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잔혹함이 만들어 낸 인간 군상 이야기

 

제임스 조인스의 소설을 처음 읽는다.

 

표지를 보고 무언가 강력한 전쟁 소설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특별한 주인공이 없다.

 

따라서 전쟁 영웅도 없다.

 

군인정신이나 애국심, 동료애 같은 감성적인 요소들도 나오지 않는다.

 

과달카날이라는 미국 역사상 가장 지저분한 전쟁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다양한 군상들이 나올뿐이다.

 

 

 

작가는 이 소설의 서두에서 이 소설은 실화가 아니라고 말을 한다.

 

과달카날섬 역시 하나의 소설적 배경일 뿐 소설의 전투는 실제 과달카날 전투의 배경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너무나 사실적이다.

 

소설적인 미화라고는 조금도 찾을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전쟁을 다큐처럼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C중대가 수송선을 타고 과달카날 섬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그들은 섬에 상륙하기를 기다리며 초조하고 불안해 한다.

 

언제 일본 전투기가 폭격에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그들은 간발의 차이로 상륙을 하고 뒤에 남겨진 상륙정은 일본 전투기의 폭격을 발견해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 후 C중대는 과달카날이라는 최악의 전장터에 적응해 간다.

 

밤새 폭우가 내리고…

 

진흙 속에서 잠을 자고….

 

밤마다 일본군 폭격기들이 폭격을 한다.

 

 

 

더 끔찍한 것은 춤추는 코끼, 해삼, 거대한 새우찜이라고 이름 붙여진 고지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일본군은 이 고지 곳곳에 참호를 파고 미군에게 대항한다.

 

이 과정에서 C중대는 많은 사상자를 낸다.

 

 

 

 

 

소설은 이런 전쟁에 적응해 가는 C중대원들의 생각과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우유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인 중위…

 

그는 중대장으로서 C중대원들을 이끌고 부대가 원하는 전투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기 중대원들을 죽음을 본다.

 

공격하지도, 후퇴하지도 못하고, 결국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다가 중대장직을 잃는다.

 

 

 

모든 것을 시니컬 하게 바라보는 윌시 상사…

 

그는 모든 전쟁이 재산 싸움이며…

 

결국 자신들 역시 나라끼리의 재산 싸움의 소모품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모든 것이 시니컬 하다.

 

 

 

중대 행정병인 파이프…

 

그는 겁장이이다.

 

폭탁 소리에도 벌벌 떤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겁장이라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다가 부상을 당하고…

 

다시 중대로 복귀하다가 일본군을 죽이면서 자신 안의 폭력성을 발견한다.

 

 

 

돌…

 

전형적인 허세남이다.

 

그는 모든 사람은 허세를 부리고…

 

그렇게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떻게든 부대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남에게 허세를 부리기 위해 앞 장 서서 전투에 임한다.

 

그리고 C중대원 누구보다도 전투에 잘 적응해 간다.

 

 

 

전직장교였던 벨…

 

그는 아내와 함께 있기 위해 장교를 포기하고…

 

결국 사병으로 재 입대한다.

 

그는 아내와 다시 있기를 갈망하나…

 

과달카나 전투가 끝나갈 무렵 그녀에게 이별 소식을 드는다.

 

 

 

그리고 오로지 출세욕에 부대를 죽음으로 내 모는 대대장인 톨 중령…

 

스타인 중위 뒤에 중대장이 되었으나 톨 보다 더 맹목적인 출세욕에 자신의 부대원들의 일부를 몰살시키는 밴드…

 

단순하게 C중대로 복귀하고 싶어 전투에 참여하는 웰시…

 

취사반원에서 전투원이 되기 위해 전투에 앞장서는 데일….

 

 

 

이들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점점 전투에 적응하고…

 

살인과 약탈을 일상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소설은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그냥 전투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묘사할 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지루하고…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가 헛갈리기조차 한다.

 

 

 

단지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전쟁에 적응해 가는 군인들을 보았다.

 

아니 군대에 적응해 가는 군인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은 것이다.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게 허세를 부리며…

 

자신이 살기 위해서 남을 죽이는 것…

 

그것에 적응해 가는 군인들…

 

그리고 그렇게 한 단계씩 진급해 가며…

 

자신이 경멸하던 상사들의 모습을 닮아가는 군인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조직 속의 모습이다.

 

 

 

이렇게 조직에 잘 적응하는 사람을 흔히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낙오자라고 부른다.

 

C중대가 참여했던 전투에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