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논리

원제 Francis Bacon Logique de la sensation

질 들뢰즈 | 옮김 하태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8년 2월 29일 | ISBN 978-89-374-1596-8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194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질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는 아이스테시스(감각)에 대한 이성의 우위라는 이 수천 년 묵은 전통적인 도식을 뒤집는 반전이라 할 수 있다.” –진중권

편집자 리뷰

들뢰즈의 감각으로 바라본 베이컨의 외치는 “고기들”

20세기의 세계적인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무정형에서 정형으로, 정형에서 무정형으로 이행하고 있는 기괴한 형상, 푸줏간의 살덩어리와 같은 형상을 즐겨 그렸다. 그가 그린 이 심하게 두들겨 맞은 듯한 고기들은 고통 받는 모든 인간, 뒤틀리고 일그러진 사람의 형상이다. 그런데 금세기 최고의 석학 질 들뢰즈에게 베이컨의 이 기괴한 형상들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화가와 작가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의 예술을 다른 수단을 빌려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베이컨과 들뢰즈는 이 공통의 장에서 만나 서로에게 자신의 수단을 빌려주고 도움을 받고 있다. 들뢰즈의 해박한 철학, 예술, 문화적 지식이 베이컨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다 하지 못한 말들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들뢰즈는 그가 베이컨의 그림에서 느낀 감각들의 총체를 글로써 전이시켜 우리 감각의 촉발을 돕고자 노력한다. 회화라는 것이 감각을 자극한 생의 힘과 리듬을 포착하여 독자의 감각을 통해 그 힘을 다시 재주입하려는 것이라면, 그들이 하는 작업이야말로 분명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 할 작업이다.”(역자)

베이컨은 주관이 바라본 대상을 그리지 않는다. 가시적 사물의 재현을 포기한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은 바로 ‘감각’ 그 자체인데, 감각은 “세상에 있음, 즉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 그 자체”이다. 이러한 베이컨의 작품 세계를 들뢰즈는 근대의 재현적 인식 모델의 파괴로 해석한다.

베이컨의 작품에서 자주 인간과 동물은 하나가 된다. 인간의 얼굴이 지워지고 그 자리에 머리가 솟아나 인간인지 동물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형체가 된 그림을 근거로 인간을 동물 위에 올려놓는 인간중심주의는 무효가 된다. “고통받는 인간은 동물이고 고통받는 동물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또 들뢰즈는 구조, 형상, 윤곽만으로 이루어진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베이컨의 그림들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읽어 낸다. 이 힘은 리듬에 의해서 나타나는데 들뢰즈는 유기체가 아닌 신체 자체에 의해 느껴지는 원초적 감각 속에서 리듬을 발견해 내고 리듬과 감각의 관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힘, 즉 에너지를 느낀다.

특히 베이컨 그림에서 보이는 긴장감은 시각을 격렬하게 충격하고, 마침내 눈으로 만지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 공간은 이제까지의 회화에서 보여 왔던 명암의 대비에 의한 공간이 아니라 수축과 흩어짐에 의해, 혹은 마치 고대 이집트 예술에서처럼 따뜻함과 차가움의 대비로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이것이 윤곽과 빛에 의존해 온 이전의 회화를 뛰어넘어 색을 중시한 이 독창적인 천재, 베이컨의 회화라고 들뢰즈는 말한다.

“베이컨이 지나온 도정은 끝없는 선택과 포기, 그리고 선택된 요소들의 새로운 종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새로운 종합을 통해 감각은 눈에 보이게 되며 이렇게 포착한 감각을 우리는 형상이라고 부른다. 형상은 만지는 눈에 호소하는 전통적이면서도 언제나 새롭고 참신한 것이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포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것이지만 아울러 이 책이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은 들뢰즈의 통찰에 기대어 예술사를 한눈에 일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역자)

목차

서문
일러두기

1 동그라미, 트랙
동그라미와 그 유사물들/형상과 구상적인 것의 구분/사실/‘사실 관계들’의 문제/회화의 3요소: 구조, 형상, 윤곽/아플라의 역할

2 과거 회화와 구상 사이의 관계
회화, 종교와 사진/두 개의 반-의미

3 운동 경기
첫 번째 움직임/구조로부터 형상으로/고립/운동 경기/두 번째 움직임/형상으로부터 구조로/신체가 빠져 나간다: 비열함/수축, 흩어짐: 세면대, 우산, 거울

4 신체, 고기와 기, 동물-되기
인간과 동물/비구분의 영역/살과 뼈: 살은 뼈로부터 흘러내린다/연민/머리, 얼굴과 고기

5 베이컨의 여러 단계와 양상
고함에서 미소로: 흩어짐/베이컨의 연속적인 세 시기/모든 움직임의 공존/유곽의 역할

6 회화와 감각
세잔과 감각/감각의 층위들/구상적인 것과 격렬함/전위의 움직임, 산보/감각들의 현상적인 통일성: 감각과 리듬

7 히스테리
기관 없는 신체: 아르토/보링거의 고딕 선/감각에 있어서 ‘층위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진동/히스테리와 현재함/베이컨의 의심/히스테리, 회화의 눈

8 힘을 그리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기: 회화가 당면한 문제/외형의 변화도 해체도 아닌 근본적인 변형/고함/베이컨에게 있어서 생의 사랑/힘들의 열거

9 짝들과 삼면화
짝지어진 형상들/감각적 투쟁과 짝짓기/공명/리듬적 형상들/진폭과 세 리듬/두 개의 ‘사실 관계’

10 삼면화란 무엇인가
증인/ 적극적인 것과 수동적인 것/추락: 층위 차이의 젖극적 현실/빛, 결합과 분리

11 그리기 이전의 회화
세잔과 판에 박힌 것에 대한 투쟁/베이컨과 사진들/베이컨과 가망성들/우연의 이론:우발적인 표시들/시각적인 것과 손적인 것/구상적인 것의 위상

12 사용된 돌발 표시
베이컨에 따른 돌발 흔적(터치와 얼룩)/돌발 흔적의 손적 성격/회화와 대재난의 경험/추상 회화, 코드와 시각적 공간/액션 페인팅, 돌발 흔적과 손적 공간/이 두 길의 각각에서 베이컨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13 유사성
세잔: 돌발 흔적으로서의 모티프/유사적인 것과 코드적인 것/회화와 유사성/추상 회화의 역설적인 위상/세잔의 유사적 언어와 베이컨의 유사적 언어: 면, 색, 덩어리/변조하기/되찾은 닮음

14 모든 작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회화의 역사를 요약한다……
이집트와 눈으로 만지는 공간 제시/본질과 우발적인 것/유기적 재현과 촉지적.광학적 세계/빛과 색, 광학적인 것과 눈으로 만지는 것

15 베이컨이 지나 온 길
눈으로 만지는 세계와 그의 변종들/색채주의/새로운 변조/반 고흐와 고갱으로부터 베이컨으로/색의 두 양상: 순수 색조와 혼합 색조, 아플라와 형상, 해변과 색 유출

16 색에 관한 한마디
색과 회화의 삼요소/색-구조: 아플라와 그 분할/검정색의 역할/색-힘:형상들, 색 유출, 혼합 색조/색-윤곽-회화의 취향: 좋은 취향과 나쁜 취향

17 눈과 손
코드적, 촉각적, 손적, 눈으로 만지기적/돌발 흔적의 응용/‘전혀 다른’ 관계들/미켈란젤로: 회화적 사실

베이컨 연보
그림 목록

작가 소개

질 들뢰즈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파리 8대학에서 미셸 푸코의 뒤를 이어 교수 생활을 하다가 1987년 은퇴했다. 일찍부터 철학사를 해석하는 뛰어난 역량과 독특한 관점을 인정받았다. 근대적 이성의 재검토라는 1960년대의 큰 흐름 속에서 서구 사상의 2대 전통인 경험론과 관념론을 새로운 차원에서 종합하는 시도를 보여주었으며, 현대 학문과 예술에 철학적 깊이를 더하는 활발한 작업을 통해 철학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획득했다. 1968년에 발표된 본서 『차이와 반복』에서는 해체론적 전통이 도달한 일정한 높이 위에서 고전적 형이상학을 부활시켰으며, 1972년에는 펠릭스 가타리와 함께 저술한 『안티 오이디푸스』를 통해 기존의 정신분석에 반기를 들고 니체적 시각에서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통합하여 20세기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주요 저서로는 『니체와 철학』, 『칸트의 비판철학』, 『베르그손주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의미의 논리』, 『천 개의 고원』, 『감각의 논리』, 『영화 1.운동-이미지』, 『영화 2.시간-이미지』, 『푸코』,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 『철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하태환 옮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파리 제8대학에서 프루스트를 전공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뮬라시옹>, <롤랑 바르트>, <감각의 논리>, <예술의 규칙> 등을 옮겼고, 프루스트에 대한 논문을 많이 발표했다.

독자 리뷰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