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죽음 속에 이야기는 이어진다.

이응준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3년 7월 15일
  • 연작소설이다. 모두 여섯 편이다. 이응준이란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이 장편 <국가의 사생활>이었다. 약간의 불만족스런 부분도 있었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던 소설이었다. 그래서 이응준이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이번 소설을 읽었다. 결코 쉽게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고 말이다. 이것이 현실화되었지만 동시에 흥미로운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각 연작 단편에서 풀어낸 이야기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이어질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궁금함은 모두 읽은 후 다른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이 연작 소설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사랑은 죽음과 이어져 있다. 첫 단편이자 표제작 <밤의 첼로>는 이것을 가장 쉽게 풀어내었다. 20대의 사랑이 현재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이 죽음이 잊고자 했던 사랑을 일깨우고 삶에서 가장 혹독한 밤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 전혜린이 나오고 그녀의 삶을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낸다. 이와 같이 작가는 유명인의 삶을 소설 속에서 나름의 해석으로 풀어낸다. 이후 그 둘의 삶을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다른 길을 보여준다. 닮았지만 다른 삶의 흔적은 연인을 이해하는데 하나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콩트에 가까운 <물고기 그림자>는 이 단편만으로도 매력있지만 다른 단편과 연결되면서 또 다른 해석을 하게 만든다. 절망의 바닥에 내려앉은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변화가 펼쳐지는데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것은 또 다른 절망이 된다. <낮선 감정의 연습>은 화가의 재능보다 돈을 버는데 더 뛰어난 화자를 등장시켜 삶이 결코 밝지만 않다는 것을 부각시킨다. 오해가 만들어낸 이별과 그 이별 이면에 담긴 사연들은 화자에게 낯설기만 하다. 과거 속 악연이 현재 관계 속에서 다시 이어지는 모습은 삶의 부조리한 현실이기도 하다.

     

    <밤에 거미를 죽이지 마라>는 과거에 버림받은 여자와 현재 버림받은 남자 이야기다. 분노의 감정이 자리잡아야 하는데 여자는 그 감정이 점점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남자는 파국으로 끝난다. 살의가 충동질하는 과정에 자신의 삶이 보인다. 반면에 질투가 모든 것이 된 여자의 파국은 결국 자신의 파멸로 이어진다. 파멸 바로 앞에까지 간 여자가 느낀 고통의 벽을 조용히 인정할 때 삶은 긍정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반전으로 가득한 작품이지만 가장 사랑으로 충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유서를 쓰는 즐거움>은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어떻게 보면 비약일 수도 있다. 사랑을 잃은 남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갑작스런 가출로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칩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살인으로 그것을 대신하는 사람이 있다. 상실과 실연은 순간과 영원으로 나누어져 삶을 지배한다. 반면에 순수함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10대 소녀는 유일하게 이 소설에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존재다. 이 단편부터 전편의 인물들이 분명한 연관성을 가지고 등장하기 시작한다. 뭐 그렇다고 이 단편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가장 긴 단편이자 마지막이면 다른 작품들과 가장 많이 이어지는 것이 <버드나무군락지>다. 신을 불러내어 이야기를 만들지만 왠지 작품과 겉도는 느낌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심각한 이야기지만 너무 감정 과잉과 광신으로 가득한 부분이 많아 약간 집중력이 깨졌다. 반가운 점이 있다면 앞에 나온 이야기들 주인공들이 모두 관계를 맺으면서 왜 이 소설이 연작소설인지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몽고에서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인물을 보면서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것은 개인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보니 쉽게 욕할 수 없었다. 삶의 용기와 죽음의 용기를 비교할 때 어느 것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한지 묻는 것처럼 죽음을 몰아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