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거짓말 ㅡ 전석순

《이제껏 진실은 과대평가되어 왔다 . 거짓말은 회복할 수 있을 만큼
사랑을 병들게 하지만 진실은 사랑을 아예 도려낸다 . 모든 것을 다
드러낸 관계는 결코 견고하지 않다 . 숨어 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은 이별하는 순간과 정확하게 맞물려있다 . -본문중에서 p. 10 》

거짓말 같이 비가 오고 있다 . 아직 뜨겁고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줄 모른다 .
한참을 내려야 이 열기가 가라앉을게다 . 참 복잡한 소설이다 .
어찌보면 단순하기도 하고 . 거짓과 진실 믿고 싶은데로 보고 싶은데로 그렇게 보게 되는 게 아닌가 ? 일찍부터 어른들 세상의 가짜를 알아 버렸고 아버지의 거짓이 불러오는 세계를 이해했다 .
사기꾼의 세상 . 그렇지만 이제 세상 전체가 하나의 거대 사기꾼 단체인지라 먹고 살자니 거짓말에도 1 등급 자격증이 필요하단다 .
얼마나 잘 포장하는가 하는 걸테지 …… 책 속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상은 뫼비우스 띠 같다 . 빙빙 돌고 돈다 . 아내에게 남편의 진심확인을 의뢰받고 그 남편에겐 애인인 소년으로 부터의 진심확인을 의뢰받는다 . 서로들 다 알면서 모른척 시치미를 가장 잘 떼야만 하는 웃픈 세계 . 그 세계 사이로 그녀의 유년과 성장기가 틈틈이 지나간다 . 두 개의 일기장이 있었다고 … 진심과 진실을 적던 일기장과 말 그대로 대외용으로 선생님께 검사를 받기 위한 일기장 . 자신은 어릴 때 엄마에게 들켜서 모두 태워버렸지만 이 연애사도 그 일기장 같다고 생각하는 여자 . 소년은 거짓을 모른다고 정의한다 . 남자는 거짓을 알고도 잘 응대해 주는 사람으로 적당히 즐기는 정도지만 어느 사이 그녀는 진심인지 아닌지 스스로 경계선에 서 있곤 한다 . 그들 특히 소년이 뜻 모를 말을 하며
… 그만 두라는 식으로 말을 난데없이 해올때 … 나중에야 그 모든게 무얼 향한 말이었는지 알게 된다 . 진실이라 생각한 모든건 애초에 다 틀린 것였다고 .

예전에 ‘까마귀의 엄지’라는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었었는데 거기서도 나오는 말은 그랬다 .
가장 완벽한 사기는 아무도 사기인 걸 모르는 사기 라고 .

누군가가 평생을 속는줄 모르고 속고 살아온 삶이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사기의 달인 이라며 ..그녀는 자신의 어리숙한 아버지야말로 엄마에겐 완전한 사기꾼에 거짓말쟁이인 셈이라고 생각한다 .

엄마야 속는 걸 알아도 모른척 속아준 평생 바보같은 여자였다 . 악착을 떨었어도 . 그녀도 그 내력이 멀리 못가는 듯 싶다고 …

거짓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면 ( 비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니까 )
아 , 차라리 사기 따위 ~ 귀찮아 안하고 말지 … ( 응? ) 이것도 도박 같은 중독성이라던가? 암튼 … 여기소설에선 병적 징후로 보여주진 않지만 딱히 바람직해 뵈지도 않는다 .

끝이 어찌 되나 정신없이 읽었는데 ㅡ그래도 힘을 좀 빼고 순간 순간 지난 거짓의 시간을 곶감 빼먹듯
그러고 있는 모습이라니 … 모녀가 다정하니~ 밉지 않았다 . 그래도 그녀가 따뜻한 사랑을 의뢰말고도
해보길 바라게 된다 .
엄마같이 평생 속아줘도 어쩔 수 없는 사랑 말이다 .

《 거짓과 진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다  . -본문중에서 .p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