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적 묘사, 거시적 연결감.

제목이 참 멋지다, 라는게 이 책을 고른 첫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내용도 제목만큼 멋졋다.

 

잉글랜드 북부, 작은 연립주택 단지에서 일어난 3년전의 교통사고. 그리고 그 사고를 목격하고 잊지못하는 현재의 ‘나’. ​

그렇게 3년전 그 마을의 풍경과 지금의 나의 상황이 한 장씩 번갈아 묘사되는 소설이다.

글은 아주 작은 풍경과 소리, 사람들의 움직임까지를 놓치지 않고 드러내기에 따뜻하다.

사소하고 초라하기까지 한 삶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모두의 이야기, 먼지처럼 곧 흩어지지만 분명 존재하는 삶 속의 고통과 환희를 이야기한다. 또한 어디에나 늘 존재하는 죽음도.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는 없는 거니까.

 

그리고 3년 전 그 거리에 머물었던 그들 모두, 그러니까 우리 모두는 미세한 무언가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거다. 그 연결감을 보다 예민하게 느꼈던게 바로 그 18호 남자애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일상의 틈새로는, 모두의 눈에 띄기에는 너무도 좁은 그 틈새로는 기적이 지나다니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삶과 죽음을 뒤집을만한 기적 말이다.

 

지나치게 미시적이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묘사들 사이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문장을 찾아내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었다.

술술 읽히기 보다는 조금 집중해서 읽어야만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책 속의 밑줄

 

” 요즘 받은 이메일은 모두 미안, 많이 바빴어. 하고 시작하는데, 우리가 정말 그렇게 바쁜건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서로 할 말이 없는지 모르겠다.”

 

” 다음날 아침까지만 분명해보이는 계획을 세우며 보냈다. (중략) 손쉬운 확신의 시기는 종말을 맞았고, 우리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 짧건 길건 누구나 이런 청춘의 한 시기를 지나는 것 같다. 방황 속에 있으면서도 행복한 청춘의 시기를.

 

” 마이클은, 나에게 전화하기가 두려웠지만 나에게 전화를 안하게 될까봐 더 두려웠다고, 말이 되는 것 같으냐고 말했다. 나는 내가 전화하지 않았거나 편지를 쓰지 않았거나 말을 걸지 않았던 그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 보고는 응, 아주 말이 잘 돼 하고 말했다.”

 

“식탁 위엔, 먹지 않은 케이크 조각, 반쯤 남은 식은 홍차 한 잔, 부스러기들.”

 

// 이 장면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쓸쓸함 한 자락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마이클이, 너 이 사람들 다 아니 하고 물어본다. 나는, 아는 사람들이긴 해, 아무도 진짜로 알고 지내지는 못했지만 하고 말하고, 마이클은, 그래 하고 말한다.”

 

“하지만 그 애가 아니었다. 아무도 아니었고. 나는 침대에 누워 내가 아는 사람들과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그 중간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했고, 잠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 안다는 건 뭐지? 뭘 안다는 거지?

 

“내 딸아, 언제나 네 두 눈으로 보고 네 두 귀로 들어야 해. 세상은 아주 넓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것들이 아주아주 많단다. 늘 놀라운 것들이, 바로 우리 앞에 있지만, 우리 눈에 태양을 가리는 구름 같은 게 있어서 그것들을 보지 못하면 삶이 초라하고 지루해진단다.”

 

“공포보다는 믿는 마음이 강한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