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원제 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

조너선 사프란 포어 | 옮김 송은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11월 20일 | ISBN 978-89-374-9004-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496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생의 결정적인 순간에반드시 했어야 하는 말, 사랑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보다 명민하고『양철북』의 오스카보다 사랑스러운아홉 살 소년의, 슬픔과 사랑에 관한 퍼즐 같은 이야기

2000년대가 낳은 미국의 작가들 가운데 가장 논쟁적이고 독창적인 인물로 꼽히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 민음사 모던 클래식(4번)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9.11사건을 배경으로 아홉 살짜리 소년 오스카의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과 다양한 방식의 시각적 효과로 그려내고 있다.
아마추어 발명가이자 탬버린 연주자이며, 셰익스피어의 연극배우, 보석세공사이면서 평화주의자인 오스카는 아홉 살이다. 그리고 그는 뉴욕 구석구석을 뒤져야 하는 긴급하고도 비밀스러운 탐색을 하고 있다. 그의 임무는 9.11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 때 세상을 떠난 아빠의 유품 속에 있던 열쇠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수사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오스카는 저마다 슬픔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오스카의 이야기는 사라져버린 그의 할아버지와 오랜 세월을 고독과 싸우며 살아온 할머니의 이야기와 한데 얽히면서, 상실과 소통 불능, 기억 그리고 치유에 관한 보다 커다란 이야기로 나아간다.

편집자 리뷰

■ 아홉 살 소년의 슬픔과 사랑에 관한 퍼즐 같은 이야기

이 책의 주인공이자 중심 화자인 오스카 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홉 살짜리 아이들과는 다르다. 아마추어 발명가인 오스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서 아름다운 것들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스크랩북에 모아둘 사진들을 수집하고, 스티븐 호킹이나 제인 구달과 같은 과학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조숙한 아이 오스카를 보면 『호밀밭의 파수꾼』의 콜필드나 『양철북』의 오스카가 연상된다. 『엄청나게』의 오스카는 콜필드와 마찬가지로 혼자서 도시를 헤매고 돌아다니며, 감정적인 혼란과 무너짐을 겪고 있다. 또한 『양철북』의 동명의 주인공 오스카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탬버린을 흔들면서 떨쳐버리곤 한다. 어린아이를 화자로 내세운 소설들의 특징은 대개, 어른이 보기에는 익숙하고 심지어 당연한 것들을 아주 사소한 것까지 섬세하게 포착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그 독특한 시선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점을 적용할 때, 작가의 독창성은 보다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시점의 효과가 십분 활용되고 있는데, 어린아이답게 순진하면서도 동시에 또래보다 먼저 아픔을 겪어 조숙해진 탓에, 오스카가 바라보는 세상 역시 진실 너머의 것인 듯하면서 오히려 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것, 그 정곡에 닿고 있다. 오스카는 늘 공포에 휩싸여 살고 있다.
이것은 9.11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겪은 후유증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테러나 전쟁 같은 재난은 더 이상 특수 상황이 아니며, 이미 일상적인 공포가 되었다. 오스카의 모습은 현대의 세계, 늘 위험천만한 상황이 잠재하고 있는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오스카의 공포는 낯설지 않다.
소설 속에서 두려움은 오스카의 것만이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드레스덴 공습에서 살아남은 오스카의 할아버지에게도 인생은 두려움 그 자체다. “모두가 모두를 잃”는 것을 목격한 경험은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하여금 그 무엇도 혹은 그 누구도 자기 것으로 소유할 수 없게 만든다. 또다시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 때문에 그들은 다시 사랑을 하지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지도 못한다. 상실에 대한 공포와 그로 인한 소통의 단절. 이 역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목격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포어는 2차 대전과 9.11이라는 특정한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지만, 그것을 정치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배경이 가지는 의미는 그것이 실재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실재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 그 기억이 포어의 문장을 통해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짐으로써 그 두려움의 필연성과 막대함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다. 포어의 문장은 그 감정을, 그 심리를 “엄청나게 그리고 믿을 수 없게” 정확하게 그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소설은 오스카의 눈을 빌려 세상을 그리지 않는다. 이 소설이 시종일관 그리고 있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오스카의 머릿속이다.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묘사하는 것이다. 오스카는 매 순간 순간을 “감정의 과잉 상태”에 빠져 보내고 있다. 기쁘지만도 슬프지만도 화나지만도 않는 상태, 그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휘돌고 있는 상태다.
감정적으로 무뎌질 대로 무뎌진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상태가 오스카에게는 늘 계속되고 있다. 어떠한 비극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쉽게 두려움이나 슬픔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인생에 단련된 것이고,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우리의 머릿속에도 공포와 슬픔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것을 쉬이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못한 까닭일 뿐이다.
이러한 ‘표현할 수 없음’의 문제는 오스카의 할아버지에게서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드레스덴 공습으로 모든 것을 잃은 오스카의 할아버지 토머스는 말을 잃는다. 모든 단어들이 그에게서 하나씩 떠나기 시작하고, 결국 그는 말을 하지 못하는 완벽한 ‘소통의 단절’ 상태에 이른다. 그 단절은 가장 가깝고 내밀한 관계인 부부 사이에서조차 극복되지 못한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그의 집에 있는 ‘무(無)의 공간’이다. 바로 곁에 있음에도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 안 곳곳에 ‘무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생각하고 그 안에서 옷을 벗고 입는다. 그들은 함께 지내지만 함께 살지는 않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디가 ‘무의 공간’이고 어디가 ‘존재의 공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의 공간이 집 안 전체를 잠식하고, 이제는 상대와 자신의 존재까지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과연 자신들은 ‘존재’인가 ‘무’인가라는 필연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됐을 때, 그들은 더 이상 그대로의 삶을 지속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토머스는 떠난다.
토머스는 ‘표현할 수 없음’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누구와도 소통하기를 거부하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뿐 아니라 상대에게까지 슬픔을 더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오스카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의 양상을 띤다. 오스카는 열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뉴욕에 사는 ‘블랙 씨’들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저마다 슬픔을 안고 사는 다른 이들을 만나게 된다. 오스카는 열쇠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고, 그렇게 아빠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른 이들의 사연도 함께 가지게 된다. 오스카는 자신의 슬픔과 두려움을 타인에게 ‘표현하고’ 그들의 슬픔과 두려움을 들어줌으로써 서서히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그렇게 포어는 상실과 슬픔, 소통의 단절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그것을 이겨내는 순간, 우리는 세상이 저마다의 이야기들로 ‘엄청나게 시끄’러우면서도 그들 모두가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곳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목차

대체 뭐야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1963.5.21구골플렉스나의 감정들유일한 동물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1963.5.21무거운 부츠 더 무거운 부츠나의 감정들행복, 행복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1968.4.12여섯 번째 구나의 감정들살아서 그리고 혼자서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2003.9.11불가능한 문제를 푸는 간단한 해결책나의 감정들아름다우면서 진실한
옮긴이의 글/ 송은주

작가 소개

조너선 사프란 포어

1977년 워싱턴에서 태어나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한 후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 4년동안 해마다 학교에서 수여하는 문예상을 수상한다. 1999년 철학을 공부하는 대학 2학년생이었던 포어는 빛바랜 사진 한 장만 들고 우크라이나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2차대전 당시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로 부터 구해 주었던 한 여성을 찾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찾지 못한 채 돌아온다. 애초 그는 이 여행의 과정을 논픽션으로 집필하고자 계획했으나, 여행 후 학교로 돌아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문학강의를 들으며 계획을 바꾼다. 포어의 문학적 재능을 눈여겨본 오츠는 우크라이나 여행 이야기를 소설로 쓰길 권했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포어는 첫 소설 『모든 것이 밝혀졌다』를 완성한다.

2년후 마침내 첫 소설이 출판계에 화제를 뿌리며 출간에 성공하면서 포어는 분더킨트라는 찬사를 받는다. 누구도 돌아보기를 꺼리던 과거의 이야기를 실험적인 언어를 사용해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와 함께 엮어낸 이 데뷔작은 전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가 선정한 2002년 최고의 책으로 꼽혔고, 포어에겐 <가디언> 신인 작가상과 전미 유대인 도서상을 안겨주었다. 또한 이 작품은 리브 슈라이버가 감독하고 일라이저 우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송은주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미들섹스』, 『위키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교양』, 『이성과 감성』, 『클림트』, 『헨리 포드』, 『공포의 헬멧』, 『레오나르도의 유혹』, 『종이로 만든 사람들』, 『집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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