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기술

원제 L’art du roman

밀란 쿤데라 | 옮김 권오룡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8년 8월 1일 | ISBN 978-89-374-8196-3

패키지 양장 · 신국변형 140x210 · 236쪽 | 가격 13,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한 권으로 읽는 쿤데라 작품의 모든 것!
 
 
1986년에 집필된 쿤데라의 또 다른 에세이『소설의 기술』이 『커튼』과 동시 출간되었다. 밀란 쿤데라는 이 작품을 통해 소설이란 “아직도 인간이 삶과 부대낄 수 있게 해 주는 마지막 보루”라고 말하며, 이론가도 철학자도 아닌, 단지 한 소설가로서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이라는 장르, 그리고 ‘소설 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쿤데라의 생각과 철학을 한 권에 담은 이 책은 그의 작품을 보다 새롭고 근본적으로 이해하게 해 주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론의 세계는 나의 세계가 아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실무자의 고백일 뿐이다. 소설가 각자의 작품에는 소설의 역사에 대한 어떤 함축적인 통찰이,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한 것 또한 바로 내 소설들에 내재한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이었다.”
―밀란 쿤데라

편집자 리뷰

■ 쿤데라의 소설을 만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소설의 기술』은 쿤데라의 에세이들과 대담, 그리고 연설문들을 엮은 작품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쿤데라 스스로도 이야기했듯 “여러 특정한 정황에서 쓰였지만 언젠가는 소설의 기술에 대한 생각들이 결실을 이루게 될 한 권의 평론집으로 묶일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에 따라 구상되었다. 이들은 교묘한 날실과 씨실처럼 엮여 쿤데라의 소설 쓰기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소설의 기술』에서는, 그동안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소설 쓰기를 해 온 쿤데라가 이론과 형식에서 벗어나 오로지 ‘실무자’로서 바라본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실무자의 고백일 뿐이다.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내 소설들에 내재한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이다.”(발문 중에서))
비록 본격적인 이론적 관심에 의해 씐 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에세이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만만하지 않은 진중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보고자 할 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묵직한 성찰로서 다가올 것이다.
 
 
■ 쿤데라,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다
 
쿤데라의 이 ‘소설에 대한 생각’은 특히 문학 비평가이자 쿤데라의 어시스턴트였던 크리스티앙 살몽과의 두 번에 걸친 대담(2부 「소설의 기술에 관한 대담」과 4부 「예술의 구성에 관한 대담」)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뉴욕 발간 잡지인 《파리 리뷰》의 기획대로 처음에는 쿤데라의 신상과 작가로서의 습관에 관해 인터뷰하려던 살몽의 계획은 곧 소설의 기술에 관한 실제적인 경험에 관한 대담으로 진행되었다. 쿤데라는 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소설에서 활용한 기법들을 스스로 상세하게 설명해 줌으로써, 자신의 작품들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을 제공해 준다.
 
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거나 읽어 온 단어들, 이를 테면 ‘책’, ‘소설’, ‘소설가’, ‘작품’, ‘유럽’, ‘인터뷰’, ‘사상’ 등의 용어가 쿤데라 자신에게만 지니는 특별한 의미를 정리해 놓았다.
예를 들어 “사상: 작품을 사상으로 축소하려는 자들에게 느끼는 혐오감! 사람들이 ‘사상 토론’이라 부르는 것에 이끌려 들게 되었을 때 내가 갖는 공포감! 작품과 무관한 사상들에 의해 몽롱해진 시대가 내게 불러일으키는 절망감!”(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중에서) 같은 열쇠어를 통해서는 “예술을 철학이나 이론적 경향들의 한 갈래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분들을 대단히 무서워합니다. 소설은 프로이트 이전에 이미 무의식을 알았고 마르크스 이전에 이미 계급투쟁이라는 걸 알았으며 현상학자들 이전에 벌써 현상학(인간적 상황의 본질에 대한 탐구)을 실천했습니다.”라는 쿤데라의 생각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특히 쿤데라는 『소설의 기술』을 통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웃음과 망각의 책』, 『불멸』 등 자신의 작품 속에 숨겨진 리듬과 화성의 놀라운 법칙과 수학적 체계를 이야기한다. 음악가였던 아버지로부터 전문적인 음악 수업을 받았으며, 이 영향으로 젊은 시절 문학보다 음악에 더욱 끌렸다는 쿤데라는 “소설을 구성한다는 것은 음악처럼 여러 다른 정서에 공간을 배열하는 것”이라고 한다.
쿤데라는 소설의 한 부를 음악의 박자에, 각 장을 소절에 비교하며 그의 소설들의 각 부분은 모데라토, 프레스토, 아다지오 등과 같은 음악적 지시를 띄고 있음을 밝혔다. 소설 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시간, 그 시간에 비례하든 정비례하든 그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간을 교묘하게 조절함으로써 작품의 시간을 흐르게 하고 위대한 순간을 고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쿤데라는 이런 능력이야말로 “소설가의 가장 섬세한 기술”이라고 하였다.
쿤데라의 소설을 읽어 본 독자라면 새삼 그의 섬세함에 감탄하고 작품의 매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 쿤데라에게 영감을 준 문학 거장들을 통해 배우는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과 탐구
 
『소설의 기술』은 이처럼 ‘소설 쓰기의 기법’에 관한 쿤데라의 생각 외에도 카프카, 플로베르, 조이스, 톨스토이, 세르반테스, 곰브로비치 등 당대 최고의 문학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 언급하며 서구의 문화적, 철학적 흐름과 전통, 그리고 인간 실존에 대해 성찰하고 탐구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쿤데라는 “소설은 실제를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을 탐색”하는 것이며 소설가란 역사가도 예언자도 아닌, 단지 “실존의 탐구자”일 뿐이라고 한다. 쿤데라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아낌없이 피력하며 “소설가란 자신의 생애라는 집을 헐어 그 벽돌로 소설이라는 다른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말한 카프카나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 뒤로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한 플로베르 등 당대의 훌륭한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목차

1부   세르반테스의 절하된 유산 
2부   소설의 기술에 관한 대담
3부   『몽유병자들』에 관한 단상들 
4부   예술의 구성에 관한 대담
5부   저 뒤쪽 어디에
6부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
7부   예루살렘 연설: 소설과 유럽

작가 소개

밀란 쿤데라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밀란 쿤데라는 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농담』과 『우스운 사랑』 2권만이 쿤데라가 고국 체코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농담 La Plaisanterie』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작가가 되다. 그 불역판 서문에서 아라공은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한바 있다. 2차대전 후 그는 대학생, 노동자, 바의 피아니스트(그의 아버지는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다. 그는 시와 극작품들을 썼고 프라하의 고등 영화연구원에서 가르쳤다.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그리고 장차 체코의 누벨 바그계 영화인들이 될 사람들은 두루 그의 제자들이었다.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의 숙청으로 인하여 그의 처지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책들은 도서관에서 제거되었고 그 자신은 글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금지되는 역경을 만났다. 1975년 그가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왔을 때 “프라하에서 서양은 그들 스스로가 파괴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다가 1980년에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유명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는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우연히 서로 만났다가 사고로 함께 죽는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과 우연한 사건들과 어쩌다가 받아들이게 된 구속들의 축적이 낳은 산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죽음을 향한 그 꼬불꼬불한 길,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완만한 상호간의 파괴는 영원한 애매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어떤 내면의 평화를 다시 찾는 길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60년대 체코와 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놓은 시련이 깔려 있다. 지금은 멀어져버린 체코이지만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 주인공인 양 요지부동으로 박혀 있는 체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신화적이고 보다 보편적인 나라, 유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듯한 그 나라. 변함 없는 성실성과 배반,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찢겨진 존재들의 복합성, 그리고 또한 둘로 쪼개진 세계와 유럽의 드라마와 작가의 근원적 정신질환의 원인은 체코에 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 후 소설가로서의 성공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1968년까지 나는 체코 국내의 소설가였을 뿐 아무것도 외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 뒤에 작품들이 더러 번역이 되긴 했습니다만 체코 안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프랑스를 작가로서의 조국으로 선택한 겁니다. 내 책들이 먼저 나온 곳은 파리였고 나로서는 그 상징적 의미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밀란 쿤데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개념이다. 지혜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농담』『생은 다른 곳에』『불멸』『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별』『느림』『정체성』『향수』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1978년에 출간된 『이별』은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문학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별』은 현대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우리의 삶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수놓으면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의 거의 모든 문학장르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최근 작품으로는 『향수』와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의를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풀어 낸 에세이집 『커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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