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 발자크, 프루스트, 카프카의 뒤를 잇는 소설의 거장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기다려 온
쿤데라 작품의 결정판
소설, 단편집, 희곡, 에세이
쿤데라의 전 작품 15종 15권 정식 계약 완역판
쿤데라와 마그리트, 두 거장의 특별한 만남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학 전집
쿤데라가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88년, 송동준 서울대 교수가 번역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민음사 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전재되었던 이 작품은 “성(性)과 정치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주제가 묵직하면서도 재미있고 소설 기법이 아주 독특”(《동아일보》 1989년 12월 5일)하며 “‘진지한 어리석음’으로 청춘을 보낸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나라 신세대 작가들의 필독서”(《경향신문》 1995년 1월 7일)라고 평가되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를 기록, 1980년대 말과 1990년대를 대표하는 외국 소설로,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을 하려는 이들에게 “쿤데라 시대”를 열어 주었다.
그리고 2013년, 프랑스 밖 나라에서는 최초로 쿤데라 전집이 완간되었다. 쿤데라 전집은 소설 10종, 에세이 4종, 희곡 1종을 포함하여 전체 15종 15권이며 그 분량은 전체 5,156쪽, 원고지로 합산하면 23000여 매에 달한다. 그동안 민음사에서 출간된 쿤데라의 책들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2쇄, 『농담』 51쇄, 『느림』 36쇄, 『정체성』 20쇄 등 모두 156회 증쇄되었고 1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과거 판본을 모두 합치면 누적 판매 부수가 70만 부에 달한다. 지난 25년간 쿤데라가 받아온 한국 독자들의 깊은 사랑과, 그가 한국 문학, 나아가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금세기 최고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 주는 작가”
밀란 쿤데라, 불멸의 작가들의 뒤를 잇는 금세기 최고의 소설가
쿤데라의 첫 번째 소설인 『농담』 불어판 서문에서 시인 아라공은 쿤데라를 일컬어 “금세기 최고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 주는 작가”라고 격찬했다. 또한 어빙 하우는 쿤데라가 “우리 시대 어떤 작가도 필적할 수 없는 기교를 갖추었”다고 했으며 샐먼 루시디는 쿤데라를 “명백히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예술가”라 칭했다.
명실공히 20세기를 아울러 현존하는 최고의 현대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쿤데라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프랑스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연맹 상, 체코 작가출판사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스 소설 상, 두카 재단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으며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 작가로 추천되고 있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문학과 삶, 예술과 인간 영혼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독자에게 선사하는 커다란 감동과 유머
쿤데라는 『농담』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집필 활동을 금지당하고 얼마 후 프랑스로 망명해야 했다. 『웃음과 망각의 책』에는 격동의 역사에 휘말린 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88년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쿤데라는 자신, 혹은 자신의 작품이 정치적이거나 반체제적으로 보이는 것을 거부한다. 로베르트 무질이나 니체, 보카치오, 곰브로비치, 브로흐, 카프카, 하이데거 등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거장들에게서 영향을 받고, 자신의 작품에 체코 전통 음악이나 버르토크, 야나체크 같은 음악가들의 작품을 즐겨 적용했던 쿤데라에게 있어, ‘소설’이란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역할이야말로 소설이 “예술임을 증명하는 표시”라고 말했다.(밀란 쿤데라, 『커튼』에서)
이렇듯 쿤데라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삶이 인간에게 던지는 농담, 그 속에 숨은 유머와 아이러니를 밝혀내고자 하며 이로써 삶의 본질,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프도록 고민해 봤음 직한 ‘삶의 이유’를 탐색한다.
쿤데라 전집은 쿤데라의 초기작부터 후기작까지 그 탐색의 궤적을 따라가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며 독자들은 그 길을 따라 쿤데라가 선사하는 커다란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기다려 온 쿤데라 작품의 결정판
소설, 단편집, 에세이, 희곡, 쿤데라 문학의 정수들 – 총 15종 15권
쿤데라 전집은 모두 15종으로 출간되었다. 전집 구성 단계에서 미리 쿤데라와 논의를 거듭하여 확정한 작품들이다. 쿤데라의 의견에 따라 희곡인 「열쇠의 주인들(Les proprietaires des cles/Majitele kličů)」(1962)과 에세이 『저 아래에서 당신은 장미 향기를 맡을 것이다(D’en bastu humeras desroses)』(1993)는 전집에 넣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첫 소설인 『농담』을 비롯하여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쿤데라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다 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고 짧지만 삶에 대한 철학이 짙게 담긴 후기작들까지, 1번부터 10번까지 쿤데라의 소설들로 이루어진다. 『느림』, 『정체성』, 『향수』 등 소위 쿤데라의 ‘후기작’이자 프랑스어로 쓰인 이 작품들은 분량은 짧지만 “최소한의 텍스트 공간 속에 최대한의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한 작품들로, “형식적 완성과 주제의 밀도를 추구하는 쿤데라 소설의 미학적 원리가 잘 드러”나는 소설들이다.(「21세기의 오디세우스가 부르는 망명과 귀환의 노래」, 박성창) 하지만 이 쿤데라의 “완성된 성숙함”은 그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초기-중기 작품들에 가려 크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민음사는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지 않는 쿤데라의 작품들이 단행본이나 세계문학전집으로 구분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판단하였으며, 쿤데라 작품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쿤데라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보다 쉽게 쿤데라의 전작과 만날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쿤데라 전집은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던 연도순으로 구성되어 초기작과 후기작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고 그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소설뿐만 아니라 단편집, 에세이, 희곡 등 쿤데라 작품의 모든 장르가 포함된 이번 전집 중에서는 지난 2012년 출간된 『만남』과 마지막 권번으로 출간된 「자크와 그의 주인」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쿤데라의 가장 최근 작품이기도 한 『만남』은 『커튼』에 이어 소설, 예술, 철학, 문화 전반에 대한 밀란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깊은 조예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에세이이며 「자크와 그의 주인」은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디드로, 나아가 두 세기 전의 소설과 소설 철학에 대한 쿤데라의 애정을 담은 작품으로 그만의 과감한 문체, 거침없는 유희 정신과 날카로운 성찰이 돋보이는 희곡이다.
또한 이미 국내에 소개되었던 작품들인 『우스운 사랑들』, 『이별의 왈츠』, 『배신당한 유언들』은 이번 전집 출간을 계기로 쿤데라와 정식 계약을 맺었으며, 전면 재번역되어 새로운 얼굴로 독자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쿤데라와 마그리트, 두 거장의 빛나는 만남
지금껏 한국 문학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종합 예술 문학 전집
쿤데라 전집의 모든 작품 표지에는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의 작품이 쓰였다. 마그리트 재단은 도서 등에 대한 마그리트 작품의 2차 가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쿤데라 전집에 대한 사용을 특별히 허가해 주었다. 또한 쿤데라 역시 마그리트 작품이 사용된 자신의 전집 표지 시안을 보고 “이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아름답다.(they are great, they have ever been. We saw everything and everything is more thatwonderful.)”라고 격찬했다.
마그리트 작품의 신비한 분위기,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색채, 고정관념을 깨는 소재와 구조, 발상의 전환, 그 속에 숨은 유머와 은유가 쿤데라의 작품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이제껏 한국 문학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학 전집이 탄생되었다. 이로써 독자들은 쿤데라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얻어 새롭게 태어나는 마그리트의 작품까지 함께 소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쿤데라 전집 01 농담
아무것도 용서되지 않는 세상,
구원이 거부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은
지옥에서 사는 것과 같으니까요.
무엇을 바로잡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잡지는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 갈 것이다.
농담 한마디 잘못 했다 “삶의 길 밖으로 내던져진” 루드비크는 십오 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한때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 루치에와 마주치지만 그녀는 루드비크를 알아보지 못한다. 당에 자신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모두를 바쳤던 파벨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고, 파벨과 헤어진 후 루드비크와 사랑에 빠진 헬레나는 그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죽음을 택하지만 인생은 그녀에게 비웃음을 보낸다.
쿤데라 전집 02 우스운 사랑들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투영하기에
어느 것보다 애착이 가는 작품.” -밀란 쿤데라
우리는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간다. 기껏해야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것을 얼핏 느끼거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눈을 가렸던 붕대가 풀리고 과거를 살펴볼 때가 돼서야 우리가 겪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논문이 잡지에 실린 것을 연인과 함께 축하하는 ‘나’는 한 학자로부터 논문 평가를 부탁하는 편지를 받아들고 희극일지 비극일지 알 수 없는 모험으로 뛰어든다. 이제 막 시작한 한 연인은 히치하이킹으로 우연히 만난 낯선 남녀 놀이를 시작하지만 이 게임은 감춰졌던 두 사람의 본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세계로 그들을 이끈다.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가”기 때문에 우리 삶이 농담인지 함정인지 알지 못하는 인간 삶의 희극성을 담은 소설집이자 “쿤데라가 가장 사랑하는”, 그리고 쿤데라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작품.
쿤데라 전집 03 삶은 다른 곳에
그래, 미친 짓이지.
사랑은 미쳤거나
아니면 사랑이 아닌 거야.
누군가의 가슴에 총알을 하나 박는다면 그것은 마치 우리 자신이 그 가슴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가슴, 그것은 바로 세상이다. 야로밀의 어머니는 자신의 몸과 젊음과 아름다움을 바쳐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품 안에서 시인의 삶, 화가의 삶, 일상 저 너머에 있는 삶을 그린다. 그는 자신이 선택된 존재라 확신하지만 너무 어리고 여성스러운 외모 때문에 여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과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야로밀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던 엄마는 더욱 아들에게 집착한다. 절망과 슬픔 속에서 야로밀은 문득, 충동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새로운 삶을 발견하기 위해, 진짜 삶을 누리기 위해, 혁명의 한가운데로 뛰어들 것을 결심한다.
쿤데라 전집 04 이별의 왈츠
미적 기준이란 신에게서 온 게 아니라,
악마에게서 왔다고 확신해요!
천국에선 누구도 추함과 아름다움을 구분하지 않았죠.
아름다움은 정의보다 더 우위에 있고 진실보다도 더 우위에 있다는 것,
아름다움은 더 생생한 현실이며 더 명백하며
또한 더 다가가기 쉽다는 것
유명한 트럼펫 주자 클리마는 아름다운 온천 도시를 방문하고 온천장에서 일하는 간호사 루제나와 하룻밤을 보낸 후 프라하로 돌아간다. 그 후 루제나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고 클리마는 루제나가 아이를 지우도록 하기 위해 거짓 사랑을 연출한다. 그리고 루제나의 오랜 연인 프란티셰크는 질투에 사로잡혀 두 사람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한편 오래전 고향을 떠났던 야쿠프가 옛 친구이자 한때 자신을 위해 독약을 만들어 주었던 의사 슈크레타를 찾아오고, 한 알의 푸른 독약은 조용한 온천 도시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쿤데라 전집 05 웃음과 망각의책
역사는 망각으로 이어지고
삶은 웃음으로 빛난다.
“이것은 웃음과 망각에 관한, 망각과 프라하에 관한, 프라하와 천사들에 관한 책이다.”
즈데나를 사랑했던 과거를 지운 채 역사에 기억되고 싶은 미레크, 남편과의 추억을 간직하려 하지만 자꾸만 망각 속으로 빠져드는 타미나, 귀찮게만 여겨졌던 ‘엄마’라는 존재에 의해 완성되는 우스꽝스러운 사랑, 천사와 악마의 웃음으로 가득한 세상, 그리고 신념, 믿음, 역사, 그 어느 것도 의미가 없는, 이 세상의 경계선 밖으로 밀려나 잊혀 버리는 존재들.
일곱 편의 이야기, 웃음과 망각으로 변주되는 우리 삶의 여정들.
쿤데라 전집 0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역사의 상처라는 무게에 짓눌려 단 한 번도 ‘존재의 가벼움’을 느껴 보지 못한 현대인, 그들의 삶과 사랑에 바치는 소설.
토마시와의 만남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테레자는 고향을 떠나 그의 집에 머문다. 진지한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던 토마시는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질투와 미움이 뒤섞인 두 사람의 삶은 점차 그 무게를 더해 간다. 한편 토마시의 연인 사비나는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조국과 역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며,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는 그런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된다.
쿤데라 전집 07 불멸
소설 속의 소설이요
가장 슬프고 에로틱한 사랑 이야기
불멸을 향한 인간의 헛된 욕망, 그리고 그 불멸로 인해 더욱 깊어지는 고독
예순두 살의 괴테는 지적이며 야심찬 스물여섯 살 베티나를 만난다. 베티나는 끊임없이 괴테 주위를 맴돌며 자신의 존재를 그에게 각인한다. 하지만 베티나의 사랑은 괴테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불멸을 향한 갈구다. 자신에게 죽음, 즉 불멸이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낀 괴테는 베티나의 욕망을 눈치 채나 눈앞의 쾌락을 포기하고 그녀를 멀리한다. 하지만 결국 베티나는 괴테의 젊은 연인으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된다. 불멸을 향해 베티나가 던지는 몸짓은 아녜스에게서 로라로, 로라에게서 다시 폴로 이어진다.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남기를, 그리하여 불멸하기를 원하는 로라는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로라의 이러한 욕망은 평안하면서도 무미건조한 일상들을 이어 가던 언니 아녜스와 형부 폴의 삶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킨다.
쿤데라 전집 08 느림
어찌하여 느림은 사라져 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 속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
‘나’와 아내 베라는 호텔이 된 파리의 옛 성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고 훌륭한 저녁 식사를 한 후 베라는 잠이 들고, ‘나’는 창가에 서서 이백여 년 전의 관능적인 사랑 이야기를 목격한다. 18세기 한적한 시골 성이었던 그곳에서 T 부인과 한 젊은 기사는 느리지만 섬세하고 우아하며, 열정적이고 감미로운, 그렇기에 결코 잊히지 않을 사랑을 나눈다. 한편 20세기 말의 이 호텔에서는 지식인 베르크와 뱅상, 체코 학자 체호르집스키가 각자 자존심과 명예, 쾌락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쿤데라 전집 09 정체성
내가 감히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네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장마르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향수를 느꼈다.
향수? 바로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향수를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눈앞에 있는 사람의 부재로 괴로워할 수 있을까?
어린 아들이 죽은 후 샹탈은 남편과 이혼하고, 연하의 연인 장마르크와 살고 있다. 자신이 늙어 간다는 사실에 서글퍼하던 샹탈은 어느 날 장마르크에게 “남자들이 더 이상 날 쳐다보지 않아.”라는 말을 던지고, 장마르크는 샹탈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시라노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낯선 남자의 편지에 샹탈은 묘한 즐거움과 설렘을 느끼고, 장마르크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 남자의 존재를 질투한다.
쿤데라 전집 10 향수
체코어로 표현된 가장 감동적인 사랑의 문장은
‘나는 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이다.
이는 ‘나는 너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라는 뜻이다.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
내 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고통,
향수는 무지의 상태에서 비롯된 고통으로 나타난다.
이레나는 망명지 파리에서 프라하로 가는 중 한때 자신을 설레게 했던 남자, 조제프와 마주친다. 하지만 조제프는 이레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 역시 예전의 그 친구들이 아니다. 공산정권의 협력자가 된 형 부부와는 달리 덴마크로의 망명을 택했던 조제프는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조제프는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낯선 사람일 뿐이다.
쿤데라 전집 11 소설의 기술
소설이란
“아직도 인간이 삶과 부대낄 수 있게 해 주는 마지막 보루”다.
이론의 세계는 나의 세계가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실무자의 고백일 뿐이다.
이론가도 철학자도 아닌, 단지 한 소설가로서 사색하고 탐구하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창작론. 젊은 시절 문학보다 음악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웃음과 망각의 책』, 『삶은 다른 곳에』 등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진 리듬과 화성의 놀라운 법칙을 이야기한다. 또한 카프카, 플로베르, 조이스, 톨스토이, 세르반테스, 곰브로비치 등 당대 최고의 문학가와 그들의 작품을 아우르며 소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대담, 연설문, 에세이가 정교한 날실과 씨실처럼 엮여 완성된 이 작품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새롭게,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초석과 같다.
쿤데라 전집 12 배신당한 유언들
도덕적 판단을 중지한다는 것, 그것은
소설의 부도덕이 아니라 바로 소설의 도덕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절대 죽은 사람으로 여길 수가 없다면,
그의 현존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가?
내가 잘 알고 충실하게 지킬 그의 의사를 통해서다.
라블레, 세르반테스 이후 발자크와 프루스트, 카프카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무대로 활동해 온 작가들. 뿐만 아니라 작곡가, 음악가, 번역가, 지휘자 등 예술의 역사에 등장해 깊은 울림을 전했거나 혹은 곡해되고 잊힌 채 역사 너머로 사라져 간 비운의 예술가들, 그들의 삶과 작품이 남긴 위대한 유언들을 좇는다.
오늘날 우리들의 자의와 몰이해에 의해 변형되고 뒤틀리는, 즉 ‘배신당한 유언들’을 통해 만나 보는 예술 작품의 세계, 그리고 쿤데라의 아주 특별한 사유.
쿤데라 전집 13 커튼
예술의 역사는 덧없다.
하지만 예술의 지저귐은 영원하다.
존재에 대한 세 가지 질문과 함께 소설이라는 예술의 역사가 열린다.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진실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감춰지고 가려질 수밖에 없는 소설의 본질이 밀란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탐색된다. 우리는 누구인가? 사랑은 무엇인가? 그리고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늘 품어 온 생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들, 밀란 쿤데라는 그 대답을 인간의 지식과 인류의 역사,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위대한 소설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쿤데라 전집 14 만남
나는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교류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며, 동맹조차도 아니다.
만남, 다시 말해 스파크고 섬광이고 우연이다.
오늘날 너무 많은 작품들이 우리를 두렵게 하기를 원하지만
단지 우리를 지루하게 할 뿐이다.
소설가이자 극작가, 에세이스트이자 망명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 밀란 쿤데라의 영혼을 뒤흔든 세기의 만남들. 쿤데라의 첫사랑, 위대한 음악가 야나체크, 인간 본연의 모습을 난폭하게 드러내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 미국적 에로티시즘을 하나의 역사로 그려 낸 소설가 필립 로스, 그 어떤 작가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언어적 자유를 누린 샤무아조, 소설사의 또 다른 시대를 연 카프카……. 예술-이후의 시대, 예술의 필요성, 감수성, 예술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기 때문에 예술조차 사라져 가는 이 시대, 쿤데라의 날카로운 시각가 풍부한 지식, 신랄한 유머를 통해 만나는 현대 예술계의 거장들.
쿤데라 전집 15 자크와 그의 주인
또한 나는 「자크와 그의 주인」이 각색이 아니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온전히 나의 작품이고, 내 고유의 변주이다.
두 작가의 만남이자 두 세기의 만남, 또한 소설과 희곡의 만남이다.
젊은 시인, 자네에게 경고하겠네.
신들도, 인간도, 표지판조차도 시인의 편범함은 용서한 적이 없었어.
자크와 주인의 여행이라는 토대 위에 세 가지 사랑 이야기가 놓인다. 주인의 사랑, 자크의 사랑, 그리고 포므레 부인의 사랑. 자크의 사랑 이야기는 여인숙 여주인이 들려주는 포므레 부인의 사랑 이야기로 중단되고, 기사와 후작, 비그르와 아가트, 데농이 무대 위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주인의 사랑 이야기는 자크와 주인을 기이한 결말로 데려간다.
“긴긴 러시아의 밤을 마주대”하고 서양 문화의 거친 종말과 대작별을 체험했던 쿤데라는 본능적으로, 진지함을 벗어 버린 디드로의 소설 속에서 위로를, 지지를, 숨 쉴 여유를 찾았다. 「자크와 그의 주인」은 18세기와 20세기, 두 영혼과 기질의 만남이자 아주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온전히 나(쿤데라)의 작품이고, ‘디드로에 대한 변주’이며, 또는 존경을 담아 ‘디드로에게 바치는 오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