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우리말의 멋진 가락을 일깨우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상상력과 글짓기의 텍스트로서 우선 이 책을 교실 안의 선생님들께 권하고 싶다. -최승호(詩人)
우리 인류의 내일에 이름표를 걸 수 있는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권력을 가진 어른일까요? 돈을 많이 가진 어른일까요? 아닙니다. 어른들의 시간은 짧습니다. 하루로 치면 이미 오후인 거예요. 내일의 세계를 가슴에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책을 지금 들추고 있는 배움나무입니다. 여러분은 권력 대신에 꿈을 지녔고 돈 대신에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로 치면 아침인 어린이들보다 더 확실한 내일의 주인공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선이 턱없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세계로 향한 우리의 힘도 여의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선이 낮아졌고 교통편 또한 발달되어 세계가 한 울이 되었으며 우리도 이제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향해 두 주먹을 쥐고 달려 나갈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나라 안에 이름표를 달아매려고 갈 것이 아니라 세계 앞에 이름표를 달 수 있는, 큰길을 가야 합니다. 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우리 것만이 아닌 가까운 곳 먼 곳의 풍속과 지혜와 삶을 더 넓게 알아야 하지요. 세계 어느 곳이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조상들이 체험하고 깊이 생각하여 우러난 슬기를 후손에게 전해 주기 위한 생명의 물입니다. 이것이 곧 인류 문화의 원천인 것입니다. 여기 이 책은 그 동안 우리 정신에 의한 참말을 아름다운 가락에 실어 노래한 시를 많이 남기신 큰 시인 서정주 선생님께서 그분 특유의 솜씨로 버무려주신 환약 같은 그러나 쓴 맛이 아닌 재미있는 맛을 지닌 이야기 모음입니다. 그리고 또 이 책은 민족마다의 독특한 뿌리를 알 수 있게 하고 슬기를 추수할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 밭이지요. 그러니까 이 책은 빨리 읽을 것이 아니라 천천히 마치 여러분이 잠자리를 잡으러 갈 때와 같은 걸음걸이로 보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하얀 한복을 입으신 큰시인 할아버지께서 시원한 바람이 드는 정자나무 밑에서 도란도란 들려주시는 정깊은 목소리와 그윽한 눈빛까지도 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이미 세계를 행햐 달려가는 여러분의 발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정채봉(아동문학가)
대시인 서정주의 구수한 ‘입말’이 살아 있는 5권의 이야기는 우리 나라 전래 민화뿐 아니라 <삼국유사>,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등 우리 고전 속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소개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동유럽의 헝가리까지 세계 69개국 157편의 민화들이 실려 있어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생활 관습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주제별로 한 권 한 권 꾸며진 것이 독특한 작품.
1. 대시인 서정주의 구수한 ‘입말’이 이야기를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읽는다’는 차원을 넘어 ‘듣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미당의 문장은 ‘입말’ 그 자체입니다. 말과 글의 일치를 이룬 서정주의 뛰어난 문장은, ‘어린애라 놔서(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내두내둘하니까(내두르니까)‘, ’고마워라고(고맙다고 하면서)‘ 등의 표현에서 느낄 수 있듯이 구수한 전라북도 사투리의 흔적을 내보이면서도 표준말의 규범을 깨뜨리지 않는 교묘함을 보여 줍니다.
미당은 여기에다가 ‘바람만바람만(바라보일 만한 정도로 뒤에 떨어져 따라가는 모야)’, ‘풍덩실(물 위로 뛰어 내리는 모양)’ 등의 새롭고도 아름다운 의성어와 의태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대시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나타내 보이고 있는데, 그의 이러한 시적인 문체는 ‘매우 꿩이 가엾어 울고 있어서’, ‘꽃을 울어 피우는 새’ 등 얼핏 글로만 보아서는 자칫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소리 내어 읽어 보면 곧바로 가락이 느껴지면서 살아 있는 우리말이 되는 표현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미당이 보여 주는 이러한 문체상의 장점은, 이 책을 읽는 것이, 또는 부모가 읽어 주는 이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우리말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 <세계민화집>이 지닌 가장 귀한 미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 우리 나라 전래 민화뿐 아니라 『삼국유사』, 『연려실기술』, 『대동야승』 등 우리 고전 속의 이야기들을 새로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민화집>에는 ‘쑥국새 이야기’, ‘수로 부인의 아름다움’, ‘백월산의 힘’, ‘매가 꿩이 가엾어 울고 있어서’ 등 우리 나라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미당이 어렸을 적 들어서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여러 고전들 속의 일화들을 알기 쉽게 풀어서 소개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고, 그 중에는 독자들이 처음 대하게 되는 것들도 몇 편이 있어서, 우리 나라 구비 문학 자료로서도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당은 우리 나라 전래 민화에 대해, 약 4년 동안 우리 나라 역사를 공부하면서 읽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열전』, 『삼국사절요』, 『고려사』, 『고려사절요』, 『연려실기술』, 『대동야승』등의 고전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3. 세계 69개국 157편의 이야기들을 실었습니다.
이 민화집에는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동유럽의 헝가리까지 세계 69개국 157편의 민화들이 실려 있어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생활 관습 등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아름다운 그리스의 신화와, 애틋함 속에서 놀라운 통찰이 담겨 있는 중국의 민담, 아기자기하고 유머가 넘치는 프랑스의 민화들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재미와 함께 삶의 교훈을 전해 줄 것입니다.
여기에 중간중간 이야기 말미에 붙여 놓은 짤막한 언급(코멘트)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며, 독자에게 말하듯 써 나간 미당의 대화식 문체가 편안파고 친근한 느낌을 줍니다.
4. 외국의 이야기를 단순히 번역한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나온 <세계민화집>은, 머리글에서 미당이 스스로 밝힌 대로 외국의 책들을 그냥 번역한 것이 아니고, 많은 이야기들 가운데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가려 그 줄거리를 소재로 새롭게 풀어 쓴 것이라는 점에서 창작물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더구나 대시인의 문장이라는 점에서 더욱더 귀중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나라별, 대륙별이 아닌, 주제별로 엮었습니다.
이 <세계민화집>은, 기존의 몇몇 민화집들이 택한 나라별, 대륙별 분류 방식을 버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이 지니고 있는 내용과 주제에 따라 나누어 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 전집은 「거짓과 참다움」. 「어리석음과 지혜」, 「태어남과 죽음」, 「욕심과 사랑」, 「용기와 희망」의 다섯 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모든 주제들이 상대되는 개념들로 짝을 이루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각각의 책에 실린 하나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서 묘한 대비를 느낄 수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맛보게 합니다.