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거짓말

전석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6년 5월 10일 | ISBN 978-89-374-7311-1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188 · 248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다. 치는 거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가 전석순의 소설로 친,

거짓말 가이드북

편집자 리뷰

■ 거짓말 속에 진실을 버무려 넣는 방식

『철수 사용 설명서』로 201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전석순 작가의 새 장편소설이 오늘의 젊은 작가 열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거의 모든 거짓말』은 ‘거짓말 자격증’ 2급 소지자인 주인공의 거짓말 가이드북이다. ‘나’는 3급이거나 1급 거짓말 자격증을 소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혹은 거짓말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는 상대방과 거짓말 게임을 벌인다. 자격증 소지자는 백화점 매장이나 레스토랑에 투입되어 직원들의 친절도를 판별하는 일을 하거나 급수가 높은 경우 누군가의 역할을 대신 해내는 심부름을 한다. 『거의 모든 거짓말』에서 거짓말은 능력과 스펙이 되고 주인공은 스펙을 갖추려 발버둥치는 청년에 불과하다. 독자는 주인공의 거짓말을 따라 가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지점에 이른다. 소설은 시종 건조하고 차분한 어조로 사건을 이어가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거짓말일 수 있다는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챈다.


■ 거짓말은 사랑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나’는 이제 2급에서 1급으로 자격증의 급수를 높이길 바란다. 거짓말에 대한 철학과 자신감을 보이는 주인공은 이제 사랑 앞에서 거짓과 진실을 버무리기 시작한다. 여자 앞에는 남자와 소년이 있고, 주인공인 여자는 그들 앞에서 성공적인 거짓말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을 변질시키고 부패시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덜 피어 궁색한 거짓말”이라는 소설 속 문장처럼, 주인공은 거짓말로 사랑을 유지시키는 데 능수능란하다. 사랑을 위한 진실, 거짓을 위한 사랑은 실체를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숲처럼 그들의 관계를 둘러싸고 미지의 색을 뿜는다. 모든 것이 희미해졌을 때 기어코 드러나는 진실은 그녀의 거짓말이라는 게 결국 ‘친’ 거짓말이 아닌 어설픈 구라였음을 밝혀 준다. 그녀의 거짓말은 여기서 멈추는 것일까. 우리의 거짓말은 이제 시작인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가 거짓과 진실의 숲에 들어갈 차례다.


■ 본문에서

그러니 긴장할 필요는 없다. 이미 충분히 많은 거짓말을 쳐 왔다. 연인과 기대에 못 미치는 밤을 보내고 나서도 말할 수 있었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나에게 연민을 품는 사람들에게도 나도 왕년엔 잘 나갔다고 외쳤을 것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겠지만 이미 많은 부분이 거짓말로 얼룩져 있다. 얼룩은 전체를 뒤덮어 무늬를 이룬 지 오래다. 이젠 어디가 얼룩이고 어디가 멀쩡한 부분인지도 알 수 없다. -24쪽

그때부터 완벽한 거짓말을 연습했다. 너무나도 완벽해서 나마저도 진짠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의 거짓말. 선물을 받으려면 산타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믿는 척해야 했다. 산타를 믿지 않는 아이에게는 결코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익은 오로지 거짓말쟁이들의 것임이 분명해졌다. -72쪽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내뱉는다면 결국 거짓말이 된다. 들켰을 때도 당당하고 뻔뻔해지려면 그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전엔 거짓말을 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거짓말을 또렷하게 의식하면서 쳤다. 지금 던진 게 잘 통할지 가늠해 본다는 건 이미 허술해졌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때 이미 거짓말이 노쇠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157쪽


■ 작가의 말

소설을 쓰는 동안 틈틈이 당신의 손길이 떠올랐다. 잊히고 버려진 옷 사이에서 입을 만한 걸 고르는 손길, 내 몸에 맞춰 꼼꼼하게 수선하고 깨끗하게 세탁하는 손길, 그리고 단정한 주름까지 잡아 별거 아니라는 듯 툭 던지는 손길까지. 그 손길의 절반이라도 닮아 문장을 매만질 수 있다면 좋겠다.
기꺼이 내 거짓말에 속아 줬던 수많은 당신에게 인사를 전한다. 아직 치지 못한 거짓말이 많이 남아 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치는 동시에 속을 채비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팽팽하게 마주할 것이다.


■ 추천의 말

거짓말 자격증을 취득하고 등급을 높이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약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상대를 농락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세계로부터 농락당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장려하는 체제의 목적은 간명하다. 모든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울지언정 의심을 부추기는 메커니즘 자체는 부정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과 싸울지언정 투쟁을 야기하는 사회에는 감히 대항하지 못하는 약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진짜 강자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다. 거짓말 자격증을 발급하고, 그것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거짓말의 이데올로기—지금 우리가 살아 내야 하는 세상이다. 전석순은 이러한 ‘소설적 진실’을 쓴다.
-허희(문학평론가)

목차

거짓말 치기 전에 7

PART 1 21

PART 2 63

PART 3 99

PART 4 127

PART 5 167

PART 6 197

거짓말 치고 나서 227

 

참고문헌 242

작가의 말 243

작가 소개

전석순

 1983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회전의자」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년 장편소설 『철수 사용 설명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독자 리뷰(7)

독자 평점

4

북클럽회원 8명의 평가

한줄평

ㅋㄴㅇㅊㄴㅋㅇㅊㄴㅋ

밑줄 친 문장

ㄴㄹㅇㅋㄴㄹㅇㅋㄴㄹ
P.237
아직 내겐 냉랭한 진실을 견디기 위한 뜨듯한 구라가 필요하다.
이제 나에게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거짓말 같은 진실을 얘기하거나 진실 같은 거짓말을 얘기하거나.
거짓말 가이드북에선 첫 거짓말을 준비하는 때를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이라고 햇다. 뒤에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중략) 사랑을 받아도 받는 줄 모르는 순간.
나는 거짓말을 치는 동시에 속을 채비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팽팽하게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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