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니콜라이 고골 | 옮김 조주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7년 7월 3일 | ISBN 978-89-374-2915-6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32쪽 | 가격 5,800원

책소개

“러시아의 모든 작가는 고골의 「외투」로부터 나왔다.”(도스토예프스키)
기상천외한 불세출의 이야기꾼 고골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는 세 가지 이야기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미래의 외투에 대한 끝없는 이상을 머릿속에 그려 보며 정신적인 포만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 자신의 존재가 보다 완전해진 것 같았고, 마치 결혼한 것 같기도 하였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혼자가 아니라 일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한 마음에 맞는 유쾌한 반려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 동반자란 다름 아니라, 두꺼운 솜과 해지지 않는 튼튼한 안감을 댄 외투였다. 그에겐 웬일인지 생기가 돌았고 이제 스스로 목표를 정한 사람처럼 성격이 보다 강인해졌다. 그의 얼굴과 행동에서 보이던 불안과 우유부단함이, 언제나 망설이기만 하던 불확실한 특징이 이제 사라졌다. 때때로 눈에서 불꽃이 보였고, 머릿속으로는 아주 뻔뻔스럽고 대담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외투」에서

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말: 왜 이 작품을 소개하는가?

러시아 근대 문학의 선구자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의 대표작 세 편을 엮은 『외투』가 「쏜살 문고」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제정 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이야기, 즉 이미 널리 알려진 「코」와 「외투」를 비롯해 「광인 일기」 그리고 서평가 금정연의 「추천의 말」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환상과 현실이 어우러진 독특한 방식으로,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의 소외된 현실을 강렬하게 조형해 내고 있다. 또한 독특하면서도 지극히 현대적인 상상력과 신랄한 현실 풍자 의식은 고골을 러시아 근대 문학의 근원지에 자리하게 했다.
세 가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질적 욕망과 계급적 질서가 지배하는 허위와 혼돈의 세계다. 따라서 이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다수가 관료며 모두 계급에 따라 움직이고 인생 전체가 계급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계급 의식은 곧 속물적인 탐욕과 연결된다. 「코」에서 자신의 계급을 과장하여 자랑하는 꼬발료프의 코가 사라지는 일이나 「외투」에서 위계질서를 지키지 않는다고 불쌍한 하급 관리를 닦달하여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고위층 인사의 모습은 모두 계급적 허위의식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다. 이렇듯 속물성과 탐욕을 대표하는 상류 사회(혹은 거기에 매달리는)의 인물들은 묵묵히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가난한 하층민들을 간단히 짓밟는다.(「외투」) 계급과 물질에 의해 모든 것이 판단되고 결정되는 근대 도시의 뒤틀린 모습은 이 책의 모든 작품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고골의 단편 소설이 지닌 특징은 무엇보다도 냉혹한 현실 앞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5급 관리 행세를 하는 코에게 주인공은 “저, 당신은 내 코가 아닙니까?” 하고 공손히 묻고(「코」), 유령이 “내 옷 내놔!” 하고 달려드니 기세등등하던 고위층 관리도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친다.(「외투」) 또 주인공이 수줍어하는 아가씨에게 “실은 댁의 강아지와 할 말이 있는데요.”(「광인 일기」)라고 말하는 장면에 이르면, 어떤 독자라도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웃음은 인간의 본질이기에, 웃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따라서 속물성과 탐욕이 판치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웃음을 찾아내려 하는 고골의 작품에는 따뜻한 휴머니즘의 깃들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웃음은 세 가지 이야기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실 세계를 넘어서는 환상성을 지님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고골의 작품에서 환상성은 현실을 회피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현실을 풍자한다. 『외투』에 수록된 세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현실성과 환상성을 절묘하게 결합시킴으로써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 세계의 불합리성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5급 관료의 제복을 입은 ‘코’ 앞에서 절절매는 코의 주인(「코」), 외투를 빼앗기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고위층 관리의 옷을 뺏고자 달려드는 장면(「외투」) 등은 공포와 연민, 웃음까지도 자아내는 놀라운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고골의 환상적인 면모는 19세기 초 일반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것일 뿐 아니라,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세상의 부조리를 들여다보게 하는 데에 여전히 효과적이다.

목차

추천의 말: 고골, 고골, 고골 그리고…… 고골?(금정연)

외투
광인 일기

작가 소개

니콜라이 고골

1809년 3월 31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방(현재는 독립국가)의 소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문학을 좋아하였으며, 고등학교 때는 시나 산문을 써서 잡지에 투고하거나 학교 연극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다. 1828년 관리가 되려고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상경하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 좌절하고, 가명으로 시집 『간츠 큐헬가르텐』(1829)을 출간하나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한 데 절망하여 스스로 불태운다. 갖은 고생 끝에 고향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담을 소재로 쓴 『디칸카 근처 마을의 야화』(1831~1832)로 일약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된다. 183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중세사 조교수로 임명되지만, 일 년 후 자신의 자질에 회의를 느껴 그만둔다. 1835년 무렵부터는 환상적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낭만적 사실주의 경향을 띠는 작품들을 쓰기 시작한다. 러시아의 관료 제도를 날카롭게 풍자한 희극 『검찰관』(1836)으로 문단의 큰 호평을 받지만, 보수적인 언론과 관리들의 비난 때문에 약 6년간이나 로마에 피신해 있어야 했다. 이 기간 동안 봉건 러시아의 농노제와 부패한 관료들을 풍자한 최대 걸작 『죽은 농노』(1842)를 집필한다. 그러나 이후 십 년이 넘도록 만족스러운 작품을 창작하지 못하고 보수주의와 극단적인 신앙생활에 빠져든다. 결국 착란에 가까운 정신 상태로 단식에 들어가 1852년 3월 4일 숨을 거둔다.

조주관 옮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 슬라브어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의 학술위원을 역임하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슈킨 상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러시아 시 강의』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시의 이해와 분석』,『러시아 현대비평이론』,『러시아고대문학 선집』, 『보즈네센스끼 선집』, 『만젤쉬땀의 시선집』,『러시아 희곡』,『아꾸자바 시선집』,『아흐마둘리나 시선집』, 『쮸체프 시선집』,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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