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사건

원제 Une Ténébreuse Affaire

오노레 드 발자크 | 옮김 이동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2년 7월 29일 | ISBN 978-89-374-6412-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364쪽 | 가격 14,000원

책소개

“그렇다, 운명은 격렬한 죽음을 맞을 사람들의 얼굴에 그 낙인을 찍어 놓는다!”

 

90여 편의 작품으로 『인간극』을 집대성한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 발자크

프랑스 혁명 후 격동의 시대, 공화파와 왕당파의 치열한 대립 속 쟁투하는 인물들

 

▶ 발자크는 방대한 세계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 헨리 제임스

▶ 나는 모든 역사학자, 경제학자, 통계학자를 합친 것보다 발자크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 발자크의 작품 속에서 모든 살아 있는 영혼은 의지를 가지고 장전된 채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무기와도 같다. – 샤를 보들레르

편집자 리뷰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 발자크의 『어둠 속의 사건』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어둠 속의 사건』은 “발자크 최고의 역사 소설이자 정치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화와 실존 인물에 입각하여 발자크의 역사관과 정치적 통찰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이동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문학의 근대성을 재정립하며 ‘현대 소설의 창시자’라는 평가를 받는 발자크는 평생 집필한 90여 편의 작품을 모아 『인간극』의 거대한 소설 체계로 분류했다. 『인간극』은 풍속 연구, 철학적 연구, 분석적 연구라는 세 계열로 분류된다. 『어둠 속의 사건』은 『인간극』의 풍속 연구 분야의 ‘정치 생활 정경’에 속하는 유일한 장편 소설로, 프랑스 혁명 후 나폴레옹이 종신 집정관, 이후 황제로 등극하던 18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공화파와 왕당파의 치열한 암투와 정치적 대립을 그리고 있다.

 

■ 프랑스 사회를 그린 벽화이자 박물관, 『인간극』

발자크는 평생에 걸쳐 90여 편의 작품을 『인간극』이라는 거대한 소설군 안에 모았다. 사업 실패로 인한 빚에 쫓기면서도 하루에 약 15시간을 글쓰기에 전념해 유례없는 과업을 달성했다. “내 머릿속에 19세기의 사회가 들어 있다.”라고 말한 발자크는 프랑스 전역을 배경으로 2000여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자신이 직접 보고 경험한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남김없이 그려내고자 했다. 또한 같은 인물이 여러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재등장 기법’을 대표작 『고리오 영감』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발자크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에 기대지 않고 동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재를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기록했다. 문학 공간에 현실을 가져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짚어 내고 역사의 방향을 미리 제시한 발자크의 사실주의 문학은 플로베르, 졸라, 도스토옙스키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 복수와 음모가 교차하는 격동의 시대

 

『어둠 속의 사건』은 크게 두 가지의 사건을 다룬다. 첫 번째 사건은 시뫼즈 형제 검거 작전이다. 1803년, 경찰부 장관 푸셰와 상원 의원 말랭은 시뫼즈 형제를 검거해 제정정부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나폴레옹의 암살을 다짐하며 암중모색을 시도한 로랑스 백작은 복심 미쉬와 함께 시뫼즈 형제를 돕는다. 나폴레옹이 종신 집정관으로 등극한 제정정부의 정치 지형도와 왕당파와 공화파의 첨예한 갈등을 보여 준다.

두 번째 사건인 말랭 납치 사건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1800년 보베성에서 상원 의원 클레망 드 리가 납치되었다가 삼 주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수많은 정치적 모호함을 남긴 채 납치범들이 처형당했다. 이에 영감을 받은 발자크는 상원 의원 말랭 납치 사건의 용의자로 시뫼즈 형제와 미쉬가 지목되어 다시 한번 정치적 격랑에 휩쓸리는 정경을 묘사한다. 발자크는 나폴레옹의 마렝고 전투, 예나 전투 등 실제 사건들과 경찰부 장관 푸셰, 탈레랑 등 실제 인물들을 그대로 등장시켜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서사를 구축한다. 『어둠 속의 사건』은 내면의 욕망과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는 인물들로 대혁명이 빚어낸 프랑스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고찰하고 있다.

『어둠 속의 사건』은 인간의 삶이 역사의 굴곡과 얽혀 있어서, 인간의 운명이 결국은 역사적으로 규정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패멸하는 역사의 희생물로 그려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품 해설」 중에서

 

■ 발자크의 가장 뛰어난 추리 소설

『어둠 속의 사건』은 발자크 특유의 추리 기법이 『인간극』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이다. 코랑탱과 미쉬가 쫓고 쫓기는 과정, 3장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법정 다툼, 시뫼즈 형제를 구하기 위한 로랑스의 고군분투는 긴박한 속도로 전개되어 서스펜스를 더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격동의 시대에 걸맞게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함으로써 갈등과 대립 구조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나폴레옹 암살이라는 필생의 과업을 위해 위태롭게 열정을 불태우는 여백작 로랑스, “수많은 얼굴과 그 각각의 얼굴 밑에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갖고 있는” 푸셰, 현실을 직시하고 타협할 것을 충고하는 노후작 샤르주뵈프 등, 저마다 비밀을 간직한 입체적인 인물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은 『어둠 속의 사건』안에서 탄탄한 추리 구조로 엮여 있다. 발자크는 말랭 납치 사건의 전말을 결말 부분에 밝혀 독자들이 사건의 과정을 함께 쫓으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되짚어보게 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 운명은 격렬한 죽음을 맞을 사람들의 얼굴에 그 낙인을 찍어 놓는다! (13쪽)

말랭은 푸셰처럼 수많은 얼굴과 그 각각의 얼굴 밑에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갖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 인물들은 게임을 하는 순간에는 결코 속내를 알 수 없으며 게임이 끝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설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48쪽)

폭풍우 가운데의 번개처럼, 행복이 그들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불길로 빛났다. 이건 분명코 번갯불이리라! 그들 각자는 지난 십 년 동안의 불화를 생각하며, 그것을 오직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며 자책했다. 미쉬는 소총에 팔꿈치를 기대고 손에 턱을 괸 채 꼼짝 않고 서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이와 같은 순간은 더없이 괴로웠던 지난날의 모든 고통을 수긍하게 만드는 것이다. (67쪽)

로랑스의 태도, 후두음(喉頭音) 그리고 위압적인 시선에는 심지어 그것이 피상적일 때조차도 언제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있었다.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빈 것이 깊은 것과 닮아 보인다. 저속한 자에게 깊이란 불가사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것에 대한 대중의 감탄은 아마도 여기에 연유하는 것이리라. (73쪽)

보나파르트의 야심과 승승장구는 그녀에게 격분 같은 것을 일으켰는데, 그것은 잘 계산된 차가운 격분이었다. 영광으로 뒤덮인 그 남자의 보잘것없는 무명의 적수인 그녀는 자신의 골짜기와 숲 한구석에서 무시무시한 집념을 가지고 그를 노렸다. 때때로 그녀는 생클루나 말메종 근처로 가서 직접 그를 죽이고 싶어 했다. (75쪽)

그런데 왕위 찬탈자들의 불행은 자기들에게 왕관을 씌워 준 사람들과 자기들이 왕관을 빼앗아 온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99쪽)

“로베스피에르를 쓰러뜨리려고 많은 군중이 일어서는 것을 보자 로베스피에르를 넘어뜨리기 위해 그의 프록코트 자락을 잡아당긴 자, 무월 18일의 쿠데타가 실패했더라면 보나파르트를 총살시켰을 자, 나폴레옹이 비틀거리면 부르봉 왕가를 데려올 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적수를 끝장내라고 검이나 피스톨을 건네주기 위해 언제나 최강자 곁에 자리 잡을 자! 열거하려면 한이 없겠지.” (200쪽)

솔직해진다면 사람들은 명백하거나 은밀한 어떤 경고도 받지 않고 불행이 돌연히 그들을 엄습한 적은 결코 없었다는 사실을 아마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파탄을 겪은 후에야 신비롭거나 아니면 명백한 이런 견해의 깊은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205~206쪽)

대체로 풍습이 법률보다 더 잔인하다. 풍습이란 사람들의 본성인 것이다. 그러나 법은 한 나라의 이성이다. 이성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풍습은 법을 능가한다. (265쪽)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의심한다. (312쪽)

 

 

목차

1장 경찰의 시름 9

2장 코랑탱의 복수 169

3장 제정하의 정치 재판 239

결말 315

 

작품 해설 338

작가 연보 347

작가 소개

오노레 드 발자크

1799년 프랑스 트루에서 자수성가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르본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나, 스무 살 때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학의 길로 들어설 것을 결심하고 약 십 년간 독서와 습작, 경제적 독립에 전념했다. 그러나 손을 대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소설을 써서 빚을 갚아 나가는 등 평생 고생했다. 서른 살 때 스콧과 쿠퍼의 영향을 받은 역사 소설 『올빼미당원』을 발표하고, 1848년에 이르기까지 약 이십 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썼다. 갖가지 인간 삶을 그린 소설들을 서로 엮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구성되도록 한 작품집 『인간극』을 평생에 걸쳐 집필했다. 『인간극』은 크게 ‘풍속 연구’, ‘철학적 연구’, ‘분석적 연구’의 세 계열로 구분되고 90여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20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대서사시로 세계 문학의 걸작으로 남았다. 1850년 십팔 년간 사랑한 한스카 부인과 결혼하고 오 개월 후인 그해 8월 파리에서 사망했다. 발자크는 생물학적 유추에 의해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는 사실주의의 방식을 확립했다. 소설의 제재를 넓게 개척하고 그 개념을 현저히 확대하여 사실주의의 시조가 되었고, 자연주의의 선구자로서 플로베르, 졸라, 도스토옙스키, 스트린드베리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작품으로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 『외제니 그랑데』, 『사촌 퐁스』, 『절대의 탐구』, 『나귀 가죽』, 『루이 랑베르』, 『잃어버린 환상』 등이 있고, 모두 『인간극』에 포함되어 있다.

이동렬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스탕달 소설 연구』, 『문학과 사회 묘사』, 『프루스트와 현대 프랑스 소설』, 『빛의 세기, 이성의 문학』 등이 있고 역서로 『고리오 영감』, 『적과 흑』, 『좁은 문·전원 교향곡』, 『여자의 일생』, 『소설과 사회』, 『말도로르의 노래』, 『어둠 속의 사건』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