감에 대한 생각.

진정 사랑하게 되면 그 대상을 우리는 얼마나 편견없이 대하게 되는가, 스스로와 동일시하게 되는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혁명은 시작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런 점이 배제되고마는 아니러니.

이상(추상적인 것)때문에 부정하지말아야할 것을 부정하던 마음을 감성을 통해 되찾아야하지 않을까.

등등등

 

주고받은 이야기끝에 우리는 ‘낯설지만 멋진 예술영화 한편을 본 것 같다’며 토론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