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역 쿤데라 희곡 츨간

자크와 그의 주인

드니 디드로에게 바치는 3막짜리 오마주

원제 Jacques et son maître ( hommage à Denis Diderot en trois actes)

밀란 쿤데라 | 옮김 백선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3년 9월 20일 | ISBN 978-89-374-8415-5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2x217 · 152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또한 나는 「자크와 그의 주인」이 각색이 아니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온전히 나의 작품이고, 내 고유의 ‘디드로에 대한 변주’이며,또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므로 ‘디드로에게 바치는 나의 오마주’다. 두 작가의 만남이자 두 세기의 만남이다. 또한 소설과 희곡의 만남이다.” ―작품 속에서

▶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기다려 온 쿤데라 작품의 결정판

▶ 소설, 단편집, 희곡, 에세이, 쿤데라의 전 작품 15종 정식 계약 완역판

▶ 쿤데라와 마그리트, 두 거장의 특별한 만남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학 전집

편집자 리뷰

▶ 자크와 그의 주인, 목적지도, 이유도 알 수 없는 여행길에 오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희곡은 ‘3막짜리’이지만 막간 없이 공연되어야 한다. 막 사이에는 잠깐 암전을 하거나 커튼을 내려 구분한다. 마치 3악장 협주곡처럼 1막은 알레그로, 2막은 비바체, 3막은 렌토. 자크는 마흔을 넘겼는데 주인은 그와 비슷하거나 더 들었을 것이다.
전체 공연 동안 무대는 바뀌지 않는다. 조금 낮은 앞쪽 무대, 조금 높아서 연단 같은 뒤쪽 무대. 현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무대 앞쪽에서 연기되고, 과거 일들은 연단 위에서 일어난다. 무대는 거의 계속 비워져 있다가, 몇몇 일화를 위해서만 배우들이 직접 의자나 탁자 따위를 들고 등장한다. 장식도 없고, 상징도 없이 무대는 그저 단순하다. 쿤데라는 그런 요소들은 이 “작품 정신에 반한다.”라고 말한다.
디드로의 소설처럼 극은 18세기에 일어나지만, 오늘날 우리가 꿈꾸는 모습의 18세기여야 하고, 언어도 옛날 단어로 복원하지 말아야 하고, 배경과 의상에서도 역사적 특성이 부각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자크와 그의 주인은 여행길에 오른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오로지 “저 높은 곳에 씌어 있”을 뿐이다. 무료한 여행길을 달래기 위해 자크는 자신의 첫사랑, 동정을 잃은 얘기를 하기 시작하고, 잠깐 머무른 여인숙에서는 여인숙 여주인이 포므레 부인의 처절한 사랑-복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주인 또한 자신이 친구에게 어떻게 속았으며, 어떤 사랑을 했는지 말하기 시작하고, 여행길은 목적지도, 이유도 알 수 없이 이어진다.

쿤데라는 디드로의 원작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의 큰 줄거리를 가져오되 무대와 연기를 다양하게 변주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렇게 단언한다. “20세기와 18세기(그들 정신의 세기)의 대면이 작품 전체를 은밀히 관통해야 한다. 그것을 이해 가능하고 균형 잡히도록 만들려면 매우 충실하게 텍스트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 디드로의 대표 소설, 독특한 희곡으로 변주되다

이 희곡은 18세기 철학자이자 소설가 드니 디드로의 대표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을 변주한 작품이다. 디드로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자크와 주인, 포므레 부인, 후작,(디드로 작품에서는 ‘생투앵(Saint-Ouin)’이나 쿤데라 작품에서는 생투앙(Saint-Ouen)’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여인숙 여주인, 비그르 부자, 아가트, 쥐스틴 등이 모두 등장하며 자크가 주인에게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여인숙 여주인이 두 사람에게 포므레 부인의 사랑-복수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인이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하는 주요 구성 또한 비슷하다.

밀란 쿤데라는 스스로 자신의 책을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에 대한 ‘변주’라고 말한다. 『웃음과 망각의 책』에서 베토벤에게서 차용한 이 ‘변주’(혹은 ‘편곡’) 개념을 문학에 끌어들인 것인데, 쿤데라에게 있어 ‘변주’란 “다른 공간에 대한 탐험, 내면 세계의 무한한 다양성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집약, 반복, 심화에 초점이 맞춰진 변주는, 똑같지만 다르게 접근하는, 고정되어 있지만 깊게 파고 들어가는 “굴착 작업”과도 같다.

그러므로 쿤데라의 이 작품은 디드로에게서 비롯되었지만, 또한 디드로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렬함이나 독특함이 담겨 있으며, 쿤데라 텍스트 고유의 짜임새, 이를테면 그랑세르 여인숙 여주인과 포므레 부인의 역할, 그리고 자크와 아르시 후작의 역할이 겹치는 이중 연출, 거의 완전히 비우고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으로만 채워 넣은 무대, 디드로를 읽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을 점을 쿤데라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듣는 점 등은 디드로 텍스트의 짜임새와 교묘하게 맞물려 두 작품 모두에 한층 더 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 러시아의 침략, 억압된 환경에서 본능적으로 찾은 지성, 유머, 그리고 환상의 세계

이 책에 수록된 변주서설을 통해 쿤데라는 디드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존경을 거듭 밝힌다. 1968년 러시아 군대가 쿤데라의 “작은 조국”을 점령했을 때 그의 책은 모조리 금서가 되었고, 그 결과 그는 생활을 정상적으로 꾸려 나갈 수가 없었다. 그때 한 연출가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희곡으로 각색해 볼 것을 제안했으나, 쿤데라는 “설명할 길 없이 문득” 디드로의 소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에 대한 향수가 물씬 느껴졌다고 말한다.

나는『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의 도입부보다 더 매혹적인 소설의 시작을 알지 못한다.

디드로의 소설은 자기 검열 없는 자유와 감상적 알리바이 없는 에로티시즘의 거침없는 폭발이다.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 빠진다면 소설의 역사는 이해될 수 없고 불완전해질 것이다.

디드로는 그 이전에는 소설 역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간인 배경 없는 무대를 창조해 낸다. 그들은 어디서 왔는가? 알 수 없다. 그들의 이름은 무엇인가? 그런 건 우리와 상관없다. 그들의 나이는? 모른다. 디드로는 우리에게 그의 인물들이 실제로 정해진 어느 순간에 존재한다고 믿게 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세계 소설의 역사 속에서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은 사실주의적 허상과 이른바 심리 소설의 미학에 대한 가장 철저한 거부다.

쿤데라는 이 작품을 1968년 러시아의 체코 침략으로 인한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한 채 “긴긴 러시아의 밤을 마주 대하고” 쓴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침공으로 인해 나라의 본질이, 서양의 역사가 “영원히 끝났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절망 속에 빠져 “본능적으로” “자유롭고, 진지하지 않은 디드로의 소설 속에서 위로를, 지지를, 숨 쉴 여유를 찾았다.”라고 밝혔다.

▶ 쿤데라 전집 중 유일한 희곡, 국내 초역으로 출간
– 전 세계에서 수회 공연된 희곡이자 ‘체코 작가’ 쿤데라의 감성을 담은 작품

이 작품이 쓰인 해는 1971년으로 추정되며(쿤데라 자신도 정확한 연도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조국을 떠난 지 육 개월이 지난 1975년 12월 그의 친구 에발트 쇼름의 이름으로 시골 어느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이후 1989년까지 작품은 경찰 감시망을 벗어나 전국을 순회했고, 프라하에서도 종종 공연되었다.
1972년, 젊은 프랑스 연출가 조르주 베를레가 직접 쿤데라를 찾아왔고, 「자크와 그의 주인」은 1981년 파리 마튀랭 극장에서 공연되고 같은 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이후 이 작품은 유럽,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여러 차례 공연되었으며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사이먼 칼로가, 보스턴에서는 수전 손택이 무대에 올렸다.
쿤데라는 자기 텍스트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주로 아마추어 극단이나 가난한 직업 극단에만 공연 허가를 내주었는데 이는 “재정 수단의 결핍에서 적어도 단순한 연출은 보장되리라” 여겼으며 “실제로 예술에서, 멍청한 기교꾼의 손에 돈이 넘쳐날 때보다 더 처참한 폐해가 저질러지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8세기 소설가의 거침없는 유희 정신과 테마를 이어받아 20세기 작가가 다른 장르의 새로운 유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자신만의 성찰을 담아낸 것이 이 희곡이다. 디드로가 연 지평에 쿤데라는 새로운 차원을 부여했으며 쿤데라의 창조적 ‘읽기’에 의해 디드로의 소설이 새롭게 탄생한 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목차

변주 서설_ 쿤데라

자크와 그의 주인_ 쿤데라

변주 예술에 대한 변주_ 프랑수아 리카르
유희적 편곡_ 쿤데라
작품의 역사에 관한 작가의 말_ 쿤데라

작가 소개

밀란 쿤데라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밀란 쿤데라는 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농담』과 『우스운 사랑』 2권만이 쿤데라가 고국 체코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농담 La Plaisanterie』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작가가 되다. 그 불역판 서문에서 아라공은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한바 있다. 2차대전 후 그는 대학생, 노동자, 바의 피아니스트(그의 아버지는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다. 그는 시와 극작품들을 썼고 프라하의 고등 영화연구원에서 가르쳤다.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그리고 장차 체코의 누벨 바그계 영화인들이 될 사람들은 두루 그의 제자들이었다.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의 숙청으로 인하여 그의 처지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책들은 도서관에서 제거되었고 그 자신은 글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금지되는 역경을 만났다. 1975년 그가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왔을 때 “프라하에서 서양은 그들 스스로가 파괴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다가 1980년에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유명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는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우연히 서로 만났다가 사고로 함께 죽는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과 우연한 사건들과 어쩌다가 받아들이게 된 구속들의 축적이 낳은 산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죽음을 향한 그 꼬불꼬불한 길,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완만한 상호간의 파괴는 영원한 애매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어떤 내면의 평화를 다시 찾는 길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60년대 체코와 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놓은 시련이 깔려 있다. 지금은 멀어져버린 체코이지만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 주인공인 양 요지부동으로 박혀 있는 체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신화적이고 보다 보편적인 나라, 유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듯한 그 나라. 변함 없는 성실성과 배반,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찢겨진 존재들의 복합성, 그리고 또한 둘로 쪼개진 세계와 유럽의 드라마와 작가의 근원적 정신질환의 원인은 체코에 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 후 소설가로서의 성공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1968년까지 나는 체코 국내의 소설가였을 뿐 아무것도 외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 뒤에 작품들이 더러 번역이 되긴 했습니다만 체코 안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프랑스를 작가로서의 조국으로 선택한 겁니다. 내 책들이 먼저 나온 곳은 파리였고 나로서는 그 상징적 의미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밀란 쿤데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개념이다. 지혜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농담』『생은 다른 곳에』『불멸』『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별』『느림』『정체성』『향수』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1978년에 출간된 『이별』은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문학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별』은 현대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우리의 삶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수놓으면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의 거의 모든 문학장르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최근 작품으로는 『향수』와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의를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풀어 낸 에세이집 『커튼』등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다른 책들

백선희 옮김

프랑스 그르노블 3대학에서 불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단순한 기쁨』, 『청춘.길』, 『풍요로운 가난』, 『앙테크리스타』, 『아프리카 트렉』, 『행복을 위한 변명』, 『텔레비전과 동물원』, 『스물아홉, 그가 나를 떠났다』, 『무거움과 가벼움에 관한 철학』, 『쇼핑의 철학』, 『안경의 에로티시즘』, 『하늘의 뿌리』, 『예상표절』, 『셜록 홈즈가 틀렸다』, 『햄릿을 수사한다』, 『나가사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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