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춘기의 고뇌와 괴짜 철학이 만나다 리얼리티가 녹아 있는 별난 판타지 작가로부터 휴가를 얻은 스칼렛 오하라와 엠마 보바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작가 오드리 니페네거 ★ 플로베르와 우디 앨런의 믹스 ―《데 디 레퍼블리카》(이탈리아) ★ 19세기 페미니즘 소설들을 유쾌하게 뒤튼 메타픽션. 앤마리의 프레리 여관은 ‘폭풍의 언덕’의 극적인 황량함을 풍기지만, 페니가 코노르 왕을 만난 숲은 그림 형제 동화의 신비한 매력을 준다. ―《시카고 선타임스》

여주인공들

원제 The Heroines

아일린 페이버릿 | 옮김 송은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9년 6월 5일 | ISBN 978-89-374-8261-8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변형 140x210 · 33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소설 속 여주인공들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온다면?
 
문학으로 성장통을 극복하는 10대 소녀의 성장소설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고 누구보다도 튀고 싶지만 특별할 것 하나 없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춘기 소녀 페니.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마주치는 특별한 손님들. 그들은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 『주홍글씨』의 헤스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블랑셰를 비롯해 JD 샐린저의 프래니, 마담 보바리, 라푼젤 등이다. 까칠하고 욕구 불만으로 폭발할 것 같은 페니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차 엄마와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과 대면할 준비를 하게 된다.

편집자 리뷰

★ 명작의 여주인공들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
페니의 엄마 앤마리가 운영하는 민박집 ‘프레리 홈스테드’는 소설의 절정에서 극도로 지친 여주인공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부캐넌은 머틀 윌슨을 차로 친 후 프레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목욕을 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전쟁 통에 피란 중이던 스칼렛 오하라는 페니네 집을 털어가려고 했고, 라푼젤은 머리카락들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했다. 앤마리는 이들을 성심껏 돌보고 위로했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앞으로 전개될 자신의 운명을 눈치 못 채도록 각별한 신경을 썼다. 그래서 소설들이 꽂혀 있는 다락방은 늘 굳게 잠겨 있다. 이 여주인공들은 프레리 홈스테드를 찾는 것일까 아니면 앤마리를 찾아오는 것일까?
 
★ 사춘기 소녀의 갈망과 욕구 불만이 폭발하다
페니는 “공상 속으로의 도피, 망상, 침울한 분노”와 같은 “흔해 빠진 사춘기 증상”을 앓고 있었고, 감상에 빠져 비극의 여주인공들을 깊이 동정했다. 안나 카레니나는 철길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고, 비소를 먹고 자살한 엠마 보바리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관에 누웠을 때 검은 액체를 쏟아 내지 않았던가. 페니는 엄마가 왜 그런 경악스러운 최후를 알면서도 막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로돌프 때문에 징징거리는 엠마 보바리를 참다못한 페니는 로돌프가 엠마를 이용했을 뿐이며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엄마에게 따귀를 맞고 만다. 페니는 도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뚜껑 열린 열세 살짜리 여자 애만큼” 무서운 존재도 없을 것이다. 이제 페니의 반항심은 걷잡을 수 없게 커져만 간다. 게다가 “신체 발육이 늦어서 초조한 대기만성 형이라면” 더 말한 것도 없다. 욕구 불만으로 폭발할 것 같은 페니에게 계속되는 워터게이트 재판 보도와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여주인공들은 힘겨운 경쟁 상대다.
 
★ 엄마에게만은 인정받고 싶다
누구나 자신이 모두에게 주목받는 여주인공이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아무도 나를 눈여겨보지 않으며 나를 위한 왕자님은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이런 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하녀가 도련님의 사랑을 얻는 로맨스에 빠지고 신분상승을 그린 드라마에 넋을 잃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주인공들』의 여주인공 페니에게는 이런 허구의 주인공들이 골칫거리다.

『여주인공들』의 여주인공 페니 역시 남보다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자신의 평범함이 불만스럽기만 하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사춘기를 맞이한 페니에게 자기 존재의 의미는 더욱 무겁고 골치 아픈 문제로 다가온다. 게다가 페니의 가장 큰 시련은, 진짜 ‘여주인공들’이 주변에 득시글거린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오만하며, 예민하고 까다로운 여자들. 소설 속에서 남자 주인공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그 특별한 여주인공들이 페니의 집에 수시로 출몰한다. 소설의 전개 중 극도의 정신적 고뇌로 지쳐서 페니의 엄마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잠깐의 휴식을 취하러 들르는 이 여주인공들 때문에, 정작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페니는 찬밥 신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엄마의 관심에 목말라 있고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에 페니는 여주인공들에게 밀려 엄마의 관심을 빼앗기고, 여주인공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것도 모자라 정성 들여 꾸며 놓은 자기 방까지 내주어야 한다. 여주인공들은 소설이나 화면 속에 있을 때나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줄 수 있지, 실제로 페니의 생활 속에 침입해 왔을 때는 성가시기 짝이 없는 존재들이다.
(옮긴이의 글)

여주인공들의 감정과 자아도취에 휘말리지 않는 앤마리는 어린 페니가 실수라도 할까 싶어 이들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 페니도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밤새 고개 끄덕이며 들어주고 싶고 팝콘이라도 전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상심이 크다. 그럴 때면 왜 여주인공들은 모두 죽음과 비극으로 생을 마감하느냐, 어차피 진짜도 아닌데 왜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따져 묻는다. 십대 여자아이는 “엄마의 성질을 긁는 요령”을 잘 알고 있었고, 엄마에 대한 페니의 반항심은 커져만 갔다.

 
★ 문학과 함께 성장통을 극복하는 10대 소녀의 성장소설
JD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의 프래니는 페니를 진지하게 대한 유일한 여주인공이다. 프래니의 정체성은 오빠들이 주입하는 가치관과 충돌했고, 페니는 그런 프래니와 우정을 통해 처음으로 페미니즘이라든가 철학적 고민과 맞닥뜨린다. 『주홍 글씨』의 헤스터가 데려온 펄은 페니에게 엄마에게도 말 못할 묘한 수치심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허구의 인물들로 인해 정신병동에 갇히는 경험은 페니가 처음으로 아빠의 부재라든가 ‘생존’이라는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페니의 성장통은 병동에서의 경험에서 극대화되었지만, 그 절망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전쟁 통에 피난을 가던 스칼렛 오하라가 보여 주었던 강인한 ‘생존 의지’였다. 페니가 ‘성(性)’에 눈뜨게 되는 것 역시 아일랜드 전설에 나오는 코노르 왕과 숲에서 함께 지내면서부터다. 결국 경험이 짧은 청소년 시절 우리는 경쟁심, 불평등, 죄의식, 성 관념, 질투심 등 모든 것을 책과 상상력을 통해 극복하고 이해하게 된다.

페니의 가출과 숲 속에서 켈트족 왕인 코노르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일련의 모험은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단지 사춘기 소녀의 흔한 방황과 일탈로 비칠지 몰라도, 페니로서는 자신의 특별함을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에 맞서는 싸움이다. 페니의 싸움은 ‘특별한’ 여주인공들을 챙기기에 바빠 정작 딸은 나 몰라라 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에서 시작되었지만, 평범한 자신을 기죽이고 있는 상대, 마땅히 자기가 누려야 할 몫을 빼앗아가는 여주인공들에게 거는 싸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싸움은 페니가 의도했던 바와 달리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하면서 그녀를 아비 없는 아이, 현실에서 일탈한 비정상적인 십 대로 규정지으려 하는 세상과의 싸움으로 확대된다. 그 과정에서 페니는 자신이 만났던 여주인공들로부터 용기와 지혜를 얻기도 하고, 안팎으로부터의 곤경을 헤쳐 나갈 단서를 찾는다. 프래니가 간절히 원했던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일까? 강인하고 용감한 스칼렛이라면 이런 곤경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 ‘특별한’ 여주인공들, 미모와 재능을 지녔고 모두의 애정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여주인공들의 삶도 완벽하거나 행복하지 않았으며, 그녀들은 페니의 적이 아니었다.

페니는 여주인공들과의 만남으로 뒤바뀌어 버린 엄마의 삶이 간직한 비밀을 알게 된다. 페니처럼 평범하고 미숙한 소녀였던 엄마는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에게 반해 그 전까지 부모에게 순종하며 얌전하고 정숙한 숙녀로 살아온 삶의 방식을 버리고 일생일대의 모험을 한다. 비록 엄마는 끝까지 그의 여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주변 인물에 불과했지만, 그날 밤의 결과로 생긴 일들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감당했기 때문에 자기 삶에서는 당당한 여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주인공들의 곤경과 고뇌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엄마의 그러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페니는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이를 이해하게 되면서 사춘기의 성장통을 극복한다.
(옮긴이의 글) 
 
줄거리
일리노이 주 숲이 보이는 작은 마을, 엄마 앤마리는 그레타 아줌마와 함께 작은 여관(프레리 홈스테드)을 운영한다. 아빠에 대해 물으면 엄마는 간단히 “천국에.”라고만 대답했다. 난 오늘도 엄마와 한 판 붙고 숲으로 뛰쳐나온다. 이번엔 도대체 어느 소설에서 튀어나온 여자인지 모르겠는 데어드르 때문이다. 그 여자에게 내 방을 내 준 것이다. 푼돈 모아 포스터들과 새 레이스로 꾸민 나의 성역을 내 허락도 없이. 더는 못 참겠다. 그런데 숲에서 “데어드르는 어디에 있느냐?”라며 고래고래 외치는 말 탄 기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그 아일랜드 여자도 여주인공이 맞구나 싶었다. 공포로 덜덜 떨면서도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오죽 싸구려 책이면 이런 남자같이 판에 박힌 타입 하나 잡아 두지 못할 만큼 제본이 약하담.” 하지만 난 코노르의 곁에서 나도 모르게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밤새 날 찾지 못한 엄마는 실종 신고를 해 버렸다. 내가 데어드르를 찾아주기로 약속하고 코노르에게서 벗어나 집에 도착했을 때 경찰이 와 있었다. 그리고 질문 공세. 말을 타고 칼을 찬 왕을 만났다는 말에 엄마는 당황하고 경찰은 긴장했다. 결국 난 강간 검사를 당하고 의사와 상담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난 정신분열이라는 진단으로 정신병동에 갇혔다. 난 엄마에 대한 배신감에 눈이 멀었다. 사실 엄마도 돈만 밝히는 뱀 같은 의사에게 넘어간 거였다. 지금 의사의 지시를 거절한다면 그게 기록으로 남아 앞으로 내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거라는 협박과 아주 잠시만 있으면 된다는 설득이었다.
정신병원에는 오필리아처럼 실성하여 물에 뛰어든 아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연극 지도를 해 주는 선생님과 섹스를 한 아이 등이 있었고, 난 내가 실제로 미친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려 크리스티나라는 아이에게 여주인공들 얘기를 죄다 털어 놓았는데, 그 아이는 나의 비밀로 내 뒤통수를 쳤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엄마의 금기를 깨고 폭로한 여주인공들의 존재가 내뿜는 휘발성 혼합물이 어떤 건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크리스티나가 기껏해야 날 미친 애로 볼 줄 알았지, 나를 질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난생처음 난 ‘생존’이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제 믿을 사람은 오직 앨비뿐이다. 아수라장 같은 병동에서 ‘생존’을 생각하고 있을 때 코노르가 그리스 극에서처럼 기적적으로 나타나 병동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앨비가 숲으로 찾아왔다.
병원에서 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한 게 또 있었다. 아빠. 돌팔이 의사는 내가 아빠의 부재로 인한 정신 불안이 코노르라는 상상의 인물을 창조해 냈다고 진단했다. 머잖아 난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엄마 앤마리 엔트휘슬, 그녀는 자신의 영리함을 숨기며 책에 코를 박고 사는 소녀였다. 여주인공들은 프레리 민박집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앤마리를 찾아오는 거였다. 그중에서도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은 엄마와 가장 비슷한 또래의 극도로 신경질적인 미인이었는데, 앤마리는 캐서린을 따라온 히스클리프를 보자마자 무언가 모를 매력에 끌려 숲에서 사고를 치고 말았던 것이다. 엄마는 소설의 플롯을 바꿔 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작가 소개

아일린 페이버릿

아일린 페이버릿_Eileen Favorite

시카고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첫 번째 단편소설 「통로(Gangway: The Space Between Two)」는 저명한 미국 문학상인 ‘푸시카트’ 상 후보작이며, ‘일리노이 아트 카운설 펠로십’을 두 번 받았다. 페이버릿의 글들은 WEBZ와 ‘시카고 공영 라디오’에서 정기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논픽션으로 『너의 길을 가라: 여자는 세상을 홀로 여행한다(Go Your Own Way: Women Travel the World Solo)』가 있다.

 

송은주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미들섹스』, 『위키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교양』, 『이성과 감성』, 『클림트』, 『헨리 포드』, 『공포의 헬멧』, 『레오나르도의 유혹』, 『종이로 만든 사람들』, 『집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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