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감동과 전율을 잇는 또 하나의 소설2000년대 미국 문단이 낳은 천재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데뷔작
원제 Everything Is Illuminated
글 조너선 사프란 포어 | 옮김 송은주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9년 3월 17일
ISBN: 978-89-374-8249-6
패키지: 반양장 · 국판 148x210mm · 412쪽
가격: 14,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라.―이사벨 아옌데
☆나는 포어의 팬이다. 그는 당신으로부터 찬사를 이끌어 낼 것이며, 당신의 마음을 뒤흔들 것이다.―조이스 캐럴 오츠
☆문학적 재능과 현명함을 겸비한 소설. 이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새로운 것의 불길에 데어 낙인이 찍힌 듯 마비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워싱턴 포스트
참혹한 현실, 고통스러운 진실, 잊히지 않는 기억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마을 트라킴브로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 마을을 찾아 세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난다. 그 길은 어느덧 마술적 힘이 지배하는 전설의 시대로 이어지고, 미처 말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억 그리고 모두가 모두의 죽음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의 상처를 드러낸다. 잔혹한 진실은 묻어 두는 편이 좋은 것일까. 허구보다 더 기막힌 현실이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환상적인 묘사를 통해 극적으로 되살아난다.
엄청 빡빡한 여행의 개시에 붙이는 서곡 9
세계의 시작은 자주 온다 20
제비뽑기, 1791 29
1997년 7월 20일 41
주인공과의 만남에 붙이는 서곡, 다음으로 주인공과의 만남 46
되풀이되는 꿈의 서, 1791 59
사랑에 빠지다, 1791-1796 66
또 한 번의 제비뽑기, 1791 77
1997년 9월 23일 80
루츠크로 향하다 85
사랑에 빠지다, 1791-1803 114
되풀이되는 비밀들, 1791-1943 130
행진, 죽음, 제안, 1804-1969 136
1997년 10월 28일 151
매우 힘겨운 조사 159
해시계, 1941-1804-1941 180
1997년 11월 17일 214
사랑에 빠지다 220
결혼 피로연은 아주 특별했다! 또는 결혼식 후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접어들다, 1941 243
우연에 놀아나는 자, 1941-1924 249
피와 드라마의 두께, 1934 255
1997년 12월 12일 268
우리가 트라킴브로드를 보았을 때 본 것들 또는 사랑에 빠지다 271
사랑에 빠지다, 1934-1941 291
1997년 12월 24일 318
조명의 서곡 235
사랑에 빠지다, 1934-1941 340
1998년 1월 26일 357
조명 361
결혼 피로연은 아주 특별했다! 또는 결코 끝나지 않는 순간의 끝, 1941 375
첫 번째 광풍과 그 후의 사랑, 1941 379
기억의 까다로움, 1941 382
세계의 시작은 자주 온다, 1942-1791 341
1998년 1월 22일 404
옮긴이의 말 408
▶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라. 그는 앞으로 다가올 보다 긴 시간 동안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 재기와 유머의 저변에 비극적인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 긴장감과 리듬을 유지하며 조너선은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간다. 우리 시대에 수많은 문학 거장들이 있지만, 스물다섯 이 젊은 작가만큼의 명민함과 진실성과 문학적 재능을 가진 이는 드물 것이다. ―이사벨 아옌데
▶ 포어의 첫 작품에서는 빛이 난다. 탁월한 유머와 공감, 마력 그리고 대담무쌍함이 공존한다. 책장마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 최고의 소설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을 내 손에 쥐게 된 것은 행운이다. ―데일 펙
▶ 읽어라. 삶이 고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 이 젊은 작가가 더 많은 작품들을 써 내길 기대하게 된다. ―《뉴욕 옵저버》
▶ 강력하다. 진정 보물과 같은 책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1977년생 문학 신동 조너선 사프란 포어, “그는 천재의 작품을 썼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는 2000년대가 낳은 미국의 작가들 가운데 가장 논쟁적이고 독창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첫 번째 소설 『모든 것이 밝혀졌다(Everything Is Illuminated)』(2002)의 발표 이후, 포어는 독자와 언론뿐만 아니라, 존 업다이크, 조이스 캐럴 오츠, 샐먼 루슈디, 이사벨 아옌데 등 많은 유명 작가들, 그리고 수전 손택을 비롯한 문학 평론가들로부터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타임》은, 포어의 데뷔작이 “천재의 작품”이며 포어가 “위대한 문학성을 당당히 보였으며, 이후에는 문학의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1977년 워싱턴에서 태어나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한 후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그의 문학적 재능은 이미 대학 시절부터 인정을 받아 대학 4년 동안 그는 해마다 학교에서 수여하는 문예상을 수상했다.
1999년 철학을 공부하는 대학 2학년생이었던 포어는 빛바랜 사진 한 장만을 들고 우크라이나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2차 대전 당시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로부터 구해 주었던 한 여성을 찾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찾지 못한 채 돌아온다. 애초 그는 이 여행의 과정을 논픽션으로 집필하고자 계획했으나, 여행 후 학교로 돌아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문학 강의를 들으며 계획을 바꾼다. 포어의 문학적 재능을 눈여겨본 오츠는 우크라이나 여행 이야기를 소설로 쓰길 권했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첫 소설 『모든 것이 밝혀졌다』가 완성된다. 그러나 출판사들이 이 소설을 출간하길 거절하자 포어는 한동안 대필 작가, 영안실 조수, 수학 강사, 보석 판매원, 기록 보관소 직원, 상점 점원 등으로 일하며 꾸준히 글을 써낸다. 그사이 그는 2000년 유명한 문학잡지인 《조트로프 올스토리(Zoetrope All-Story)》가 수여하는 소설상을 받았으며, 단편들이 《파리 리뷰(Paris Review)》,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에 실리기도 한다.
2년 후 마침내 첫 소설이 출판계에 화제를 뿌리며 출간에 성공하면서 포어는 ‘분더킨트(wunderkind, 신동)’라는 찬사를 받는다. 누구도 돌아보기를 꺼리던 과거의 이야기를 실험적인 언어를 사용해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와 함께 엮어낸 이 데뷔작은 전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LA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혔고, 포어에게 《가디언》 신인 작가상과 전미 유대인 도서상을 안겨줬다. 또한 이 작품은 리브 슈라이버가 감독하고 일라이저 우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2005)
이후 2005년에 발표한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포어의 두 번째 작품으로, 9.11 사건을 배경으로 아홉 살짜리 소년 오스카의 이야기를 넘치는 에너지와 기발한 상상력, 그리고 다양한 방식의 시각적 효과를 동원해 그렸다. 이미 미국 문단에서 새로운 소설의 시대를 둘러싼 논쟁을 일으킨 바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 문학적 힘을 인정받고 있다. 영국의 《런던 리뷰》는 “포어는 글을 쓰고 읽음으로써 이루어지는 소통의 힘을 믿는 보기 드문 작가이며, 동시에 그러한 소통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하고 있다.”라는 서평을 실었다.
포어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 모두에서 유머와 섬세한 애정 그리고 두려움을 가지고 최근의 역사가 겪은 정신적 외상을 마주한다. 민음사는 지난 2006년 이 작가의 두 번째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국내에 소개해, 많은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받은 바 있다. 소설가 김연수는 이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었을 당시 “지난 5년간 나온 소설 중 가장 아름답다. 매우 아름답고 새롭기 짝이 없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우리의 삶에 대한 중요한 진실들을 여럿 발견했다.”라고 평했으며,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이 작품이 “상실이란 인생의 비의가 아니라 본질, 그것을 횡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상상력”임을 보여 주었다고 했고, 경희대 영문과 교수인 권택영은 “한 줄기 햇살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제 소개하는 그의 데뷔작에서도 독자들은 유쾌한 흥분과 지극한 슬픔으로 마음이 들썩이는 또 한 번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포어는 『사랑의 역사』(민음사, 2006),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민음사, 2008)로 미국 문단의 또 다른 신예로 떠오른 아내 니콜 크라우스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
기억의 이면에 감추어졌던 과거를 더듬는 세 가지 이야기
역사의 폭력에 휩쓸려 버린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역사
★ 간략한 줄거리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는 미국인 청년이 누렇게 빛바랜 사진 한 장을 들고 우크라이나에 도착한다. 그를 맞이한 것은 엉성한 영어를 구사하는 여행 가이드 알렉스와 자신이 장님이라고 주장하는 운전사 알렉스(여행 가이드 알렉스의 할아버지) 그리고 연신 방귀를 뀌어 대는 발정 난 암캐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주니어. 조너선이 지구를 돌아 우크라이나까지 온 것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그의 할아버지를 나치로부터 구해 주었다는 미지의 여인을 찾기 위해서다. 할아버지의 고향인 트라킴브로드로 향하는 일행의 여정은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마을 트라킴브로드, 그 마을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거기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소설가 지망생 조너선이 재구성한 트라킴브로드의 환상적인 역사와 여행 가이드 알렉스가 조너선에 보내는 어설픈 영어 편지, 그리고 일행이 여인을 찾아 떠나는 길에 일어난 일들을 담은 여행기가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를 연결하며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로 그들을 안내한다.
두 번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데뷔작인 『모든 것이 밝혀졌다』에서도 역시 포어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폭력에 휩쓸린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세 개의 이야기를 축으로 흘러간다. 이 책은 크게 보았을 때, 작가와 이름이 같은 주인공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할아버지의 생명을 구해 주었던 은인을 찾으러 우크라이나로 왔다가 알게 된 여행 가이드 알렉스와 주고받은 편지들의 모음이다. 곧 그 편지의 내용 자체가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것인데, 알렉스가 조너선에게 보내는 편지와 그가 재구성한 여행기, 그리고 조너선이 쓴 할아버지의 고향 마을에 관한 소설이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 현실과 허구, 안과 밖을 교묘하게 뒤섞으면서 잇는다.
어색한 영어로 서툴게 쓰인 알렉스의 여행기는 알렉스와 조너선, 알렉스의 할아버지 그리고 암캐가 만나는 순간부터 함께 트라킴브로드로 가서 사람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면서, 이국땅에 와서 낯선 문화에 좌충우돌하는 조너선의 경험담과 함께, 판이하게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젊은이가 함께 여행하면서 차차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 낸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그들이 함께했던 여행의 목적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조너선이 자신의 7대조 할머니 브로드와 그의 할아버지 사프란,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마을 트라킴브로드의 역사를 소재로 쓴 소설은 사실 여부와는 상관이 없는 허구의 이야기로 매우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이다. 이는 전쟁과 같은 거대한 역사와는 별개로 한 개인이 뿌리를 내린 삶의 이야기와 그가 속한 공동체의 역사가 존재함을 보여 주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알렉스가 조너선에게 보내는 편지는 알렉스가 조너선에게서 받은 소설의 일부에 대해 논평을 덧붙이고 자신의 글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역사와 진실을 대하는 이 두 사람의 서로 다른 태도를 보여 준다.
참혹한 현실, 고통스러운 진실, 잊히지 않는 기억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살아야 한다
할아버지를 구해 준 여인을 찾아 우크라이나로 여행을 갔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이 소설 주인공의 이름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이다. 따라서 독자는 작가가 직접 화자로 등장하는 1인칭 소설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조너선이 아니다. 작품 속에서 알렉스가 포어를 두고 ‘주인공’이라고 지칭하긴 하지만, 조너선은 과거로 향하는 길을 시작할 계기를 마련할 뿐이고, 실제 주인공은 (뒤에 가서야 드러나지만) 알렉스의 할아버지인 알렉스, 혹은 역사에 희생당한 모든 이들이라 할 수 있다.
조너선과 알렉스 일행의 여행은 숨겨진 어두운 과거의 비밀을 향한 여정이다. 조너선의 목적지인 할아버지의 고향 트라킴브로드는 2차 세계 대전 때 유대인 대학살 이후 흔적도 없이 파괴되어 지도에서조차 지워졌고, 유태인들의 죽음을 방조한 죄를 외면하고 싶은 우크라이나인들은 그 이름마저 기억에서 없애 버렸다. 사라진 마을 트라킴브로드를 찾아 힘겹게 한 발 한 발 옮겨 놓을수록, 그 어두운 과거에 깊이 연루되어 있으나 과거의 악몽을 다시 직면하고 싶지 않은 알렉스의 할아버지의 고뇌도 깊어진다.
이 과정을 돌이켜 회상하며 기록하는 알렉스는 ‘작가’ 조너선에게 어째서 고통스러운 진실을 반드시 끄집어내야만 하느냐고, 추악한 현실을 아름다운 허구로 포장하여 고통을 덜어 주는 편이 더 낫지 않느냐고 따진다. 그의 질문은 문학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책 속에 실린 조너선의 소설은 알렉스의 질문에 대한 작가로서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기록하고자 하는 알렉스의 글과는 달리, 조너선의 이야기는 실제 인물과 역사를 가지고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순전한 허구를 꾸며 낸다. 그러나 알렉스의 여행기가 오랜 세월 그의 할아버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망각 속에 애써 묻어두었던 고통스러운 사실을 끌어내듯, 조너선의 허구는 알렉스의 사실주의로는 다 복원할 수 없는 개인의 삶과 내면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이 무너져 가는 과정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허구보다 더 기막힌 현실을 환상적인 묘사를 통해 오히려 더욱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기법은 할아버지 사프란이 첫 번째 아내와 그녀의 배 속의 아들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 2차 대전 중 공습 장면의 묘사에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트라킴브로드 상공을 불꽃으로 뒤덮고 축제를 한순간에 끔찍한 아수라장으로 만든 공습의 환상적인 묘사는 무차별적인 폭력의 참혹함을 극적으로 강조한다.
유대인을 한 놈 찍어라 그러지 않으면 너를 유대인으로 간주하겠다……난 정말 죽는 게 무서워 난 정말죽는게무서워 난정말죽는게무서워 난정말죽는게무서워 내가 말했지 저 사람이 유대인이오 누가 유대인이냐 대장이 물었어 허셸은 내 손을 아주 힘껏 쥐었지 그는 내 친구였어 그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지……하지만 나는 나고 내 아내는 내 아내고 내 아이는 내 아이야 내가 하는 말 이해하겠냐 나는 허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사람이 유대인이오 저 남자가 유대인이라고요 제발 허셸이 내게 말했어 그는 울부짖고 있었어 저 사람들한테 말해줘 사실이아니라고 제발 엘리 제발 호위병 두 명이 그를 붙잡았어 그는 저항하지 않았지만 더 격하게 울면서 외쳤지 그들에게 말해 줘 유대인이 더는 없다고 더는유대인이없다고 네가 죽지 않으려고 나를 유대인이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 줘 제발 이렇게 빌게 엘리 넌내친구잖아 날 죽게 내버려두지 말아 줘 난 정말 죽는 게 무서워 난정말죽는게무서워 괜찮을 거야 난 그에게 말했지 괜찮을 거야 이러지 말아 그가 말했어 어떻게든 해 줘 어떻게든 해 줘 어떻게든해줘 어떻게든해줘 괜찮을 거야 괜찮을거야 내가 누구한테 그 말을 하고 있었던 건지 어떻게든 해 줘 엘리 어떻게든해줘 난 정말죽는게무서워 난 정말무서워 너도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알잖아 넌내친구야 그 순간에 왜 그 말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했다 호위병들이 그를 나머지 유대인들과 함께 회당에 집어넣었어 그밖에 다른 사람들은 밖에 남아 아기들의울음소리와 어른들의울음소리를 들었고 나나 허셸 아니면 네 또래로밖에는 안 보이는 젊은이가 첫 번째 성냥에 불을 당기자 검은 불꽃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지……아기가 울기 시작했단다 나는 이렇게 말했지 널 사랑한다 널 사랑한다 널 사랑한다 널 사랑한다 널사랑한다 널사랑한다널사랑한다널사랑한다널사랑한다―본문 중에서(띄어쓰기와 마침표가 생략된 것은 작가의 의도에 따른 것입니다.)
폭탄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 트라킴브로드 전역에 폭발했다 분출하는 빛과 열에 축제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려가 요동치는 강물로 미친 듯이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뛰어들었다……나의 사프란은 아내를 새신부처럼 들어 올려 물속에 집어던졌다 쓰러지는 나무들과 갈기갈기 찢고 파열하는 폭발 속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일 듯싶어서 수백의 몸뚱이가 내 이름과 같은 브로드 강으로 쏟아졌다……제발 제발 제발 제발 조샤의 배 속에서 발길질이 점점 더 제발 제발 아기는 이렇게 죽기를 거부했다 제발 폭탄이 굉음과 연기를 올리며 떨어졌고 나의 사프란은 간신히 군중들 속을 빠져 나와 작은 폭포를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서 더 깨끗한 강으로 흘러갔다 조샤는 끌려 들어가며 제발 아기는 이렇게 죽기를 거부했다 엄마의 몸 밖으로 빠져 나왔다 아기 주위의 물이 붉은색으로 바뀌고 아기는 거품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빛을 산소를 생명을 생명을 와와와와와와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 ……군중은 폭격이 멎은 후에도 오랫동안 서로를 서로에게 끌어당겼다 넋이 나간 겁에 질린 필사적인 아기들 어린아이들 청소년들 성인들 노인들 무리는 모두 살겠다고 서로를 잡아 당겼으나 서로를 내게로 잡아당겨 서로 익사시키고 서로 죽였다 시체들이 한 번에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퍼레진 피부에 허연 눈을 크게 뜬 시체들로 덮여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들 밑에서 내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짐승의 사체였다 그들은 허연 눈에 시퍼레진 피부의 나비들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 아기들을 구하려고 죽였다―본문 중에서(마침표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생략된 것입니다.)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기발한 형식과 발랄한 유머 속에 녹아 든 연민과 슬픔
포어는 『모든 것이 밝혀졌다』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만연한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인식과 함께, 그 폭력 앞에서도 인간의 존재 의미를 찾으려는 문학적 시도를 보여 준다. 국가의 폭력이든 개인적인 폭력이든, 여러 가지 형태의 폭력은 등장인물들의 삶에 지워지지 않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어떤 경우에는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의 시선에는 원치 않아도 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어야 하는 인간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이 담겨 있다. 이는 비단 유대인의 역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역사에도 개인들이 무참히 스러져 간 역사가 있고, 우리는 아직 그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 바가 없다.
그러나 포어는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어둡고 진지하기만 한 어조로 다루지 않는다. 그는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하고 기발한 형식적 실험과 발랄한 유머로 연민과 슬픔을 글로 빚어낸다. 이러한 묘한 페이소스가 바로 포어의 작품만이 갖는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