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절판]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3년 3월 22일
  • 630.7484. 이 두 숫자는 아주 큰 의미를 지닌다. 먼저 630은 사람 몸무게다. 7484는 약 630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진 남자가 침대에 누워있었던 날짜다. 일자로 계산하니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연수로 계산하니 20년이 넘는다. 20년 이상 침대에 누워있었다는 것이 상상이 되는가? 몸이 정상인데 말이다. 그리고 약 630킬로의 몸무게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다. 현재 몸무게다. 하지만 이렇게 살이 찌게 되기까지 시간을 생각하면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웰빙을 강조하는 요즘 세태에 비교하면 정말 엄청나다. 그러니 당연히 주변사람과 매스컴의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은 바로 침대에 20년 이상 누워있는 형을 둔 동생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작은 7483일째다. 몸이 비대해지면 당연히 몸에 문제가 생긴다. 온갖 병이 오는 것은 당연하고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형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집 벽을 무너트려야할 정도다. 이런 현실을 먼저 알려준 후 동생인 화자가 자신과 형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동생이 가진 열등감과 존경과 사랑과 허무함이 가득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속에 화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이야기는 결국 행복에 대한 것이다. 그 행복을 나의 머리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형은 여자에게 인기가 좋다. 그에 비해 나는 비루한 체격에 인기가 없다. 용기도 없다. 그런 그지만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루다. 그녀는 형을 좋아한다. 형의 연인이다. 형은 어릴 때부터 특이했다. 가장 처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그래서인지 독특한 행동을 많이 한다. 윤리과 도덕의 잣대로 본다면 말도 되지 않는 행동들이다. 형의 행동 때문에 나와 부모가 고생한다. 평범을 거부한 형의 행동은 평온하고 안락한 가족에게 균열을 가져온다. 이 균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의 일상은 맴돌 수밖에 없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형의 몸무게는 점점 불어난다. 형의 몸무게가 나왔을 때 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그가 가장 무거운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아니다.

     

    형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왜 형을 그런 상태로 그대로 둘까 하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그가 살찔 만큼 음식을 만들어주는 엄마가 더 이상해 보인다. 그런 형과 같은 방에 사는 화자도. 여기에 남아공에서 엘러베이트 사고를 경험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고는 그의 평생을 지배한다. 아들과 제대로 대화한 것이 많지 않은 아버지의 진짜 이야기다. 화자의 수많은 이야기보다 오히려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화자에게 형의 행동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마지막에 이에 대한 형의 답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못한다. 너무 자기만의 해석이기 때문이다.

     

    간결한 내용과 장의 구분은 가독성을 높였다. 잘 읽힌다. 재미있다. 잠깐 시간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읽는데 지장없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생방송 중 형이 사회자 레이 달링에게 가발인지 아닌지 묻는 장면이다. 동생의 이야기에 따르면 진짜다. 가발 여부를 두고 형제가 내기를 했었다. 엄청난 시간이 흐른 후 첫 언론 인터뷰 첫 말이 가발 여부였으니 얼마나 재미있는가. 그리고 레이 달링이 보여준 행동은 웃지 않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 형의 상황 때문에 무거웠던 이야기가 단숨에 날아간다. 삶은 가장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