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가스파르

원제 Gaspard de la Nuit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 | 옮김 윤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3년 6월 19일 | ISBN 978-89-374-4297-1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284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양안다 시인 추천, 김호경 음악 평론가 해설,
우리말 번역으로 처음 소개되는 『밤의 가스파르』의 진면목!

“시적 산문의 기적!” -샤를 보들레르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곡 「밤의 가스파르」에 영감을 준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의 경이로운 대표작!

편집자 리뷰

“시인 베르트랑은 밤의 가스파르가 지옥에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럴까? 이 시집을 읽다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밤의 가스파르는 불타는 성당에서 태연히 잠들어 있었다. 어쩌면 그가 직접 불태운 것일지도.” 양안다(시인)

나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시인인 나는, 기도했고 사랑했고 노래했습니다! 이 가슴이 아무리 믿음과 사랑과 지혜로 넘쳐도 헛일인 것을! 나는 다 자라지 못한 채 태어난 독수리! 행운이라는 따스한 날개가 단 한 번도 품어 준 적 없는 내 운명의 알은 옛 이집트의 황금빛 호두처럼 속이 비어 있습니다.

아! 정녕 인간은, 그대 혹시 알고 있다면 말해 주시길, 정념이 라는 줄에 매달려서 춤을 추는 허약한 장난감인 인간은, 삶으로 마모되고 죽음으로 부서지는 꼭두각시일 뿐인가요? -본문에서

“혼의 서정적 약동, 몽상의 파동, 의식의 소스라침을 지닌 시적 산문의 기적.” -샤를 보들레르
“시대를 잘못 만나서 잊힌 시인,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의 작품은 새로운 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한다.” -스테판 말라르메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은 상징주의의 선구자다. 폴 베를렌은 마땅히 그를 ‘저주받은 시인’에 포함시켜야 한다.” -장 모레아스
“시대를 너무도 앞서간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
“산문시의 창조자.” -막스 자코브
“나는 수차례 『밤의 가스파르』를 읽으면서 점차 확신하게 되었다.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이 산문시의 마지막 관문에 도달해 있음을 말이다.” -루이 아라공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는 내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다.” -르네 마그리트
“『밤의 가스파르』는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까닭에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희귀한 작품이지만 프랑스 문학에 끼친 영향만큼은 엄청나다.” -라프카디오 헌

현대시의 첫 관문을 열어젖히며 후대의 모든 시인들에게 새로운 시적 가능성과 방법론을 제시한 샤를 보들레르는 시집 『악의 꽃』으로 불거진 ‘전무후무한 문학적 사건’에 시달리던 어느 겨울날,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그는 “우리들 가운데 누가, 리듬도 각운도 없이 음악적이며, 혼의 서정적 약동에, 몽상의 파동에, 의식의 소스라침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하고 충분히 거친, 어떤 시적 산문의 기적을 꿈꾸어 보지 않았겠소?”라고 경탄하면서, 자신이 오래도록 모색해 온 산문시의 출발점이 지금은 완전히 잊힌 한 작가의 놀라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선언한다. 보들레르가 지난 시대의 낭만주의를 혁신하고 상징주의를 예고하며 고된 오욕 속에서 ‘시적 산문의 기적’을 찾아 헤매던 그때, 정말 운명처럼 맞닥뜨린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이다. 어딘가 중세적이고, 그래서 더욱 기묘한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이라는 이름은 오늘날에도 그러하지만 당대에도 무척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아마 익숙할지도 모른다. 『밤의 가스파르』, 시집의 제목으로서는 생경할지 몰라도 모리스 라벨의 (극악하고 또 아름답기로) 명성 높은 피아노곡 「밤의 가스파르」로서는 한 번쯤 들어 보았을 터다. 이처럼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의 유일한 시집 『밤의 가스파르』는 보들레르 이후 수많은 시인들에게, 그리고 모리스 라벨과 같은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었다. 베르트랑이 선뵌 작품 세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해당 시집이 여태껏 우리말로 소개되지 않았음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마침내 ‘미지의 걸작’ 『밤의 가스파르』가 원전 번역을 통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밤의 가스파르』는 윤진 번역가가 여러 판본을 대조해 가며 최대한 베르트랑의 의도에 맞게 우리말로 옮겼을 뿐 아니라 섬세한 주석 작업까지 더했다. 또 김호경 음악 평론가와 양안다 시인이 각각 해설과 추천사를 맡아 주었으며, 하호하호 일러스트레이터와 유진아 디자이너가 함께 감각적인 장정과 본문을 완성해 냈다.

보들레르가 “시적 산문의 기적”이라 칭송한 이래, 상징주의 시인들과 초현실주의자들은 모두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에게 빚을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은 누구인가? 1807년, 나폴레옹이 황제로 군림하던 시기에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프랑스 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루이 베르트랑(알로이지우스는 루이의 중세식 표기다.)은 아버지가 임기를 마친 뒤 프랑스 디종으로 함께 옮겨 온다. 중세 부르고뉴 공국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디종은 감수성 예민한 루이 베르트랑에게 찬연한 환상과 무한한 영감을 제공하며, 장차 시인의 삶을 꿈꾸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망하고 곧 가세가 기울면서 베르트랑은 시인보다 가장으로서 생계에 뛰어들어야 했고, 이때부터 운명은 몽상적인 시인을 거칠게 몰아붙이며 희롱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베르트랑은 시인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파리와 디종을 오가면서 작품 활동을 지속한다. 만고의 노력 끝에 빅토르 위고, 생트뵈브, 샤를 노디에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과 어울리며 바야흐로 파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베르트랑은 자기만의 작품 세계, 즉 중세적이고 상징적이며 환상적인 색채의 산문시 형식을 한층 심화해 간다. 그러나 베르트랑은 시집 『밤의 가스파르』를 결국 보지 못한 채, 파리의 한 병실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밤의 가스파르』가 세상에 나온 것은, 얄궂게도 시인이 죽은 지 일 년 만의 일이었다. 저명한 조각가 다비드 당제의 후원 덕분에 가까스로 시집이 출간되긴 했으나, 작가의 죽음과 함께 오래도록 잊히고 만다. 훗날 보들레르가 소생시키기 전까지 베르트랑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밤의 가스파르』는 산문시 형식으로 쓰인 「밤의 가스파르」와 「머리말」을 필두로, 세 편의 헌시, 본문에 해당하는 「1서: 플랑드르파」, 「2서: 옛 파리」, 「3서: 밤 그리고 밤의 마력」, 「4서: 연대기」, 「5서: 에스파냐와 이탈리아」, 「6서: 시 모음」 그리고 사후에 덧붙여진 「기타 시편들」까지 전부 일곱 부분으로 이루어진 63편의 시를 담고 있다. 저자인 루이 베르트랑이 우연히 만난 악마 ‘밤의 가스파르’로부터 ‘시집 『밤의 가스파르』’를 건네받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1서나 2서 등으로 장을 구분하는 방식이나 주제와 시상 면에서 연금술과 마술, 종교와 내세, 전설과 설화가 뒤섞인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중세 취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또한 플랑드르와 에스파냐, 이탈리아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국적 색채를 한 꺼풀 더할 뿐 아니라, ‘옛 파리’와 ‘연대기’라는 제목에서 이미 유추할 수 있듯이 역사적 사건과 지난 시대의 고색창연한 풍경을 태피스트리처럼 정교하게 되살려 낸다. 한편 본문에서 외떨어진 「기타 시편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작가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저주받은 시인’의 숙명을 예고하는 듯하다.
어쩌면 알로이지우스(루이) 베르트랑은 랭보보다 앞서 일종의 견자(見者)로서 경직되고 형식에 갇혀 버린 시 문학의 운명을 간파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저자는 그러한 미증유의 비전(vision)을 통해 『밤의 가스파르』를 완성해 냈고, 언제가 울려 퍼질 메아리를 그 문장 속에 아로새겨 놓았는지도 모른다. 분명 베르트랑은 새로운 시의 여명을 보았고, 짓궂은 악마 ‘밤의 가스파르’를 만났다. 그는 대담히 운문 속에 산문 형식을 도입했고, 찰나의 인상을 시적 언어로 직조했으며, 과거를 응시한 채 현대인의 우울과 고독, 소외감을 예언했다. 그렇다! “불타는 성당에서 태연히 잠들어 있는 밤의 가스파르”(양안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혼의 서정적 약동, 몽상의 파동, 의식의 소스라침”(샤를 보들레르)을 전하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목차

밤의 가스파르
머리말

빅토르 위고에게

밤의 가스파르의 환상
1서 플랑드르파
2서 옛 파리
3서 밤 그리고 밤의 마력
4서 연대기
5서 에스파냐와 이탈리아
6서 시 모음

샤를 노디에에게

기타 시편들

조각가 다비드 씨에게

해설(김호경)
옮긴이의 말(윤진)

작가 소개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은 1807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체바에서 태어났다. 나폴레옹 치하의 군인이었던 아버지 조르주 베르트랑은 임기를 마친 뒤 친척들이 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디종에 정착했고, 여덟 살의 루이는 디종을 새로운 고향으로 맞이한다. 특히 중세의 역사를 되살리려는 낭만주의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던 당시에 중세 부르고뉴 공국의 흔적을 간직한 고도 디종은 시인을 꿈꾸던 소년에게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아버지의 사망으로 가족의 생계를 떠맡게 된 베르트랑은 지독한 궁핍 속에서도 계속 시를 썼고, 1829년 직접 파리에 가서 샤를 노디에, 빅토르 위고, 생트뵈브 등 유명 문인들을 만난다. 유구한 역사의 도시 디종에서 올라온 젊은 시인의 회화적이고 중세적인 시는 낭만주의 문학을 추구하던 작가들의 모임 ‘세나클’에서 큰 호평을 받는다. 문단의 반응에 고무된 베르트랑은 곧 그동안 집필해 온 시들을 모아서 책을 펴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출간을 준비하던 출판업자가 도중에 파산하면서 첫 계획은 무산되고 만다. 몇 년 뒤 두 번째 출간 시도 역시 출판업자의 변심으로 결실을 맺지 못한다. 베르트랑은 생계를 위해 파리와 디종을 오가면서 작품 활동을 해야 했고, 그간 잠들어 있던 그의 원고는 이윽고 조각가 다비드 당제의 후원을 받아 앙제의 출판업자 빅토르 파비의 손을 거쳐, 1842년 마침내 세상에 나온다. 그러나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병약하고 가난한 시인은 1841년 끝내 자신의 책을 보지 못한 채 서른넷의 젊은 나이로 파리의 한 병실에서 결핵으로 숨을 거둔다.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 이 낯선 필명(본명은 루이 베르트랑이고, ‘알로이지우스’는 ‘루이’의 중세식 표기다.)의 시인은 단 한 권의 작품 『밤의 가스파르』만을 남긴 채 독자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세상에서 완전히 잊힌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이라는 이름을 망각으로부터 다시 끌어낸 인물은 바로 그에게서 “시적 산문의 기적”을 발견한 보들레르다. 그리고 또 한 세대가 흐른 뒤 『밤의 가스파르』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인물은,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의 글을 영감 삼아 피아노곡 「밤의 가스파르」를 작곡한 모리스 라벨이다. 하지만 여전히 알로이지우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는, 그리고 그 시 속에 깃든 “혼의 서정적 약동”과 “몽상의 파동”과 “의식의 소스라침”은 독자와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윤진 옮김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자서전의 규약』(르죈), 『문학 생산의 이론을 위하여』(마슈레), 『사탄의 태양 아래』(베르나노스), 『위험한 관계』(라클로), 『페르디두르케』(곰브로비치), 『벨아미』(모파상), 『목로주점』(졸라), 『알렉시—은총의 일격』(유르스나르), 『주군의 여인』(코엔), 『루』(킴 투이), 『물질적 삶』(뒤라스), 『파리의 클로딘』(콜레트), 『에로스의 눈물』(바타유) 등이 있다.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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