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여성주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가 풀어내는4대에 걸친 트루에바 가문의 사랑과 죽음, 자유와 혁명의 이야기2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 예리한 통찰력과 위트가 번뜩이는, 강렬하고도 비범한 작품 -《뉴욕 타임스》▶ 이사벨 아옌데는 이야기꾼으로서 탁월한 재능을 지닌 천재적 작가이다. -《L.A. 타임스》
칠레를 대표하는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첫 작품인 『영혼의 집』으로 등단과 동시에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 최고의 작가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2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또한 연극으로도 제작되어 다섯 차례나 무대에 올랐으며,「정복자 펠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빌 어거스트가 제레미 아이언스와 위노나 라이더, 안토니오 반데라스, 클렌 클로스, 메릴 스트립 등의 초호화 배우진으로 영화화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격동기 칠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과 현실의 교차
작품에서는 구체적인 지명을 말하는 대신 ‘그 나라’라고만 지칭하고 있지만, 『영혼의 집』은 작가의 조국 칠레의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스터 섬의 석상과 파블로 네루다의 고향 정도로 알려져 있는 지구 반대편 남반부의 머나먼 나라 칠레는 우리나라만큼이나 한과 질곡의 역사가 사무친 나라이다. 삼촌이었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좌파 연합 정부가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비참하게 무너진 뒤 망명을 떠나야 했던 이사벨 아옌데는 자신이 처했던 역사의 격동기, 즉 인민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1930년대부터 피노체트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1973년까지 유난히 복잡하고 어려웠던 칠레의 근대사를 4대에 걸친 트루에바 집안과 델 바예 집안의 역사 속에 풀어냈다.작품 속의 알바처럼 쿠데타 발발 이후에도 칠레에 머물며 군부에 추적당하는 사람들을 숨겨 주고 망명을 도와주었던 이사벨 아옌데는 결국 자신도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떠나 뿌리 없이 떠돌게 된다.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파울라』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작가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머나먼 망명지에서 자신의 슬픔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영혼의 집』을 쓰게 되었다. 아옌데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인 타타와 메메를 모델로 자신의 성장 배경이 얽힌 현실에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환상의 색채를 입혀 탄생시킨 작품이 바로 『영혼의 집』이다. 이처럼 아옌데는 허구인 『영혼의 집』을 통해 공식적인 역사에 의해 은폐된 민중의 삶을 복원하고 왜곡된 역사를 수정한다. 그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과 민중 모두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다 건강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동시에 그것이 중남미 작가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랑과 죽음, 자유와 혁명에 관한 트루에바 가문의 이야기
이야기는 클라라의 일기로 시작한다. 델 바예 가문의 막내딸로 태어난 클라라는 어린 시절부터 예지 능력이 있었는데, 언니 로사의 죽음을 예언한 뒤로 죄책감에 사로잡혀 벙어리로 지낸다. 열아홉 번째 생일이 되는 날에서야 입을 연 클라라는 자신이 로사 언니의 약혼자였던 에스테반 트루에바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예언한다. 이 예언대로 한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에스테반은 자신의 농장에 정열을 바쳐 부를 축적하고, 클라라에게 청혼하기에 이른다. 둘은 행복한 미래를 가꿔 나가는 듯하지만, 본래 성격이 거칠었던 에스테반이 하나밖에 없는 친누이인 페룰라를 매정하게 집에서 내몰고, 가혹한 농장 지주이자 극우 보수당 의원으로 이름을 떨치면서 점차 클라라와 사이가 멀어진다. 딸 블랑카가 소작인의 아들이자 사회주의자인 페드로 테르세로와 사랑에 빠져 임신한 것을 알게 된 에스테반은 강제로 프랑스 백작과 결혼시킨다. 페드로 테르세로는 에스테반을 피해 도망 다니다 붙잡혀 그에게 손가락 세 개를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블랑카는 프랑스 백작의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알게 된 후 집으로 도망쳐 와 그곳에서 딸 알바를 낳는다. 세월이 흘러 블랑카는 국민적인 가수가 된 페드로 테르세로와 재회하고, 알바는 자라나 대학생이 되어 급진적인 학교 대표 미겔과 사귀면서 학생 운동에 관여하게 된다. 한편 에스테반은 클라라가 죽은 뒤 보수당이 선거에서 패배하여 좌파 연합 정권이 들어서자 사보타주 등을 꾸미며 정권을 교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뒤엎고, 알바가 미겔이 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군부에 끌려간 뒤에야 에스테반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에스테반이 결혼 전 농장의 인디오 처녀를 강간해 태어난 아이의 아들인 에스테반 가르시아는 오랫동안 트루에바 가문에 대한 보복심을 간직하고 있다가 특수 경찰이 되어 알바를 폭행하고 강간하는 등 모질게 심문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 손녀 알바에게 아무런 힘이 돼주지 못한 에스테반은, 한때는 시골 창녀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정부 관료를 좌지우지하게 된 트란시토 소토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침내 알바가 석방되자 에스테반은 손녀 앞에서 그간의 모든 죄를 뉘우치며, 고향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하여 클라라 곁으로 간다. 그리고 알바는 가문의 지나간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클라라의 일기를 펼친다.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감싸 안는 화해와 관용의 메시지
『영혼의 집』에 등장하는 성폭력을 당한 여자아이와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아버지, 수동적인 남성형과 능동적인 여성형,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사회 운동과 여성해방 운동 등은 이사벨 아옌데의 자전적인 면이 강하다. 하지만 그 혹독하고 잔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신비로운 분위기의 환상과 결부시켜 업(業)의 고리로, 역사의 반복으로 설명하고자 한 점은 문학 작품으로서『영혼의 집』이 지니는 무게감을 설명해 준다. 『영혼의 집』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힘든 삶의 무게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가련한 여인들이 아니라, 힘에 겨운 현실에 강한 문제의식을 던지며 강하게 살아가는 여자들이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백년의 고독』이 남성을 중심으로 한 부엔디아 가문의 7대에 걸친 가족사라면 『영혼의 집』은 니베아-클라라-블랑카-알바 등 여성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4대에 걸친 가족사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들 델 바예와 트루에바 가문의 여인들뿐만 아니라 학생 운동을 하던 아나 디아스, 어린 동생을 키우며 한 평생 자신의 소신대로 살고자 했던 아만다, 시골의 창녀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가로 변신한 트란시토 소토, 알바를 구해 준 빈민가의 여인 등도 자기희생적으로 현실을 참아 내기보다는, 그런 환경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의지를 보인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남녀평등론자로서의 문학적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영혼의 집』을 시작으로 이사벨 아옌데의 대부분 작품들에서는 페미니즘 색채가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배타적인 페미니즘이 아닌 화해와 포용을 전제로 한 페미니즘이라 할 수 있겠다.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고발하면서 그들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를 사랑과 실천이라는 모성애로 감싸주면서 화해를 유도하고자 한 것이다. 에스테반 가르시아에게 심한 정신적,육체적 고문과 학대를 받고 강간으로 인해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알바는 가르시아를 향한 처절한 복수를 꿈꾼다. 그렇지만 알바는 외할머니인 클라라의 글을 읽고 역사의 고리를 이해하면서 왜 이런 역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고 자기라도 나서서 이해와 관용으로 그 악순환의 연속을 끊으려 한다.
『영혼의 집』은 트루에바 가문의 역사를 통해 질곡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칠레의 근대사를 가장 현실적으로, 가장 환상적으로 그려 냈다. 미래의 일을 예지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클라라,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편이자 극우 보수파의 상징인 에스테반 트루에바, 소작인의 아들인 페드로 테르세로를 사랑한 블랑카, 그리고 블랑카와 페드로 테르세로의 인정받지 못한 사랑에서 태어난 알바, 이상적인 사회주의자 하이메,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된 니콜라스, 민중 폭력 혁명으로 부르주아의 폭력에 대항하고자 게릴라의 우두머리가 된 미겔 등,『영혼의 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술적 사실주의’로 지칭되는 소설에서나 만날 수 있는 엉뚱하고도 신비로운 인물들이 아니다. 모두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이고도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다만, 극복할 수 없는 혼돈 자체인 인생에서 나름대로 삶의 이유를 찾아 몸부림치며 투쟁하다 보니 환상적이면서도 때로는 허황되게 그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혼란의 반복인 삶과 역사를 살면서 대립이나 복수보다는 관용과 화해로, 자식을 감싸 안아 모두 이해하려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너그럽게 용서함으로써 이들은 자신의 삶의 이유를,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이사벨 아옌데 Isabel Allende
1942년 페루의 리마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이후 어머니와 함께 칠레로 돌아가 외갓집에서 살다가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역시 외교관인 의붓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랐다. 열일곱 살 때 산티아고에 정착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사회 진출을 택해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언론계에 종사한다. 삼촌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좌파 연합 정부가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의해 무너진 뒤 이사벨 아옌데는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급격히 활동의 제한을 받게 된다. 결국 1975년 가족과 함께 베네수엘라로 망명한 아옌데는 그곳에서 작가로서의 전환기를 맞는다. 첫 번째 소설 『영혼의 집』(1982)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사벨 아옌데는 잇달아『사랑과 그림자에 대하여』,『에바 루나』등을 발표하면서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 외 작품으로 『영혼의 집』과 함께 아옌데의 ‘여성 3부작’을 이루는『운명의 딸』과『세피아빛 초상』,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파울라』등이 있다.
옮긴이 권미선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와 경희대에 출강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납치 일기』(전2권),『사랑의 법칙』,『파울라』(전2권),『운명의 딸』등이 있다.
1.아름다운 로사 2. 트레스 마리아스 3. 영험한 능력을 지닌 클라라 4. 영혼의 시대 5. 연인들 6. 복수 7. 형제들
8. 백작 9. 알바 10. 깨달음 11. 공포의 시대 12. 진실의 시간 13.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화해의 역사를 위하여- 권미선 작가연보
독자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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