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림책

원제 BuchBilderBuch

헤르타 뮐러,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 옮김 장희창 | 그림 크빈트 부흐홀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1년 1월 20일 | ISBN 978-89-374-2470-0

패키지 양장 · 병형판 160x240 · 124쪽 | 가격 17,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수잔 손탁,  헤르타 뮐러 등 46인의 세계적인 작가가 들려주는 책 속의 책, 책 속의 그림 이야기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책들의 신’이 주는 은총으로 신비로운 이 책이 나에게 날아왔다. 초저녁이었다. 나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놀라움 속에서 그림들을 보았고 단숨에 글들을 끝까지 읽어나갔다. – 최승호/시인

편집자 리뷰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체스 노터봄, 헤르타 뮐러 등 46인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전하는 책 속의 책, 책 속의 그림 이야기
타자기, 찻잔, 넓은 수평선. 크빈트 부흐홀츠의 나라는 외롭고 아름답다. 그곳은 시적인 독특함으로 가득 차 앉아서 찾고 기다리고 방황하는――거의 언제나 혼자인――조용한 인간의 나라이다. 그곳은 경쾌하게 펄럭이거나 신비스럽고 매혹적으로 장면들이 모여 있는 책들의 나라이다. 펼쳐진 채, 또 접힌 채, 매우 높이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겹겹이 쌓인 책의 나라. 46명의 유명한 작가들이 그의 그림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썼다.(슈피겔, 97. 3. 31.)
46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과,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들이 어우러져 \”책과 관련된 모티브들을 소재로 한 책\”이 나왔다. 이 책에 나오는 크빈트 부흐홀츠의 작품 대부분은 책과 관련된 그림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의 역사, 책의 탄생의 역사를 드러내는 그림들이다.
첫 기획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크빈트 부흐홀츠는 어느 날 출판사에 자신이 그동안 작업한 표지화와 삽화들을 모아 가져왔다.(한국 독자들에게는 『소피의 세계』(한국판) 표지화로 친숙하다.)
대부분의 그림들이 책들의 비밀스러운 생애를 드러내는 독특한 작품들이었다. 뮌헨의 출판업자 미하엘 크뤼거는 이 그림들을 전 세계의 46명의 작가들에게 보내어 감상을 써달라고 했다. 그 그림 속에 들어 있는 내용에 대해 한 자 적어달라는 부탁도 함께 했다. 그리고 모두 동참하여 글을 보내왔고, 이 책이 태어났다. 이 책은 글쓰기와 읽기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두 개의 책표지 사이에서만 들을 수 있는 옛날 이야기를 옛날 방식대로 들려주는 한 위대한 책 예술가를 위한 기념비적인 작품\”(서문에서)이다.   
이렇게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에 자신의 글을 덧붙인 이들 중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즐비하다. 밀란 쿤데라·미셸 투르니에·아모스 오즈·오르한 파묵·체스 노터봄·수잔 손탁·요슈타인 가아더·존 버거·마르틴 발저 등은 국내에도 소개되어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들이다. 부흐홀츠의 그림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문이라 할 수 있는 46편의 짤막한 글들에서 현대인의 삶을 진단하고 있는 작가들 46명의 다양한 개성을 읽어낼 수 있다.
1957년생인 크빈트 부흐홀츠가 이 그림을 그릴 당시는 마흔을 갓 넘긴 상태였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작가들은 이 화가에게 자신의 글을 내주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림들이 지니는 독특한 매력에 매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들은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든가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해방과 같은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나지막하게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즉 \”글쓰기와 글읽기에 얽힌 내밀한 심리 묘사\”로부터 \”현대 문명의 절박한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절제된 목소리로 전달한다. 그런데 그 절제된 메시지는 오히려 더 명료한 울림으로 전달된다.
또한 부흐홀츠는 \”일상화된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미 길들여져 있는 감각의 관행을 거부하고 뒤집는다.\” 하늘 위에 책이 떠 있고, 사다리를 타고 책 위로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며, 책을 타고 하늘을 날아간다. 표범이 책을 물고 전깃줄 위를 걸어가고, 독서하는 여인이 의자와 함께 공중에 떠 있다. 바다 한가운데의 보트 위에서 한 남자가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 안테나의 예리한 끝이 책을 꿰뚫고 있다. 문명의 상징인 전깃줄과 자연의 상징인 표범, 정보와 실용성의 상징인 안테나와 자유의 공간인 책이 서로 어울린다.
일상적인 감각의 관행을 뒤집고 문명과 자연을 대립시켜 형상화하는 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요컨대 \”사회적 억압이란 것이 없다면 글쓰기와 책읽기라는 자유의 공간은 어떻게 성립할 것인가?\” 작가들은 \’억압\’과 \’자유\’의 두 영역 사이에 처하고 있는 작가의 그러한 딜레마를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부흐홀츠의 그림을 해석하고 있는 작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 문명이 처한 질곡의 깊이와 그 언저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인간들의 몸짓을 목격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책그림책 』에는 작가들이 흔히 작품을 통해서 의무적으로 강요하는 절박한 메시지는 없다. 대신 절제된 메시지만 있다. 그것은 이 책을 통해 무언가를 가르쳐야겠다는 의무감을 지닌 새장 속의 예술가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그림과 글이 보여주는 느낌의 스펙트럼을 통하여 작가에 의해 사육된 독자가 아닌, 야생의 새 같은 독자로 되태어날 것이다.
 
그림과 글 인용:
라인하르트 레타우의 글, 책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그림.(12쪽)무엇 때문에 나는 책과 함께 멀리 대기 속을 날아왔는가?여기는 서늘하고 조용하다. 어떤 사람도 찾아오지 않는다.다리[足] 아래 책을 달고 날아가면결코 혼자가 아니다!
마르틴 모제바흐 글, 저물녘 하늘을 날아가는 침대 위의 어머니와 아이.(36쪽)\”아니야! 활자들은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거야—그리고 우리도 날아가고 있는 거지! 땅은 저 아래쪽으로 가라앉고 있어. 벌써 밤이야. 하지만 우리들에게 책이 있으면 아직 아름다운 빛이 있는 셈이야. 파랗게 빛나는 등불 말이야. 그 빛은 그렇게 영원히 계속될 거야!\”
마하비에르 토메오 글, 집 정원에 한가로이 앉아 있는 여인.(38쪽) 우선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시(詩)의 정신과 아름다움이 책을 읽고 있는 노파를 저 예속 상태, 즉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지구 인력을 의미하는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켰노라고. 이 경우에는 물론 독서 삼매에 빠진 여성의 정신만 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몸도 그리고 그 몸의 연장인 잔 속의 차도 함께 떠 있는 것이다.
마르크 퍼티 글, 산더미처럼 책을 쌓아놓고 읽는 중년 남자.(46쪽) 우리가 더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책들은 더 두꺼워진다. 요지부동이다. 의미가 완전히 텅 빈 궁극의 책은 우리가 블랙홀이라고 부르는 별들—이 별들은 너무나 밀도가 높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골무 속에 그 전체가 다 들어갈 수 있다—처럼 그 자체 내에서 붕괴된다.
코레이거선 보일 글, 책을 비집고 혀가 쏙 고개를 내밀고 있다.(61쪽) 책은 그저 순식간에 떠올랐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적인 의식의 바다로부터 마치 마술처럼 나타났다. 그런데 그 순간 너무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책이 움직였고 스스로의 힘으로 책장들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의 한가운데에서 촉촉하게 습기에 젖은 장밋빛의 혀가, 말을 하는 생명체의 혀가 서서히 나타났다.
마틴 R. 딘 글, 침대에 엎드려 있는 반라의 여인.(64쪽)신사 양반, 그대가 아무리 안개 자욱한 세기로부터 온다 하더라도, 그 어떤 신발을 신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그 어떤 눈길로써 촛불을 끄고 벽에 걸린 거울을 뿌옇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 어떤 쉽사리 잊을 수 없는 농염하고 거들먹거리며 활짝 꽃 피어난 문장들을 가지고 나의 아침 꿈을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손댄 흔적은 결코 뒤바뀔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렉산드르 치마 글, 책이 내는 음향을 엿듣는 사람.(89쪽)그는 그 책들로부터 어떠한 음향도 어떠한 목소리도 듣지 않고 오직 침묵만을 듣는다. 그러나 이 침묵은 인간들 사이의 상호소통 결핍에 대한 그의 거부에 상응하는 것이다. 인간들은 서로 욕설을 퍼붓고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에만 야단법석이며, 상호이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러나 이 책들, 이 커다랗고 두꺼운 이해의 서고(書庫)는 그 완벽한 침묵에 의해 인간의 거부하는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수잔 손탁 글, 책을 덮고 자는 아이.(90쪽)독자 여러분이 보듯이 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있다. 심지어는 나를 덮고 있는 책으로부터도. 위에는 책이 있고, 아래에는 땅이 있다. 내가 나의 책에 대해 무슨 꿈을 꾼다할지라도 다시 깨어난 후에 그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리라. 나는 대지의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프리트마르 아펠 글, 배에 책을 가득 싣고 떠나는 사람.(117쪽)책이며 그림이며, 바이올린과 칼은 알아주는 이 없으면 죽은 물건이니까. 잘 간직하라. 우리 앞에는 결코 없었던 그것을.
 
그린이:
크빈트 부흐홀츠는 1957년 슈톨베르크에서 태어나 뮌헨의 오토브룬에 살고 있다. 그는 시적이고 상상력이 가득 찬 표지 그림으로 많은 책들이 독자에게 가는 길을 밝혀주었다. 예술사를 공부한 다음 1982년~1986년까지 뮌헨 조형예술대학 아카데미에서 그래픽과 그림을 전공했다. 1988년 이후 그는 많은 책의 삽화를 그렸고 또 자신의 분야에서 많은 상을 받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푸이미니의 『마티와 할아버지』(1994), 엘케 하이덴라이히의 『네로 코를레오네』(1995)의 삽화를 그렸고 최근에 그림책 『순간의 수집가』(1997)로 라가치 상을 받았다.  
 
글쓴이:
밀란 쿤데라·미셸 투르니에·아모스 오즈·오르한 파묵·체스 노터봄·수잔 손탁·요슈타인 가아더·존 버거·마르틴 발저·헤어베르트 아흐터른부쉬·프리트마르 아펠·T. 코레이거선 보일·한스 크리스토프 부흐·알도 부치·이조 카마르틴·마틴 R. 딘.·페르 올로프 앙크비스트·다비드 그로스만·루드비히 하리크·엘케 하이덴라이히·페터 회크·에른스트 얀들·한나 요한젠·이반 클리마·미하엘 크뤼거·귄터 쿠네르트·라인하르트 레타우·마르틴 모제바흐·헤르타 뮐러·오스카 파스티오르·밀로라트 파비치·마르크 퍼티·기우제페 폰티기아·라피크 샤미·W. G. 제발트·찰스 사이믹·조지 슈타이너··보토 슈트라우스·게오르게 타보리·안토니오 타부키·알렉산다르 치마·하비에르 토메오·이다 포스·리하르트 바이어·볼프 본드라췌크·파울 뷔어

목차

서문 …7
요슈타인 가아더·지평 …8헤르타 뮐러·백 개의 옥수수 알 …10라인하르트 레타우·책 다리 비행 시구 …12W.G.제발트·오래된 학교의 안뜰 …15가우제페 폰티기아 …17조지 슈타이너 …20한스 크리스토프 부흐·말리 여행기 …22한나 요한젠·사물들의 자리 ….24아모스 오즈·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마련이다 …26라픽 샤미 …29체스 노터봄 …33마르틴 모제바흐 …36하비에르 토메오·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 앞에서 …38헤어베르트 아흐터른부쉬 …40존 버거 …43찰스 사이믹 …44마르크 피티 …46미하엘 크뤼거 …48볼프 본드라체크 …50
다비드 그로스만·길 위의 인생 …52파울 뷔어 …55리하르트 바이에·도로 위에서 …58T. 코레이거선 보일·혀들의 키스 …61마틴 R. 딘 …64페르 올로프 앙크비스트 …67에른스트 얀들·누구인가? …68게오르게 타보리 …70알도 부치 …73루드비히 하리크·켈스터바흐의 시인 …76밀로라트 파비치·카드리유 …79오르한 파묵 …80안토니오 타부키 …82엘케 하이덴라이히 …84미셸 투르니에·조르주 심농의 마지막 날 …86알렉산다르 치마 …89수잔 손탁 …90밀란 쿤데라 …92이다 포스·마지막 안건 …94마르틴 발저·최후의 일격 …97이반 클리마·책-친구이자 적 …101보토 슈트라우스 …104오스카 파스티오르·구름 …107귄터 쿠베르트·조명등 아래에서 …108이조 카마르틴·단테, 신곡Ⅲ, 47-48 …110페터 회크 …112프리트마르 아펠·남은 자의 노래/사공의 대답  116

작가 소개

헤르타 뮐러

▲1953년 8월 17일 루마니아 바나트 출생.
▲1973~1976년 =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소재 대학서 독일ㆍ루마니아 문학을 공부하는 한편, 차우셰스쿠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젊은 독일어권 작가들의 모임 ‘악치온스그루페 바나트(Aktionsgruppe Banat)’와 연대해 언론 자유 운동 펼침.
▲1977~1979년 = 기계 공장에서 통역사로 근무. 정보원이 돼 달라는 비밀경찰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 해고됨.
▲1982년 = 단편집 ‘저지대(Niederungen)’로 문단 데뷔.
▲1984년 = ‘저지대’ 독일어판 발표. ‘우울한 탱고(Oppressive Tango)’ 발표.
▲1986년 = ‘여권(The Passport)’ 발표.
▲1987년 = 남편 리하르트 바그너와 함께 독일로 이주. ‘맨발의 2월(Barefoot February)’ 발표.
▲1989년 = ‘외다리 여행(Traveling on One Leg)’ 발표.
▲1991년 = ‘악마는 거울에 앉아 있다(The Devil is Sitting in the Mirror)’ 발표.
▲1992년 = ‘여우는 그때 벌써 사냥꾼이었다(Even Back Then, the Fox Was the Hunter)’ ‘따뜻한 감자는 따뜻한 침대(A Warm Potato Is a Warm Bed)’ 발표.
▲1994년 = ‘청매실의 땅(The Land of Green Plums)’ 발표.
▲1997년 = ‘약속(The Appointment)’ 발표.
▲2000년 = ‘땋은 머리에 한 여자가 산다(A Lady Lives in the Hair Knot)’ 발표.
▲2001년 = ‘고향이란 말(語)이 오가는 곳(Home Is What Is Spoken There)’ 발표.
▲2003년 = ‘왕은 고개를 숙이고 죽었다(The King Bows and Kills)’ 발표.
▲2005년 = 모카잔을 가진 창백한 남자(The Pale Gentleman with thier Espresso Cups)’ 발표.
▲2009년 = ‘숨쉬는 그네(Atemschaukel)’ 발표.
▲2009년 10월 8일 = 노벨문학상 수상.

밀란 쿤데라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밀란 쿤데라는 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농담』과 『우스운 사랑』 2권만이 쿤데라가 고국 체코에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농담 La Plaisanterie』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작가가 되다. 그 불역판 서문에서 아라공은 “금세기 최대의 소설가들 중 한 사람으로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고 격찬한바 있다. 2차대전 후 그는 대학생, 노동자, 바의 피아니스트(그의 아버지는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다)를 거쳐 문학과 영화에 몰두했다. 그는 시와 극작품들을 썼고 프라하의 고등 영화연구원에서 가르쳤다. 밀로스 포만(Milos Forman), 그리고 장차 체코의 누벨 바그계 영화인들이 될 사람들은 두루 그의 제자들이었다.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무렵의 숙청으로 인하여 그의 처지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책들은 도서관에서 제거되었고 그 자신은 글쓰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금지되는 역경을 만났다. 1975년 그가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왔을 때 “프라하에서 서양은 그들 스스로가 파괴되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후 르네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다가 1980년에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유명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작가는 어떤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레사와 토마스는 우연히 서로 만났다가 사고로 함께 죽는다. 그들의 운명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과 우연한 사건들과 어쩌다가 받아들이게 된 구속들의 축적이 낳은 산물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죽음을 향한 그 꼬불꼬불한 길,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완만한 상호간의 파괴는 영원한 애매함을 드러내 보이려는 듯 어떤 내면의 평화를 다시 찾는 길이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60년대 체코와 70년대 유럽을 뒤흔들어놓은 시련이 깔려 있다. 지금은 멀어져버린 체코이지만 쿤데라의 작품 한복판에 주인공인 양 요지부동으로 박혀 있는 체코,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신화적이고 보다 보편적인 나라, 유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 때문에 오히려 더욱 그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듯한 그 나라. 변함 없는 성실성과 배반,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찢겨진 존재들의 복합성, 그리고 또한 둘로 쪼개진 세계와 유럽의 드라마와 작가의 근원적 정신질환의 원인은 체코에 있었다.
밀란 쿤데라는 프랑스로 망명 후 소설가로서의 성공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화가 너무나 급작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1968년까지 나는 체코 국내의 소설가였을 뿐 아무것도 외국어로 번역된 것이 없었으니까요. 그 뒤에 작품들이 더러 번역이 되긴 했습니다만 체코 안에서 작가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나는 프랑스를 작가로서의 조국으로 선택한 겁니다. 내 책들이 먼저 나온 곳은 파리였고 나로서는 그 상징적 의미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어요.”
밀란 쿤데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에 대한 개념이다. 지혜의 그물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그의 작품으로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농담』『생은 다른 곳에』『불멸』『사유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별』『느림』『정체성』『향수』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문학적 깊이를 인정받아서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즈 소설상 등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1978년에 출간된 『이별』은 유럽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문학상 프레미오 레테라리오 몬델로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별』은 현대의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우리의 삶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수놓으면서 사랑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 소설가, 희곡작가, 평론가, 번역가 등의 거의 모든 문학장르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최근 작품으로는 『향수』와 오늘날 현대 소설이 지닌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의의를 쿤데라만의 날카로운 시각과 풍부한 지식, 문학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풀어 낸 에세이집 『커튼』등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다른 책들

미셸 투르니에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교와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철학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스물다섯 살 때 치른 대학교수 자격시험에 실패한 후 에리히 레마르크 등 독일 문학 작품 번역에 몰두하였다. 1954년부터 5년간 유럽 제1방송에서 문화 프로그램 PD로 근무하였으며, 플롱 출판사에서 10년간 문학 편집부장을 지냈다. 1967년에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데뷔작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을 발표하면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어 20세기 최고의 전쟁 문학으로 평가받는 『마왕』을 발표하여 1970년에 공쿠르상을 수상했고, 1972년에는 공쿠르상을 심사하는 아카데미 공쿠르 종신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유럽의 정신사를 대변하는 지성인이자 증언자 미셸 투르니에는 파리 근교에서 평생 집필 활동에 전념하다 2016년 1월에 사망했다. 대표적인 소설 작품으로 『메테오르』(1975), 『가스파르, 멜쉬오르 그리고 발타자르』(1981), 『질과 잔』(1983)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뒷모습』(1981), 『짧은 글 긴 침묵』(1986), 『예찬』(2000) 등이 있다.

장희창 옮김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의대학교 독어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독일 고전 번역과 고전 연구에 종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독서 평론집 『춘향이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귄터 그라스의 『양파 껍질을 벗기며』(공역), 『암실 이야기』, 『양철북』, 『게걸음으로』, 『나의 세기』(공역), 레마르크의 『개선문』, 『사랑할 때와 죽을 때』, 괴테의 『색채론』, 『파우스트』, 에커만의 『괴테와의 대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후고 프리드리히의 『현대시의 구조』, 안나 제거스의 『약자들의 힘』, 베르너 융의 『미메시스에서 시뮬라시옹까지』, 카타리나 하커의 『빈털터리들』, 부흐홀츠의 『책그림책』 등이 있다.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1957년 슈톨베르크에서 태어나 뮌헨의 오토브룬에 살고 있다. 그는 시적이고 상상력에 가득 찬 표지 그림으로 많은 책들이 독자에게 가는 길을 밝혀주었다. 예술사를 공부한 다음 1982년-1986년까지 뮌헨 조형예술대학 아카데미에서 그래픽과 그림을 전공했다. 1988년 이후 그는 많은 책들의 삽화를 그렸고 또 자신의 분야에서 많은 상을 받으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푸이미니의 『마티와 할아버지』(1994), 엘케 하이덴라이히의 『네로 코를레오네』(1995)의 삽화를 그렸고 최근에 그림책 『순간의 수집가』(1997)로 라가치 상을 받았다.

독자 리뷰(1)

독자 평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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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그림책이나 그림책이라고 하기에 무거운 버거운 커다란 밀도있는 책

밑줄 친 문장

이따금 나는 나자신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잘 분간이 되지않을때가 있다. 나는 바로 이순간만 여기에 있을뿐 그후 다시 되돌아 오지 않기 깨문이다. 그런데도 그 사실은 쉽게 잊려지고 있다. ㅡ요슈타인 가아더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그림책이라고 쉽게 생각하지말것
리안 202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