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내 사랑

원제 Hiroshima Mon Amour

마르그리트 뒤라스 | 옮김 방미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6월 23일 | ISBN 978-89-374-6349-5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208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영상과 문학이 한데 어우러져 이뤄 낸 독특한 미학적 성취

 

 

▶ 예술성과 장인 정신을 섬세하게 융합시킨 작품.—《뉴욕 타임스》

 

 

▶ 히로시마에서 시작된 이 러브 스토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현대적 로맨스 영화이다.—《텔레그래프》

편집자 리뷰

공쿠르 상 수상 작가이자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

알랭 레네 감독과 협업으로 완성한 아름다운 언어-영상 작품

 

독특한 작법과 문체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고, 『연인』, 『모데라토 칸타빌레』 등 영화의 원작으로 대중의 인기와 프랑스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은 작가, 그리고 말년에 35세 연하 청년 얀과의 뜨거운 사랑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마르그리트 뒤라스. 그녀가 1959년 집필한 시나리오 『히로시마 내 사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9번으로 출간되었다.

뒤라스는 1958년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알랭 레네의 제안으로 ‘히로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다. 낭독하는 듯한 어조, 독특한 문장의 리듬감, 단순한 이미지 위에 덧입힌 복잡한 내면 같은 뒤라스만의 문체가 오롯이 드러난 이 작품에서 뒤라스가 그리는 것은, 원자폭탄 투하라는 참상이 벌어진 히로시마라는 공간의 이미지와 평행선으로 그려지는 한 프랑스 여자의 비극적 기억이다.

뒤라스의 목소리가 생생히 투영되어 제작된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의 시나리오가 출판된 것은 영화 개봉 다음 해인 1960년이다. 여기에는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대사와 지문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시나리오에 이어 부록, 비망록, 주인공들의 초상이 덧붙여져 있다. 이 책은 영화의 토대가 되는 시나리오이면서 동시에 소설적인 요소를 포함한 여러 장르의 글쓰기가 혼합된 작품이다. 레네와 뒤라스는 원자폭탄 투하 이후의 처참한 이미지 위에, 낭독하는 듯한 메마른 목소리의 시적 내레이션을 싣고, 과거와 현재, 평온한 풍경과 폐허의 이미지를 교차 편집하여 보는 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당대의 규범을 거침없이 뛰어넘는 글쓰기를 고집한 소설가과 새로운 영상 미학의 선두 주자인 영화감독이 만나 시적인 영상과 대사를 담은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도시는 사랑에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히로시마에서 생겨난 사랑과 기억의 이중주

 

평화에 관한 영화를 촬영하러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성이 우연히 일본인 건축가를 만나 짧은 사랑을 하게 된다. 소설은 원자 폭탄 투하라는 참상을 겪고 복구에 나선 히로시마의 풍경과 함께 이들의 덧없는 사랑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랑, 그러나 그만큼 절대적으로 순수한 그 사랑에 남자와 여자 모두 깊이 빠져든다. 그리고 일본 남자를 보며 그녀는 가혹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 세계 대전 시기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과 사랑에 빠져 몰래 만나 왔던 그녀는, 함께 도망치기로 한 날 총탄에 남자를 잃고 조국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삭발당하고 지하실에 갇히는 엄청난 치욕과 불행을 겪는다. 사랑하던 상대의 죽음과 자기 존재를 부정당하는 경험을 동시에 한 그녀는, 죽은 남자를 잊고자 고향 느베르를 떠나 남몰래 파리로 도피한다. 그러나 결국 잊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그녀 앞에 나타난 일본 남자로 인해 고통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이 희미해짐을 깨닫고 새로운 사랑을 ‘히-로-시-마’라고 새로이 명명하며 사랑과 기억의 이중주를 끝내게 된다.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는지 지켜봐.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었는지 지켜봐.”

기억하는 힘과 잊는 힘, 그 사이를 통과하는 시간

 

『히로시마 내 사랑』의 첫 장면은 원자 폭탄 투하로 생긴 버섯구름으로 시작되고, 이어서 두 벗은 어깨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 끌어안은 두 어깨는 사랑의 행위에 몰두한 몸인지 죽음으로 향하는 고통에 사로잡힌 몸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이 장면은 작품 내내 독자의 판단을 좌우한다.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 그들은 새로 시작되는 사랑과 바로 눈앞에 다가온 이별 사이에서 갈등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개인의 과거와 비극적인 시대의 역사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일본과 프랑스, 히로시마와 느베르, 현재와 과거, 가해자와 피해자, 사랑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중첩과 병치가 일어난다.

여자에게 히로시마는 단지 잠시 머물다 갈 곳,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예기치 않은 사랑을 하게 되고, 또 그 사랑을 통해 과거를 다시 만나고 고통스러웠던 그 과거와 영원히 결별할 힘을 얻는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사랑이 찾아오고, 사랑을 하는 동안 기억하고, 사랑이 지나가면서 시간과 함께 잊을 힘을 얻는다. 히로시마라는 상실의 공간에서 찾아온 짧고 충만한 사랑은 이들에게 흘러가는 시간을 인지하고 유한한 인간의 삶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당신과 함께 있으면 좋아요.

우리는 지나간 그 옛날을 마음을 다해 애통해할 거예요.

지나간 그 옛날을 애통해하는 것 외에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거예요.

시간이 흘러갈 거예요. 오직 시간만이.(본문 135~136쪽)

 

 

누벨바그 영화와 문학 텍스트의 강렬한 조우!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는 영화 촬영 전에 영화의 전반적인 얼개와 대사를 짜놓은 텍스트로, 종합 예술의 완결판인 영화의 미완성 버전이라 받아들여진다. 시나리오 텍스트인 『히로시마 내 사랑』역시 영화 제작을 위한 지문과 영상에서 실제로 발화될 대사가 공존한다. 그러나 『히로시마 내 사랑』은 준비용 텍스트가 아닌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으로서 영화 개봉 일 년 뒤에 출간까지 이어졌다. 영화의 대중적 성공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텍스트 자체가 충실하게 ‘문학’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대사와 등장인물의 태도를 지시하는 지문뿐만 아니라, 시놉시스와 서문, 그리고 부록은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특별한 형태의 문학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후 뒤라스의 다른 소설들이 연이어 영화화되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뒤라스에게 ‘영화적 글쓰기’라는 평가를 안겨 준 데에 『히로시마 내 사랑』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생각해 볼 때, 이 작품은 뒤라스 작품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사랑에 빠지면 사람들은 절대 잊지 않으리라는 환상, 그런 환상을 갖게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나도 히로시마를 보면서 결코 절대 잊지 못하리라는 환상에 빠졌어요.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30쪽)

 

당신을 만나요.

당신을 기억해요.

이 도시는 사랑에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당신은 내 몸하고 꼭 맞게 만들어져 있네요.

당신은 누군가요?(135쪽)

 

시간이 흘러갈 거예요. 오직 시간만이.

그리고 시간이 오겠지요.

시간이 올 거예요. 우리를 이어 주는 것이 무언지 우리가 더이상 그 이름을 댈 수 없게 되는 시간이. 그 이름은 우리 기억에서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갈 거예요.

그런 다음 완전히 사라지겠지요.(136쪽)

 

전쟁은 끝이 없었다. 내 젊음도 끝이 없었다. 나는 전쟁에서도, 젊음에서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175쪽)

 

그의 몸과 내 몸은 내게 더 이상 조금도 다르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의 몸과 내 몸 사이에는 명백하게 같은 점만 있었다.

그의 몸은 내 몸이 되었고 그의 몸을 내 몸과 도저히 구분해 낼 수 없었다. 나는 살아 움직이는 이성의 부정이 되었다. 이런 이성의 결핍에 대치될 수 있을 모든 이유들을 나는 다 쓸어 내 버릴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카드로 만든 성처럼 그리고 바로 상상으로만 만들어 낸 이유들처럼. 자기 자신을 그렇게 잃어버린 경험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에게 먼저 돌을 던져라. 내게는 오로지 사랑만 있었을 뿐 더 이상 조국은 없었다.(178~179쪽)

목차

시놉시스 9

서문 19

 

1부 21

2부 48

3부 73

4부 98

5부 128

 

부록

한밤의 명백한 일들 151

느베르 173

일본 남자의 초상 182

프랑스 여자의 초상 185

 

작품 해설 187

작가 연보 194

작가 소개

마르그리트 뒤라스

본명 마르그리트 도나디외(Marguerite Donnadieu). 1914년 베트남 지아딘에서 태어났다. 191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프랑스어 교사인 어머니의 인사이동에 따라 베트남 곳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1933년 프랑스로 영구 귀국하여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한다. 졸업 후 식민지청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1941년 퇴직, 1943년 플롱 출판사에서 ‘뒤라스’라는 필명으로 첫 소설 『철면피들』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 『온종일 숲 속에서』, 『모데라토 칸타빌레』, 『롤 V. 스탱의 황홀』, 『부영사』, 『복도에 앉은 남자』 등 다수의 작품들에서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사용해 ‘누보로망’ 작가로 평가 받기도 한다. 또한 일찍부터 연극과 영화의 매력에 눈을 떠 여러 가지 형태로 이 예술 장르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는데, 그녀가 시나리오를 쓴 알랭 레네의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이 성공을 거두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영화 「라 뮤지카」, 「인디아 송」 등에서는 제작 및 연출에 직접 참여하는 등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노년에 찾아온 알코올중독과 간 경화의 고통을 이겨 내고 1984년 『연인』을 발표하여 프랑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다. 이후 멈추지 않는 열정으로 『고통』, 『북중국의 연인』, 『얀 앙드레아 스테네르』, 『글쓰기』 등을 발표, 1995년 『이게 다예요』로 평생 40여 권의 작품들을 집필한 왕성한 경력에 마침표를 찍고 1996년 세상을 떠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의 다른 책들

방미경 옮김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농담』, 『우스운 사랑들』, 『삶은 다른 곳에』, 『무의미의 축제』, 뤼크 페리의 『미학적 인간』,『플로베르』(편역) 등이 있으며 플로베르와 베케트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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